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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아니더라도 108배 절을 해보세요..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순둥이 조회수 : 2,374
작성일 : 2007-11-15 14:53:45
밑에 절에 관한 의문글이 있어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저희 식구들은 종교상 이유로 절을 참 많이 하세요
특히 어머니는 워낙 불교 신자이시고 다니시는 절이 해인사 성철 큰스님 계보의
절이라, 이곳이 워낙 절 자체를 많이 시키시는 곳이라고 해요

이곳 연세 지긋하신 보살님들(이렇게 칭하시더라고요)은
3000배는 그냥 초보 신자의 기본이고요

보통 1000배씩 100일기도(10만배 기도) 이런 걸 일년에도 몇번씩 주기적으로
하시는 분들이라...(가히 절공장입니다...대단들 하세요 연세도 있으신데)
이렇게 같은 조계종도 어느 스님 계보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암튼 어릴 적부터 엄마따라 절에 다니고 해서 그 분위기에 익숙한 것은 있지만
사실 전 고등학교-대학교 모두 감리교 미션스쿨을 다니기도 했고
종교적인 부분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아요.

대학때 철학의 관점에서 불교학 수업은 들었었어요, 역시 철저히 이성적인 학문으로서
재미있게 들었던 수업이고요.

그러다가 대학교 시절 제가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어머니 권유로
3000배에 도전했고요..그때 정말 죽다 살아났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를 악물고 오기로 했으니 제대로 된 기도도 뭐도 아니었지만
암튼 태어나 가장 많은 땀을 흘리며 절을 마친 그때
제가 느낀 희한한 현상 한가지는

마치 제 마음이 깊은 호수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누가 그 호수에 돌을 던진다해도
물결조차 일지 않을 것 같은 차분함...밤 새워 절을 하고 새벽길 내려오며
태어나 처음 맛본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 뒤로 3박4일 '아비라기도'라는 기도도 했지요.
역시 뭣모르고 덤볐다가
거의 초죽음이 되어 내려와 무려 일주일을 앓아 누웠지만
이때 제가 느낀 건 이겁니다.

"아 정말 더이상은 못하겠다. 죽을 것 같다.."딱 고비의 그 순간

희한하게 그 동안 살아왔던 시간들이 마치 필름처럼 스쳐가며
"아, 그때 나의 독설적인 말로...그 사람이 이렇게 가슴이 아팠겠지"
"그때 나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속상했을까"
생각들이 스치며...
30여분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저로선 참 희한한 경험이었고요

이때서야 비로소 저희 어머니께 여쭙게 되더라고요
어떤 마음을 가지고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요.

무엇무엇을 잘되게 해달라, 나를 도와달라..하는 건 진정한 기도가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 네가 남을 위해서 기도를 할만한 경지도 아니고;
그냥 한배한배 절할때마다 그간의 잘못을 용서해달라는(=업을 없애달라는)참회의 기도를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도 이런저런 바쁘다는 핑계로, 매일은 못하지만 끊이지 않고
하루 108배라도 절을 하며 참회의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그 뒤로 참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많은 좋은 일들이 다가온 것 같아요. 제 기분이 달라져서겠죠?

저희 어머니를 따라 최근에 기도를 시작한 저희 이모는
최근 아이들때문에(제 사촌들) 너무 속상한게 많아 힘들어하다 이번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절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학교를 자퇴할 정도로 질풍노도를 겪었던 사촌동생이 최근 검정고시도 합격하고
이런저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니 이게 다 기도 덕분이라도 하시더라고요.

전 이런 일들을 무슨 기도를 해서 그렇다, 무엇을 믿어서 그렇다는 관점에서 보지는 않아요.

절을 많이 하다보면 분명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고(이건 제가 경험했으니까요)
그런 마음의 변화가 아이들을 대하는 이모의 태도를 변하게 했을테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 거겠지..라고는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절을 할 수록
무엇보다 눈에 띄게 몸이 많이 좋아지고 가벼워지는게 확연히 느껴집니다.

