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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가족사진 조회수 : 3,765
작성일 : 2008-02-18 23:20:41
참 내...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작년에 울 시아버지 칠순이었어요.

남편이 여섯형제 막내인데.. 이 날을 기념하여 뭘 할까 하다가 둘째 시숙 제의로 모두 모여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답니다.

칠순 잔치 끝내고나서.. 꽃단장하고 모인김에 그 대가족이 모두들 미리 예약한 근처 사진관에 가서 몇시간에 걸쳐 가족사진을 찍었더랬지요.

거진 반나절은 걸렸나 봐요.

식구가 모두 모이니 스물 일곱명이나 되니 포즈 잡는데만도 보통 시간이 걸린게 아닙니다.

먼저 시부모님 두분 사진 찍고..

그담에는 여섯 형제 각 가족과 시부모님 사진 찍고..

마지막으로 올스타 총 출동 사진 하나 또 찍고..

그렇게 사진을 찍었어요.


이번 명절때 그 사진 나왔다고 해서 각각 형제들 집으로 다 두개씩 액자해서 가져가기로 했어요.

설 전에는 사진 나온게 막 궁금하기도 했었어요. 어떻게 나왔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막상 시댁에 가서 사진을 보고 허걱~ 했지요.


글쎼 사진이... 하나는 사진만 우리집 4인용 식탁만하고(거기다 사방 10센티씩 액자가 있더군요.ㅡ.,ㅡ), 또 하나는 우리집 문짝 반 만하더군요.

그런걸 두개를 가져가랩니다.(하나는 전체 가족 사진, 또하나는 울 가족+시부모님 사진)

저희요.. 26평 삽니다. ㅡ.ㅡ;

집 좁아서 뭐 걸 공간 없습니다. 사실 좁은것도 사실이지만 살림이 많아서 도무지 빈벽이 없습니다.

애들 돌사진도 못 내놓고 삽니다.



일 처리는 다 큰시숙이 알아서 했는데 그 지경으로 해놓은 거지요.

그랬는데... 큰형님이랑 둘째형님이랑이 젤로 길길이 뛰면서 사진 너무 커서 집에 걸데 없다고 펄펄 뜁니다.

다른 식구들도 모두들 뜨악~한 표정입니다.




...저 한마디도 안거들고 그냥 옆에서 잠자코 있었습니다만..(막내인지라)

내심 저거 절대로 우리집에는 못가져 간다, 고 마음을 이미 굳히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우리집이 제일 좁습니다.

여섯 형제들중에 우리만 뺴고 다 40평대 이상 삽니다. 그중 셋은 5-60평대 삽니다.(시골이라... 절대 부자는 아님.)



그중 가장 넓은데 산다는 큰집과 둘째형님네서 길길이 뛰었으므로... 저는 뭐 더 할 말도 없었습니다.

걍 받아다가 장롱 뒷편에 곱게 모셔다 둘 생각이었습니다.

아니면 총대를 매신 큰시숙께서 이 문제를 심사숙고하여 좀 상식적인?? 크기의 사진으로 교체를 해주시길 기대하고 있었더랬지요.


그런데 명절 지내고 집에 오는길에 우연히 남편과 사진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아, 우리집은 곧 이사 예정이라 사진을 가져오지 않았거든요. 이사한다음 가져간다고..)

허걱! 남편은 저랑 완전 딴 나라 사람이더군요.

너무도 자랑스럽게 그 사진들을 집에다 걸 생각이 너무나도 확고한겁니다. ㅜ.ㅜ


제가 정신차리라고 했지요.

그걸 어디다 거냐고..

소파 뒷편 벽 하나 다 차지 할겁니다. 사진속 얼굴들이 뭐 그냥 주먹만한데, 불끄고 티비 보다가 우연히 고개 돌리다 시어머니랑 눈 마주치면 심장마비 걸릴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하나도 아니고 그런게 두개!! 입니다.

하나는 소파뒤에 건다 치고.. 그럼 또 하나는 어디다 거냐고..

그랬더니 이 남자, 안방에 결혼사진 치우고 거기다 걸면 된다네요.

절대 안된다고 했더니 그럼 티비 뒤에 건댑니다.


