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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로 고민하시는 글을 보고 제 경험담...
벌써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만,
제동생도 초등2학년때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그때는 왕따라는 말 조차도 없을 때였지만,
같은 반의 여자 아이 하나가 (역시 활발하고 말잘하고 대가센)
제 동생 주변의 친구들을 포섭하여 동생과 놀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그때는 성적이 상위권인 아이들은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 아이들을 모두 동생과 놀지 못하게 했지요.
아마도 제 동생이 남학생들에게 관심을 받는게 싫어서가 아니었을까...싶어요.
아직 어린 동생이었지만 아마도 많이 고민이 되었겠지요.
저희 엄마도 걱정이셨겠지만, 엄마가 나서서 해결하기에는 좀..치맛바람이니 그런 것도 걸리셨겠죠.
그래서 엄마랑 얘기끝에 동생반 아이들 몇명을 모두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었고 순진했으니 아마 이 방법이 먹혔을듯 합니다.
왕따주동자 아이부터 그 애가 포섭해서 동생이랑 안놀려 하던 여자애들 모두,
거기에다가 반에서 그래도 영향력?인기?있던 남자애들도 두명인가 초대했던듯 해요.
엄마는 집에서 음식을 해주셨고요.
저는 학교에서 일찍 와서 친구 동생들이랑 모두 놀아주었습니다.
저랑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이었고 원래 애들이랑 좀 잘놀아주는 성격이었거든요.
맛있는거 먹이고, 온갖 게임들 같이 하면서 웃고 떠들고...사진도 찍고...
주동자 였던 아이는, 조금...뭐랄까...머슥해 하는것 같았지만
모두들 즐거워하고 웃는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잘 놀고 갔습니다.
아마도 한 두어시간? 서너시간?쯤 놀다가 집에 가자..하며 데리고 나갔던듯 합니다.
그때 이미 날이 조금 어둑해졌더랬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모두 한명씩 집에다 데려다 주었습니다.
한명의 아이 집에 가까워지만 모두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그 애만 데리고 집앞까지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애에게 칭찬 몇마디 해주고 저희 동생이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언니랑 놀고 싶으면 또 놀러오라고....그렇게 얘기했지요.
그 주동자였던 아이는 집이 멀었는지 가까왔는지 혼자 집에 갔던 것 같아요.
그 아이에겐 뭐라 말했던 기억이 없으니까요.
어쨌든 그 아이들 거의 모두를 하나하나 데려다주고 동생과 같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희 동생의 고민거리는 사라졌구요.
아이들이 아마도 다시 저희 동생과 놀기 시작하니, 그 주동자도 힘을 못쓰지 않았던가 싶습니다.
우스운 것은 그 아이를 제 동생이 고등학교 가서 다시 만났다는 겁니다.
물론 거기에서도 제 동생을 싫은 티를 팍팍내고 뭐...험담하고 다니고 그랬나봐요.
하지만 제 동생도 이미 어렸을적 암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니잖아요.
성적도 그애보다 더 상위권에 반장을 도맡아 했었고,
반장을 했다는 것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었다는 의미었으니,
더이상 그애가 위협적인 존재로 보이지도 않았나 봅니다.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서 직장에 다니는 동생이 얼마전(?) 그 친구와 마주쳤나봅니다.
동네가 고만고만하고 다들 이사하지 않고 살았으니 그런 일도 있더라구요.
전철에서 만났다던데, 역시 유치한 포스를 풍기며 사건이 있었다던데...
듣긴 들었는제 제가 기억이 안납니다. 저도 이제 관심밖이라서..동생도 마찬가지..그냥 웃을 정도구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당시는 왕따라는 말도 없었고,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인식도 안되었을때라,
그냥 흘려서 들었을 법도 한데 무슨 생각에서 제가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천만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저희집에서 저와 동생을 중심으로 형성된 즐거운 분위기,
그리고 제가(나름 키도 크고 나이도 많은 언니)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주며 한명한명에게 당부한 것
그리고 동생 뒤에 엄마랑 제가, 즉 우리 가족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무의식중에 인식한 것
이런 것들이 저희 동생의 비중(?)을 높이게 되고, 자연히 권력이 어느정도 이동되고...
뭐 이렇게 된게 아닌가...생각합니다.
당연 그 주동자 아이가 저희 동생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었구요
주변의 아이들이 동조를 안해주니 자연 유야무야 된 것이거든요.
그 아이들이 다시 제 동생과 놀고 이야기하게 된 배경이 어디서 나왔겠어요.
제 동생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동생의 비중감을 느끼게 된 것이겠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만약 잘 놀아만 주고 헤어졌다면 결과가 조금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얘기는 누구에게도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그 아이들을 하나하나 데려다 주면서 당부를 할 때,
뭐랄까...느낌이 있었어요.