제가 뭐 종교적 교리도 아는바는 없고요
그냥 종교가 아니더라도 절 자체는 사람 몸에 참 좋은 것 같아요.
오체투지..라는 책도 있듯이

절은 예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마, 두팔, 두다리 이렇게 땅에 닿기만 하면 그게 절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108배를 5~7분대로 끊으려면 자세고 뭐고 그야말로 기계적으로 정신없이 절해야 하기도 하고요..
시간이 나는대로 꾸준히 하면 가장 좋은 운동인 것 같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IP : 222.107.xxx.102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래서
    '07.11.15 3:03 PM (222.109.xxx.201)

    절이 수행의 방법인가 봅니다. 육체의 고행을 통해 정신을 고양시키는 게 정말 말이 되나봐요.저는 한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괜히 끄덕거려지네요.

  • 2. 좋은글
    '07.11.15 3:03 PM (222.99.xxx.129)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이 많이 가네요.
    거실에서 생각날 때마다 10배부터라도 시작해 볼래요.

  • 3. 동감
    '07.11.15 3:04 PM (220.75.xxx.216)

    저도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절에는 관심있습니다. 그런데 무릎에는 무리가 없는지요?

  • 4. 무릎조심
    '07.11.15 3:13 PM (61.38.xxx.69)

    절 잘못하다 무릎 나간 사람들 많아요.
    제대로 하셔야 합니다.
    원글님 글에는 동의 하지만 혹시 오해하실 분들있을까 해서 오지랖떨어봅니다.

  • 5.
    '07.11.15 3:24 PM (210.221.xxx.16)

    등산하다가 무릎 다치는 분들 많지요?
    오히려 운동 부족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마음을 차분히 하기에는 아주 좋은 방법 인 듯 하고요.
    청견스님의 절하는 방법...
    검색하고 해 보십시오.
    제대로 된 절은 어떤 운동보다 몸에 이롭답니다.

    마음 둔 바가 있어서 절을 아주 많이 한 때가 있었는데
    두꺼운 방석을 무릎에 두고 하니 그저 다리가 후들거릴뿐이더군요.

  • 6. 일체유심조
    '07.11.15 3:47 PM (61.76.xxx.101)

    해인사 백련암을 다니시나 보네요...^^
    절... 내 자신을 낮춤으로 나의 아상도 같이 낮추어 갈 수가 있지요...
    비록 불교 신자는 아니시더라도 오체투지를 통한 약 108배 정도의 절만 하시면
    건강의 관리법으로도 참 좋다고 합니다.
    모든 분들께 날마다 좋은날이 함께 하시길 바라면서.....*^^*

  • 7. ㅋㅋ
    '07.11.15 3:49 PM (211.55.xxx.129)

    울 친정엄마도 해인사 다니세요..
    20일부터 아비라 기도 가신다고 오늘 절복 다리시던데...
    제가 아비라 하는게 엄마의 가장 큰 소원이라고 하시는데도 겁나서 못갔었는데
    님 대단하시네요~~

  • 8. ...
    '07.11.15 4:04 PM (210.180.xxx.126)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님의 글 동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한번 해봐야지 하면서도 왜 그리 실천이 안되는지요.
    제가 말로 업을 쌓는 직업이다보니 더욱더 해야할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 9. 3000배
    '07.11.15 4:06 PM (125.241.xxx.98)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아이가 고3 되면서 절에 다니게 되었고
    날마다 108배 했답니다
    그도 마음의 평안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3000배라...

  • 10. ^^
    '07.11.15 4:11 PM (218.154.xxx.151)

    저도 대학졸업하기 직전에 제주도에 절하러 갔었는데요... 백련암 생각은 못하고 제가 갔던 절인가 했네요^^
    그 절에서도 3000배는 기본..이라는 분위기라..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분들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살짝 주눅이..^^;
    3박4일간 만배를 하고 내려오는데.. 세상이 달라보이더군요. 더 많이 절하는 분들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실지에 대한 호기심도 들고..
    그게 벌써 10년 전이네요.. 다시 가서 그 경험을 하고 싶은데...

