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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께 도움을 여쭙니다

고오올드미스 조회수 : 1,579
작성일 : 2008-02-15 02:24:22
이제 인사이동 때문에 잦은 방문이 어렵겠지만,
몇달째 82 중독에 빠져 금단증상까지 보이는 35살 노처녀입니다.

듣기좋은 말로는 골드미스이겠지만, 노처녀. 인건 맞지요.
눈이 높아 결혼을 못했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그 높다는 눈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다지 높은 눈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게다가 연애전략이 너무나 얕디 얕습니다. 이게 바로 제 문제 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언니들께 지혜를 전수받고 싶어 고개숙여 조언을 듣고 싶어요.

맨날 소개팅과 맞선 실패, 혹은 별로 원치않는 남자들의 대쉬 등등등.
이런 이야기보다 훨씬 건전한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돼 무척 흥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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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 닭보듯? 흘러간 7년

장장 7년 전, 회사&학교 선배님께 한 분을 소개받았습니다.
비슷한 계열의 직장에 계시는, 또다른 학교 선배셨죠.
그 때, 저는 누군가를 사귀고 있었지만 관계를 마무리짓고 싶었고
그분은 옛사랑의 상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더랬어요.

첫인상, 못난이인형 풍이었지만 믿기지 않게 좋았어요. 바른생활 싸나이로
당시 여기저기서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다 싶었어요.
가볍게 만나라고 만든 자리였는데도 무게가 워낙에 실리다보니
벽을 깨기가 여간 쉽지가 않았어요. 그런데도 소개팅을 시켜주신 선배님과 함께
술자리를 한다거나, 매년 한두번씩은 데이트의 사돈의 팔촌? 식으로 봤답니다.

역시 동문이다 보니 직장 동문회에서도 볼 기회가 있었고요.  
이런 기회가 따져보면 10번 정도는 되겠군요. 하지만
둘이 보면 무척이나 썰렁했습니다. 게다가 나름 환상이 있으셨던 분이라
일본여자와 결혼할래! 소리를 읊기도 하셨죠;;;;; 어디 해보셔~ 하면서 놀리기도 했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본파견을 다녀오셨는데도 열애중이란 소문은 없더군요)

하지만 그때까지도 서로가 이성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나쁜말로 한다면, 같은 계열의 직장에서 서로 자리잡을 사람이라 마음에 들었던 거겠죠.
전략상 제휴? 이런 게 말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엔 그런 마음이 강했나 봅니다.

2006년 초부터 이쪽을 혹여라도 찔러보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선배, 얼마나 잘나셨길래 따지시는(?) 것인가 열도 받았죠.
허나 저도 얼굴이 착한 분들을 좋아했던지라 그분이 몇% 부족하기도 했고요.

나이가 먹어갈수록 주변에 변변한 맨들이 줄어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더군요.
그분은 어땠을 지 모르지만, 저는 소개팅과 선 등등으로 이래저래 상처를 받았습니다.
모 동네에, 사람의 이름과 생년만 대면 성격을 줄줄줄 불러주는 유명한 분이 계시는
카페가 있다는 정보를 얻어듣고는 한번 가봤습니다.  
내친 김에 결혼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 총각들의 이름을 줄줄 불러대봤습니다.
아무개? 지가 왕자인가? 늙은 왕자야;;;

그랬군요. 알고야 있었지만 이리도 예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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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꺾어진 70의 1월 초

세월이 마구마구 흘러 저는 꺾어진 70. 선배는 38이나 나이를 먹게 됐군요.
1월 초, 동문회에 갈까말까 고민하다 안갔어요.
게다가 많은 분들께는 눈살 찌푸려지시겠지만, 술자리도 많은 곳이어서 2차(소주->맥주)
정도는 기본에 속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회사 근방서 놀고 있는데, 소개링을 시켜주신
선배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어요. 그분과 선배님 한분께서 더 오시겠다는 거였어요.

