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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남편과 삽니다.

내남편 조회수 : 7,759
작성일 : 2008-03-03 17:44:38
제 남편 얘기예요.
제 남편은 야망도 꿈도 성공에 대한 열망도 명예욕도 전혀 없어요.
돈도 잘 못 벌지만 앞으로도 큰 돈 벌 생각도 없는 사람이에요.
당연히 저희는 부자가 아니지만 양가가 경제적으로 넉넉하여 그나마 다행이지요.
그렇다고 물려받을 유산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양가 부모님이 모두 유산 없다 생각하라 하셨고
저희도 그리 알고 살고 있어요.
직장만 꼬박꼬박 다니고 있는데요 직장에서 인정 받아 빨리 승진할 생각도 없어요.
요행수를 바래서 로또 같은 것을 사지도 않고, 주식이니 펀드니 관심도 없어요.
취미도 없고 종교도 없어요.
술이나 여자를 좋아해서 속을 썪이지도 앖아요.
먹는 걸 밝히지도 않고 몸에 좋다면 다 찾아 먹는 스타일도 전혀 아니죠.
그냥 하루하루 마음 편히 살아가면 그 뿐인 사람이에요.
공부도 할 만큼 했는데 왜 저렇게 목표 없이 의욕 없이 사나 싶을 때도 있었어요.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사는 게 너무 재미없고 빠릿빠릿한 사람들에게 한없이 뒤쳐진다는 생각에
우울했던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남편이 참 좋네요.
큰 욕심 안 부리고 하루하루 느긋하게 사는 게 바로 행복이구나 싶어요.
배고파도 밥 달라는 소리도 잘 안 할 정도로 천하 태평인 제 남편
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항상 발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늘 계획하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이제는 이렇게 유유자적하는 삶이 어쩌면 나에게 더 맞는 삶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과론적인 행복관에서 벗어나게 된 걸까요?
IP : 211.55.xxx.245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3.3 5:47 PM (218.145.xxx.97)

    그나마..양가가 넉넉하기때문에..
    느긋하게?살아도 꼴뵈기싫지 않을겁니다.
    쥐뿔도 없도 비빌언덕도 없는데 남자가 열심히 사는 욕심도 없다면..
    생각이 달라지지않을까요?

  • 2. 내남편
    '08.3.3 5:49 PM (211.55.xxx.245)

    비빌 언덕 없어요. 유산 상속 기대도 말라 단단히 못을 박으셨답니다. =,,=

  • 3. 무소유,,
    '08.3.3 5:52 PM (121.143.xxx.112)

    남편분이 법정 스님이 쓰신 무소유 책에 딱 맞는 분인거 같아요..
    모든것에 집착을 버리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가요..
    평화로워 보이시네요.. 부러워요..^^

  • 4. ^^
    '08.3.3 5:52 PM (211.210.xxx.62)

    걱정 근심 없는게 바로 행복이죠. ^^
    살아가면서 가치관이 자꾸 변하는가봐요,
    그래서 수호지는 젊어서 삼국지는 나이 먹어서 읽으라고들 하는지...

  • 5. 오...
    '08.3.3 6:00 PM (116.122.xxx.60)

    가치관 비슷해요.
    제 남편도 그래요.
    심지어 아기 욕심도 없어요.
    지금 즐거우면, 지금 행복하면...
    흥청망청, 허랑방탕도 아니면서 성공, 명예를 바라고 살지도 않는...
    낼모레 마흔인데, 그래서 그런가
    좀 덜 늙어뵈긴 해요.^^

  • 6. 전에
    '08.3.3 6:01 PM (116.126.xxx.26)

    제가 알던 어느 부부랑 비슷합니다.^^

    주어진 데서 만족하고 거기다 알뜰해서 수입의 절반가량을 무조건 저축하고,

    겉보기엔 바쁘고 많이 벌 것 같은 우리보다 더 실속있고 근심없고......

