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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소리일까요?

15년차 조회수 : 2,149
작성일 : 2008-03-13 10:00:09
직장 15년차이고 아이가 둘입니다. (4학년,유치원생)

빈손으로 시작해서, 악착같이 직장다녔습니다. 한곳에서요..
다행히도 여성의 직장생활에 대해 이해해주는 사장님을 만나서
짤리지않고, 승진도하고 배려도 받으면서 다녔습니다.
일이 재미있지는 않지만 워낙 오래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한나절만 바짝하면 별로 바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직장에 그만 다니고 싶었습니다.
-조직생활 자체에 (정확하게는 조직속 인간관계) 많이 지쳤고
-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고
   (연월차가 따로 없이 사정껏 쉬는 시스템이다보니
     저는 일이 있을때마다 사장님께 직접 말하고 양해를 구해야만 하고 스트레스가 엄청납니다
     게다가 회사가 바쁘기라도 하면 그 눈치...그래도 쉬지 말라는적 없었다고 큰소리치십니다. 당연하거겠지요)
- 제 적성에 맞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의류학과 나왔는데 지금은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관리팀장입니다)
- 아이들이 더 크기전에 같이 지내고 싶습니다

오래 고민하다 엊그제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예상대로 사장님 방에서 2시간 반동안 설교를 듣고
사직서는 반려한다는 말만 듣고 나왔습니다.

주요 이유는...
사장님 밑에 있으면 훗날 많은 혜택을 받게 될것이다.
(빈말은 아닐 겁니다. 저에게 회사 주식도 무상으로 쬐끔 주셨구요, 아직 상장은 못했지만 건실한 회사거든요)
인생 선배로서 하는 말이니 무조건 내말을 믿고 하라는대로 해라.
아이들 문제는, 엄마가 집에 있어도 해결된다는 보장 없다. (큰아이가 3년째 틱을 보이고 있어요)
한마디로, 지치서 하는 말이고 좀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것이니 헛소리 말라는 거지요.

붙잡아 주는 사람이 있다는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저는 가슴이 답답합니다.
사실 저희 사장님이 모시기 쉬운 분은 아닙니다. (모든 오너가 다 그렇겠지요 ^^)
굉장히 프라이드가 강하고, 독선적이고, 자기확신에 차있고 꼼꼼하기까지 하셔서
상대방의 말을 듣고 받아들이는걸 잘 못하십니다.
제가 사장님 모시는거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진작에 말 안했다고 혼내시더군요.
(말해도 안들으시면서...)

그리고 사장님이 원래 사표수리 안해주기로 유명합니다.
그 전에도 정상적으로 인수인계하고 퇴사한 직원이 없습니다.
몇달이 지나도 사표리가 안되니까 그냥 도망치듯 가버리곤 했어요.

15년간 다닌 회사를 인수인계도 안하고 뛰쳐나가기는 싫은데
방법이 보이질 않네요.
부사장님은 제 이야기 듣고 알았다고 하셨지만 (사실, 이분은 아줌마 직원 별로 안좋아했거든요 ..)
정작 사장님께는 제 입장을 전달하지 못하실거고 제가 무사히 퇴직하는데 아무 도움도 못주실게 뻔합니다.
일종의 요식행위로서 말씀드린것 뿐이죠.

아...답답합니다.
제가 종신노예가 되버린 기분이고 바보처럼 느껴집니다.

일은 손에 안잡히고,  확 결근이나 해버릴까요?

IP : 211.106.xxx.53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3.13 10:04 AM (218.209.xxx.86)

    다른건 잘 모르겠지만 아이가 틱 장애가 있다면.. 엄마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더 좋아진다거나 하지 않더라도..
    엄마가 옆에 있어주면 좋을것 같습니다. 엄마잖아요.

  • 2. 아이가
    '08.3.13 10:07 AM (211.53.xxx.253)

    틱장애를 보인다면 고민이 되실거 같습니다..
    저는 님보다 더 오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얘기입니다.. 사장님과 다시한번 조율을 하셔서
    한달정도라도 휴직기간을 가져보세요..
    사실 같은 사무실직원사례를 보면
    아이가 좋아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굉장히 짜증이 많고 많이 울던 아이가
    엄마가 쉬게 되면서 순해지고 긍적적인 아이로 바꼈습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닐수도 있지만
    아이의 상태와 장래는 중요한 문제니까요..

    잘 해결되시길 바랍니다.

