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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의 눈물...

결혼3년차 조회수 : 5,477
작성일 : 2007-09-28 02:16:59
지난달, 제가 첫아기를 임신한 걸 알고 병원을 찾았을 때,
그 때는 이미 유산 진행중이었습니다. 임신 소식은 친정쪽에서만 알았습니다.
병원 다녀와서 시댁에 알릴 생각이었거든요.
아무튼 주치의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급하게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제가 수술하는 도중에 정말 소리를 많이 질러대서 시끄러웠다고 합니다.
그 때 마침 어머님께 전화가 왔었나 봐요. 신랑한테...
신랑이 자초지종을 얘기하니까 어머님이 제 고함소리에 놀라서 택시 잡아타시고 (원래 혼자 안 다니시는데)
오셨더랍니다.
어머님이 오셨을 때는 제가 마취가 풀리는 시점이었고,
저는 현기증과 어지러움에 괴로웠고, 누워서 토하고, 눈엔 눈물 범벅, 머리엔 토 범벅 되어있었죠.
그 모습을 보시자마자, 울 어머님 펑펑 우시면서..
제 손을 잡고 "00아, 엄마(평소엔 엄마라고 안하지만) 알아보겠냐? 고생 많았지?" 하셨어요.
전 아른아른 보여서 끄덕끄덕 했고요.
한동안 정말 대성통곡하시면서 우시다가 손수 물 떠다 먹여주시고, 얼굴 쓰다듬어주시다가..
병원비 결제하시고 가셨지요.
친정엄마는 나중에 저에게 그러시더라구요.
너희 시어머니가 정이 참 많으신가보다. 눈물 흘리시는 거 보고 놀랐다고.

전 어머님의 눈물을 처음 봐서 놀랐고,
한동안 멍 했답니다...
신랑은 "울 엄마가 왜 우시지?"하면서 황당해하고...
전 감동받았어요.
유산하면 대부분 며느리 탓 한다는데... 어머님은 제 몸 걱정을 해주시네요.
수술하고 친정집에 있었는데 일주일 쯤 지나서 녹용 한재 직접 고와오시고, 친정엄마 힘드시겠다며
직접 죽 쒀다가 주시고..
지금도 전화하면 몸 괜찮냐고 물어보시고, 찬 바람 나니까 한약 한재 해준다고 하시고..


어머님의 크신 마음에 비로소 감사함을 느낍니다.
건강하세요. 어머니.
IP : 123.111.xxx.169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리
    '07.9.28 2:39 AM (58.236.xxx.48)

    사랑이 많은 시어머님.. 그사랑을 감사히 받을줄 아는 원글님..
    괜히 제 코끝이 찡해져 오네요.. ^ ^
    힘든일 겪으셨지만 어머님의 사랑을 알게되었으니 분명 얻은것도 있네요.
    앞으로 예쁜 아가도 생기실거구 행복한 일만 가득하실거예요.
    너무 너무 부러워요~

  • 2. 건강
    '07.9.28 4:19 AM (121.139.xxx.12)

    정을 줄줄아는 시어머니시네요...
    함께 힘든일 겪으셔서 더 돈독한 사이가 될것 같아요.
    원글님도 몸 잘 회복하시구요~

  • 3. 시어머니
    '07.9.28 5:15 AM (125.179.xxx.197)

    좋은 분이시네요.
    원글님 좋으시겠어요. 지금 몸 추스리시는 중이실텐데요.
    귀여운 아기는 곧 생기실 거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고부간의 애틋한 정을 담뿍 느끼셨겠어요.
    행복하게 사시길 바랄께요. :)

  • 4. 댁에
    '07.9.28 8:02 AM (122.34.xxx.35)

    시동생 없나요. 우리 위해서 점 찍어 두게.
    저는 애 낳고 집에왔는데 우리 시어머니 방에 불도 안 넣어 놨더라구요.
    추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추워서 우리방이라도 보일러를 돌리자고 하니 당신도 추워서 안된다고 그때서야 같이 보일러 넣으시고. 친정 어머니 암으로 사경을 헤메시며 두 번 째 수술하시는데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 누가 아냐? 나도 암일지"하시던 시어머니.

