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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좋아해도되는건지요..ㅠ ㅠ

개똥어멈.. 조회수 : 3,421
작성일 : 2008-02-05 19:44:45
결혼한지 22년 꽉꽉 눌러채워 살아온 맞며눌 입니다.
며칠전부터 설 준비에 동동동동..
이너메 명절! 도대체 누굴위해 있는건가..
날은 추운데..
그보다도  더춥고 가난하고 초라한 지갑을 들고
재래시장으로 마트로 방앗간으로 쏘다니며
쉬바쉬바.. 욕도 해가며..
어쨋든 습관처럼 준비를 착착~ 해나가는중입니다.

식혜랑 수정과를 만들어 얼음동동 김냉에 모셔두고
조청도 온집안 끈적이며 뚝딱? 만들어 놓고
조청 퍼담고 솥에 남은거 아까워 강정도 슥슥~ 버무려 만들어 놓고
쌀불려 방앗간에 갖고가 두어시간 줄서서 기둘려 떡도 넉넉히 뽑아다놓고

갈비랑 적거리 말아놓고..
떡국끓일 사골국물도 여러번 고아 내놓고..
봄내..여름내 틈틈히 말려 놓았던 묵은나물들 끄내 삶아놓고
작년김장할때 밭에 뭍어뒀던 배추랑 무..
어설픈 곡괭이질! 퍽퍽 해가메 얼어붙은 밭 파헤쳐..
끄내다가 걷절이랑 나박김치 담궈놓고..

동서님들 오시면.. 집안 드럽다 하실까봐..ㅎㅎㅎ
집도 깨깟히.. 장롱이랑 서랍까지 청소하고..
씽크대 속속들이 어지럽게 굴러다니등거 정리 하고 닦아내고..

흠~...
내일은 동서들이 오면 나물무치고 전부치라 해야징~
밥도 동서들보구 차리라 해서..
모처럼 앉아 밥상도 받아봐야징~
음하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미소를 짓고 있는중...
전화가 띠리리~~♬
집안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답니다..
향년 96세(음력으로..)시니
호상..이라 할수 있지요.

우리집은..
집안에 누가 돌아가시거나.. 혼인날을 잡아놨거나..
하면 차례는 물론 제사도 안지냅니다.

해서 우리.. 이번 차례는 안지냅니다..
결혼하고 22년동안 이런일.. 두번쨉니다..

갑자기 맥이 타악~ 풀림과 동시에..
은근 입에서는 미소가 집니다..
(저 나쁘죠..)
에휴..
이럴경우.. 좋아??하면 안되는거겠지요?

애들 안보는틈을타.. 자꾸만 미소짓는 저!
이런제가 좀 얄밉긴 합니다..

에고고..
저는 운제나 인간이 될런가요..


IP : 222.234.xxx.84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미
    '08.2.5 7:48 PM (221.159.xxx.142)

    인간이십니다.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입니다. ㅋㅋ

  • 2. 22년
    '08.2.5 7:58 PM (121.140.xxx.244)

    저도 지난 1월로 결혼 22년주년 지났어요.
    저와 비슷한 연배일텐데
    맏며느리 노릇을 당차게 잘 하시는 듯 하십니다.
    저는 조청이며 강정이며
    먹을 줄만 아는데...
    부끄러버라...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거지요.
    올 설은 좀 편하게 지내세요.

  • 3. 준비하신 거
    '08.2.5 7:59 PM (221.148.xxx.154)

    다~ 먹고파요,얼음동동 식혜,수정과, 갈비, 산적, 은근히 고아낸 사골국물에 끓인 부들부들한 떡국, 구수한 조청엿, 그 엿으로 무친 강정, 떡국과 함께 먹어줘야하는 시~원한 나박김치,,나물,, 넘 먹고파요.

  • 4. 아...
    '08.2.5 8:04 PM (83.78.xxx.97)

    친정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종가집 맏며느리로 집안의 어른으로 평생동안 그렇게 차례준비, 명절준비 하셨었거든요.
    님의 구수한 글 읽으며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걸 느낍니다.
    모처럼 편안한 명절 지내시길...

  • 5. ㅎㅎ
    '08.2.5 8:12 PM (121.141.xxx.45)

    제가 아는분 아닌지 모르겠어요.
    (명절이라 일 많이 하고 계시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원글님이 그분이면 좋겠습니다.ㅋ)
    조금 더 빨리 연락이 왔으면 장도 안보고 더 편하셨을텐데.
    그래도 뭐 마음껏 좋아하세요.저까지 웃음이 나옵니다.ㅎㅎ
    음식장만,청소 다 해놓으셨으니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연휴내내 즐겁게 보내실 일만 남았네요.

    저는 시댁가서 애쓰다 올 친구들에게 격려문자 보내고,연휴에 먹으려고 군것질거리 좀 사놓고,병원 가서 약 한보따리 받아오고,만두 12개 빚어놓고 준비 끝.
    잔뜩 사놓은 소설책이랑 연휴내내 해준다는 미드에 빠져보려구요.
    매일 노는 주제에 연휴라고 신나하는 모자란 물건입니다.저야말로 어서 인간이 되야 하는데..
    아무쪼록 이번 설이라도 좀 편안히 보내세요!^^

  • 6. ..
    '08.2.5 8:25 PM (116.122.xxx.101)

    충분히 좋아하셔도 됩니다.
    호상인데 슬퍼할 이유없고 남은 일 안해도 되고 이왕 한 음식 갖다 먹기만 하면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지요. 화장실가서 호탕하게 한 번 웃으세요 움홧홧홧....
    제가 텔미춤은 못 추어드리고 대신해서 황진이 춤을 춰 드립지요.
    에헤라디여~~!!!