  • 7. 부러워요
    '08.3.3 6:29 PM (121.140.xxx.35)

    그런 남편과 좀 살아 봤으면 싶네요.
    성질 급하고
    워크홀릭이랄까...
    내 보기에는 그렇게 까지 안해도 될듯 한데...
    내게도 맨날 재촉하는게 일이고...
    나까지 괜히 분주하게 살아요, 바쁘지도 않은데...

  • 8. 오오
    '08.3.3 6:35 PM (123.214.xxx.167)

    제남편과 너무 비슷...ㅜㅜ
    물욕이란 없는 사람이에요...그냥저냥 회사 다니면서 남들 고속 승진하고 연봉인상하는거 보면서 '...그렇대'라고 말 한마디 툭 던지면 그만이죠.
    욕심많은 저만 발 동동 구르고 밤에 잠이 안옵니다....ㅠㅠ
    평생 갖고 싶은 물건도 없고...누가 사다주면 그냥 받아서 쓰고...회사도 제가 나가서 돈벌어오라고 닥달하니 나가는거 아닌가 싶네요...ㅜㅜ
    저희도 다행히 양가 노후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는데 물려받을 재산도 없습니다.
    제 집 한 채 가져보지 못하고 살게될까봐 밤에 잠이 안오고 가슴이 타네요...
    그나마 울신랑은 자식욕심은 있어서 딸아이 하나 키우는데 만족 못하고 하나 더 낳자고 하는데 욕심많은 저는 하나있는 자식이라도 아쉬운거 없이 키우고 싶어서 아이 더 낳기 싫네요...

  • 9. 부러워요2
    '08.3.3 6:49 PM (219.248.xxx.182)

    제 남편도 워크홀릭인것 같아요...
    저까지 사는게 피곤하네요...

    '큰 욕심 안 부리고 하루하루 느긋하게 사는 게 바로 행복이구나 '
    란 말씀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 10. ..
    '08.3.3 7:20 PM (121.170.xxx.96)

    제 남편과 비슷해요. 단 하나 배고프면 밥 달라는 소리는 아주 크게 하지요.
    일요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이상하게 째려 보는 눈초리가 있다면..그건...
    배고픈데 뭐 좀 챙겨 달라고 할까 말까 고민하는 남편의 눈초리거든요.ㅎㅎ 섬뜩하지요.
    뭐 그래도 꿋꿋이 자지만..
    물욕이 어느 정도로 없냐면....세배돈 10만원 친정서 받은 것을....
    1만원은 아이 용돈으로 주고, 9만원은 저 주더이다.ㅋ..
    암튼..그래서인지 본인은 무지 행복해요. 배만 부르면 말이지요.

  • 11. 사실
    '08.3.3 7:40 PM (211.192.xxx.23)

    아무리 빠릿빠릿해봤자 마지막은 다 비슷해거든요,저는 원글님 남편이 잘하는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12. .
    '08.3.3 7:58 PM (218.148.xxx.194)

    좀전에 인간극장 보고 마구 속터져하고 있었습니다.
    내 남편도 아닌데.. 함께 사는 여자와 아이들이 안됐단 생각이 어찌나 들던지...
    원글님 남편분....
    또.. 제 남편...
    그리고 저 역시...
    큰 욕심 안부리고 그냥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좋은 것 아닐까요???
    전 티비 속에 나오던 남자와는 단 1초도 함께 못살 것 같더라는....
    아우~~ 울 남편 오늘 따라 무지 고맙고 사랑스럽네요..
    오늘 야근한다해서 아쉽네...

  • 13. 우리
    '08.3.3 10:53 PM (116.43.xxx.6)

    오빠를 보는듯 하네요..
    문제는 울 아버지가 손녀들까지 줄줄이(4명) 데리고 그렇게 사는게 안타까워서
    뭣하나 못해주고 싶어서 안달이라는게 문제죠..
    울아버지 환갑넘어서 아들네 밥 더잘벌어 먹이려고 어찌나 고생하는지
    눈물겨워요..
    제발 오빠가 좀 아득바득 사는 인생관을 가졌으면 좋겠답니다..
    저는...