    내가 저 상황이면 이러셨을 거예요.
    "나도 유산 해 봤다. 안 죽는다."

    우리 올케 친정 어머니는 우리 엄마 아프다고 호박죽 끓여가지고 문병오셨던데 우리 시어머니 마픈 사람만 보면 자기도 다픈 것 같다고 문상도 안오셨답니다.

    내가 전생에 죄가 많은 건지.

    복 받으셨네요. 건강하세요.

  • 5. ..
    '07.9.28 8:27 AM (124.86.xxx.50)

    복 많이 받고 사랑 많이 받으시니 곧 건강하고 예쁜 아가 올꺼에요.
    몸 잘 추스리시고 건강하세요.

  • 6. 저희
    '07.9.28 8:31 AM (124.216.xxx.145)

    시어머님도 그런 분이세요.
    님두 저두 그것만은 참 복인것 같아요.
    몸 잘 추스리시구 마음도 추스리셨으면 좋겠네요.
    이쁜 아기 다시 생길꺼에요. 저두 기다리고 있답니다. 힘내세요^^

  • 7. ^^
    '07.9.28 8:44 AM (61.83.xxx.170)

    짜-----ㄴ한 마음에 눈물이 나네요.
    시어머님의 한없이 큰 사랑이 곧 이쁜아기 주실겁니다.

  • 8. ...
    '07.9.28 9:01 AM (125.133.xxx.175)

    큰애 딸 낳고 둘째 가졌을때 아들 아니면 사람 취급 못받을것처럼 엄포놓으셔서
    막달까지 성감별하러 다녔습니다....
    둘째 볼때마다 가슴이 콕콕 아파옵니다.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무럭무럭하구요.

    아이 낳고 예후가 안좋아서인지 자궁에 염증이 많았어요.
    너무 심해서 소파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아이 낳는것처럼 전신마취하고 하는 수술이였습니다.

    의사가 사전에 내막 증식증일 위험이 많다고 해서 엄청떨면서 했지요.(내막증식증이면 주기적으로 소파수술해야 한다네요....)
    다행이 아니였지만 이런 사정 시엄머니에게 말씀드렸다가
    " 넌 아프다는 소리도 잘한다"
    정말 얼굴도 보기 싫은 말씀 한두번이 아니였어요.

    이제일흔이 넘으신 그분 얼굴 볼적마다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저 들은척도 안합니다. 속으로 "어머니는 아프다는 소리도 잘하시네요" 이리 생각하며
    외면하죠.

    원글님이 너무도 부러워요.
    제 자신의 마음이 화석이 되어가는것을 바라보는것 참 괴롭습니다.

  • 9. 원글님
    '07.9.28 9:54 AM (211.192.xxx.164)

    정말 시집 잘가셨네요... 부러운 마음 100만개 보냅니다...ㅜ.ㅜ

  • 10. ㅜㅜ
    '07.9.28 10:11 AM (211.220.xxx.238)

    댓글들 보니 더 눈물이 나네요.
    같은 여자로서 왜 그리 모질게 그러시는지..당신들도 아기 낳아보셨을텐데
    여자맘 여자가 알아주지 누가 알아주는가..ㅠㅠ

  • 11. 저도
    '07.9.28 10:34 AM (220.118.xxx.3)

    저희 시어머니의 눈물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임신 초기에 입덧하느라고 명절에 시댁(시골)에 못갔어요. 신랑만 갔지요.
    어머니께 전화하는데, 어머님도 입덧을 심하게 해서 어떤지 안다면서
    고생이 많다고 얘기하시는데 우시더라고요. 저도 그때 힘들었는데 어머님이 알아주시니까
    눈물이 났어요.
    이번 명절, 시댁에서 명절 마지막 날을 보내고 집으로 출발하는데,
    차안에서 뒤를 돌아다보니 저희 가는거 섭섭해하시는 어머님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나더군요.
    잔소리도 많고 버럭 소리도 지르시는 분이시지만, 그냥 가족이고 자식에게 내리 퍼주시기만
    하는 어머님이랍니다...

