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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아들

규항 조회수 : 384
작성일 : 2007-11-30 02:28:19
제가 존경하는 김규항이란 분이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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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아들


선후배, 혹은 동무인 몇몇 여성들과 이메일로 설 인사를 나누면서 ‘명절과 여성’ 문제는 없었느냐, 물었는데

좋은 답이 없다. 딱 한 사람 “인생의 봄날이라고나 할까.” 했는데 그는 작년에 이혼했다.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명절이 되면 그 습속이 건재를 과시한다. 뼈대가 있다는 집안일 수록 더 그렇다.(하여튼 나라고 집안이고 뼈대는

다 무너져야 한다.) 어머니는 설날 세배를 받고는 아내와 김단(딸)을 보며 그랬다. “일흔이 되니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아버지와 지금까지 정을 나누며 잘 살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아무개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다. 너희들은 그렇게 살길 바란다.”

어머니는 ‘돈 안 되는’ 춤을 하는 아내의 가장 듬직한 후원자다. 아내가 지방에 전수라도 간다 싶으면 달려와서

아이들을 챙긴다. 단지 며느리 대신 아이를 챙기는 게 아니라 며느리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어머니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머니와 아내도 한 때 심각한 고부갈등을 겪었고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중간에 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시 내가 취한 태도는 ‘중립’이 아니라 ‘아내 편’을 드는 것이었다.

여성의식 같은 건 별로 없을 때지만, ‘아내는 제 식구를 떠나 혼자 남의 집에 들어온 사람이니 약자고 소수자’라는

소박한 정의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당연히 내 태도에 충격을 받았고 나 역시 많이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최선이었다. 결국 그게 어머니가 당신과 아내가 같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재발견하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 동기가 되었다. 상황이 좋아지고 난 어느 날 한번은 어머니가 나를 보고 웃으며 그랬다.

“못된 아들!”

부디 김단(딸)은 나보다 더 못된 아들을 만나고, 김건(아들)은 나보다 더 못된 아들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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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uhang.net 에서]

IP : 61.73.xxx.24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제
    '07.12.1 8:55 AM (59.186.xxx.147)

    커피 마시고 잇는 내 남편 한달음에 달려와서 날 때렸다. 밖에서는 차 마실 시간있어도 나하곤 차 마실 시간 없는 남편 돈은 조금 주고, 시엄마 날보고 악쓰지 말라고 한다. 인생이 이런건줄 알았으면 절대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는 내 악세사리에 불과하다. 난 정조 지키고 감치 담고 알뜰 살뜰 살ㄹ아도 아무도 이해안해준다. 내 남편 고물이라고 누구한테 외치겠는가.

    돈이 웬수다. 명예를 원한것도 아니다. 돈을 많이 원한것도 아니다.

    나도 조금씩 벌 수 있다. 잘난 남편만나 억울할뿐이다.

    이젠 내 인생에서 희생은 없다. 봉사잘하고 말없고 살림자하는 날보고 애교 없다고 말하닌 나 억울하다. 글 잘쓰고 , 책 많이 읽는 내가 애교 없으면 .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을 알리지 않는 죄 밖에 없다. 귀한 아들과 사는 나는 이제 벗어나고 싶다. 이제 까지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 잘 살거라고 믿는다.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엄마도 경제권이 있으니 이세상 무서울 것이 없다.

    82쿡이있어 고맙다. 악과 선이 존재하는 세상 . 내 감정을 솔직하지 표현한 죄 밖에 없는 나

    잘 살자. 이제까지 살아왔는데 잘 살거야. 불안에 떨지 말고, 조금씩 이기적으로 , 거만하게 , 잘난체하면서 , 돈많고 여유로운 사람과 데이트도 즐기면서 . 알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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