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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알버트가 뭐고?

... 조회수 : 1,776
작성일 : 2008-03-12 13:37:24
며칠전에 환갑을 한참 지난 언니가 왔습니다

올해 대학간 제 딸아이가 독립을 하고싶다고 해서 작은 아파트하나를 얻어 살림을 내 줬는데 제 큰언니가 조카아이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고싶은마음에 집에서 한번도 안쓴 그릇이며 곡식이며 참기름이며 심지어는 명절에 선물들어온 식용유까지 챙겨왔더군요
그중에 막내언니가 큰언니에게 쓰라고 줬던 커피잔한셋트가  섞여있었습니다
제 딸아이에게 꽃무늬가 요란해서 좋아할지 어떨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하나씩 비닐에 돌돌말은 커피잔을 꺼내놓는데 보니 로얄알버트 올드컨트리로즈 시리즈더군요
"로얄알버트네!"
제 딸아이말에 언니가 반문합니다
"로얄 알버트가 뭐고? "

늘 할인점 흔한상표의 그릇들로만 밥을 먹는 제 딸아이도 어디서 줏어들은건 있어서 비싼 그릇상표는 다 꿰고 있으니 시집갈때 시덥잖게 눈만 높여 혼수준비해야하는건 아닐런지..-,-;


자주 찾진못하지만 어쩌다 한번씩 가보는 언니네 주방은 요지경입니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와 웨지우드와 포트메리온이 공존합니다
웨지우드접시위에 시장에서산 멜라민접시가 포개져 설거지통에 굴러다닙니다
작은언니는 큰언니의 살림살이를 알면서도 늘 좋은그릇들이 생기면 다른형제들에겐 하나 안주면서 큰언니에게 항상 보냅니다(작은언니의 직업 특성상 소위말하는 명품그릇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그저 "좀 괜찮은 그릇들이니 험하게 다루지말라'는 정도의 언질만 주는 작은언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합니다
큰언니가 그 그릇들의 가격을 알면 분명 '미친짓거리'한다며 손한번 대지않을터이고 좋은그릇에 평생 밥한번 먹어보질 못할것이 뻔한일입니다
어릴땐 어릴때대로 고생하고 자라선 부모없이 동생들 키우느라 허덕대느라 늘 사는일이 편편치않았던게 언니의 삶입니다

소위 말하는 명품그릇을 시장에서 구입한 사기접시보다 촌스럽고 꼴같잖다고 타박하며 시골 부엌에서 막그릇으로 전락시키는 큰언니의 안목이, 괜한 허영에 들뜬 마나님네 안목보단 한수위라는걸 시시때때로 느낍니다
언니네 밥상엔 멜라민접시. 사기접시. 투박한 옹기그릇. 로얄알버트가 뒤죽박죽섞여있지만 그손맛은 누구도 감히 따라올수없는 사랑과 깊음이 있습니다

이모네 고양이의 이빨빠진 밥그릇이 영국황실의 그릇이라고 광고하는 그릇이라는걸 알면 대체 이모가 뭐라고 욕을 해댈것인지 궁금해 죽겠다며 깔깔대는 딸아이에게 어른두고 그렇게 놀리는게 아니란말로 타박하고나니, 악의없는 놀림이긴 하겠지만 조카아이에게까지 놀림거리가 되는 언니의 삶이 더 측은하고 고단하게 느껴져 가여운 생각이 듭니다



IP : 122.35.xxx.17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3.12 1:41 PM (203.229.xxx.126)

    정이 깊은 자매사이가 좋아보입니다...
    모두 건강하게 오래 함께 하세요

  • 2.
    '08.3.12 1:44 PM (221.148.xxx.13)

    저도 그런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원글님 어떤 분이실까?
    궁금합니다.
    글을 참 잘 쓰신다 싶어서요.....

  • 3. 마음이
    '08.3.12 1:45 PM (122.36.xxx.156)

    따뜻해집니다... 행복하세요!!

  • 4. ...
    '08.3.12 1:56 PM (211.209.xxx.93)

    자매간의 우애가 참 보기 좋습니다^^

  • 5. 뭉클
    '08.3.12 2:00 PM (211.59.xxx.51)

    마음 따뜻한 글입니다.
    괜스레 눈이 붉혀지니...

