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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와 마음 사이에서...

한심한 딸.... 조회수 : 1,222
작성일 : 2007-10-07 01:23:20
예전에 친정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으세요.
사람이 살다보면 마음이 있는 곳보다 도리를 해야 하는 쪽이 먼저가 되는 것이라고.

오늘 시부모님 생신이었어요. (생신이 하루 차이여서 같이 치뤘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차안에서 마음이 왜 이렇게 복잡하고 우울한지 모르겠어요.
대단한 걸 해드린것도 아니고 그냥 용돈과 식사..(그것도 어머니가 나가서 먹기 싫다고 직접 차리셔서 할 수 없이 예약 취소하고 그 돈 따로 드렸습니다.) 정도 해드렸는데 기분이 우울해요.
시부모님 생신 치뤄드린게 싫은게 아니라 자꾸 친정 부모님 생각이 나서 마음이 울적합니다.


딸 고생하는게 마음 아프셔서 용돈도 제대로 못 받으시는 친정엄마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나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남편 유학시절에 낳은 큰 딸 산후조리하러 오신 엄마가 고생만 하시다 가실 때도 비싼 백은 커녕 오히려 아버지가 반년동안 모은 연금만 받아버렸습니다.
그 후 시어머니가 아기 보러 오셨을 때는 이민 가방 가득히 선물 채워드렸어요 ...

유학 생활 끝내고 몇년동안 엄마가 아이 봐주셨는데 첨엔 돈이 없어(신랑이 취직하기 전이라...) 용돈도 못드리고
그 후엔 맞벌이 하면서도 한 달에 겨우 30만원 드렸어요. 반면 시댁에는 따로 비슷한 수준의 용돈을 드렸구요...

둘째 산후 조리 할때도 엄마 고생 많이 하셨는데 그저 제 식비정도의 돈밖에 드리지 못했어요.

작년 외할머니 구순 잔치 때 봉투에 달랑 5만원 넣어 드렸는데, 이제는 기력이 없으셔서 용돈도 못 받으세요...
반면 시댁 외할머니 생신 때면 어머니 꼭 신랑에게 전화하셔서 용돈 부치라고 하세요. 보통 20만원씩 보내구요..


사촌이나 조카들 용돈 한 번 제대로 못주는데, 시댁에 뵌 적도 없는 어르신 돌아가셔도 저희가 돈 부쳐요....

엄마, 아버지 생신 늘 대충대충 지나가요.  그저 최소한의 비용으로....  물론 신랑은 더 드려... 그걸로 되겠어?? 라고 늘 말해줍니다. 마음은 굴뚝이지만 마음 먹은대로 하지를 못합니다....

시부모님은 좋으신 분들입니다. 그리고 저도 정말 잘하고 싶습니다.
용돈도 많이 드리고 싶고, 맏아들은 아니지만 집안 사정상 맏아들 노릇을 하는지라 이것저것 신경써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 서글퍼 집니다.

시댁 냉장고가 고장나면 , '어머니, 냉장고 바꿔야 겠네요... 저희가 알아볼께요...' 라고 금방 말하면서
친정 냉장고가 고장나면 아무말 하지 못하는 심정...  정말 한심하네요.

저희는 맏벌이고 수입도 어느정도 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남편이 공부를 끝낸지 오래되지 않았고, 기반이 없어 아직 월세를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둘인데  둘 다 맡겨야 해서 보육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이를 봐주셨던 친정 엄마는 지금은 멀리 사셔서 자주 못뵈는데 아이 둘 키우며 일하는 절 보며 고생한다고 용돈도 잘 안받으십니다.
시부모님도 늘 고생한다, 고생한다 하시며 격려하시지만 집안에 라디오가 고장나도 저희 집으로 전화하십니다 .

