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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취 세시간만에 깨어난 엄마... 미안해.사랑해.

엄마 조회수 : 1,009
작성일 : 2007-12-11 21:56:30
일년 전 팔이 부러지셔서 뼈에 철심을 박으셨던 엄마가 그 철심을 빼신다고
수술을 잡으셨다.

전신 마취를 하셔야 한다고 해서 하루는 입원을 하셔야 한다는데
어렵게 물어보신다.
'시간 괜찮니? 아빠가 출장이 있으시다는데...'

마침 시간이 괜찮아서  
'당연 괜찮아...내가 병실 든든히 지켜줄께'
하고 오늘 아침 수술실에 엄마를 보냈다.

수술이 끝나고...회복실 시간이 지나고...

입원실에 다시 돌아온 엄마가 눈을 뜨지를 않는다.

의사 선생님이 분명히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는데,
철심만 빼면 된다고 했는데,
눈을 안뜬다. 마취에서 깰 생각을 않는다.

아 참 우리 엄마는 마취가 잘 안깬다고 전에 수술할때도 엄청 걱정했었지...
잠시 잊고 있었네.
근데 엄마 시간이 너무 지났다. 왜 마취 안깨?

계속 들여다 봐도, 눈만 파르르 떨리고 입만 오물거리고 마취에서 깨질 않는다.

몇달 전 쌍꺼풀 수술때 수면마취로도 죽은 사람이 있다던데...
전신 마취는 위험한 거라고 다들 얘기하긴 하던데.
난 수술 동의서도 안읽어보고 대충 썼는데....

갑자기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간호사 언니...여기 좀 봐줘요.'

다들 밥먹으러 가고 병아리 간호사 하나만 데스크를 지키고 있다.

'여기 좀 봐주세요 . 수액도 다들어갔고,
회복실에서 나온지 40분이 지났는데 눈도 안떠요. 어떻게 된거예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기다려 보세요. 여쭤보고 올께요.'

감감 무소식이다.

다시 뛰어갔다.

' 어떻게 된거냐구요? 왜 안깨냐구요?'

' 아...담당선생님께서 수술에 들어가셔서 한시간 쯤 후에 나오세요. 그때 다시 여쭤볼께요.'

무슨소릴 하는건지...그럼 간호사들은 뭘하는 사람인건지...
안깨면 깨워야지....

마음이 급해서 난 막 엄마를 흔들어 깨웠다
'왜 안일어나? 잠 좀 깨... 수술 끝났어.'

엄마가 갑자기 움찔 하더니 입에서 피를 토한다.
그런데 눈은 안뜬다.

'여기요! 여기 좀 봐주세요 왜 피를 토해요? 팔 심 뺀건데 왜 속에서 피를 토해요?'

나는 미칠 지경인데 또 간호사들은 자리에 없다
데스크 저렇게 비워도 되는건가?

펑펑 울면서 피 닦아내고 간호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목에 호스 넣을때 상처가 생겨서 그럴거란다.
숨은 쉬고 계시니 늦더라도 마취는 깰거라고...
그러다 한시간 20여분이 지났다....

지옥같았다.

괜히 잘못해드린것만 생각나고,
아빠는 출장때문에 연락도 안되고,
동생은 전화기 꺼져있고....

한시간 삼십여분 쯤 더 지났을까...
갑자기 몸을 부르르떨더니 엄마가 마취에서 깼다. 다리에 힘이 확 풀렸다.

'엄마 괜찮아? 정신 좀 들어?'

'응 입 자꾸 마른다 물좀....춥네...오한든다....'
'지금 물먹으면 안된대. 입만 적셔.'

무심한 의사는 잠시 회진 돌더니
그냥 좀 늦게 깨신거라고...(세시간이? 전혀 의식없고 피토한 세시간이? )
피가 나고 하셨을 때 간호사들이 대처를 잘 못해 드려서 죄송하다고,
그말만 남긴 채 흉터 안남게 꼼꼼히 잘 꼬맸다며 휭하고 병실을 나선다.

'내 맘엔 더 큰 흉이 남았다 이 *** 같은 사람들...'


