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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꼴찌

창문 조회수 : 229
작성일 : 2007-10-05 10:42:45
아름다운 꼴찌

한 마라톤 경주에서의 일이다. 존과 빌은 둘 다 우승 후보였다. 날씨는 무더웠지만 출발은 순조로웠다. 존은 1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렸다. 빌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선두 그룹이 하프를 지났을 때 존과 함께 달리던 빌이 코스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존은 유력한 경쟁자가 경기를 포기한 것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얼마 뒤 존은 1위로 결승 테이프를 끊었고, 나머지 선수들도 거의 대부분 결승선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존을 축하하는 목소리와 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뒤섞일 때쯤 저기 언덕 아래 숯검댕이 하나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빌이었다. 그는 우스꽝스런 몰골을 하고 꼴찌로 결승선으로 들어왔다. 그는 온몸이 불에 그을린 바베규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마라톤 대회는 그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존은 빌의 미소가 지닌 의미를 알고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존은 자신이 받은 우승 메달을 들고 아름다운 꼴찌에게 달려갔다.
그 날 선두 그룹에 하프를 막 지났을 때 공교롭게도 근처 가정집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라톤에 열중하고 있던 선수들은 모른 척 앞을 향해 뛰어갔지만 빌은 방향을 바꿔 달렸던 것이다. 빌이 그 집에 도착했을 때, 불은 맹렬한 기세로 집을 삼키고 있었고, 한 여인이 정원에서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집안에는 세 살 난 아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빌은 그대로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천신만고 끝에 방구석에서 울고 있던 아이를 품에 안고 나왔다. 그리고 빌은 소방차가 도착함과 동시에 다시 마라톤 코스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가 달리는 모습을 한 모녀가 지켜보며 가슴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 인생에서의 승부는 우승 트로피 몇 개를 받았느냐에 있지 않다. 쉴 새 없는 경쟁에서 만년 꼴찌를 했더라도 어떻게 경쟁에 임했느냐가 관건이다. 키가 작은 꽃일수록 향기가 진하다고 하지 않는가. 타인을 위해 나의 몫을 양보한다고 해서 내 삶이 가난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걸어온 어딘가에 나의 성공과 행복을 가슴으로 빌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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