  • 12. 상처
    '07.9.28 10:39 AM (218.103.xxx.211)

    6년전인가.. 안생기던 아이가 생겨서 너무 좋았는데 계류 유산이 되었어요.
    수술해야했던 날이 결혼 기념일이었죠.
    참 슬픈 결혼 기념일이었죠.
    시댁엔 남편이 알렸어요.
    보통 그렇지않나요?
    일주일 쯤 후에 남편말이 엄마가 괜챦으니까 전화하래..
    이러더군요.
    뭐가 괜챦은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남편도 그냥 들은 그대로 전한모양입니다.)
    내가 죽을 죄를 지었는데 용서해주신다는 의미인지 들을땐 몰랐습니다.
    어머니가 전화받으시길래 제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몰라
    어머니...하면서 울먹이니
    어머니 쌩한 톤으로
    일절 안부한마디 없이
    너 그렇게 니 멋대로냐~
    하면서 퍼부으시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가는겁니다.
    한참 멍하게 듣다가 정리해보니
    제가 직접 시댁에 알리지않았다는게 요지였습니다.
    백만번 이해하려해도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그러냐 안그러냐 하고 다그치시는데
    꾹꾹 참고 뭔 말인지 이해도 안간 상태에서 예...했답니다.
    더 말 하기 싫어서요.

    요는 어머니가 제가 조심 안해서 아이를 잃은거고 그래서 화가 나신건데
    그 말을 대신해서 말도 안되는 논리로 퍼부으신거죠.
    시짜 들어가는 사람 옆에 없다고 니 멋대로 내 맘대로 산다는게 요지였습니다.
    (멀리 외국에 살았거든요)
    제가 예 함으로써 상황이 끝나고 유산에 대한 안부는 일절 없으셨습니다.
    섭섭한 맘 이상의 분노랄까...한참 가더군요.
    근데 참 세월이 뭔지 미운 정이 뭔지 5년이 더 지난 지금
    두아이를 낳고 어머니와 원만하게 지낸답니다.
    어느 정도 제 노력이 였다고 자신합니다만 어머님도 제가 생각하고 알고있던 분만큼
    나쁜 분,상식 밖의 분은 아니시더군요.
    근데 왜 그렇게 까지 하셨어야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가고 상처로 남아요.

  • 13. 부럽다
    '07.9.28 11:41 AM (220.94.xxx.25)

    글 읽고 괜히 눈물 맺히네여...부럽습니다

  • 14. 저도 부러워요
    '07.9.28 12:21 PM (124.199.xxx.106)

    평소에도 추위타는 저. 이번 추석에 시댁 내려갔다가 죙일 일하고 자려고 이불깔고 누웠는데 방바닥 차가워 시아버님께 방보일러 켜달라고 했다가 큰 소리로 "보일러 안켠다!~~" 하시길래 고장이 난 줄 알았죠.
    온 몸이 차가워 콧물 훌쩍대며 뜬 눈으로 밤 지새우고 아침이 되니 온 몸이 다 쑤시는데,
    아침들 먹이고 치운 후 화장실 가니 뜨거운 물 펑펑... 고장난 것이 아니었더군요...
    골병들어왔습니다. 두 분 다 구순이 넘으셨는데 점점 왜그러시는지...

  • 15. 세상에나
    '07.9.28 1:03 PM (125.241.xxx.98)

    그런 시어머니가 계시다니요
    복도 많으십니다
    저는 큰애 낳고--둘째 날이었답니다
    아이 낳은날 친정엄마 시어머니 막내여동생-처제랑
    남편이 저녁을 갈비로 같이 먹다가
    처제한테 많이 먹으라고 고기 찢어 주었다고
    병원이 떠나가라고 소리지르고
    다시는 보지도 말자고 난리를 피우셨답니다
    그때는 무슨일이 이런일이 있나 싶었는데

    그 충격으로 우리 아들은 젖 한모금을 못먹었답니다
    만약 그런일이 있었다면
    나는 애 낳고도 밭일 다했다 이럴걸요

    복이십니다
    부럽습니다

  • 16. 왜 내가
    '07.9.28 1:53 PM (218.51.xxx.113)

    눈물이 나는지...
    마음이 고으신 시어머님 이시네요.
    위에 말씀하신 분도 계셨지만 며느리 몸 관리 못해
    그리됐다 하시는 분도 계시다는데...
    님의 댁은 언제나 화목할거 같아요^^

  • 17. 부럽네요
    '07.9.28 1:56 PM (58.146.xxx.100)

    제 시어머니 결혼하고 저희집으로 처음 들어가는날
    술이 만취하셔서 밤새 아들 손잡고 원망하며 우시더군요
    저 노려보며 욕하시면서 대성통곡 하시는데..