  • 14. 배고파도
    '08.3.4 10:12 AM (211.212.xxx.43)

    밥 달라는 소리 안하는게 제일 부럽네요 ^^

  • 15. ^^
    '08.3.4 10:21 AM (61.105.xxx.225)

    울남편도 원글님 남편 같아요..
    하고 싶은것도 없고 돈 많이 벌고 싶지도 않고..
    지금 이렇게 아프지 않고 사는게 얼마나 좋냐..이래요..
    다만 배고프면 밥달라고 해요..ㅋ 안주면 찾아먹긴해요..

    전 반대로 늘 안달복달..노심초사..
    걱정근심 쌓아놓고 살죠..

    처음엔 저도 남편이 이해가 안됐는데..지금은 아 저사람처럼 살면 좋겠다 싶어요..
    꼭 이 세상 치열하게 살면서 뭘 쟁취해야하는건 아닌데..
    다들 성공못해서 안달이구..
    티비를 보면..아무것도 안하고 사는 사람 바보 취급하고..

    그저 무엇보다 건강한게 최고인데..
    결혼하고 10년이 넘으니..남편처럼 사는것도 좋겠다..싶네요..
    근데 뭐 솔직히..제가 아둥바둥 안했으면..이 집이라도 장만했을까 싶긴해요..ㅋ

  • 16. 저도
    '08.3.4 11:33 AM (220.117.xxx.29)

    남편이 그런 편이에요.
    전 야심 많던 욕심쟁이구요. 느긋한 남편의 능력이 아깝고 아쉽고
    한심하기도 하고 또 너무너무 부럽기도 했어요.
    난 가만 있어도 힘든데 저 사람은 할 거 하면서도 여유있는 게 어찌나
    배가 아프기도 하던지...
    20여년 산 지금 생각하니 열심히 살지 않은만큼 이루어놓은 게 별로
    없기는 해요. 하지만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저도 남편 따라 많이 여유로워졌지요.
    그리고 아이들 정신 건강에는 남편이 훨씬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늘 괜찮아, 뭐 어때 하니까요. 지금도 전 좀 아쉬운 마음이 있긴 하지만
    애들 보면 아빠로서 괜찮은 거 같아요.

  • 17. 가치관
    '08.3.4 1:31 PM (218.148.xxx.142)

    차이지만 ....
    저는 젊어서는 남편분같은분 사실 어느정도 속으로 경멸했었어요
    하지만 나이들고 보니 세상바라보고 사는 것이 명예욕 성취욕 등등에
    사로잡혀 사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것인지 알겠더군요
    내 일상에 늘상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사는 삶도
    정말 가치있는 삶이라는 것을 요즘은 알겠어요

  • 18. 음..
    '08.3.4 4:34 PM (211.212.xxx.53)

    술 좋아하는 거만 빼면 저희 남편이네요. 결혼한지 이제 14개월입니다. 행복하진 않지만 잘 살아보려고 님처럼 좋은 쪽으로 생각했어요. 근데 또 제 마음을 아프게합니다. 남편이 몰래 약먹다 걸렸는데 살살 달래서 건강검진 숨긴걸 보여달랬어요. 중증고지혈증에 알콜성간염이랍니다. 보험가입도 어렵구요. 시댁 지지리 못살구요. 친정에선 제가 안받고 있습니다. 남편이 은근이 기대는 거 보기싫어서요.
    가치있는 삶.. 이젠 마음을 더 비우고 갓 태어난 아기랑 제가 살아야 궁리만 합니다. 핏덩이같은 내 자식이 고등학교, 대학교갈때쯤 돈없어 공부못시킬까봐 염려됩니다.
    결혼하고 보니 현실이 눈에 보입니다.
    남자 착한거 .. 별거 없습니다. 삶에 짐과 멍에만 제게 안겨줍니다.

    11월에 건강진단 받고서도 연말 연초 .. 월말이면 새벽3시넘김니다.
    어제도 7시반쯤 오더니 거래처 전화받고 월요일부터 술마시러 갔습니다....

    마음을 비웁니다...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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