  • 7. !
    '08.2.5 8:35 PM (116.127.xxx.21)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따뜻한 분이신 것 같아요

    어쩜 글도 참 맛갈스럽게 쓰시네요. 행복한 명절 지내세요.

  • 8. 존경합니다.
    '08.2.5 8:38 PM (218.54.xxx.160)

    개똥어멈.. 님께서 제 맏동서시라면
    정말 만날 업어주고 주물러 드리고 열과 성을 다하여서
    형님 대접 잘해드릴텐데요.

    충분히 자격이 되고도 남으십니다.
    존경합니다.

    저요?
    극악스러운 맏동서 땜에
    모두들 힘들어 하는 집안의 둘째 며느리에요.
    모든 형제들이 다 외면하고 싫어하고
    대놓고 말은 차마 못해도 맏동서의 만행에
    다들 치를 떨죠.
    시아주버니도 다를 바 없죠.
    그 시아주버니에 그 맏동서이죠.

    원글님들의 동서분들
    잘하세요.
    개똥어멈님.. 님께.

  • 9. 훌륭하삼
    '08.2.5 8:50 PM (218.146.xxx.51)

    저도 맏이인데... 님같은 큰동서노릇하고파요
    글솜씨처럼 음심솜씨도 구수하고 맛갈나게하실것같은데.. 전 언제 그 경지에 이를지..
    요즘은 도통 감이 안옵니다
    한해두해 나이만먹고 철은 안들고 꾀와 시기만 늘고 우헤헤헤.. 이런 사람도 있네요

  • 10. 충분히
    '08.2.5 9:42 PM (125.176.xxx.93)

    좋아하세요. 22년간 단두번뿐이라면서요. 좋은 돗 가시기를 마음으로 축원하시면서 님은 좀 편안히 지내세요

  • 11. 제 형님 해주세요
    '08.2.5 9:53 PM (221.158.xxx.174)

    ㅋㅋ 글을 읽다보니 마음이 참 푸근해지네요 저는 둘째이면서도 몇 시간 전까지 바위하나 얹어놓고 있다가 장보러 가서 닭볶음탕 재료 샀어요 낼 시댁가서 해먹을라고...우찌됐든 식구들 위해서 준비하는 마음이 나쁘진 않더라구요 이래서 사람은 베풀고 살아야 정신건강에 좋은가 봅니다

  • 12. ..
    '08.2.5 10:20 PM (125.177.xxx.43)

    푸하하 좋으시겠어요 열심히 하시니 복받으신겁니다

  • 13. 저도 반만
    '08.2.5 10:42 PM (220.74.xxx.46)

    결혼한지 14년이 되어가도 아즉 시어머님이 장만 다하시고 고작 한다는 것이 전부치고 나물 무치는 정도입니다...지도 반에 반만 따라갔으면 좋겠네요~~~

  • 14. ..
    '08.2.5 10:52 PM (211.193.xxx.153)

    개똥어멈님 팬되고싶어요~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

  • 15. 복받으소서
    '08.2.5 11:47 PM (221.164.xxx.28)

    깨똥어멈님 .. 심히 부럽삼~~
    그 준비 해두었다고 하신거,,먹고프네용ㅇㅇㅇㅇ
    살다보면 예상 못할 일이 많지요.

  • 16. 어이쿠~
    '08.2.5 11:52 PM (222.238.xxx.146)

    해놓으신게 마음 넉넉한 어머님 스케일이셔요.
    이번 연휴는 재충전이 될 만큼 맘 편히 지내셨음 합니다.^^

  • 17. 개똥어멈
    '08.2.6 7:49 AM (222.234.xxx.84)

    욕 안하시고....
    이해해주시는거만으로도 감사가 고봉으로 넘치는데...^^
    거기다가 칭찬??까지 해 주시니
    이거참..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다른때 같으면 오늘같은날은 새벽부텀 바빴을텐데
    이렇게 앉아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편하다못해 어색하기까지 합니다..

    느즈막히 아침먹고
    장례식장 다녀오려고 합니다
    거기서 동서들이랑 만나 함께 집에와서 저녁먹고
    (동서들이 가까이 삽니다)
    찜질방 가기로 했답니다
    여기서 또한번 음하하하...
    돌아가신분과 그 가족분들껜 대단히 죄송한 일이지만
    저는 이렇게 실실실 좋아 하구 있습니다..
    남편한테는 안그런척...
    애들한테는 어른으로써 할짓이 아니라서..
    교육상.. 슬퍼 하는척? 하고 있습니다.

    동서들도 좋아하는 눈치..^^
    맏형님이라는게 이모냥이니...
    솔직히 한편으로는 심히 부끄럽기는 합니다^^

  • 18. 정말,
    '08.2.6 12:12 PM (211.206.xxx.87)

    심히 부럽사옵니다..무척 재미지고 따듯한 분이실 것 같습니다. 은근히 ㅡㅡ숨어서,,혼자 ,,살짝 웃는다는 것,,,,행복하세요^^**

  • 19. ㅋ~너무 예쁘세요
    '08.2.6 2:18 PM (59.6.xxx.207)

    글솜씨가 장난이 아니십니다. 신춘문예 응모하시면 당선되지 않으실지..!!!!1
    음식장만하신 대목에서는 이제사 나는 슬슬 시작해야하는데
    저 많은 일을 벌써 다 하셨단 말인가..존경..존경..
    개똥어멈님. 너무 귀여우세요. 아마 연배는 저와 비슷하지 싶은데..동서들이 넘 좋겠어요.
    교육적으로 아무 문제 없으세요.
    저 위에 방아간으로 돌아다니며 쉬바쉬바 욕도해가며 부분 읽는데
    제 얼굴에도 미소가 싸악 번지네요.
    명절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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