이번엔 간격이 길어 거의 2년만에 만났군요. 그런데 뭔가가 달라졌어요.
저론, 너무 못생겼잖아. 에서 아아닛, 귀엽군. 으로 시선이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게다가 술 때문이었는지, 조금씩 말없이 옆구리를 밀착시켜가는 저희를 발견했습니다.
정말 저희 둘만이었다면, 이성을 못 지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어요(죄송합니다).
소개시켜준 선배 역시도 (소개팅후 7년이 지났건만) 저희를 엮어주고 싶어하셔서인지
(참으로 초지일관이시죠?) 다시한번 생각좀 해보지? 하면서 한마디 훈수도.

지난해 상하이에 5번이나 다녀왔다는 선배에게, 얼굴깔고 농담을 건넸어요.
중국여자들과 데이트좀 하시죠?
갑자기 정색하며 넘겨짚지 마! 해서 놀랐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 않던걸요.

--------------

#3. V-day, 문자 한통에 열광하다닛!

인사이동 때문에 잔뜩 머릿속이 복잡하답니다.
입사초기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해주셨던 상사께서
저를 또!!!!!!!!!!!!! 원하신다는 소문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거든요.
회사분들 10여명과 족발집에 모여 밸런타인 초컬릿이 아닌
밸런타인 삼. 합. (믿으시겠어요?)을 먹고 돌아왔답니다.
오늘 봐야 알겠지만, 아직은 정말 걱정 투성이예요.

머리를 감고 잠을 청하려 할 무렵, 전화를 열어봤습니다.
받지 못한 전화 한 통이 와 있었어요.
실은 (제가) 보내볼까? 하고 있는데 날아온 겁니다. 빙고!

머리감느라 전화 못받았다. 는 문자를 보냈더니 답신이 날아왔어요.

00, 그냥 이름이 그리워서 전화했어. 잘자고 다음에 보자.

아아아아. 저, 참으로 바보같습니다만
서로가 이성으로 이제사 보이기 시작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에 헤죽거리고 있습니다.

-----------------
#4. 조언 부탁드립니다

정말 그 분이 아무 뜻없이 보낸 문자에 제가 열광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또한 아무래도 뽀뽀나? 해보고픈 남성들의 마음에 너무 순진하게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고민도 됩니다.

또 한가지. 그가 개천드래곤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결혼하신 누님과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아들 하나만을 믿고 사신 부모님.
저도 서울의 변두리에서 자라온 개천용의 사촌뻘이었던지라 어느 정도는 이해합니다.
사실 제가 가장 원하는 결혼조건은 학벌(기왕이면 같은 학교 출신)이었습니다.
여자에게 별로 좋지 않은 조건으로 인식되는지라, 이걸로 딴지거는 일이 없었으면 해서예요.
그런데 세상에 나와보니 개천용의 어려움이 어떤 것인줄 알겠더군요.

그런 점은 겉과 속으로 보이는 성격을 다르게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가 제게 항상 보여지는 자신과 속의 자신은 차이가 있다. 는 이야기를 했으니
것도 궁금한 게 사실이고요. 심한 이기주의자가 아닐까 싶어 막상 제 모친께선
사귀어도 계륵 아냐? 하기도 하십니다.

제 경우는 집사달라는 고시출신 맨들의 욕망을 당장 만족시켜줄 수 있는
우수한 재력은 일단 없지만, 비교적 꾸준한 직장을 다니는 편이라 고민은 덜 됩니다.
그분도 별 문제없겠고요.


언니들께 여쭙니다. 인연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 인연이 돼도 괜찮을까요.
물론 아직은 기다리는 것이 급선무겠지만, 제가 어떤 행동을 취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임해야
연애라는 오랜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해볼 수 있을까요?

부족한 동생에게 가르침을 주시옵소서.
IP : 121.128.xxx.23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2.15 2:38 AM (58.121.xxx.125)

    글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조언은 커녕 글에 푹~ 빠졌다 나왔었어요.
    서로간에 마음이 조금씩 열리려 하나봐요.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조심스레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선배가 그리도 한결같이 주선하는거라면
    사람은 일단 된 사람이라는거 아니겠어요?
    아무나 붙여줄 리는 만무하고..

    피차 개천용인데다 피차 세상살이 겪을만큼 겪어 봤으니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도 성숙되어 있을 것 같군요.