그래야 시부모님이 어쩌다가라도 우리집에 오시면 좋아하실거랩니다.

제가 미칩니다.


이런 상식 이하의 가족사진을 추진한 큰시숙도 어이가 없고..

우리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원칙만 내세우는 남편도 어의가 없습니다.



아마 사진 두개 걸고 나면.. 우리집에 마실오는 동네 아짐들마다 헉!하고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김일성 주석 사진도 아니고.... 우리 집안이 북한이야, 뭐야...ㅠ.ㅠ
IP : 122.34.xxx.9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2.18 11:26 PM (203.234.xxx.114)

    죄송한데요..님글보고 너무너무 웃었어요 ㅠ.ㅠ 심각한 상황인데 웃기기도 한 상황이라..
    전 아기 액자도 큰거 싫어서 작은걸로 여러개 하는데..아우...진짜 시어머님이랑 눈마주치면 심장마비 아니..명 단축시키겠어요 ㅠ.ㅠ

  • 2. @@
    '08.2.18 11:28 PM (218.54.xxx.247)

    한밤중에 완전 뒤로 넘어갔네요....ㅎㅎ 넘 웃어서 눈물이 찔금납니다.
    어쩐데요? 고민 많으시겠습니다.
    근데 무슨 가족사진을 그렇게 크게 하셨는지....에구....

  • 3. 가족사진
    '08.2.18 11:33 PM (121.53.xxx.238)

    가족사진...저는 갠적으로 그렇게 커다란 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집엔 자그마한 사이즈로 자그만 액자에 넣어서 화장대위나 거실과 방사이 연결되는 부분의 공간탁자위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혹시 남편분께서 그렇게 걸어놓으시는 걸 고집하신다면 님께서
    그사진을 자그마한 사이즈로 축소하여서 걸어두십시요
    사진관에 가지고 가시면 축소해줍니다

    그리고 혹시 시댁분들께서 님댁에 방문하시어 물으시거든 집이 협소해서
    그렇게 큰사이즈는 걸어두기가 좀 맞질않아서 작게 축소했노라고 웃으시면서 말씀드리세요

    요즘 집안에 그렇게 커다란 가족사진 걸어두는 집 드물던데요
    사진관사진도 예술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찍었다면 몰라도...
    제친구집엔 가족사진을 캐리커춰로 해서 걸어논집은 봤습니다

    뭐 집안 인테리어는 타인의 취향이시니깐 뭐라 하기 그렇지만요

  • 4. 울시어머니
    '08.2.18 11:44 PM (213.42.xxx.61)

    저희 시어머니도 그런 실물크기의 얼굴로 된 사진 좋아하십니다.
    그런 사진을 5년마다 찍자고 하시는데 돈은 안내십니다.
    사진값도 정말 만만치 않고 보면 허거덕 하는 얼굴크기!

    지난번 사진은 어떻게 하시나 봤더니
    액자는 부숴 버리시고, 사진은 떼어 내서 돌돌말아 보관하시던데
    정말 돈 아깝습니다.

    전 무슨 사진이든 앨범에 들어가지 않는 크기는 싫은데......

  • 5. ㅎㅎㅎ
    '08.2.18 11:46 PM (122.32.xxx.149)

    완전 시트콤에 나올만한 스토리네요.
    남의 얘기라 저야 웃으면서 봤지만 원글님 정말 황당하시겠어요.

  • 6. ...
    '08.2.18 11:49 PM (219.250.xxx.155)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이기는 한데 원글님이 글을 너무 재미나게 써주셔서...^^

    칠순기념 가족사진 말씀하시니 저도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저희 시아버지 칠순잔치에 사진을 찍는데...
    시어머님이 무슨 생각인지 며느리 사위 빼고 아들 딸하고만 찍고 싶으시답니다...

    솔직히 그 사진 속에 끼고 싶지도 않지만 기분은 더럽더군요...
    그래서 어머님 하고 싶은 대로 하시게 했습니다...

