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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집 세배는 앵두꽃 꺾어들고 간다??

곰탱마눌 조회수 : 947
작성일 : 2008-02-09 23:59:29
올해도 설 연휴 무사히 보냈습니다.

사실, 제사도 많지 않고.. 손님들도 거의 없기에 고생이랄것도 없고 힘든것도 없지만

그래도 항상 설이니, 추석이니 명절만 되면 마음 한켠이 싸~해집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뭘 하실까.. 우리 형제 자매들 얼굴 보고 싶다..하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두근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번엔 또 집에 가기 위해서 얼마나 맘이 상해야 할까.. 한숨이 나옵니다.

나는 남편하나 보고 시댁에 들어와 이렇게 살고 있는데

친정가자고 하면 짜증섞인 소리로 "알았다고!" 대답하며 돌아눕는 남편 등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제사, 차례 다 지내놓고 설겆이 마치고, 제기까지 싹싹 닦아 함에 넣어놓고 눈치만 보고 있는데

친정 다녀오란 말씀 안 하시는 시부모님 눈치만 보며 속으로 눈물 흘립니다.

자기 딸, 사위에겐 처가가 가까운것을 부담스럽게 생각말라고

처가도 한 가족이니, 가깝게 친하게 지내자고 말씀하시면서

아들, 며느리에겐 시집 왔으면 이집안 사람이니 친정 나들이 자주 하는 것 좋지 않다고

딱 잘라 말씀하시는 아버님도 섭섭합니다.  아니. 속상합니다. 죽고 싶을 만큼 서럽습니다.



올해도 설날 아침 일찍 제사 지내고, 설겆이 마치고 이제나~ 저제나~ 하며 시부모님과 TV 보고 있었는데

어느 방송에선가 그러더군요.

며느리들이 제일 듣고 싶은 말 1위가 "얼른 친정 가야지."라고요.

제일 듣기 싫은 말 1위는 "왜? 벌써 가게?"라네요.

그걸 보면서 하하~ 웃었는데.. 웃으면서 나도 모르게 옆에 계신 시부모님 눈치를 살짝 보았습니다.

우리 나라 속담에 그런 속담이 있다네요. "처가집 세배는 앵두꽃 꺾어들고 간다." 고요.

그 말은 처가집에 서둘러 가려는 사람을 비꼬거나 처가집에 안 가려고 둘러대는 말이라네요.

처가집 세배는 서둘러 갈 필요가 없다..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남자 아나운서를 보면서

정말 .. 정말이지.. 주둥이를 확 째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절이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는..

힘들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일들이 힘들기 때문이 아니라..

서럽기 때문이랍니다. 저는... 그렇네요..





암튼... 뭐..

올해도 이 눈치 저 눈치 다보고, 남편 온갖 짜증 받아내고 비위 살살 맞춰서

친정엔 잘 다녀왔습니다. 1박2일....

연휴도 길고 해서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시댁에서 사는 형편에 시부모님 눈치 보일까 싶어, 처가에 있는거 너무너무 불편해하는 남편 눈치 보여

결국 1박2일로 다녀왔습니다.

내 마음엔 피멍 드는거.. 누가 알까 모르겠습니다.....


제가 바보인가봐요.. ㅎㅎㅎㅎ

그래서 곰탱이랍니다..

연휴가 끝나가니.. 그래도 좀 낫네요...
IP : 122.34.xxx.2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래도...
    '08.2.10 12:59 AM (210.223.xxx.118)

    그래도... 님 참.. 마음이 바다 같으십니다~ 보통 같으면들... 남편한테 퍼붓고들 할텐데요...
    시어머님이 가라고 하시던 말던 얼른 가고자 할테구요~ 사실..전 좀 그런편이거든요?
    님을 보니... 네 마음이 더 넉넉해집니다~ 바다와 같은 마음...

  • 2. 그래도...
    '08.2.10 1:01 AM (210.223.xxx.118)

    요즘같은 세대에 드믈디 드믄 바다와 같은 마음... 곰탱이라 할지라도 어쨌던 이쁜 마음...
    본받고 갑니다~

  • 3. 시댁에
    '08.2.10 7:16 AM (58.226.xxx.40)

    시댁에 사시는 거면 친정에 가는 거 더더욱 당당해져도 되겠는데요.
    아들이든 딸이든 자기 자식은 끼고 살고 싶어하는 아버님, 너무 이기적이네요.

  • 4. 정말
    '08.2.10 11:25 AM (118.91.xxx.72)

    저도 그 프로 봤어요. 방송국 한대 때려주고 싶더라구요.
    어쩌면 퀴즈도 그런걸 내는지 원.
    담부턴 남편두고 혼자 가세요. 가서 사박오일 지내다 오시고....

  • 5. ...
    '08.2.10 5:16 PM (210.97.xxx.109)

    길들이기 나름이랍니다.
    남편이 좀 불편해 하면 어떻습니까?
    좀 싫은 내색하든가 말든가 ...
    꾸준히 한 3년만 길들이면 나중에는
    당연하게 여깁니다.
    너무 남편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일은 여자들이 다 하는데 왜 눈치를 봅니까?

    그리고 시어머님이 가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짐 싸고 옷입고 나오십시요..
    한 3년만 하면 그러려니 합니다.

    이상 결혼 14년차 아줌마였습니다.

  • 6. 미리
    '08.2.10 5:58 PM (222.119.xxx.63)

    전 미리 말합니다.
    시댁 나설때 기분좋게 나서라.
    그래야,내가 다음에 시댁에 갈때 기분좋게 가고.
    기분좋게 몸바쳐 일하고
    웃으며 어른들 맞이하고
    조카들 챙겨준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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