지금 신랑은 부모님 생신상 치뤄고  와서 저 여자 왜 저러나 하며 방문 닫고 들어가 버렸지만
제 마음은 시부모님께 해드린게 아까워서가 아니라 친정 부모님께 제대로 못해드리는 것이 마음 아파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제가 정말 한심합니다...
IP : 116.120.xxx.24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10.7 1:27 AM (125.128.xxx.152)

    읽는 제가 다 마음이...
    근데 그건 님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은데 정말.

    시댁에 하는거 조금 줄이고 친정에 조금이라도 더 하실수 있잖아요.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신후에 가슴이 피멍들지 마시고 시댁에 대한 착한여자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세요.

  • 2. !!!
    '07.10.7 1:35 AM (58.226.xxx.213)

    맞아요.. 그거 착한여자 컴플렉스더라구요..
    저흰 시어머님만 계신지라 시누들이나 형,신랑도 시어머님께 너무 잘해요.. 다들 효자, 효녀.
    잘나갈때 시어머님께 한달 백만원까지도 써봤지만.. 그것뿐이이에요..
    지금은 형편이 어려운데 시어머님 그전(2년전쯤..)에 잘한건 이미 옛날일이고, 지금 용돈 안준다고 윗동서한테 용돈받으면서 우리 타박하시더랍니다..

    오히려 잘벌때 친정에도 그만큼 했더라면 덜 억울했을거 같아요..
    잘해야지 하다가도 그런소리 들으면 안하고 싶어요..

    원글님께선 다행히 ㅅ ㅣ부모님도 좋으신 분들이고, 남편도 친정에 하는거 뭐라 하지 않으니..
    똑같이 하도록 노력하세요..
    물론 친정에 좀 덜주고 모으자 하는 심정 충분히 이해해요. 저도 그랬어요..

    근데 그것도 뭐 그렇더라구요.. 생각하기 나름인거 같아요..

    뭐든 맘먹기 따라 달라지는거 같아요..

    친정이 맘에 걸리시면 지금이라도 해드리세요.. 나중에 후회만 남습니다.

  • 3. 원글..
    '07.10.7 1:48 AM (116.120.xxx.247)

    사실 시댁에도 그리 잘해드리는 것도 아니에요.
    월세와 생활비, 아이 보육비와 약간의 적금을 (언젠가는 월세를 벗어나야 할 것 같아) 내면 그대로 마이너스 입니다.
    얼마전 아버님이 아프셔서 병원비 내고, 그거보니 겁나서 어머니 보험들고 시댁에 줄이기는 힘들고 남편은 똑같이 해드리라고 하는데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퍼서 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 4. 똑같아요
    '07.10.7 4:13 AM (68.4.xxx.111)

    똑 같군요 저랑....
    친정어머니 돌아가신후엔 시어머니께 하기가 싫어집디다. 미운맘 생기고....
    늦기전에 하세요

  • 5. 마음이
    '07.10.7 9:17 AM (218.52.xxx.229)

    짠해서 들어왔네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그러나 이렇게 계속 미루다보면,어느새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힘드시더라도 절반씩 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그리고 친정부모님께는 빈말이라도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씀드리세요..말한마디가 천냥빚을 갚는다라고 하잖아요..
    저는 전업이지만,그리고 마이너스로 항상 허덕이지만, 늘 똑같이 양가에 합니다..처음이 어렵지 한번 시작하면 그럭저럭 견딜만합니다..부모님께는 드려도 드려도 아쉽습니다..

  • 6. ..........
    '07.10.7 9:27 AM (61.34.xxx.88)

    저도 입장이 같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것 같아요. 마이너스 통장 쓰시면서 친정에 잘해 드리기 힘들죠. 속된말로 자기가랑이 찢어 가면서 하는건데 그렇게 까지 하신다는건 무리라 생각되요.

