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남편 마흔 훌쩍 넘은 나이에 흰 머리가 더 많은
안목이며, 센스며, 하다못해 자기 마음 표현도 잘 못하는 갱상도 부산 싸나이 입니다.
잘 나가는 증권회사 부장이지만
처남이 입던 티셔츠며, 바지도 아무 군소리 없이 주는대로 입는,
어찌 보면 무지 편한 남편입니다.
자기 옷 사러 나가는 거 싫어하고
글타고 사회 생활하는 남편, 옷 안 사줄 순 없잖아요...
체형도 특이해서... 기성품 양복 사려면 진땀을 뺍니다.
상설 할인매장도 쑤시고 다녀 보고 했는데
저희 남편처럼 키에 비해 마른 체형(키 175 체중 58)은 박신양이 나와 선전하던 브랜드가 잘 맞더군요.
맨날 삼촌 양복 얻어 입던 거 같더니
여기꺼 7drop 슬림형으로 입히니 안재욱이 따로 없더라구요...
하여간,
애들은 아울렛에서 5천원짜리 티셔츠 사다 입히고
저 역시 십 몇 년전 대학 때 입던 옷까지 재활용하지만
남편 양복만은 백화점에서 사는 저는(백화점 가는 날 = 남편 양복 사는 날)
잘 맞는 양복 상의 & 하의 칫수며 바지 기장을 잘 적어 가서
제 맘대로, 제 취향대로 골라 사 옵니다.
오늘도 간만에 겨울 양복 사러 나섰더랬죠...
상의 하나에 바지 두 개...
전엔 쓰리피스로 나오던 조끼가 요즘은 안 나와서
캐시미어 섞인 가디건을 하나 추가로 더 사고
바지 기장 수선하는 시간 기다리다 캐시미어 50% 섞인 칠부 코트까지 저지르고
무지무지 떨며 간 졸이며 남편 퇴근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30% 세일 해줘도 바지 하나 더 추가하고 코트까지 저지르니
백 만원은 이미 훌쩍 넘었고
웃으면서 3개월 무이자 할부 긋고는 왔지만
에고에고... 이걸 어찌하나 가슴 졸이는데
남편 퇴근해 들어오자마자... 마침 제가 사고 친 백화점 상품권 100만원 어치를 쥐어 주네요...
여기저기서 들어온 거 모아 둔건데... 제 꺼 코트나 뭐 필요한 거 장만하라구...
으아~~~ 눈물이 핑 도는 걸 꾹 참았습니다.
저 낼 당장 그 백화점으로 상품권 들고 뛸 작정입니다.
카드 취소하고 상품권으로 결제하려구요...
자기 옷 사는 거 펄쩍 뛰며 싫어하던 남편,
오늘 저지른 양복과 가디건, 윤기 좔좔 흐르는 코트 입어보더니
평소에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던 "고마워" 란 말도 하네요...
남편이 쥐어 준 100만원 어치 상품권은 남편 양복 + 코트 값으로 사라지겠지만
하나도 아쉽거나 속상하지 않네요...
남편은 상품권으로 제 겨울 코트 사라고 하지만 전 그 맘만으로도 감동 감동이거든요.
그냥...
저 혼자 감동 + 벅차오름으로 여기 와서 주절거리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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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
이심전심 조회수 : 347
작성일 : 2007-11-23 02:52:31
IP : 61.254.xxx.2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분위기가
'07.11.23 5:16 AM (67.85.xxx.211)문득 드는 느낌이 왠지 오 헨리의 단편이 떠오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 ^^;
원글님, 아름다운 가정이시군요.
오래오래 행복하십시요....2. 오헨리
'07.11.23 8:49 AM (221.164.xxx.219)아름다운 부부시네요 :-)
3. 정말
'07.11.23 1:18 PM (219.240.xxx.149)남편을 사랑하시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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