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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저는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셨고
저때문에 고생만 하셔서 이말을 들으면 눈물이 나요.
이제 고3 이 다 되어가는 우리 딸아이 제법 엄마의 친구노릇을 합니다.
옷도 서로 골라주고 몸과 마음이 부실한 저한테 충고도 해 주고 따뜻한 사랑의 말도 제법하구요.
제가 몸과 맘이 부실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예민하고 머릿속에 생각을 담아 좋고 곱씹는 버릇
(거기에다 엄청난 기억력: 자랑 아님.
세돌 이전의 사건 까지 기억하니 골치 아픈 사람이고 실제로 두통도 심합니다.
동생들도 누나가 너무 예민해서 아픈거야 라고 하지요. 인정합니다.)
문제는 저희 시어머니.
겉으로 사람 좋은 척하면서 속으로 저를 괴롭히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알더군요. 시어머니가 친구들 사이에 공주병환자로 꼽힌다고 ....)
부잣집 딸이셨다는 시어머님은 제가 결혼한 50대에도 손에 믈 한방을 안 묻히고 사셨습니다.
제가 둘째 며느리인데 저보다 5년 먼저 결혼한 형님때도 그랬다니
뭐 늙어서 손을 놓으신 것은 아닌 것 같고.
반면 집안 일에는 온갖 잔소리를 다하시고
집에서 기르는 화분 하나도 어머니가 싫어하시면
제손으로 버릴때까지 저를 괴롭히시거나
(알레르기에 나쁘다느니, 유행이 아니라느니,
베란다가 좁다느니하시는 거죠. 당신이 싫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제 잘롱을 "정리"하시고 맘에 드는 물건을 가져 가시는 것도 예삿일이고
나중에 알았지만 초등학교 다니던 우리 아이들에게 네 엄마 같이 하면 안된다고 엄마 험담까지 하셨더만요.
저는 아이들의 할머니다 싶어서 아이들이 할머니 잔소리가 싫다는 내색이라도 하면
그러는 게 아니라고 했다지요.
적어도 이일을 알기 전까지는요.
시어머니는 스스로 사려깊고 유순하며 양보심이 많고 성격이 유해서 탈이라고 하십니다.
독한 네성격(바로 접니다)조금만 나누어 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하십니다.
저는 전문직 종사자이고 일과 아이 키우기등을 같이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독한 사람으로 비쳐 지게 되었답니다.
사실은 남들 상처 받을까 해서 말도 잘못하고 웬만하면 손해보더라도 양보하고 사는 편입니다.
둘째면서 어머니와 산다고 명절이며 아버님 기일이며 제가 다 준비하고
(올해는 제가 아파서 못했습니다.
사실은 안했습니다.
끙끙 거리면서 음식해 좋으면 빈대떡이 두껍네 얇네하고
식혜가 너무 달다거나 안 차겁다거나
이왕 하는거 어려운것도 아닌데 이 참에 만두도 해먹자고 하시고
30분이면 될거 이것도 저것도 하자고 하시고 말로만 엄청난 메뉴를 요구하십니다.
그중 대부분은 어머니는 평생 한번도 해 보신적이 없는 것이고
만두피가 두껍다 얇다 부터 시작해서 온갖 품평을 하시더라도
다른 해 같으면 아파도 했습니다.
임신 팔개월때 설날 준비도 밤새가며 혼자 했습니다.)
다른 식구들에게 생색 한번 낸적없습니다.
생색낼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알고보니 형님이 저 주라고 명절 준비할 돈을 좀 보내션 적이 있더군요.
중간에 사라져 버려서 그렇지.
맛난 반찬 있으면 며느리는 물론이고 아들이나 손주도 안중에 없습니다.
저희 남편 엄청 효자입니다.
어머니가 쟈연 송이 먹고 싶다고 하시자 송이 4kg구해 온 사람입니다.
(제 통장에 잔고 860원입니다)
그중에 절반은 어머니께서 냉장고에서 얼은 거 같다고 안잡수시겠다고
우리에게 주셔서 얼었다 녹았다 한 그 질기고 맛없는것 억지로 먹었고
나머지는 어머니 혼자 다 드셨습니다.
뭐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럴수도 있지요.
하지만 한 식탁에서 당신앞에 종지에 숨겨 놓고 하나씩 꺼내 잡수셨다면 좀 다른 이야기이죠.
수업시간에 도시락 한입 몰래 먹는 식으로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두고
혼자서 몰래 한 상 위에서 그랬다는게 말이 되나요.
저는 어마어마한 강심장이거나 철저한 이기주의로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생각하는 어머니의 성격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지요.
원해 맛있는것은 감추어두고 혼자 잡수시고 그러시다가 상하면 저 주십니다.
