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이었어요
제가 낮에 마트 갔다오면서 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데...
제가 15년 운전 경력인데^^ 마침 그때 카시트에서 자던 애기가 깨서 울지 뭐예요?
뭐에 씌였는지 후진 주차를 하다가 옆라인에 주차되어 있던 차의
앞범퍼와 살짝 부딪혔어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내려 확인을 해보니 부딪힌 차의 범퍼가
약 1cm정도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어요.
제차는 아무 이상 없고요-.-;;
그 차의 상태가 깨끗했기 때문에 긁힌 부분이 더 도드라져 보였죠.
물론 제 눈에 더 크게 보였을 수도 있었을 거구요.
순가 그냥 내빼버려 하다가 생각해 보니 차 주인은 영문도 모르고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생각이 들더군요.
저의 경우에도 여기저기 흠집이 나도 모르게 생겼을 경우 기분이 무지 나쁘지만
궂이 누가 했는지 캘 생각까지는 안생기더라구요(귀찮기도 하고...하지만 크게 흠집이
생겼을 경우는 또 다르겠죠^^)
어쨌든 경비 아저씨한테 차주인의 집을 알아내서 가봤더니 아무도 안계시길래
일단 제과점 가서 쿠키 한상자 사서 저녁때 다시 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요.
대학생 딸 정도 있는 50대 초반의 아주머니시던데 인상 부터가 온화해 보이시는 분이었어요.
솔직히 제가 좀 소심한 부분도 있는지라 사고치고(?) 몇 시간 동안 마음이 편칠 못했어요.
근데 그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흠도 별것 아닌데 괜찮다고
제가 가져온 쿠키도 안 받으시려고 하시는걸 손에 들려 드리고 왔어요.
제가 자꾸 죄송하다구, 입장 바꿔서 생각하면 기분 안좋을실텐데라고 말씀드리니
웃으시면서 나지막이 "제 차 무지 튼튼해요. 걱정마세요."하시며 웃으시는 거예요.
얼마나 마음이 놓이고 편안해지는지...
그냥 무시하고 모른척 할려고 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고
이런 이웃이 제 주변에 있다는 것도 괜히 고마워지더라구요...
그래도 세상이 아직 메마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15년전 초보였을 때 운전 연습하느라 도로에서 한참 잘하고 집으로 가던중
그랜저차랑 정말 키스^^하는 수준으로 부딪힌것도 아니고 맞물렸는데
조폭처럼 생긴 아저씨가 인상 쓰고 내리면서 10만원을 당장 내라고 난리도 아닌거예요.
진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준의 기스였는데...
더러워서 그 자리에서 주고 말았다는 나쁜 추억이 있어서 일까요?
어쨌든 마음에 여유를 가지면서 사는게 정신 건강에 훨씬 좋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가을입니다.
차는 차일 뿐이죠.
사람 보다 물건에 더 가치를 두고 사는 삶이 얼마나 사람을 메마르고 팍팍하게 만드는지
저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이웃 어주머니 고마워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이런 이웃^^
qqq 조회수 : 935
작성일 : 2007-11-03 16:33:16
IP : 211.178.xxx.5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7.11.3 4:36 PM (125.182.xxx.20)오랜만에 기분좋은 내용이내요.. 잘 읽었습니다.
2. 저도 며칠전에
'07.11.3 5:46 PM (219.249.xxx.216)골목에서 앞집 아저씨차를 그랬어요.
아저씨 나오실때 기다리고 있다가 자진납세하고
봉투에 5만원 담아 드리니 한사코 안받으시네요.
꽃 좋아하시는 분이라 봄에 예쁜 식물들 많이 나올때
오래 키우실 수 있는걸로 하나 사드리려구요.
아저씨 말씀 "그렇게 정직하게 세상을 어찌 살겠냐"고...3. ^^
'07.11.4 5:23 PM (125.176.xxx.20)참 좋은 이웃이시네요.
제 친구는 임신했는데.. 앞 차랑 살짝 박았더니 앞에서 아줌마가 목잡고 나와서 바로 병원에 입원까지...-0-
한 백 줬다고 들은거 같아요.. (수리비는 빼고..-_-;;)
친구 말이.. 임산부가 만삭으로 배 잡고 뒤뚱뒤뚱 내려 사과하는데 훝어보더니 바로 목 잡더라고
자기가 만만해보였나보다고 속상해 하더라구요...^^
바로 사과하신 님도 참 좋은 분이시고, 웃으시면서 사과 받아주시는 그 분도 참 좋은 분이신것 같아요. 제 주위에도 그런 분들 계시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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