    원글님 책임 지시와요. ㅜㅜ

  • 6. 이런글
    '08.3.12 2:05 PM (211.45.xxx.170)

    보면 역시 자매가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자형제 없는 저로써는...정말 부러울 뿐이여요.
    그 우애... 꼬옥 지켜나가시길 기도해요.
    큰언니에게 더 잘해주시고요^^

  • 7. 아~
    '08.3.12 2:15 PM (125.131.xxx.60)

    부럽당..
    남동생만 둘인 저는 늘 외로워요..
    올케들 아무리 잘해줘도 동생삼기엔 2%부족한, 시누이들 동생삼기엔 200% 부족한 ..
    넘 넘 부러워요.. 남매만 둔 저는 울 딸도 가여워요..딸 낳을 자신 있음 지금이라도 함...ㅋㅋ

  • 8. ...
    '08.3.12 2:54 PM (203.248.xxx.3)

    따님이 눈썰미가 있네요. 전 학교 다닐때 그런거 하나도 몰랐는데... ㅎㅎ

  • 9. ㅎㅎㅎ
    '08.3.12 2:58 PM (121.140.xxx.109)

    저도 로얄 알버트 커피잔 있어요.
    미국 사는 올캐가 시어머니께 드린...그러니까 저의 친정엄마에게 드린 것.
    언젠가 명절에 친정에 가보니
    꽃무늬가 은은한 예쁜 잔이 있길래 뒤집어 보았지요.
    로얄 알버트 rose chintz series, 옐로우 리본이더라구요.
    "엄마, 이거 예쁘네..."
    "그래, 그럼 너 가져가라..."
    낼름 집어 왔습니다.
    딸년은 다 도둑년~~~~

  • 10. 행복..
    '08.3.12 4:53 PM (211.215.xxx.58)

    언니만 행복하면 됩니다. 로얄알버트인지 포트메리온인지 웨지우드인지는 중요하지않죠..
    언니를 챙겨주고 가족을 생각해주는 그마음만 있으면 되지요... 측은하게 생각안하셔도 되요..

  • 11. 이런글
    '08.3.12 10:39 PM (122.128.xxx.151)

    너무 좋아요
    가슴에 온기가 돌아서...
    원글님도 언니들도 모두들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 12. 눈물녀
    '08.3.13 10:20 AM (116.33.xxx.151)

    아침부터 눈물 펑펑.
    원글님 미워요

  • 13. 따뜻한
    '08.3.14 9:10 AM (58.239.xxx.13)

    글 좋아요...
    언니분께서 정말 감각 있으신 분이네요. 한 종류, 한 디자인으로 그릇 갖추고 사는 건 결혼할 때 그러는 거죠.
    살림 살다 보면 그렇게 온갖 그릇들이 용도별로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투박해 보이는 옹기도, 몸에는 안 좋겠지만 가볍고 빨리 끓는 양은 냄비도, 투명한 크리스탈도, 뜨거운 것만 피하면 두루 쓰기 좋은 멜라민도 다 필요하고 제 자리에서 긴요히 쓰입니다.

    글만으로는 이모가 고양이에게 -이빨 빠진 거라도- 명품 비싼 그릇에 밥 주신다고, 그게 얼마짜린지 알면 기절하실 거라고 웃는 따님 얘기에 그저 같이 빙그레 웃게 되는데...조카아이한테까지 놀림이 되는 언니 때문에 맘이 그러시다니 뭔가 다른 일이 있으신가 봐요.

    잘은 모르지만 따님은 그냥 이모가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져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악의는 없다고 하시니까요. 부모보다 조부모나 이모, 삼촌이랑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잖아요.

    만약에 그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얕보는 마음이 보이신다면 따끔하게 혼을 내시구요.
    (근데 사실 이런 건 주위 어른들 하는 말을 듣고 그러는게 많아요)
    아님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이모 땜에 우리 엄마나 아버지가 고생한다, 힘들어 한다고 느껴서 그럴 수도 있구요.

    행복...님 말씀대로 언니분이 행복해하고 만족하시면 누구도 불쌍하게 여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로얄 알버트 화려난만한 장미 무늬 화사해 좋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땐 너무 극성맞아 보이고 튀어서 질릴 때도 있어요.
    비싼 그릇은 무늬나 디자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볍고 얇고 섬세해서 돈값 하니까요.

    언니분이랑 오래오래 건강히 우애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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