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글쓰기가 취미가 된 제 남편의 글입니다.
남편의 글이지만 참 감동적입니다.
남편은, 언제나 부인과 모든 여성에게 주체적인 삶을 강조하는, 고마운 남성 중 한분입니다.
어제는 술 한잔 하고 오셨어 잠바 벗으며 하는 말 " 벗기만 하면 챙겨서 걸어주지요?"
저는 벙긋 웃으며 " 당연하지요" 했습니다. 술에 몸이 힘들어 제게 부탁하는 거랍니다.
평소 본인이 직접하다가 제가 한번이라도 옷가지를 정리 해주면 고마워합니다.
말은 없지만 지금껏 살아보니 당신의 진심이 느껴져 감사합니다.
신혼 초, 집들이 후 설겆이를 도와 주며 " 이건 정말 힘들어서 남자들이 해야겠다 " 라고 말합니다.
남들은 연애때는 잘해 주더니 지금은 아니라고 불평합니다.
저는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부인을 -여성을 - 한 인간으로 존중해주는 남편이 한 없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남편의 글을 옮겨 봅니다.
다들 행복하시길
===========================================================================================
아내는 여자입니다
퇴근길, 바람에 묻어오는 형형색색의 향기
작은 꽃가게엔 한아름 봄이 피어있습니다
핀잔을 들을 텐데 걱정도 앞서지만
꽃을 고르는 시선은 분주하기만 합니다
한아름 봄을 안고 집으로 향하는 길,
교복 입은 소녀들의 시선이 조금은 멋쩍습니다
"웬 꽃이야?, 이거 얼마야?"
일주일 반찬값이라며 푸념할 땐
알뜰한 내 아내지만
꽃병 찾아 온 집안을 휘젓는 모습은
어느새 여자가 되어 있습니다
- 작가를 모르겠습니다 -
<아내는 여자입니다> 시는 생활 속의 이야기에 잔잔한 미소와 함께
‘여자가 많이 배워서 머 하게’ 라는 할아버지들의 생각을 떠올려 줍니다.
아름다움 뒤에 드리워진 슬픔이 가시지 않네요.
김춘수 시인의 <꽃>에 다음 구절이 나오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은 자아가 없는 식물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꽃이라고 이름을 불러 주어야 비로소 꽃이 됩니다.
그러나 여자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격적 주체입니다.
‘일주일 반찬값이라며 푸념할 땐 알뜰한 내 아내지만
꽃병 찾아 온 집안을 휘젓는 모습은 어느새 여자가 되어 있습니다’
표현은 저에게 못마땅하게 다가옵니다.
이 구절에서 '아내는 고리타분하고 여자는 매력적이다' 는 뉘앙스가
교묘하게 녹아 있습니다.
작가가 의도적이진 않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저에겐 그렇게 비칩니다.
내 친구 주부님들은 아내도 여자고 여자도 아내라고 정확하게 지적해야 합니다.
양보해서 설사 당신들은 은연중에 그렇게 길들여졌을지라도
당신 딸들은 세상 남자들을 길들일 수 있게 하십시오.
그래야 일정 수준의 균형이 이루어지겠죠.
박수치세요 박수
박수를 받았으니까 제가 김춘수 < 꽃 >을 조금 바꾸어 볼께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
내가 먼저 ‘자유’라고 나를 불러 주었다.
내가 자유라고 스스로 이름을 부르자
사람들은 나를 자유인이라 다시 불러 주었다.
그전에 난 단지 주부에 지나지 않았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감동적인 남편의 글입니다.
언제나 조회수 : 1,357
작성일 : 2008-03-07 15:04:57
IP : 59.22.xxx.14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어멋!
'08.3.7 3:41 PM (116.122.xxx.60)울 남편이 젤 좋은 남편인줄 알았는데
더 좋은 남편이 있을 줄이야...ㅜ.ㅜ
아웅~ 넘 멋지세요~~~2. ㅋㅋㅋ
'08.3.7 4:53 PM (218.209.xxx.86)맨 마지막은... 자유인 주부.... 자유부인이네요..ㅋㅋㅋㅋ...
3. 아! 이
'08.3.8 4:39 PM (125.178.xxx.15)님 도로 도로묵 만드신거 아세요
모두가 자유인이죠
단지 주부라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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