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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미안한 남편의 40번째 생일입니다.

.. 조회수 : 1,001
작성일 : 2007-12-20 19:52:44
제가 구매대행일을 했습니다.(이제 안 할거라 과거형입니다.)

지난달에는 혼자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주문이 많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문의메일에 답변하고 주문정리하고 하다보면 오전이 다 갑니다.
차가 없어 우체국에 한 번 가려면 20킬로까지 수레에 얹고 1킬로를 갑니다.
그렇게 하루 내내  많을때는 10킬로까지도 걸었습니다.
저녁마다 박스포장하며 손등이 부르트고 종이에 여러군데 상처나서 부은 채로 꽤 오래 갔습니다.
그 외에에도 잔일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 남편..

바쁜 저를 위해 몇 천원이라도 싸게 사려고 퇴근하고 쇼핑센터를 돌며 가격조사를 하고
조금 할인하는 거 찾았다며 비오는날 그 무거운 것들을 양손에 들고
정작 남편은 우산도 못 받치고 비 다 맞고 들어왔습니다.

제게 필요한 포장박스는 너무 비싸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오는 남편을 앞세우고 우리는 수레를 끌고  
동네를 돌며 가게들을 돌며 박스를 얻어오기도 하고

남편은 저녁마다 손바닥에 상처가 나도록 포장용 신문지를 뭉쳐 준비해주었습니다.

한 두개씩  사러 다니기 힘들어 점심시간마다 직장상사 차를 빌려
물건들을 집으로 갖다주곤 하였습니다. 점심만 먹는 남편이 점심 굶어가면서요..


당신 이렇게 고생했으니 우리 다음달에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여행이라도 가자 그러면
이 돈으로 매번 겨울나기 힘드신 친정부모님 생활비 드려야지..쓸데없는 소리 말라 하였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집안일도 소홀하고
서로 민감해져 싸우기도 많이 싸웠습니다.


그렇게 저는 물론 남편까지 심적,육체적으로 힘들어하며 일을 했는데
이번달 들어 한국으로 발송했던 상품들이 대량으로 행방불명되어
돈을 벌기는 커녕 손해를 엄청 입게 될 것 같습니다.

한 두개도 아니고 보내는 족족 수십개가 행방불명이니
분실이라 믿을 수도 없고
지연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하루만 더 하루만 더 기다려주십사 부탁드린 것이
벌써 몇 주째..


우체국에서 지연되는걸
사람들은 저한테 묻습니다.
확실히 말해달라고..
대답해줄 수 없어 저도 답답합니다.


많은 금액 지불하고 마냥 기다리셔야 하는 분들의 답답한 마음도
물론 백만번도 이해합니다.


분실신고를 하려고 오래 기다렸는데
관세 안 무시게 해드릴려고 가격을 낮춰적어
보상도 제대로 못 받습니다.
우편비용도 보상이 안될 지 모른답니다.....

사람들이 사기당했다고 한다..대답을 해달라 어느 메일을 받았을때부터..
그때부터 눈물이 시작되었습니다.
빨래 널다가도 울고 아침에 눈뜨기 싫어 울었습니다.


우울해하고 있는 저를 알기에
남편은 회사에서 힘들어도 내색도 않고 저를 더 다독여줍니다.

어제도 밤 늦게  들어와서 12시 넘으니
생일 인 것 잊었냐고 웃으며 묻는군요..

남편의 40번째 생일이 오늘입니다..
선물은 저로 충분하니 리본만 묶으랍니다..

돈도 돈이지만
그동안 남편까지 그렇게 고생했는데
이렇게 대가없이 끝나버린게 너무 속상해서..

밤새도록 흐느껴 울었습니다.

미안하다고
내 남편이라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생전 갖고싶은 것도 없는 남편,
그렇다고 정말 줄 수 있는 것 하나 없는  나를 만나 더 고생하는 건 아닌지..

남편의 생일인데..
마냥 울고만 있습니다.

한없이 미안해서...





-------

아침에 일어나 별다를 바 없는 우체국 배송조회를 다 해보고
다시 울음을 터트리다
몇 자 적었습니다..

마음이 좀 더 후련하네요..

저를 알아보실 분도 계시겠지만
제 홈페이지에 적지않고 이 곳에 적는 것은
저를 모르는 그냥 지나가시는 분들에게 하소연 같은 것이라고
이해해주세요...
IP : 89.217.xxx.5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갈쳐드림
    '07.12.20 8:35 PM (121.187.xxx.36)

    힘 내세요!

    우편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그런 아픔 속에서 뿌리를 내리더군요.
    두 내외분 고생하시는 정경이 눈에 선하여 마음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챙겨주시는 모습에 따뜻함을 느낍니다.

    지금 당장은 고객분들이 섭섭해 하거나 불만의 말씀을 주실지라도
    겸손의 자리를 지키시면 그 마음을 알아주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가장 험하고 어려운 고개를 넘고 계시는만큼
    두 내외분이 서로 손을 꼭잡고 정상에 서시는 날이 곧 올 것입니다.

    힘내세요!!

