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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바부탱이 조회수 : 1,015
작성일 : 2007-12-14 10:47:35

얼마전에 남편이 골프시작하는 문제로 투덜거렸던 사람입니다.

그 글 이후로도 저는 계속 마음이 좋지 않은 채로 지내다가 드디어 어제 저녁에
두사람 모두 폭발하고야 말았습니다.
남편도 남편대로 계속 골부리는 제 눈치보느라고 화가 많이 났더군요.
일요일에 골프연습장 가는 문제는 우선 3개월 시한을 두는것으로 일단락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부부싸움중에 새로운 문제가 발견되었네요.
우리 부부가 대화가 많이 부족했던것 같아요. 차라리 싸우길 잘한건지도 모르겠어요.

95년에 결혼해서 지금까지 꼬박 맞벌이 중입니다.
양가 모두 가난해서 결혼식만 시켜주셨고, 저희 두사람이 일가친척 하나없는 서울에서
알뜰하게 모아서 몇 년전 집도 장만하고 (물론, 대출 있구요) 직장에서도 자리잡아서 이젠나름 안정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편 혼자 번다면 절대 여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구요.

저는 남편 건강이 안좋기 때문에 늘 잠재적으로 제가 벌어 먹여야 할 상황을 준비하면서 살다보니
마음의 여유를 가질수가 없어요. 반대로 아이 때문에 제가 회사를 그만 둘 경우도 늘 생각하다보니
역시 마음이 조급하구요. 한푼이라도 더 모아놓고 그만둬야지..이러면서요.

맞벌이의 고통이야 대충 다들 아실 테니 생략할게요.
하나만 부연하자면, 서울에 피붙이가 하나도 없다보니 아이들을 맡기고 둘이서 외출 한 번 할 수가 없었어요.
계속 직장을 다니니 친한 이웃도 없구요. 그러니 남편이 혼자서 운동을 하거나하면 제가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거 같아요. 남편에게는 저라는 대안이 있지만 저 한테는 대안이 없으니까요.
(남편에게 운동은 치료의 일환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저에게 달라고 못합니다. 어쩌다 한번 시간 뺏으면
무지 싫어합니다)

상황 설명이 길어지네요…암튼 이런 상황들이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고..남들은 여유롭게 사는데 우린 너무 바보같이 살았다고…그렇게 자기 운동하는게 배아프면 당장 사표쓰고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라네요...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금도 목울대가 울컥울컥 합니다.
그렇게 바보처럼 살았으니까 이만큼 살게된건데(쓰고보니 우습네요..그래봐야 있는집이랑은 비교할 정도도
안됩니다) 이제와서 저를 원망하더군요. 그동안의 고생이 순식간에 바보짓으로 전락하더군요.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이왕 이렇게된거 저도 마음가는대로 살아보려구요.
연말 상여금 받으면 눈으로 찍어둔 원피스도 사고 구두도 살겁니다.
명절연휴에 해외여행도 갈거구요. 도로연수 새로 받고 차 뽑아서 남편 없이도 애들 데리고
놀러 다니구요.
대출금은 남편이 알아서 해결하겠죠. 병이 재발하면 보험금으로 어떻게 해보지요 뭐.

그래도 되는 거지요?



IP : 211.106.xxx.5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12.14 10:59 AM (210.180.xxx.126)

    싸우면서 원글님 심정은 말씀 안하셨나요?
    소리라도 지르면서 속엣말 다 해버리지 그러셨어요?
    수십년만에 한번 정도는 그런게 먹힐 수 도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여자들이 마음 속에 할 말은 가득해서 목으로 치받치고 올라와도 막상 말을 하려고 하면 감정이 앞서서 제대로 전달이 안되더라구요.
    할 말 다 못하셨으면 편지에라도 쓰세요.
    당신이 운동하는게 배아파서 그런다 생각한다면 정말 당신은 나를 모를뿐더러 애정이 없는거다. 그렇게 밖에 생각 못하냐고 하세요.

    맞벌이 20년 넘게 하다보니 같이 울컥했습니다.

  • 2. 네..
    '07.12.14 11:09 AM (203.241.xxx.14)

    그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남편도 그 누구도 나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해 줄 수 없습니다. 내가 있고 자식도 있고 그런거에요..

    다 할수는 없지만.. 내가 번다면 내가 평소하고픈거에 다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장 먹고사는데 문제생기는거 아니라면..

    저도 스트레스 받으면서 남편에게 화풀이 하는것보다 나 혼자 영화도 보고 친구랑 맛있는것도 먹고 옷도 사고 지금 운전면허 따려고 하는데..차도 소형차 하나 사려구요..
    내가 바쁘니 남편에게 덜 의지하게 됩니다..

    각자 사는모습이 있겟지만..암튼 전 그렇게 하고 삽니다~^^
    확실히 덜 우울해요~

  • 3. 짝짝!!
    '07.12.14 11:22 AM (121.132.xxx.58)

    잘 터트리셨어요. 저두 맨날 참고 살다가 한번 술먹고 터트렸더니 그 다음부터 많이
    달라지더라구요.
    그동안 원글님이 안 벌었으면 지금 골프연습장을 다닐수나 있습니까?
    너무 모르네요. 하고 싶은거 하고 사세요.

  • 4. ....
    '07.12.14 11:27 AM (58.233.xxx.85)

    그게 참 그렇더라구요 .얻는게 있으면 잃는것이 있는게 세상사더라구요 .제 아우도 맞벌이인데
    전혀다른분야에 주머니까지 따로차니 내고민 너의고민 따로이고 그러면서 안도와준다고 짜증은 부리고
    각각의 세상가지고 있으니 둘만의 대화는 전무상태이고 ...결국 불안 불안 언제 이혼할지 모르는 단계.

    원글님 말씀대로 내팔 내흔들고 네팔 네가 흔들며살자해보니 부부란게 무엇인가 의미없어지고

  • 5. 그 동안
    '07.12.14 12:22 PM (218.144.xxx.137)

    아이키우고 ..맞벌이 하시느라 자신의 욕구를 많이 희생하신 분 이군요

    하지만 사람에게는 적절한 어느 순간이 있더라구요.

    남편분은 남편분대로 지금 운동을 하고 그게 필요해서 할뿐이고.,(잘 배우고 열심히 해서 나중에 같이 하자고 격려해주세요)
    님에게는 아이크고 어느정도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되면 님에게도 그런때가 오지않을까요?

    님이 홧김에 이것저것 하겠다고 하셨지만 님께선 책임감이 강하셔서 쉽게 저지를 분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님같은 부인이 있어서 남편분이 하고 싶은거 한다고,,

    지금은 조금씩 너무 억울하지 않게 하고 싶은거 하시고...여러 가지 일에 지치신것 같지만..
    마음을 넓게 가지시고,좀더 크게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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