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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엄니께서 함께 살자십니다.

합가할까 조회수 : 1,407
작성일 : 2008-02-12 14:30:12
저희가 집을 줄여서 이사를 하게 될 형편이 되었습니다.

이번 명절에 만나뵌 시엄니께서, 그게 마음에 안되셨는지
두집살림(우리가 시댁 생활비 모두 책임집니다) 하느라 힘들고 좁은 집에 불편할텐데
넓은 집 얻어 같이 사는게 어떠냐고 말을 꺼내십니다.

허걱! ~

생각지도 못한 말씀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오면서
"어머니, 저 그러면 힘들어요~"라고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남편도 같이 살면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돌려 말하더라구요.
어머님은 더 이상 말씀 안하시더군요.

저는 그동안 맞벌이를 하면서 큰아이를 친정에 맡겨 키웠습니다.
이번에 둘째를 출산하고 육아휴직을 하고,
친정 바로 옆으로 가기 위해 이사를 가는 겁니다.
집을 줄여 가는 것도, 시댁에 들어갔던 목돈과 다달이 들어가는 생활비가 이유이기도 하지요.

경제적인 부담은 자식된 도리로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합가하여 같이 사는 것은 정말 감당하기가 어려워
어머님이 말씀을 꺼내신 순간 돌려 말할수도, 침묵을 지킬 수도 없었습니다.

그 말 이후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합가하면 영원히 분가하기가 어렵겠구나,
서울에서 큰 평수 얻어 살려면 집 사기는 더더욱 어렵겠구나,
우리 애 키워주신 친정엄마는 애들 보기 정말 어려워지겠구나,
아토피 있어 땀 흘리면 따가워 죽는 저는 여름에 속옷까지 갖춰 입어야 하느라 돌아버리겠구나,
직장 다니면서 어르신 살림까지 같이 할 수 있을까,
방학때는(방학이 있는 직장입니다) 일 없으신 시어른과 애들과 같이 부대껴야겠구나.....

마음이 절로 무거워져 집에 와서 남편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남편은 지금 우리가 육아 때문에 친정에 많이 기대어 살고 있지만
시어른들께 기대는 것을 아예 논외로 여겼던 것도 잘못이라고 합니다.
어차피 어른들 나이 드시고, 한 분이 먼저 돌아가셨을 때는 살펴 드려야 할텐데 하구요.
한 집에 사는 것은 이래저래 서로가 스트레스이니 같이 살기는 어렵다고 인정하더군요.
넓은 집 얻을 돈도 없어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나중에는 가까이 모실 생각을 하자구요.
(지금은 지방에 사시지요)

남편이 저렇게 합리적으로 나오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시어머님은 수십년동안 시집살이를 하셨고 작년에야 겨우 그 짐에서 벗어나셨고
늘 같이 살지 않을 거다, 서울에선 못 살겠다라고 말씀하셔서
분가해 사는 것이 얼마나 홀가분한지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 드시니 마음이 달라지셨나봅니다.
시누이 집 사서 분가하시는 것은 그렇게 기뻐하시면서요...ㅠㅠ

아직 이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사할 때마다 저 말씀 꺼내실까 부담이 됩니다.
그래도 남편의 생각이 저러하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IP : 211.61.xxx.7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중에라도
    '08.2.12 3:23 PM (211.196.xxx.253)

    가까이 사는 것은 좋지만 합가하는 것은 잘 생각해보세요...
    제 생각엔 같은 동 다른 층이나 한 단지 혹은 가까운 단지 안에 다른 아파트동에 사는 방법 추천입니다.

  • 2. 합가
    '08.2.12 3:24 PM (116.39.xxx.156)

    합가를 하면 24시간이 직장생활이지 않을까요. 이번 설때 시부모님 서울 올라오셨는데..모시고 사는 분들은 천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퉤엑퉥 가래침 받는 시아버지 소리며..볼일볼때 화장실문 열어놓는 시어머니며..술주정인지 그냥 말인지 구분안가는 언사며...

    친정부모님과도 같이는 못삽니다. 제가 살아봤어요. 합가는 최후로 미뤄야할일이 아닌가 싶네요.

  • 3. 절대로~
    '08.2.12 3:31 PM (59.10.xxx.64)

    합가는 아니올시답니다,,
    가까이 사는것보다 당당한 합가가 차라리 낫죠.. 돈이 더 나갑니다..
    아직은 그냥 집줄여 사세요..
    합가하면 원글님 말처럼 분가는 땡입니다..
    돈 쫌 아끼자고 합쳤다간 인생이 꼬인다고 할까요..
    스트레스 상상이상 입니다...
    결혼초부터 같이 살았다면 몰라도
    따로 사는 맛에 익숙한 채 합가는 절대로~~

  • 4. 우와..
    '08.2.13 5:57 PM (210.115.xxx.210)

    그순간에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셨어요
    그런데 돌려서 말하는것보다 그렇게 솔찍히 말하시는게 더 좋아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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