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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좋아하셨어요?

레몬향기를맡고싶소 조회수 : 359
작성일 : 2008-02-22 02:39:14


나는 그분들게 돈을 갖다 드린 일도 없고 엿을 사다드린 일도 없고 또 한 번도 절을 해본 일도 없습니다.
그분들이 내게 경제화를 사주시면 나는 그것을 신고 그분들이 모르는 골목길로만 다녀서 다 해뜨려버렸습니다. 그분들이 월사금을 주시면 나는 그분들이 못 알아보시는 글자만을 골라서 배웠습니다.
그랬건만 한 번도 나를 사살하신 일이 없습니다.
젖 떨어져서 나갔다가 23년 만에 돌아와보았더니 여전히 가난하게들 사십디다.
어머니는 내 대님과 허리띠를 접어주셨습니다.
아버지는 내 모자와 양복저고리를 걸기 위한 못을 박으셨습니다.
동생도 다 자랐고 막내누이도 새악시 꼴이 단단히 박였습니다.
그렇건만 나는 돈을 벌 줄 모릅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버나요, 못 법니다. 못 법니다.

「슬픈 이야기」 중에서


미발표된 이상(李箱)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지금 읽고 있는데 좀 어려운 수필도 많네요. 그래도 모처럼 학창시절을 회상하면서 공부하듯 열심히 탐독중입니다. 근데...!
왜 유독 이런 글귀에만 밑줄이 쳐지는 건지...이 못 말리는 속물근성.



IP : 221.162.xxx.11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katie
    '08.2.22 3:01 AM (72.39.xxx.30)

    이상.. 너무 좋아합니다..
    그분 글을 읽고 있으면 그분의 슬픔이 전해 오는듯 합니다..
    오래전에 (고딩때) 연대 방송반에서 하는 이상작품을 듣고 무지 충격먹고..
    다음날 이상에 대해 무지 열 올린 생각이나네요 ^^

  • 2. 저도
    '08.2.22 11:18 AM (203.241.xxx.40)

    좋아해요. 참 슬프고 그러면서 아름다운 글들이지요.
    요즘 아이동화책 사주다가 '황소와 도깨비'라는 동화책이 이상님이 지은 책이라는걸 알게되어 읽어준기억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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