    지금도 그때 술마셨는데 물안떠놓고 갔다고 서운?하다고 욕하신답니다

  • 18. 행복하시길..
    '07.9.28 5:19 PM (218.50.xxx.80)

    엄마야...하는 말씀에 눈물이 흐르네요
    시어머니께서 마음이 그리도 따뜻하시니
    이쁜아가 금방 만나실거예요 ..
    몸 잘 추스리시고 행복하시길~~^^

  • 19. ...
    '07.9.28 5:26 PM (59.2.xxx.100)

    저랑 비슷한 경험이시네요....
    임신중반에 자연유산했는데요....
    시아버님과 시어머님께서 4시간걸리는 거리를 한걸음에 오셔서
    너한테 아무일 없는게 다행이다며 괜찮다고 울면서 달래주시는데...얼마나 죄송하고 고마운지..
    그나저나....님 많이 힘들어도 힘내보자구요...
    예쁜아기 얼른 찾아오길 바래요 ^^

  • 20. ^^
    '07.9.28 5:43 PM (219.241.xxx.146)

    그냥 눈물이 나네요..
    따뜻한 시어머니...넘 부럽네요..
    예쁜아가가 곧 올꺼에요...몸조리 잘하시구요~~~

  • 21. 불끈!
    '07.9.28 5:44 PM (59.150.xxx.89)

    나도 꼭 원글님 시어머님 같은 시어머니가 되어야지!
    아들만 둘인 저 지금부터 시어머니 수업 들어갑니다.

  • 22. ...,.
    '07.9.28 7:42 PM (211.201.xxx.87)

    저도 가슴이 뭉클...
    나도 저런 시어머니 되어야쥐~
    그런데 난 눈물을 흘릴 자신이 없네그려~^^

  • 23. 우리 시아버님
    '07.9.28 9:15 PM (61.101.xxx.170)

    제나이 30대 후반 시집온지 11년째..추석명절 지내고 친정들러 아버님 좋아하시는 안매운 풋고추 밭에서 따다가 집에가는길 시댁다시들러 한봉지 올려 드리고 온 다음날. 연세 지긋하신 울 시아버지 "요 이쁜 것,명절 음식하느라 힘들었지? 피로는 다 풀렸니?'40이 가까와 오는 며느리에게 이쁜것이라고 하시니 웃음이 나오고 그 마음이 감사해 눈물이 나옵니다.

  • 24. ..
    '07.9.28 9:36 PM (220.83.xxx.64)

    부러움에 눈물 흘리고 갑니다..
    몸 잘 회복하세요~

  • 25. 재희맘
    '07.9.28 10:42 PM (125.132.xxx.117)

    정말 복 많은 분인거 같아요^^ 아무리 정이 많은 분이시라해도 앞에서 눈물이며 그렇게까지 하시는분 드물거 같거든요^^ 저도 부러워만하고 갑니다. 몸조리 잘하시고 건강하세요^^

  • 26. 오..
    '07.9.28 10:47 PM (121.141.xxx.201)

    부럽습니다. 와.... 정말 부럽습니다.

    전...유산후 정확히 3개월후부터 아기생기기전까지 닥달을 당했죠.
    손만 잡으면 아기가질수 있는 몸인지 알수 있는 약사에게 가보자는 소리까지 들어야했구요.
    안부전화드릴때마다 차가운목소리는 기본이요... 설움겪었답니다.

    그게 아직까지 한으로 남아있는지 아기생기고 아이낳고나서는 시어머니의 행동은
    그때와 비교하면 하늘과땅의 차이지만 제마음은 시베리아처럼 차갑게되버리고 말았죠.

  • 27.
    '07.9.28 11:24 PM (220.72.xxx.228)

    부럽삼.
    울 시엄니 유산한 내 앞에서 시누가 임신한 자랑 1시간
    동안 하고 가셨는데. ㅠ.ㅠ
    난 아직도 조카 별로 보고 싶지 않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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