  • 2. ...
    '07.12.20 8:39 PM (218.159.xxx.91)

    힘내세요.. 그리고 바깥분의 생신 축하드립니다.
    훗날 오늘 일을 추억하며 눈시울 적시며 웃음 짓는 때가 올거에요..

  • 3. 내일의
    '07.12.20 9:24 PM (222.101.xxx.216)

    해는 또 떠 오릅니다~
    힘 내시구요 살다가 보면 별아별 일들을 많이 겪고 사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이번일로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길 바래봅니다^*^

  • 4. 저도...
    '07.12.20 10:12 PM (211.176.xxx.215)

    글 읽다보니 눈물이 핑 돕니다.
    하지만..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무엇보다 소중한 남편분이 계시고, 두분의 사랑이 있잖아요.
    모쪼록 모든 일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남편분의 생신 축하드려요.

  • 5. 누구신지
    '07.12.21 2:34 AM (211.192.xxx.23)

    궁금해요,저 구매대행으로 물건 구매하고 6개월만에 받은적도 있거든요(그땐 미국에서 배로 보내는게 가능했을때에요)그때 너무 답답했는데 늦게 와도 오기는 꼭 온다고 하더군요,너무 울지마시고 좋은 생각하세요,주문하신 분들도 나쁜 분들 아닌 기다려 주실거에요...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덕에 우편물이 너무 많이 밀려있고 관세도 까다로와져서 그래요...여기서 맨날 남편 바람피고 못되고 이기적인 글들만 보다가 원글님 남편글 읽으니 너무 보기 좋아요...우편물들 향후 소식도 언제 알려주세요,,,

  • 6. ..
    '07.12.21 8:41 AM (121.162.xxx.143)

    일부 동감 가는 내용이 있씁니다.
    여기저기 조금 씩 뭘 파는데요.

    사람들은 저를 장사꾼으로 보고 때로는 참 험히 대하십니다.

    저는 그냥..주부인데..다만, 이런저런 이유로....친지의 물건을 조금 팔아 주거든요.

    입금하면 물건 보낸다고 하고도 야박하다 할까봐...먼저 보냅니다.
    그러고 나서 입금 안돼면 마음 정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답니다.
    하루만 더 참자..지금 연락 하면 얼마나 돈돈 하는 사람 처럼 보일까 ...그러다가도..아우...내가 속은 걸까? 어쩌나...연락 해볼까? 말까?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고 또 바보처럼 입금 상관안코 물건 보냅니다. 멍충이

    돈은 얼마 안된다지만..속은 걸까 하는 그 맘이 너무 괴롭지요. 다행이 아직은 떼어 먹히진 않았씁니다만, 그 괴로운 시간들은 아직도 이어 집니다.
    내가 속았을까 하는...

    가끔 물건이 파손되면 정말 난감합니다.
    아무리 설명 드리고 환불, 반품 말씀드려도...처음부터 이런 물건을 보낸게 아니냐며..참으로 흥분 하시지요. 물론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택배사에 협박도 해보고..방법을 강구하기도 합니다. 손놓고 잇는게 아니지만..사실 별다른 방법은 없거든요. 포장을 바꾸자면 가격이 올라가고..그부분을 생산자가 고스란히 부담하긴 힘이 들지요. 그래서 차라리 보상을 해주는 쪽이 낫다 싶은 겁니다. 박스를 디자인하고 제작 인쇄하면 그 디자인 비용만 오백 천만원이듭니다. 그래피컬 하게 디자인 하는게 아니라..통용되고 있는 사이즈와 다른 사이즈나 재질로 주문을 하면 그럴게 된다는 거지요. 그걸...일이천장이 아닌 몇만장 또는 몇 십만장을 해야 가격이 나온다는데..쌓아둘 공간도 자금도 부족하니..남들 하는 그 방법 젤 낫다는 방법을 택하는 건데...그런 마음은 모르십니다. 뭐 다~ 그러시는 건 아니지요.물론 너무 고마운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펄펄 화내시는 분 만나고 나면...나는 장사군이다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잇다고 하고 넘겨야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나는 겁니다. 펑펑 우는 절 보고 신랑이 그만 두라고 하드라구요. 돈때문에 하는 일은 아니었어여. 돈때문에 하는 거라면 그만 두기 더 쉬울텐데..친척분 도와드리는 거라..손을 떼지도 못하는 거지요. 그래도 니 덕에 근심 좀 풀었다 하시면 어찌 제가 손을 뗼수 있겟어여.

    그래도 처음 보다는 많이 여유잇게 판매자의 마음으로 돌아섰습니다만, 아직도 가끔은 벌렁 거리는 가슴 부여 쥐면서 질질 짜기도 하네요.
    저도 그냥 넋두리 하고 갑니다.

    하지만...좋은 분도 너무 많다는거 많이 느끼고도 삽니다.

  • 7. ..
    '07.12.21 8:43 AM (121.162.xxx.143)

    윗글이어...

    세상 살다보면 어찌 저만 어렵다 하겟냐...그런 마음이면 또 가벼워집니다.
    제가 너무 징징 거린거 같아 죄송하네요.

    오죽 벌렁 거리면...제가 택배사를 함 차려볼까 싶기도 했답니다.
    절대루 안던지고 절대루 안 파손 나게 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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