    잘 되시길 빌어봅니다. 늦었지만 이쁜 사랑 나누세요.

  • 2. 아직은...
    '08.2.15 3:08 AM (211.117.xxx.24)

    아직은 단순한 호감 정도라고 봐야 할 듯.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 해도 지금은 시작일 뿐이에요.
    찬물 끼얹는 소린지 모르겠지만
    남자가 7년 동안 그저그러했다면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하는데...
    맘에 들어도 내색 마시고 다른 남자를 찾아보면서 여유를 찾으세요.
    연락 오면 친구처럼 가볍게 만나주시고.
    올인하진 절대 마세요.

  • 3. ㅇㅇ
    '08.2.15 3:12 AM (218.238.xxx.121)

    올인은 저도 반대..
    밀고 당기기전법이던, 더 좋은 누군가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던..
    더 들이댈때까지 좀 더 보세요..

  • 4. 아니요
    '08.2.15 8:00 AM (218.146.xxx.51)

    동생이라 생각하고 툭터놓고 조언할께요
    빨리 만나보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정리하고 이사람이다 싶으면 얼른 잡으세요
    일땜에 연애에 별로 관심이 없었을수도 있지만 그 남자분이 38이면
    결혼하기에 어떤 조건하나가 부족할 수 있어요 그게 원글님께 정말 치명적인 조건이 될수도 있구요
    너무 뜸들이지 마시구요 그렇다고 너무 달라붙는다 생각들게하진 마시구요
    소개해준 선배를 통해서나 그냥 그분의 입을 통해서나
    결혼을 전제로 연애하기에 괜찮은 분인지 확인하고 만나세요
    나이있어 연애를 시작할때 가장 치명적인게 서로 연애만 하자는거 아닌데
    그냥 한해두해 나이만 먹고 그냥 좋게 헤어지는거에요
    뜨겁지 않으니 좋게 헤어질수 있는거지만 결혼생각하고있는 여자에게 한해두해는...
    암튼요 좋은 마음이 생겼다는거 그게 중요하구요
    비슷한 일을 함으로써 서로 이해폭이 넓다는것
    인간관계에서 공통분모가 있다는것도 전 참 좋다고 생각해요
    출발이 좋으니 넘 튕기지마시고 적당히 관심있다는거 표현하시고 일단 거사??를 계획하세요

  • 5. s
    '08.2.15 9:27 AM (220.119.xxx.195)

    저는 언니는 아닙니디만....
    글이 너무 잼나요~~~

  • 6. ..
    '08.2.15 11:01 AM (221.143.xxx.52)

    남자분,,,어쨌든 7년 동안 봐 오셨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액션이 없으셨었다면,
    전화 한통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잘모르지만, 남자분은 여자 문제에 대해서는 우유부단한 성품일 듯~
    우유부단한 남자는 여자를 피곤하게 해요.
    이 사람이 나에게 관심있어서 전화했을꺼야. 그러면 언제 데이트 신청을 할까?
    오늘올까? 내일...아아아 왜 연락이 없지? 요즘 너무 바빠서...
    그러다 한번 만나고,..또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결론만 말씀 드리면 너무 바빠서 연락 못하는 남자는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는거

    왜 이렇게 말씀드리냐면, 앞으로도 진도가 잘 안나가게 되면 아예 그분은
    포기 하셨음 해서요. 물론, 님이 그분이 뜨뜻미지근하게 나오더라도 내가 적극적으로
    하겠다 이러게 결심하시면 다르겠지만요.

    제 경험담 하나...선을 봤는데, 서로 마음에 맞았는데 남자쪽에 사정이 생겨서 그냥 저냥
    없던 일로 되었습니다. 딱히 둘 사이에 문제 삼을 일도 없었는데도. 그런데 1년뒤에 전화왔데요.
    회사로...전화번호도 모르는데//ㅎㅎ 그 전에는 전화번호를 몰라서 전화안하나 이런생각도
    해봤거든요?? 꽤 먼 지방인데 서울에서 저 만나려고 왔어요. 제 생각이 났다고.
    전, 진도 나갈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걸로 땡이었어요.