    저도 올해 친정엄마 칠순이셨는데 날짜 지나고 추석때 용돈 좀 많이 드렷어요. 전 외벌이라 신랑 눈치가 보여 어떻게 해 드리잔 소리도 못했는데 신랑이 알아서 챙겨 주더군요. 고맙게 생각됩니다. 그러나 시어머님 저희 친정엄마 칠순인거 모르시고 작은 어머님 생신에 가시자고 종용하셨는데 그 때 울 신랑 파업중이라 월급도 얼마 안되어 모른척 했는데 지나고 나서도 전화 한통이라도 좀 드리지 하시네요. 그래서 열 받아 어머님 올해 저희친정엄마 칠순인데도 그냥 지나쳤어요. 친정엄마 생신도 못 해드렸는데 제가 작은 어머님 생신까지 챙겨야 하나요? 하고 바른소리 해 버렸어요. 그러더니 시어머님 미안해 하시면서 추석때 어머님 드리라고10만원 넣어 주시네요. 그런데 거기 보태는말, 시댁이잖아.....하십니다. 그 소리에 시어머님 왜 그리 미운지....

  • 7. ...
    '07.10.7 1:31 PM (71.158.xxx.156)

    좀 심하게 말씀드려도 될까요?
    님이 마음아픈건 알지만 솔직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마음아프고 속상하실거 왜 행동은 안하시나요?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그때가서 또 후회하고 우시려고요?

    오래살진않았지만....전 시댁부모님과 친정부모에게 되도록 똑같이 하려고 합니다. 용돈도, 생활비도 똑같이....누군 자식아닌가요?

    원글님...
    효도는요..누가 절대 대신해줄수 있는게 아니에요.
    나대신 울오빠가 잘하니까...나대신 우리 언니나 동생이 잘하니까...난 못사니까 조금 못해도 되겠지..... 이런식으로 자기 합리화하면서 애써 불효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사람들...전 솔직히 참 한심하더군요....그런식으로 생각하다가 평생 효도한번 못하고 부모님 돌아가시고 난뒤 후회해도 이미 늦죠...하긴 그런사람들..자신들이 효도하고는 담 쌓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본인은 모르죠. 그러면서 가끔씩 죄책감이 올때면 미안해하고 마음 짠해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좀 지나면 또 똑같이 행동하면서....

    원글님께 마음아픈 소리해서 미안하지만, 이런 하소연하면서 마음아파하실 시간에 친정엄마께 실천으로 효도를 보여주세요...

  • 8. 그런
    '07.10.7 1:44 PM (124.61.xxx.60)

    기분, 마음, 느낌을 어머니께 말로 표현해 보세요.
    어머니를 님이 얼마나 애틋하게 생각하시는지를요.
    어머니께 잘 못해 드리면 얼마나 마음이 안됐는지도요.
    제 딸이 저한테 그러면 전 너무 행복할 거 같아요.

  • 9. 개인적으로
    '07.10.7 2:39 PM (122.254.xxx.82)

    '도리'란 말처럼 잔인하고 무정한 단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님, 이제부턴 도리보다 마음에 먼저 길을 내줘 보세요.
    전 죽을 때 가능한 후회 없는 삶을 살자 가 좌우명인데..넘 그러고 사시면 병 생기세요.

  • 10. 짠해요.
    '07.10.7 3:17 PM (222.101.xxx.110)

    우리 여자들 ~ 다 그렇죠?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그런 얘길 하더군요.
    치매걸린 노인들 보살피는데 딸보다 며느리가 더 낫다는....
    왜냐면 딸과 엄마는 너무 허물없어서 치매걸린 엄마한테 소리도 지르고
    딸은 자기가 힘들다고 심한 소리도 할 수 있지만
    며느리는 도리(법)이라서 그냥 한답니다.
    들으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고 또 지금 님의 글을 보니 딱 내얘깁니다.
    친정엄마한테 늘 미안하면서도 받는데 익숙해 진 나를 보며 또 슬픕니다.

  • 11. 에혀...
    '07.10.8 10:28 AM (218.48.xxx.226)

    참 힘드시겠어요, 그리고 참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마이너스 퍼서 친정드리기는 힘들어요..저두 많이 경험했지요...
    시댁에 더 줄이기는 힘들겠네요...것두 현실이구...
    집부터 마련하시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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