    결론은... 나온 사진을 보니 아들 2, 딸 2이 마치 서로 부부처럼 보여서...
    벽에 걸어놓지도 못하고 그냥 처박아 놓는 사진이 되어 버렸지요...ㅋㅋㅋ

    나중에 저희 남편이 어머님께 그 일로 며느리랑 사위들이 얼마나 기분나빴는 줄 아냐고 했더니...

    그걸 왜 진작 말을 안 해줬냡니다... 아니, 그걸 말해줘야 아냐구요...

  • 7. 안됐다...
    '08.2.18 11:50 PM (222.236.xxx.165)

    우리집 가족사진도..시댁 식구들이 총출동한 사진이지요...
    윗분처럼 그렇게 크진 않지만...언젠가는 없애버리리라 맘먹고 있어요...
    언제나 날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허걱..
    크지않은 사진이라도 애정없이 지켜보기란 힘들죠..우리도 큰 시숙이 추진한건데...

    근데요...글 읽고 한참 웃었더랬어요...속상할텐데...읽는 사람은 참 재미있네요..

  • 8. 사진에얽힌사연
    '08.2.18 11:56 PM (118.37.xxx.101)

    저의 결혼사진에는 엄마랑 단 둘이 찍은 사진이 없어요
    사진사 아저씨가 이모랑 찍은 사진을 현상하신거 있죠?
    한복이 둘 다 핑크라 헷갈리신 모양이예요ㅠㅠ
    한참을 속상했는데~~~~~
    가정의 평화를 위해 참으셔야 겠네요 ㅋㅋ

  • 9. 아이고 배야...
    '08.2.19 12:26 AM (116.37.xxx.163)

    "불끄고 티비 보다가 우연히 고개 돌리다 시어머니랑 눈 마주치면 심장마비 걸릴지도 모릅니다."

    이 대목에서 너무 웃었더니 눈물이 다 나네요.

  • 10. ㅎㅎㅎ
    '08.2.19 12:52 AM (123.214.xxx.182)

    속상하실 마음을 생각하니 웃으면 안되는데 넘 아까운 사연입니다. 라디오 사연이라도 보내세요.아님 시트콤 소재로 쓰면 안될까나요?^^;;;

  • 11. 웃겨서...
    '08.2.19 1:29 AM (211.208.xxx.128)

    이새벽에 집에 안오는 남편 기다리다 그냥 잘까말까하다가 들어왔더니 대박입니다.
    저희도 가족사진에 얽힌 에피소드라면 저 결혼전에 아버지께서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하셨어요
    그날 마침 예비사위인 신랑도 따라왔는데 자기 빼고 찍었다고 뒤에서 구시렁구시렁...

    몇년이 지나고 시아버지칠순잔치때 사진찍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시어머니 가족사진을 아들,딸 그렇게 찍었으면 한다 하시더군요.
    그때 삼남매 다 출가해서 아들딸 거느리고 있었구만..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어이구..우린 남이네'
    그랬더니 울신랑 이때다싶었는지 그 결혼전 친정 가족사진일을 이야기하는겁니다.
    아니, 그때랑 이경우랑 같냐구요.

  • 12. 에구
    '08.2.19 1:48 AM (220.121.xxx.226)

    한밤중에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그 심장마비걸릴듯한 심정을 이해도 가면서 글도 너무 잼있게 쓰셔서요..
    저같은 베란다에 걸어놓고 햇빛가리개로 쓰고싶네요..

  • 13. ㅋ ㅋ ㅋ
    '08.2.19 3:27 AM (218.235.xxx.225)

    아들땜시 맘이 많이 무거웠는데 이 밤에 소리내어 웃어 봅니다.
    우리도 가족 사진 2월에 찍었는데 큰것은 정말 그렇더라구요,

  • 14. 저도 웃었어요..
    '08.2.19 8:47 AM (221.145.xxx.26)

    원글님 무지 심각할텐데.. 저같아도 개거품 물었을겁니다..
    친정도 찍어서 똑같은 크기로 나란히 걸어놓자고 한 번 해보세요..
    저는 시어머니가 싫지도 않은데도.. 좋지도 않지만.. 암튼 시어머니 전용 벨소리만 나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든요..
    그런데 집에 걸려있을 생각을 하니..