  • 7. 원글
    '08.2.15 11:08 AM (203.234.xxx.207)

    애정어린 말씀들 너무 고맙습니다.

    이분께서 술마시고 한번. 보내본 문자인가 해서 고민도 되더군요.
    실없는 장난을 제게 친 거는 아니었으면 해요.

    제가 보는 그분의 단점은 빈한한 가정과 이기적인 성장과정(아무래도 집안에서
    전력지원하셨을 테니까요)으로 집약되지만 선입관일 수 있어 좀더 살펴봐야 될것 같아요.
    모아둔 돈이 거의 없다. 의 가능성 역시 있고요.

    막상 남자들은, 자부심이 강하면 나이를 먹어도 배려란 것이 크게 성장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니들께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전 선시장에 나가보니 100% 자로 잰듯한 기준을 들이대면서도 막상 자신에겐 별 매력이 없는 분들도 꽤 봤거든요.

    다행히도 저는, 개천 드래곤같던 저희집과 친척들이 모두 잘 되셔서 별 무리는 없습니다. 대신에 모두가 자수성가...가 돼놓다 보니 서로 도움 안주고 안받기가 원칙이고요. 속썩일 사람이 없는 건 큰 다행이죠. 남동생의 직업수명이 짧은 것 정도가 문제가 되겠군요. 대박날 가능성은 높지만 순간순간에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점은 불안하더군요.

    최근에 보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연애로 연결을 시켜야하나 고민되는 시점이기도 해요.

    이 선배의 경우 어느정도의 장단점은 서로 알고 있고, 연애가 아니더라도 일 때문에 언젠가는
    마주칠 기회가 있는 사람인데 그냥 이대로 둘까 싶기도 해요.

    역시나 소개를 시켜준 선배님을 적극 졸라보겠습니다요.
    안그래도 조르고 있던 차에 잘됐다 싶어요..ㅋㅋㅋ

  • 8. ..
    '08.2.15 11:13 AM (221.143.xxx.52)

    그리고, 농담 한마디에 전혀 의미를 두지 마세요. 설사 남자분이 관심의 표현으로 뉘앙스를
    그렇게 했다 할지라도, 그런 사소한 것에 의미를 두면 님이 남자분에게 끌려가게 되요.

    결국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느냐 안 하느냐로 그 사람을 판단해야 합니다. 그게 없다면
    그런 뉘앙스는 다 그저 숫컷들의 인기 관리 차원이라고 보심이.

    제 생각엔 며칠 내에 전화해서, 만나고, 데이트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진지하게 결혼을 전제로 한번 사귀어 보자고 이야기 하는게 정상적인? 남자라면 진도 나가는 겁니다.
    그게 아니면 저분하고 진도 나가가 힘들어요.

    차라리, 님이 저분이 마음에 들고, 결혼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겠다고 생각하시면,
    상대 남성의 반응에 일일이 신경을 쓰시기 보다는 일처럼(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다치게 되니까)
    계획을 짜서(여우처럼..) 남자분을 역으시는게 더 빠르실 것 같아요

  • 9. ..
    '08.2.15 11:19 AM (221.143.xxx.52)

    글을 쓰는 사이 원글님 글이 올라왔네요.
    가정 배경이나 그분의 현재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망설이지는 않으실 것
    으로 판단됩니다.
    네버, 네버, 네버,
    남자를 실제로 매우 단순하거든요? 특히 여자 문제에 있어서는

    그러니 이 프로젝트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딱 하나네요. (그분이 마음에 든다는 전제하에)
    남자는 단순하기 때문에 입력 아웃풋이 없으면, 그분 마음이 그렇다는 것!
    여자가 마음을 열고 반응을 했는데, 그분이 머뭇거리면? 그건 사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님에 대한 마음이 그만큼 적다는 것!

  • 10. 원글
    '08.2.15 3:45 PM (203.234.xxx.207)

    특히 마지막의 점 두개님의 충고를 명심하겠습니다.
    일단 반응이 없으면 관둔다.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이상할 정도로 제게는 '간만 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또 그런가 해서 참 고민이었어요.
    밑져야 본전이니 우선 관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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