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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하지만 속내를 말안하는 친구..

토닥토닥 조회수 : 1,406
작성일 : 2008-03-13 16:12:14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된 미혼처자에요 ^^;;
어제 술취한 친구의 울먹울먹한 목소리를 듣고나서는..그냥 걱정이 되어서요..

고등학교때 친한 무리들 중 하나이지만
다들 대학에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각각 다른 지방으로 찢어졌어요.
졸업과 동시에 서울로 올라오고, 나름 제가 제일먼저 그 무리들과 거리상 가장 멀어졌고,
친구들은 그래도 명절때는 집이 그쪽이라 모이곤 했지만 저는 연고지도 다 서울에 있어서
다같이 만나는 기회가 정말 적어졌지요 ^^;;

성격들이 다들 뭐 자주 전화하는 성격도 아니고, 살가운 성격들도 아니고 해서
그냥 몇개월에 한번씩 전화해도 며칠전 본것처럼 편하게 통화하고 또 조용히 살다 가끔 연락하고 ^^;;

거리상으로 멀어지고 다들 떨어져지내다보니, 명목상으로는 항상 "가장친한 친구들"
인데 사실상 더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무리는 또 제각각 있지요 ^^:;(대학친구, 사회생활친구등등.)

어제 저한테 전화한 이 친구는 친구들 중 유독히 승부욕도 강하고 자존심도 세고..
다른사람 이야긴ㄴ 잘들어주지만 자기이야기는 정~말 안하는 친구거든요.
하다못해 지금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도 말 안해요..그냥 만나는 사람이 있구나~하는정도??

너무 말을 안해줘서 서운할때도 있었고, 그게 그 친구의 성격이려니 하고 생각할때도 있었고..
꼬치꼬치 캐묻는거 싫어하는 것 같아서 요즘엔 그냥 묻지 않았거든요.

근데 어제 새벽에..술이 좀 취한 목소리로 힘들다면서 엉엉 울더라구요..
술을 마시긴 했지만 완전 취해서 그러는 건 아니고 그동안 쌓인것이 너무 많다면서..
왜 이럴때 옆에 없냐고..우린 왜이렇게 멀리 떨어져 지내는건지 속상하다고 하면서..

저 솔직히 너무 놀랐어요 속으로..^^;;
평소에 이런약한 소리 절대 안하는 친구이고, 저랑 중간에 살짝?어떤 문제때문에 틀어졌다가 다시 털고
잘지내지만 전 뭔지모를 앙금?같은게 남아있나보다..고 생각했거든요.

니가 가끔 보면 독하다 싶은말도 하고 그래도 뒤에 생각해보면 니가 한말은 전부 다 맞는거 같다면서
보고싶다고 그러는거에요.. 울고싶으면 울라고..너 운다고 흉볼사람 아무도 없으니깐 속상한거 다 꺼내
풀어버리라고 그랬더니 자는 가족들 깰까봐 소리내서 울지도 못하겠다고 끅끅대는데..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한시간을 넘게 통화하면서 나중엔 농담도 하고 , 챙피하니깐 다른친구들한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하던군요.
무슨일 때문이냐고 끝까지 물어보진 않고 그친구도 이야기 해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힘들때 나한테 전화해서 그렇게라도 말해주는 친구가 오히려 고맙더라구요..

물론 정말 누구에게나 말못할 비밀은 있지만.. 전 왠만한 애정문제나 이런저런 문제는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막 씩씩거리면서 이야기 하고 울고 그러고 풀어버리는 성격인데..
첨부터 이런이야기를 워낙 안하고 가둬놓다가 이제와 이야기하려니 쑥스러운지..말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만 있는 친구가 너무 안됬어요...

원체 이야기 하고싶어하지 않는 친구이니 앞으로도 꼬치꼬치 캐물을 생각은 없지만
친구가 좀 편해졌으면 하는데..제가 어떠한 조언을 해줘야 할까요?

2시간 거리정도에만 살았어도 힘들거나 외로우면 달려가 술이라도 한잔 하고 올수 있겠는데..
그러기엔 너무 멀리 살아서 옆에서 보듬어 주지도 못하고 토닥여 주지도 못해서 괜히 마음이 짠해요.

몇년 사이 좀 소원해 졌다고 생각하고 나도 친구들에 대한 기대나 욕심도 버리고 그냥
제 맘 다치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려고 했는데..그래도 아직 우리는 친구인가 봐요 ^^;;

IP : 58.233.xxx.19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3.13 4:21 PM (116.126.xxx.238)

    그런 사람은 조언을 하려고 들면 안돼요.
    오히려 님이 조언을 한다고 들면 님을 멀리 할 지 몰라요.
    가만히 그 사람이 다가와서 속내를 털어낼때까지 계세요.
    얘기하면 그냥 들어주고 안하면 그냥 쳐다만 봐주고요.
    저도 27년지기 그런 친구가 있어서 드리는 말입니다.

  • 2. ....
    '08.3.13 4:53 PM (124.5.xxx.77)

    제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입에 절대추를 물고 사는....
    흉거리는 물론 칭찬거리도 절대 남에게 하물며 부모님에게도 전하지 않아서 장점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친구였지요.
    그러던 그녀가, 결혼하더니 달라지더군요.
    스스로도 놀라고 주위 친구들도 놀라고....
    이제는 내 이야기 하려고 전화했는데 늘 그 친구 이야기 들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 물론 다른 사람의 험담을 누구에게 전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아직도...

    그녀의 성격이려니 하고 지낸 오랜 세월이었는데, 스스로도 그럽니다.
    결혼하고 부딪히는 문제가 많다보니, 친구의 소중함을 더 잘 알겠더라고...
    결혼전까진 어째던 자기의 문제는 혼자 감당하는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들어주는 친구의 존재가 정말 귀한걸 알겠더라고요.

    우리끼리 가끔 그 친구에게 묻습니다.
    "친구가 좋아, 남편이 좋아?"
    그럼 그 친구 한치의 망설임도 없어요. -" 둘다 다른 종류의 귀한 보석이지!"합니다.ㅎㅎㅎ

    냉정하다고 친구를 귀히 여기는게 아니란건 아시죠?
    그냥 친구분이 스스로 아픔을 이겨나가도로 곁에 계셔주는것도 큰 힘이됩니다.

  • 3. 토닥토닥
    '08.3.13 5:04 PM (58.233.xxx.193)

    네 조언을 하려고 드는건 아니구..근데 말을 안하면서 항상 궁금하게 운만 띄우고
    말을 안해서 첨에는 내가 농담식으로 자꾸 물어보면 편히 얘기할까 싶어서 물어봤는데
    물어보면 또 대답을 안해서 그냥 말하면 들어주고 아님 그냥 묻지않고 있어요..
    근데 어젠 정말 힘들었나봐요..곁에 있으면 좋으련만 여건이 안되다 보니 ^^
    말할때까지 아무말 않고 기다려주는 친구가 필요한가봐요..그냥 기다려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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