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 늦게 일을 보고 점심시간 전에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헐레벌떡 뛰어 가고 있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어 서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머리는 하얗고 한손엔 지팡이도 간신히 쥐고 계시는 할머님이 제가 종이 쪽지하나 들이미시며 딸네집에 가는데 길을 잃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쪽지에는 처음 보는 집주소와 핸드폰번호 만 적혀 있더군요.
저도 모르는 길이라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서 사정 얘기를 했습니다.
얘기 끝에 전 정말 빨리 사무실로 들어가 봐야 된다는 얘기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전화기에서 정말 어이없는 얘기가 들려 오더군요..
" 아..네... ***백화점 앞에 정류장에서 몇번몇번버스 오거든요. 코너만 돌면 바로 내려서 골목 어쩌고 저쩌고..."
기가 막히더라고요.
제가 " 지금 제가 거기까지 모셔다 드리지도 못하고요. 사무실로 들어가야되거든요.여기로 모시러 오시면 안되나요??"
"아...그러니까 몇번버스만 타고 거기서 내리면 저희 엄마 길 아세요.."
할머님을 바꿔 드렸더니 귀가 어두워 전화 통화를 못한다하신다 그러고..
전화기 넘어로는 어이없이 제게 길 설명만 열심히 하고 계시고...
어떻게 해서 그 정류장까지 할머님을 모셔다 드리고 힘드시다 해서 택시를 타고 가셨습니다.
5분 거리도 안되는 거리 힘드셔서 세번은 쉬었다가시고...
귀도 어두우신 어머니를 며느리도 아니고 딸이 그렇게 한다는 게 정말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할머님 택시 타고 가시고 전 다시 그 분한테 전화 드렸습니다.
그래도 가셨다는 얘기는 해야할꺼 같아서요.
여차저차 설명하니 그분 하시는 말씀이...
"설명 잘 하셨죠?? 거기서 내려서...어쩌고 저쩌고.."
짜증이 확 밀려오는걸 참고 "네.." 했더니 고맙다는 말 쌩하니 하시고 똑 끊어 버리더군요.
지팡이 집고 다니시는 저희 어머님 생각이 나서 일단 모셔다 드렸지만...
나름 좋은 일하고 정말 씁쓸하고 기분이 이상하네요..
그 할머님...
잘 들어가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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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잃은 할머님과 정말 어이없는 그 분의 따님...
조은일하고 씁쓸.. 조회수 : 2,389
작성일 : 2008-03-10 22:34:09
IP : 125.133.xxx.111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ㅠ
'08.3.10 10:41 PM (124.5.xxx.246)그래도 잘하셨어요.
내맘은 그래도 편하잖아요.ㅠ
그런데 왜 그랬을까요? 딸이? ......2. 장난아니다
'08.3.10 10:42 PM (121.189.xxx.82)딸 너무한데요;;;
3. 윗글이..
'08.3.10 10:49 PM (125.133.xxx.111)솔직히...그 할머님 집에서 구박받는 뭐 뉴스에 나오는 그런 할머님일까봐 걱정이 되네여...
군데.. 혹 그 따님 82회원은 아니실지???4. 저는...
'08.3.10 11:04 PM (121.140.xxx.109)공원에서 운동하다가
엄마 잃고 우는 애를 데리고 있다가
우여곡절 끝이 엄마 찾았거든요.
아이는 '엄마~'하면서 울며 달라드는데
엄마는 멀뚱멀뚱
아이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은 커녕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구요...내 참...5. 저는2
'08.3.10 11:50 PM (121.88.xxx.226)전철역 내에서 우는 아이, 부모님 전화번호를 소지하고 다니길래 전화했습니다.
엄마랑 전철에서 헤어졌는데- 아이가 모르고 혼자 내렸답니다.- 그 엄마 핸드폰 절대 받지 않습니다.
(아이 잃어버린거 아직도 모르는 상황일까요?)
회사에서 일하는 아빠랑 통화가 됐는데 의외로? 너무나 담담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친구랑 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아이를 훈련시키는 건가??
아빠가 과연 아이를 찾으러왔을까 의문이 생길정도...
역사무실에 맡기고 부모 전화번호도 남겼으니 기우겠지만요.6. 그거
'08.3.11 12:33 AM (211.59.xxx.51)참 못된 딸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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