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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이렇게 지내고 싶다.

속마음 조회수 : 836
작성일 : 2008-02-10 10:49:46
남편은 아주아주 보수적인 외아들이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시아버님이 월남하셔서 시댁친척들도 단촐하고
명절에 왕래하는 사이도 아니죠.

아버님 살아생전에는 조카들도 가끔 인사다니고 했지만
돌아가신 후로는 어머님과 우리가족끼리 꼴랑 차례를
지내고 집에서 빈둥거리지요.

시댁 큰집이라고 있지만 어른들은 안계시고
장손은 이혼하고 외국나가  있고, 이혼전에도
여호와증인신자인 장손며느리형님이 제사 생신이런건
일절 안했지요.
월남가족이라 그런지 집안제사도 없이 각자 자기집 제사나
챙기는 수준으로..

우리집도 아버님 돌아가시고 남편이 원해서 극진히 차례를 모십니다.
남편은 족보, 선산이런것 있는 집 무지 부러워하고
항상 돈벌면 선산을 마련하고 싶다고 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죠.
뿌리..조상.. 뭐 이런것에 대해 아주 집착이 강해요.

그런데 요즘 세상이 얼마나 바뀌나요?
호적법도 없어진 마당에  아들하고 한집에 살겠다는 구시대적인
남편의 사고는 머리 큰 자식들과 마찰의 원인이 되고 있어요.

오히려 시어머니는 아들이 미리 챙겨서 그런지
제사날도 오시지 않는 편이었고,
집안에 조금만 안 좋은일 있어도 제사하지 마라 했다가 아들에게 한소리
듣는 입장이 었었죠.
그나마 이제는 외국 시누이집에 가시고 안계십니다.

작년까진 어머니가 계셔서 싸드리고 해야해서
많이 했지만.
올해는 우리가족 먹을 분량에 맞추어
딸아이와 둘이 김치만두에 나박김치 녹두전등등..... 구정음식 장보고
준비하는데 한나절이면 끝이나데요.

그러고 머리큰 아이들은 각자 제방에서 할일하고
남편은 티비에서 나오는 뻑쩍지근한 시골집 명절 풍경 보면서
부러워하는 분위기..
옆에서 보는 저는 참 깝깝시럽네요.

친정부모님도 안계셔서
올케가 좋아하든 말든 동생보고 와서 밥한끼 먹으라고 했습니다.
올해 중,고등 입학하는 조카들 용돈도 챙겨주고 싶어서요.

생전왕래안하는 성다른 시누이네도 하루 다녀왔구요

그러고도 귀중한 휴일중 3일은 빈둥거리고 있습니다.
전 솔직히 시간이 아까워요...

저라면  짧은 신정에 차례를 모시고
긴 구정연휴에는 여행을 하고 싶어요.
집안에 어른이 계셔서 굳이 자리를 비울 수없는 처지도 아니고
모일 형제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꼴랑 우리가족끼리 차례지내려고 구정연휴에 움직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남편의 사고가 너무 답답해요.

아직 젊어서일까요?
전 명절때 집집마다 하는 비슷한 음식 바리바리 해놓고 아들며느리 딸사위들 언제오나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요즘 같은 세상에 애들이 다 한국에서 살지도 모르고..
나라에서 쉬라고 정해주는 명절연휴에는 우리부부 여행을 가고 싶어요.

그러고 남편 생일이나 제 생일에 온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걸로 만나고 얼굴보면 어떨까
싶거든요.
그러면 명절에 오가느라 애들도 복잡하지도 않을꺼 같고...
어차피 집안어른들도 안계신 집이고
우리집안 가풍이랄까? 이런 것들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니
남편이 조금만 생각을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엊그제 아는 언니 부부와 술자리에서
남편과 동갑인 언니남편이 단일민족은 무슨... 옛날에 오랑캐 쳐들어왔을 때 섞여버린게 언젠데..
하니까  우리남편 깜짝놀라대요.  우리남편 외국가서사는 시누이 거기 따라가 시어머니 때문에
못마땅해 얼굴을 못피는 사람이거든요

그 언니네 아들만 둘인데.. 은퇴하면 애들이 찾아오기 힘든 동남아에서도 직항안뜨는
오지에 가서 살꺼하면 우리남편 기막혀 하죠.

전 그렇게 까지는 아니래도 우리형편에 맞게 좀 탄력적으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우리애들 세대에는 형제도 많지 않고 지금같은 시끌벅쩍한 분위기는
아닐텐데 괜히 집에 죽치고 앉아 쓸쓸해 하는 남편 보기 싫어요.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말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보수적인 남편... 지금도 획획 바뀌는 요즘세상분위기에 적응이 안되
명절기간내내 못마땅해 하고 있네요








IP : 58.230.xxx.19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2.10 11:13 AM (80.200.xxx.23)

    무힌 부럽습니다. 저도 님 입장 되면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남편분도 몇년 있으시면 저절로 따라오실듯 싶네요

  • 2. 아들생각
    '08.2.10 3:23 PM (122.32.xxx.15)

    아들 들이 어렸을때 묻더군요.왜 명절에는 친 할머니댁에만 가냐고?
    "우리나라가 가부장제. 남성중심의 나라라서 그렇다....."

    더 커서는 자기들은 결혼하면 설이나 추석에 처가와 교대로 한번씩 가는것이 좋겠다고 하대요.
    "결혼해서 부인들과 처가 상황이나 너네들 상황 의논해서 괜찮은 날 와라 "
    라는 것이 저희의 답이었고, 아이들은 그것이 합리적이라는 대답을 하더군요.

    내가 죽은 후의 의식은 아이들 몫이겠지만....
    일찌감치 제사는 지내지 말라 고 말해두었습니다.
    명절이 의무가 아니라 즐거운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날 아이들이, 그리고 사랑하는 미래의 며느리가 나를 한번씩 생각해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 3. 동감
    '08.2.10 9:20 PM (211.244.xxx.170)

    저도 몇년(?)있으면 님과 같은입장이 올것이라 생각되어
    설 명절 지내고 남편에게 물었지요 이번명절이 길어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소릴또 듣고해서 나중에 우리도 비행기 타고 멀리가서 차례지내도 되냐구요
    남편 완강히 거부 하더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의식은 언제쯤 바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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