저도 웃으면서 오늘 어떻더라...칭찬 몇마디 해주고, 동생이랑 잘 놀라고 하고, 언니는 믿는다고 하고..
뭐 이런 이야기를 해줬는데,
걔중 몇몇은 눈빛이 흔들리더라구요.
자신들이 한 일이 어떤건지, 오늘 왜 이런 자리가 마련되었는지,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아직은 어리니)무의식중에라도 알고 있는 눈빛이였습니다.
또 사실 약간 심했던 한두명의 아이들에게는, 조금 강한 어조로도 이야기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내 동생 뒤에는 내가 있어...알지? 조심해? 이런 뉘앙스로요. 물론 이야기의 내용은 절대 그렇지 않았지만요.
여러분들의 리플을 읽으면서,
이러한 왕따 문제에는 반드시 가족이 개입해서 함께 해결해줘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아직은 제 아이가 어리니, 피부에 와닿지는 않지만, 더구나 남자 아이라 제가 모르는 세계일 듯하여 더
걱정이 되긴 하지만, 저도 이런 일을 다시 겪더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제 아이를 보호할 생각입니다.
또 동생 생각이 나는데,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등하교길에 괴롭힌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학교에 늦게 가거나 할 때 아침에 데리고 가서 등교길에 그 애 불러서 얘기했던 적도 있꺼든요.
너 이름 모니? 내동생 때리지마, 이러면서요...
넌 시범 케이스야..이런 생각 하면서요...ㅋㅋㅋ
제가 동생과 나이차이가 많았으므로 가능했던 일이겠지요.
역시 그 후로 그런 일이 사라졌던 것을 보면,
아이 문제에 있어서 엄마의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리플과 글을 읽다보니 제 옛생각이 나서 글이 길어졌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학교생활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얼른 여러 어머니들의 지지와 도움으로,
자신을 회복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
제 동생처럼 과거에 그랬던 적도 있었지...라면서 웃어 넘길 수 있을만큼 강해지길 바랍니다.
1. ^^
'08.2.14 11:35 AM (116.42.xxx.42)동생이 복이 많네요..님같은 언니가 있으시니.....^^
2. ^^
'08.2.14 11:47 AM (58.236.xxx.249)울 조카보다 몇 살 더 많으시네요..
맞아요..
그때에는 왕따라는 말 들어보지도 못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애들이 순진했었죠..
그런데 요즘은 조오기 아래 글 읽어보면
그렇게 초대해서 잘해주면
더 바란다고하네요..
그나저나,
님처럼 다정한 언니도 없이 외동인 우리딸은 어떡하나요^^3. 경험담
'08.2.14 11:58 AM (124.199.xxx.122)제 성격이 성격인지라,
그러면서도 동생들 무지 많이 괴롭혔어요...ㅠ.ㅠ..
싫다는거 끝까지 쫓아가서 간지럽히고...흑...
제 애를 키우다 보니, 내가 왜그랬을까..후회가 정말 많이 됩니다.
잘해주기도 잘해주었지만, 정말 많이 괴롭히기도 했답니다.
언제 분위기 이상하지 않게 사과할 생각입니다.
얼마전 바로 그 동생한테 간지럼타냐고 물었더니,
슬쩍 눈을 흘기면서 아니, 그러면서 언니가 나를 얼마나 간지럽히고 괴롭혔는지
면역이 되어 안탄다고 하는데 너무 미안하더라구요...ㅠ.ㅠ..
멋쩍어서 웃으면서 내가 너한테 잘해준것도 많잖아, 그랬더니,
원래 좋은 기억 보다는 나쁜 기억이 더 생각이 많이 나는 법이야...하는데,
동생도 농반진반으로 했겠지만 넘 찔리더라구요....ㅠ.ㅠ..
그때는 왜이리 철이 없었는지...ㅠ.ㅠ..4. 왕언니
'08.2.14 11:59 AM (58.140.xxx.76)포스가 장난 아니시네....님도 어렸을 것인데,,,허참.
5. 경험담
'08.2.14 1:14 PM (124.199.xxx.122)왕언니님...ㅎㅎ..저 그때 중3이었습니다~^^어리다면 어리고 나이 묵었따면 묵었을 나이였어요...^^
6. 아이미
'08.2.14 2:10 PM (124.80.xxx.166)이런 글 읽을때마다,, 형제가 꼭 있어야겠다 싶어요,, 지금 아들하나인데,, 둘째를 낳을까 말까 계속 고민중이거든요,,, 아아,,, 낳아야 하는게 아닐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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