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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원을 가진 사람에게 1억 원은 얼마?

만 이천원 조회수 : 536
작성일 : 2007-11-27 04:05:59
"1만2000원에 영혼을 판 거 부끄러워 하십쇼"
  [인터뷰]사제단 김인국 신부…"이건희 자기 고백만이 살 길"


  "1조 원을 가진 사람에게 1억 원은 1억 원을 가진 사람에게 얼마이겠습니까? 생각하지 않고 빨리 답해보세요."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김인국 신부의 기습적인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 "100만 원이요? 10만 원이요?"

  "모두 틀렸습니다. 1만 원입니다. 그만큼 1조 원대로 올라가면 돈의 개념이 우리와 다릅니다. 1조 원을 가진 사람에게 1억 원은 1억 원을 가진 사람의 1만 원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강 기자에게 1억 원이 있는데, 내가 '1만 원만 달라'고 하면 기꺼이 내주겠습니까?"

  "네."

  "그렇죠. 1억 원을 가진 사람이 남에게 1만 원 주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같은 논리로 1조 원 가진 사람이 남에게 1억 원 주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1조 원 가진 사람에게 1억 원 받은 사람들은 1만 원에 영혼을 판 사람들입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삼성 사태'에서 김 변호사 못지않게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사제단 총무 김인국 신부. 지난 22일 오후 충북 청주시 금천동 성당에서 그를 만났다.

  김 신부는 "예를 들어, 검찰에서 일반 검사는 500만 원, 간부급 검사는 1000만 원, 총장급은 2000만 원의 뇌물을 삼성에서 받고 있다고 해보자. 설과 추석, 여름휴가까지 1년에 세 번의 뇌물이 간다. 그럼 총장은 1년에 6000만 원, 임기가 2년이니까 1억 2000만 원을 받는 것"이라고 말을 꺼냈다.

  김 신부는 이어 "그럼 그걸 받는 사람은 1억2000만 원을 받은 것이지만, 1조 원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우리 기준으로 볼 때 1만2000원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만2000원 받고 자기 영혼을 팔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고 질타했다.

  김 신부는 "부끄럽기는커녕 자기가 이 사회의 주류에 편입됐다는 안도감을 가진다고 한다"며 "돈은 마귀다. 돈은 제일 먼저 부끄러움이라는 장치를 제거해 버린다"고 강조했다.

  "양심선언 줄을 잇는데…"

  김 신부는 제2, 제3, 제4의 '김용철'이 많이 있다고 했다. 제2의 김용철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이용철 변호사였다. 하지만 세상을 향한 고백을 이끌어내기는 너무 어렵다고 한다.

  김 신부는 "우리가 먼저 연락하지도 않았는데, '그들'이 먼저 전화를 해온다"며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꼭 증언해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그들은 "가족이 웁니다"라며 선뜻 나서지 못한다고 한다. 김 신부는 "삼성이 걸어 놓은 안전장치가 3중, 4중"이라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삼성에서 또 누가 나와 김 변호사처럼 하겠는가. 이번 기회를 살려 모두가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고백을 들은 김 신부는 "가위눌림을 느낄 정도로 무서웠다"고 한다. 김 신부는 "세상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이런 것인지 알게 됐을 때 몸서리가 쳐졌다"며 "성경을 다시 읽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재물을 하느님과 맞서는 유일한 강적이라고 했는데, 우상은 힘이고 그 힘의 원천은 돈"이라며 "이건희 회장이 일신을 유지하기 위해 이 사회를 망가뜨리고 오염시키는 악행을 보면 그가 절대로 하느님의 나라에 못 들어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회부패에 둔감하지는 않나"



  사제단이 이번 양심선언에 주도적으로 나선데 대한 부담은 없는지 물었다. 김 신부는 "기자들이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김용철 변호사를 어떻게 믿느냐'는 질문인데, 이제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냐'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삼성에 맞서는 김 변호사와 사제단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신부는 그러나 "두렵지 않았다"고 했다. 김 신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 사제단까지 찾아온 사람을 어떻게 저버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다만 "사회 부패에 둔감한 사회적 분위기를 염려하는 목소리는 있었다"고 한다. 김 신부는 "김 변호사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삼성이라는 힘이 어떻게 보면 독재권력보다 막강한 힘이 돼버렸기 때문에 그 힘에 거스르는 싸움을 벌일 때 국민들이 이것을 얼마나 이해해주고 얼마나 알아주느냐가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세상이 다 그런거지', '뭐 삼성이 그런 거 몰랐나'와 같은 냉소와 몰이해가 걱정됐다"며 "하지만 이번 일은 '당위'이기 때문에 사제단 만장일치로 결정해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은 '고백'을 통해 정화의 길 나서야"

  이번 사태를 풀어내기 위해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이 택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었다. 김 신부는 '삼성 광고'에 해답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삼성전자 '또 하나의 가족' 애니메이션 광고. 학원을 빠지고 친구와 놀던 아이가 "학원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며 집에 들어왔는데, 이 사실을 아는 부모님으로부터 용서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광고는 아버지와 아이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생략하고 "어떻게 했을까요?"라고 물음을 던진다.

  김인국 신부는 이 광고에서 아이가 용서를 받는 방법으로 "삼성이 국민들에게 용서를 받는 유일한 길은 고백이라는 자기 정화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국민들이 삼성 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우리도 원하지 않는다"며 "'오랜 관행이어서 익숙하게 저지른 잘못이다. 관행이라서 부끄러운지도 몰랐다. 그러나 용서를 청한다.' 이렇게 개과천선해서 용서 받고 사태가 해결되면 삼성이 건강해지고 국가 신인도가 높아지며 정부 기능의 신뢰도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또 "지난번처럼 8000억 원이다 뭐다 하는 것은 필요 없다. 국민들이 돈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니다"며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 일가는 갖고 있는 지분만큼만 권리를 행사하고, 이재용 씨도 불법적으로 증식한 재산에 대해 모두 세금을 내고 제자리로 돌려놔야 하며, 차명계좌에 존재하는 비자금도 모두 세금을 내고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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