당신은 배탈이 잘나서 조금만 이상하면 먹기가 싫다시면서. 저도 배탈 잘 나요 ㅜㅜ
본론은 여기부터입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친정어머니와 연관되어서 섭섭한일을 많이 가지고 있고
(예를 들면 돌아가실 때 문상도 안 오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중환자실까지 따라가 온갖 위로의 말을 다 하시면서,
죽은 사람을 보면 꿈에 나타난다나 뭐나 하시면서
그 당시는 아버님도 살아 계셨으니 두 분 다 안 오신 것은 저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남들에게도 못할 모진 말도 저에게 많이 하셨습니다.
너의 아버지도 곧 새장가 들겠구나 하면서....
며칠 전 하도 속상한 일이 있어어서 "친구"같은 딸아이에게 시어머니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는 네 할머니가 이해가 안 간다고....
이해가 안 가는 일을 받아 들이기는 더욱 힘들다고 ....
우리 아이는 이러더군요.
"엄마, 난 엄마가 이해가 돼.
할머니 참 이상한 사람이고 잔소리도 많고
할머니하고 말 만하면 온갖 이야기 다 들어 드려야 되어서 너무나 힘들고 싫어.
근데 엄마는 내 엄마고 할머니는 내 할머니니까
엄마가 할머니한테 화내면 엄마도 이해가 가지만
할머니가 불쌍하기도 해.
늙고 힘이 없어 그러나 싶고.
할머니 돌아 가시면 생각많이 날 것 같아.
난 양쪽 다 편들어 주고 싶어.
엄마 화나면 엄마 돈으로 할머니처럼 좋은 화장품도 쓰고 옷도 사 입고 그래.
왜 할머니만 좋은 것 써야 돼?
엄마도 그러면 좀 화가 덜 날거야.
난 엄마를 이해 하지만
엄마와 할머니를 보는 입장이 좀 다른 것 같아."
아! 이 친구는 정말 공. 평. 한. 친구였습니다.
학창시절 나만의 친구라고 여겼던
그 누구가 다른 아이들과도 역시 좋은 친구라는 사실이 영 껄끄러웠던 그 때처럼
가슴에 돌이 하나 얹히는듯 했지만
아이가 많이 컸다 싶고 성숙한 인간관계를 배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섭섭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
이런 혼란을 겪게 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이제는 아이 눈치도 봐야 하나 봅니다.
1. ....
'07.11.4 10:32 AM (58.233.xxx.85)가끔은 너무 현실적인 똑똑한 아이보다 이유없이 ...완전한 내편 하나도 좋은데...님심정 이해 갑니다.토닥 토닥^^
2. 똑같은 일을
'07.11.4 11:10 AM (211.205.xxx.44)겪어본 사람만이 그심정을 이해하는거 아닐까요?
아무리 내가 낳은 딸이라지만
결혼을 안했으니 아직은 내편이 되어주기엔 조금 이른가봐요.
하지만 딸이 내편이 되어서 할머니한테 쌀쌀맞게 행동하거나
예의없게 행동한다면 더 마음이 아플것 같아요,3. ^^
'07.11.4 11:17 AM (222.238.xxx.91)세상에 부모 노릇만큼 힘든 것이 어디 있을까요? 특히 엄마 노릇은 더더욱~~~
근데요....아이..특히 큰 딸아이는 엄마에게 친구같기도 하고 엄마 입장을 가장 잘 보면서 이해해주니 그러는지...... 가끔 시댁...시어른이라든지, 시숙, 동서한테서 받은 어려움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더라구요..제가 그랬어요... 큰 딸아이가 고등학생 때부터....님처럼 험담아닌 험담을 하게 되었는데... (제 딸아이..지금 직장인입니다...) 그 아이가 몇 년전에..한 번 그러더라구요..엄마 이야기 들어주는 것 참 힘들었다고...
그 때....너무........머리가 띵해오더라구요..
내 힘든 것 풀자고 아이를 이용(?)한 어리석은 엄마 노릇을 했다는 자책감이 뒤늦게 들더라구요.. 아이한테 말하나 안하나...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을.....그냥...나 혼자 삭힐 것을 싶은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요...
(제 딸아이도.....저에게 늘 그랬어요..엄마가 참 답답하다구..전 엄마처럼 안 산다구....당하지만 말구..하고 싶은 말 다 하구 살라구...그리고 엄마 위해 살라구....)