  • 3. ...
    '08.3.13 10:11 AM (211.210.xxx.62)

    직장 15년차 남편이 요번달로 사직입니다.
    15년을 일했으니 비슷한 상황이죠.
    한가지 다르다면 원글님에겐 키워야할 아이들과 전업주부라는 험난한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자는 특히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어도 충분히 밥값의 배는 일할 수 있습니다.
    아주 살림에 젬병, 육아에 젬병이 아닌 이상 가정에 행복이 오겠죠.
    저는 남편이 육아를 할 예정도 아직 이직에 관한 특별한 설계도 없는데 관둔다고 했을때
    선뜻 반대 못했습니다.
    물론 원글님 상사처럼 사표를 반려하지도 않았지만 딱히 더 다니라고 말 할 수 없더라구요.
    저도 95년부터 일했으니 몇년차인지 세는것도 잊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의 심정 누구나 겪고 있을겁니다.
    게다가 큰아이가 신경쓰인다면 훌훌 털고 관두라고 말씀 드리고 싶지만
    또 다시 직장을 잡으려면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내가 사람을 구하려 하면 쓸만한 사람 없지만
    또 내가 직장을 구하려하면 제대로 된 직장에서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차라리 기왕 잡혔으니
    당분간 이삼개월 만이라도 무급휴가라도 달라고 하심은 어떨까요?
    퇴직금 중간 정산하여서 퇴직금으로 두세달 생활해 보시고
    그때도 회사에서 계속 나와 달라 하시면 그때 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음을 정하기도 쉽고 아이와 생활도 해보시고요.

  • 4. .
    '08.3.13 10:49 AM (122.32.xxx.149)

    원글님께서 퇴직 후에 어떤 진로를 원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다른 일을 원하시기 때문에 퇴직하는거라면 반대합니다.
    특히나, 적성에 맞는일...전공하신 의류쪽.. 이건 너무나 아니구요.
    전공만 했고 이미 많은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그쪽 흐름을 따라가실수도 없으실테고,
    설사 어찌어찌 취업하신다 하더라도 의류쪽은 박봉에 많이 힘드니까요.
    전업으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라면 나쁘지 않으신 생각 같아요. 더구나 아이가 틱이라면...
    그런데 직장에 다니던 주부들 그만두고 전업으로 들어앉으면 많이들 답답해 하는걸 봤어요.
    특히 살림 취미없고 외향적인 성격의 분들은 대부분 그렇던데요.
    잘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세요.

  • 5. 퇴사
    '08.3.13 11:01 AM (121.162.xxx.230)

    퇴사에 한 표 던집니다. 일단 연월차 법정으로 지정안된 회사를 15년이나 다니시다니..
    그 점만으로도 엄청난 일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도 더 늦기전에.. 맞는 일이구요
    사장 바로 밑에서 관리 팀장으로 일한다는 거, 별로 보람있지 않습니다.
    돈이 절박하고 긴급한 사안이 아니라면 자기를 추스릴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퇴사하겠다는 직원에게 있어달라는 보스도 나쁜 분은 아닐지 모르지만
    일단 퇴사말이 나온 시점에선 무조건 그 회사를 그만두는게 순리입니다
    있어봐야 좋을게 없습니다.
    인수인계절차는 냉정하게 서류적으로 마무리해놓으시고
    한달안에 사람이 나타나던 말던 팀 내에 미루시고 그만두시는게 좋습니다.

  • 6. 원글
    '08.3.13 11:05 AM (211.106.xxx.53)

    퇴직후에 재취업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선은 아이들과 지내면서 창업을 준비하려구요..
    의류는 아니고 평소 생각해두었던 분야에 대해 공부도 하고 시장조사도 하면서
    여유있게 준비할 생각입니다.
    위의 퇴사님 말씀이 아주 시~원하시네요.
    회사안에서의 제위치를 정확히 아시는것 같습니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는것 같습니다.

  • 7. ..
    '08.3.13 11:08 AM (121.136.xxx.8)

    저도 이제 38..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장 다니다 2년 대학 다닐때 빼곤 계속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5-6년정도씩 일하고.. 짬짬히 공부한다 학교도 가고, 학원도 다니고, 취미생활삼아 춤도 배우고.. 이제는 결혼해서 애도 있네요..
    문득 문득 집에서 애나 키울까// 하다 집안일 젬병, 육아 젬병에서 걸립니다.
    넉넉히 쓰고 살다 다시 못 쓰게 되서 스트래스 생기는것도 무섭구요.
    이제 전 아기가 6개월 입니다.. 엄마 손 많이 필요하다 하는데.. 초등 5학년까지는 아무래도 엄마손이 필요한 때입니다.. 언제는 아닌 때가 있을까요..(애 낳은 책임이죠..)

