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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조회수 : 218
작성일 : 2008-01-04 13:07:27
오래전 옛날에는 아스팔트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고,
신작로가 길게 펼쳐져 있었으며,
이맘때 쯤에는 하얀눈이 그 길위에 수북히 쌓여 있었고,
사람들의 발자국과 소달구지 흔적이 군데 군데 놓여져 있었을 뿐입니다!!!
세월이 흐르니 계절도 변하여 이제는 그 모습도 달라져 버렸습니다.
지금이 그 겨울이건만
따뜻한 하얀 눈이 덮고 있을 그 길위를
황량한 바람만 쓸쓸하게 지나가고 있으며,
정겹고 소박했던 사람들의 가냘픈 발자국 대신,
크고 작은 상처를 가득 품은 허약한 사람들의 발자국만 쌓여있습니다!!!!!
바쁜 시간, 작은 시간 빼앗아 보려 자작 글 세편을 남깁니다!!!!
"나를 태워서 남은 것은"
나를 태워서 남은 것은
알 수 없는 재가 되기도 하고
더러는 몇 줄의 詩가 되기도 한다.
긴 밤을 깨워 놓고
가슴속 우물을 퍼 올려 보지만
날 이 새면 남은 것은 젖은 휴지조각이며
더러는 긴 넋두리가 되기도 한다.
낡은 향수 같은 것들을 불러 모아
뭘 낳아보려
나를 태우고 허공을 보듬어보지만
남은 것은 쓸모없는 원망부스러기들이고
더러는 아물은 상처가 되살아나는 시작일 뿐이다.
이것저것 끌어 모아
애처롭도록 맞춰 보고 늘어놓아
무언가와 닮아보려 애써보지만
남아 있는 것은 알 수 없는 낱말의 나열이고
더러는 몇 줄의 아픔이기도 한데
아직은 나를 태우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남는 것이 詩를 닮을 때까지.
"아내의 일상"
거실의 책상에 놓여있는
아내의 작은 달력은 빈칸없이
깨알같은 일거리로 가득 채워져 있어요.
스스로를 위한 일은 누락되어 있고
아이들 뒷바라지와 온통 집안일로 가득차 있어
작은 달력으로 감당못할 무거움이 담겨있지요.
할일을 찾지못하고 갈길을 잃어
무료함속에서 빈칸으로 남아있는
남편의 달력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질 않네요.
자신보다 더 큰 무게의 작은 달력을
단호하게 외면하지 못하고
날이갈수록 더 가까이하는 아내입니다.
차려주는 밥상덕에 존재하고
챙겨주는 옷에 의지하여
오늘도 달력에 공란을 가득 채우며
숨만 쉬는 남편은
아내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질 못하고
하숙생처럼 그냥 곁에 머물러 있을뿐입니다.
"이상한 일이다 "
기다리는 사람들은 오질 않고
그러지 않는 사람들은 다가온다.
왠지 이상하다
기다리면 오질 않고
기다리지 않으면 오는 사람들을
살아도 살아봐도 알 수가 없다.
바라는 일들은
잘 이루어지는 것이 없고
그러지 않는 일들은
너무 많이 이루어지는 것이
왠지 이상하기만 하다
이 요상한 이치를
겪어도 또 겪어봐도 알 수가 없다.
기다리지 않으면 너무 쉽게 만나고
기다리면 만날 수가 없는 엇갈린 반복은
이상한 일이다
바라지 않으면 너무 많이 이루어지고
바래면 이루어지질 않는 엇갈린 결과는
참 이상한 일이다
기다림을 버려야 만날 수 있다는
바램을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끈질긴 메아리는
닮을 수는 없어도 버릴 수는 없는
너무나 이상한 일이다.
IP : 123.215.xxx.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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