딸들에게 괜한 시름과 고민거리 안겨주지 말고..지혜롭게 혼자 해결하는 엄마가 되는 것...우리 같이 해봐요^^
힘내세요^^4. 딸
'07.11.4 11:20 AM (58.127.xxx.45)딸입장입니다. 원글님과 상황은 다르지만 엄마와 시집식구들(친가어른들)간의 갈등을 보고 자랐습니다. 커가면서 엄마를 여자로서 이해하고, 이야기도 들어드리고...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무조건 엄마편일 수는 없더라구요. 뭐랄까..엄마가 행동을 바꾸면 해결날거 같은데 엄마는 그대로 하면서 상대방을 험담하는거 같다고 할까요..원글님 따님도 어느정도 엄마가 이렇게 행동을 바꿔봐.. 라고 말씀드린거 같네요. 아직 결혼 전이라 더 그럴겁니다. 미혼의 객관적인 시선(?)이랄까요.
저는 조금 더 나이가 들면서 엄마의 시어른들에 대한 행동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건지를 조금 더 알게되었어요. 자게 글이나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지요.^^; 그래서 요즘은 90%이상 동의해주고 상황에 따라서 대안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제 기분이 별로인 날은 너무 객관적인 대안만을 이야기하고 끝냅니다. 엄마가 서운해 하는걸 알면서도 말이지요.
원글님은 스스로가 딸의 서운한 말에서도 딸아이의 기특함을 인정하는 부분이 있으시니, 잘 풀어나가실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궁..말이 길어졌습니다.5. 딸
'07.11.4 11:24 AM (58.127.xxx.45)아..그리구 위^^님 말씀처럼 딸 입장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좀 힘듭니다. 어릴때는 더더욱이요. 내가 아는 친척들이 곱게 안보이고 심하게는 거리감도 느끼고... 딸 성격에 따라 엄마 대신 한판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저같은 성격에는 조금은 부정적인 영향이긴 했네요.
이해하면서도 위로는 되어 드리기 힘든,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6. ^^
'07.11.4 7:47 PM (116.120.xxx.130)저도 딸의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만약 남의집 이야기라면 끝없이 편이 되줄 수도 있지요
하지만 핏줄이라그런지 손녀 입장에서 할머니를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랑 둘이 험담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왜냐면 둘다 나한테는 혈육이고 가족이잖아요
게다가 자식에게 엄마는 우상처럼 비춰지는 부분이 있어요
한없이 착하고 다정하시고 자애로운 분 ,,,
할머니에게도끝없이잘하시던 분이 알고보니 할머니에게는 유감이많앗다는걸 확인하는게
유쾌한시간은 아니거든요
그냥 그런 상황이 여러모로 마음이 상해서 엄마가 원하는게 뭔지알면서도
그냥 샹각없이 맞장구치지 못하게하지요
차라리 가슴에 그렇게 싸놓고살게아니라
나름의방법으로 풀고 사는게 낫지 저렇게 차곡차곡 안좋은것들은 보관하며
사셨구나 하는순간 참 여러모로 마음이 안좋거든요
엄마가 더 현명하길 바라고 기대하게 되는 자식으로서의 이기심이랄까?? 너무높은 기대감이랄까 ??
전 저희엄마가 너무나 자애럽고 남 싫은 소리는 절대안하는 천사같은 성품인지라
엄마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고 누구 험담하는소리를 들으면 솔직히 실망스럽고
기분이 좋진 않아요 ㅡ.ㅡ;;;
그래서 어차피 남 험담해도 달라질게 없다면 전 안듣고싶어해요
피터팬 증후군인지 친인척간에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의 추함을 확인하는게 별로더라구요
반면에 제 여동생은 같이 흥분하고 험담해주고 미워해주고 그러니
여동생하고는 자주 이야기하시는듯 하구요
제 여동생은 100% 엄마 편애모드입니다 .
저도 저희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시할머니 욕하는건 잘 들어드리고 장단도 맞춰줘요 적당히
듣는것 하나도 안힘들고 별 감정도 없어요
그런데 제 엄마가 제할머니 말씀하시는건 듣기가 싫어요 ㅜㅜ7. 저도
'07.11.5 12:03 AM (121.131.xxx.127)따님 이해가 가요
저희 엄마
반평생 제가 엄마 노릇을 했다고 합니다.
일찍 조실부모 하시고
남편에게 사랑 많이 받았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버지와 서로 너무 사랑해서
늘 상대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목말라 사셨지요
그러다보니
늘 엄마 푸념 속얘기 들어주고 살았습니다.
형제간 섭섭한일, 시집 일(제겐 친가지요), 아버지 일
그런데요
제일 힘든건
제가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미워한다는 거
굉장히 힘든 감정이에요
따님이 든든한 친구지만
님의 따님이지요
다 덮어주는 건
자식의 몫이 아니라 부모 몫이 아닐까 싶어요
그만하면
정말 착하고 속 깊은 따님이에요
좋은 따님 두신 거
님 복이시네요^^
(전 님 따님 같지는 못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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