    잠깐 여행 가시면 어떨까요.. 하루이틀 연이어 휴가 내어 주말까지 해서 다녀오심 기분전환도
    되실테고.. 리푸레쉬가 될듯 해요..
    엄마가 끼고 있어 아이가 변하지는 않을테지만. 좀 좋아지긴 하겠지만.. 그것도 한계이고
    엄마가 잘 케어가 되어야하는데. 저같이 육아 젬병인경우는 전문가 집단이 더 적합합니다
    직장맘의 항상 고민이잖아요.. 맞벌이에 회사일에, 육아와 집안일까지..
    그러다보면 여러가지 우울한 마음. 사회적 분노, 혼자서 동동 거려야 하는 처량함에 배우자에 대한 분노등.. 스스로를 갉아먹을 대상이 너무 많아요..
    휴식이 필요한 때구. 충분히 휴식했을때 결론 내도 늦지 않습니다..

  • 8. 엄마
    '08.3.13 11:31 AM (147.43.xxx.243)

    원글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요? 글을 읽었을때는 아직 젊으신 분인것 같은데....
    당분간의 휴가나 여행으로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이을 키우는 엄마이고 직장생활20년으로 40대 중반을 가고있는 사람으로 요즘 수도 없이 퇴직에대해 생각하고 고려중에있는 입장이라 남일 같지 않아 글을 남깁니다.
    원글님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아이들이라면 아이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고있고 또 엄마의 보살핌으로 아이가 행복해하고 좋아질 수 있다면 원글님이 퇴직을해도 경제적으로 궁핌하지 않다면 퇴직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그리고 직장에서 떠난 마음으로 그리고 한번 퇴직의사를 표명한 상황에서는 계속 회사생활하는게 즐겁지는 않겠지요.
    저도 적절한 기회만 되면 20년 직장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내 삶의 여유를 가지고 싶네요. 경제적인 부담만 없다고 삶이 여유있고 행복한건아니라는 결론입니다. 여자가 직장다니느라 소중한 가족을 갉아먹는 상황이 되다면 글쎄요.......

  • 9. 소금별
    '08.3.13 11:32 AM (203.239.xxx.53)

    돈도 좋지만 아이가 틱이 있으면 돈많아두 아무소용없죠.울아들 초등4학녕인데,
    작년에 머리흔드는 틱생겨 한달동안 머리흔들어 대는데,무지 힘들었어요.정신과를 갈까
    생각했는데, 한의원갔더니 한의사 선생님 참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한약 두재먹고나았어요
    심하지않으면 금방고쳐요

    심하면 한약과침을 동반해서 치료하면 된다니까, 빨리 고쳐주세요
    요즘애들 틱하면 왕따시키고........에휴 남의일이아니에요
    저는 전업주부라 사교육비 많이들고 힘들지만 좀만참아요^^
    님은,지금 잠시쉬었다가 다시일할수 있잖아요
    저처럼 전업주부아니고 일하던 사람이라 직장구하기도 쉬울거고^^
    힘내세요~^^ 파이팅

  • 10. ...
    '08.3.13 11:40 AM (122.40.xxx.5)

    아이 문제는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는건 아니에요.
    엄마가 더 늦기전에 같이 생활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셔야 할거 같아요.
    냉정하게 생각하시고 퇴직하세요.

  • 11. ..
    '08.3.13 12:24 PM (211.45.xxx.250)

    윗님 처럼 저도 퇴직하시는게 좋을꺼 같아요.. 3년동안 틱장애까지 있는 아들을 두고
    직장 생활 하셨다는게.. 저라면 바로 퇴직했을꺼 같네요.. 아드님이 지금 엄마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을까요..

  • 12. 아..
    '08.3.13 1:43 PM (220.117.xxx.165)

    경제적인 상황이 어떻게 되시는지는 모르겠는데요, 경제적으로 죽도록 힘든 상황이 아니시라면
    일단 직장을 그만두시고 아이를 정상적으로 키우는 것이 우선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엄마 인생'보다 '아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아픈곳이 있다면 돌봐줘야 할 사람은 엄마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체방법이 없어요.
    치료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치료도 더디고 돈도 시간도 훨씬 많이 들어가요.

    틱장애를 보이고 있다면 그건 큰 문제의 한 부분이 삐죽 고개를 내민겁니다..
    아이의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억눌림이 엄청난거에요.
    그러한 감정들을 어린 아이가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서, 틱행동으로 새어 나오는 거구요.
    물이 가득찬 댐벽에 뚫어진 구멍으로 물이 졸졸 새는거랑 똑같습니다.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저라면 직장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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