  • 11.
    '07.11.15 6:28 PM (211.202.xxx.171)

    그 글 쓴 사람인데요.
    이런 글 올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몸과 마음이 별개가 아니라
    함께 좋아질 수 있는 운동이 하고 싶었어요.
    종교는 카톨릭이지만
    다른 종교에도 배울 점이 참 많더군요.
    좋게 말하면 마음이 열려 있는
    사실상 날라리 신자죠^^.

  • 12. 아 참
    '07.11.15 6:39 PM (211.202.xxx.171)

    생각난 게 있는데요.
    제가 평소에 우리 애(지금 우리 나이로 5살 남자애)를
    언젠가 템플 스테이를 보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젠가 남자 애들이 템플 스테이한 걸 봤는데
    처음엔 엄마 보고 싶다고 울고 하던 애들이
    며칠 지내고 조금은 의젓해 졌다고 본 것 같아요.
    우리 애가 외동이라 그런 경험이 좋을 것도 같고
    절이면 아토피가 좀 있는 것도 안심이 되어서요.

    전 7살 쯤 보낼까 하는데
    믿고 보낼 만한 데가 어딘지 등등
    아무거나 아시는 대로 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13. 아 참님
    '07.11.15 6:53 PM (211.229.xxx.158)

    네이버에 템플 스테이로 검색하면 많이 나와요.
    아니면 http://www.templestay.com/ 여기로 가셔도 되구요.
    저도 예전에 갔었는데 참 좋았던 기억이 나요.

  • 14. ..
    '07.11.15 7:31 PM (222.98.xxx.37)

    전 카톨릭신자인데 원글중 다음 부분이 와닿네요.
    제가 평소에 하는 생각과 비슷해서요.


    "무엇무엇을 잘되게 해달라, 나를 도와달라..하는 건 진정한 기도가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 네가 남을 위해서 기도를 할만한 경지도 아니고;
    그냥 한배한배 절할때마다 그간의 잘못을 용서해달라는(=업을 없애달라는)참회의 기도를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 15. ...
    '07.11.15 8:05 PM (210.117.xxx.60)

    좋은 글 고맙습니다...

    저 아는 언니도 특별한 이유가 없이 아기가 안 생겨서 절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언니는 원래 불교신자였기도 하구요...

    강화도 어느 절에 가서 1박 2일로 기도를 시작했는데...
    절을 하면서... 언니가 남편에게 잘못한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그렇게 눈물이 났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1달 만에 아기가 들어서서 지금은 아들 둘 엄마예요...

    절을 해서 이렇게 되었다기보다는 원글님 말씀처럼 내가 변했기에 상대방도 변화시킬 수 있었다고 봐요...

    우리는 살면서 늘 남탓을 하지만... 항상 원인은 나에게 있다는 거... 알게 되더라구요...

  • 16. sbs
    '07.11.15 9:10 PM (221.163.xxx.11)

    지난 5월에 방영된 '0.8평의 기적'이라는 프로그램 보고 나서 108배에 대해서 관심 생겼습니다.
    청견스님의 절하는 방법에 대한 동영상과 책도 보고 많이 참고 되었구요.
    원글님처럼 저도 하루 108배 꾸준히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우선 처음 시작했을때 잠이 무진 잘오구요.
    땀이 잘 안나던 제가 땀구멍이 열린듯 땀이 쏟아지더군요.
    물론 시작한 때가 한여름이긴 했지만요..
    아직 절의 효과에 대해서 말할 순 없지만
    정말 제게는 좋은 시간인것 같습니다.
    108배 하는데 고작 13~15분 걸립니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 마땅한 운동이 없다 하는 분들한테도
    참 좋은 운동 같습니다.

  • 17. 제남편도
    '07.11.15 11:36 PM (121.139.xxx.252)

    요즘 아침에 일어나서 108배 시작했는데
    몸도 가볍고 마음도 좋다고 아이들에게도 권하더군요.
    저도 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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