엄마. 너무해.
늘 같이 있을것 같더니,
갑자기 사람 가슴 이렇게 덜컥 하게 하고,

괜히 애꿎은 엄마 부주의만 탓한다.

' 그러게 지난 겨울엔 왜 산에 갔었어? 위험하고 불편하게...'
일년 전 얘기를 타박이다.

'그 때 괜히 좀 외롭고 우울해서, 산이라도 가야 마음이 편하더라...'

생각해보니 나도 내 상처로 가슴 아파 하고 있어서 엄마한테 아무 신경 못 써드리던 때,
아빠는 너무 바쁘시던 때. 그리고, 좀 무심하시던 때.
동생은 사고 있는대로 치고 다니던 때.
아 그때였구나...

'깼으니 됐어. 엄마. 이제 잠자는 것도 허락 받고 자. 마취 아니고 잔거 아냐?'

'글쎄 몸이 많이 약해졌나봐... 핑핑 돌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

'먹는 건 이상 없다니까 내일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신나지? 오늘은 내가 옆에서 잘께'

조금 지나자 문자받고 깜짝 놀란 아빠와
조금은 무심한 듯 해도 애교 작살인 동생이 와서 금새 시끌시끌 해진다.

'마누라 죽었는 줄 알고 깜짝 놀라서 왔네... 그리고, 큰딸, 넌 무슨 문자를 그렇게 보내냐?
현장에서 여기까지 딱지 두개 끊었다'

'누구 좋으라고 일찍 죽어? 영감 화장실 가서 슬쩍 웃을까봐 아직 못죽어'

대화 참.... 혼자 그 모습 지켜보면서 지옥을 오간 나에겐 납득 안되는 대화다.

엄마.
나 서른 넘도록 아직 엄마한테 사위도 못 보여 줬어.
같이 해외여행도 가자고 했잖아.
절대 안키워 주겠다던 손주도 봐야지.
별거 아닌 이런 수술로 이렇게 사람 놀래게 하지마.

우리 같이 늙자 엄마.
나 늙어서 쭈글쭈글해질때까지 보고 놀려줘.

오늘같이 놀래게 하지마.

나 잘할께. 후회 안하게....




IP : 123.98.xxx.4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12.11 10:04 PM (222.112.xxx.197)

    효녀예요
    글읽는동안 눈물이 살짝...

  • 2. ..
    '07.12.11 10:05 PM (219.251.xxx.51)

    걱정많으셨군요. 참한 딸이시네...
    근데 전신마취해서 그정도로 계신건 양호한거 같아요..
    전 최근에 5시간만에 깬걸요.
    엄마가 건강하신 모양이네요.

  • 3. 잠오나공주
    '07.12.11 10:32 PM (221.145.xxx.56)

    걱정 많으셨겠어요..
    그 몇 시간이 정말 지옥같지요..
    저도 작년에 엄마가... 의사샘 말 오해하고 아빠 돌아가신 줄 알고 병원에 달려가는 동안..
    택시에서 얼마나 울었는데..
    병원도착해서 아빠보기가 넘 민망했었답니다..

  • 4. 엄마
    '07.12.11 10:51 PM (123.98.xxx.45)

    네... 전 몰랐었어요.
    전신마취가 그렇게 늦게 깨기도 하는군요.

    근데 나오시고 바로 의식 돌아오실거라고 했는데,
    의식 없으셔서 어찌나 놀랐었는지..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 합니다.

    어디서 그러더라구요.
    세번만 크게 소리치는 눈물나는 단어. 엄마...라구요.

    사랑하는 만큼 잘 해 드려야 할텐데 늘 마음같지가 않네요....

  • 5. 저 첫째
    '07.12.11 11:25 PM (58.78.xxx.2)

    제왈절개할때 사흘을 고생하다 결국 수술한거라..
    수술끝나고 몇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수습할 수 있었어요..
    그나마 잠깐..또 내내 잤었지만,,
    울남편 저 죽는 줄 알았답니다..그래서 울었다는..
    정작 저는 지난 사흘동안 제대로 못잔 잠을 푹 잔것 같았는데..

  • 6. 어~~후
    '07.12.12 1:57 AM (220.71.xxx.191)

    눈물나여...
    엄마 보구싶다~~
    어제 봤는데....
    인제 더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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