  • 15. zeno
    '08.2.19 9:07 AM (121.134.xxx.82)

    원글님...
    글 읽다가 눈물이 다 났어요.....넘 재미있어서요...^^;;
    글도 글이고 그 상황을 머리 속으로 재연해보니 어찌나 웃기던지...
    두번 세번 읽었다는거 아님니까...

    그러지 마시고 이 글 방송국에 함 보내보세요...댓글처럼 시트콤 소재로도 괜찮고 라디오 청취자 사연으로도 괜찮구요...뭐 하나 받으시겠는데요...^^
    글을 어찌 그리 감칠맛 나게 쓰시는지...

  • 16. 어머~
    '08.2.19 9:40 AM (121.131.xxx.48)

    요즘은 가족사진 큰 거는 촌스럽다고 전체사진은 애들 스케치북만 한 거 하나... 핵가족 사진(^^:)은 4X6으로 뽑아서 탁자에 액자 세워놓고 끝이던데요...

    문짝만한 것... ㅋㅋㅋㅋ 시숙님이 스케일이 무지 크십니다. 남편분은 역시 핏줄은 진하다는 보여주시는군요.

  • 17. 저희도
    '08.2.19 10:45 AM (218.148.xxx.144)

    시아버지께서 사진 찍는걸 좋아하셔서 단체로 여러번 찍었답니다.
    그나마 저흰 가장 최근걸로 식탁에서 바라보이는 벽에 걸었는데 시아버지 저희집 방문하셔서 거실로 끌어내라 난리시대요...
    그건 슬기롭게 넘겼는데 이젠 거실 벽에 걸려있는 저희 가족 사진들도 본인 취향에 맞게 이리저리 바꿔달라고 참견이십니다.
    그래도 남편을 바람막이 삼아 꿋꿋이 버티고 있습니다.
    하나 걸려있는 시집 가족사진도 가끔 눈에 걸리는데 님은 오죽하시겠어요.
    그래도 울 시누는 자기네 친정사진인지라 찍은 사진들마다 대문짝만하게 모두 벽에 걸고 있더군요.. 자기네 시댁 사진은 하나도 없으면서.. 벽이고 장식장위고 전부 친정사진들..

  • 18. ^^
    '08.2.19 2:48 PM (68.38.xxx.168)

    너무 재밌어요!!!

  • 19. ^^
    '08.2.19 2:50 PM (68.38.xxx.168)

    웃으세요!
    그래야 더... 큰~ 복 받으실거예요!
    호호호

  • 20. ㅎㅎㅎㅎ
    '08.2.19 3:21 PM (221.162.xxx.78)

    정말 웃겨요.난감합니다.정말..

  • 21. *^^*
    '08.2.19 4:56 PM (58.103.xxx.139)

    아들딸 말안들어서 씩씩거리고 있다가
    님글읽고 정말 너무 웃었어요...
    지금도 웃고 있답니다^^

  • 22. 죄송합니다
    '08.2.19 5:56 PM (211.52.xxx.239)

    원글님은 정말 황당할텐데
    저는 그만 시어머니 눈 마주치고 심장마비 걸릴 지 모른다는 문장에서
    눈물나도록 웃어버렸어요

  • 23. ....
    '08.2.19 6:16 PM (211.48.xxx.113)

    별로 웃긴 상황은 아닌데...님 덕분에 낄낄 거리며 웃었네요..지송..^^;
    이런상황을 이렇게 잼있게 쓸수 있는님..
    공부 좀 하셔서 영화 대본 같은거 써보심이...ㅋㅋ..

  • 24. ^^
    '08.2.19 6:17 PM (121.165.xxx.194)

    집안분위기 싸하겠네요..근데 글이 너무 재밌어요~
    저희 친정엄마는 본인사진 잘 나왔다고 확대해서 장식장에 끼워놨는데..
    아무래도 그집 큰 시숙과 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는듯 싶네용~

  • 25. ^^^
    '08.2.19 6:49 PM (124.111.xxx.42)

    시어머니랑 눈이 딱 마주치는..부분에서 꼴깍 넘어갔습니다.

  • 26. ^^..
    '08.2.20 3:19 PM (125.7.xxx.234)

    대략 난감 상황이나..님글 읽고 정말 너무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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