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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란...

비도 오는데 조회수 : 1,056
작성일 : 2007-09-18 09:52:03
숙모님 장례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길에 시고모님이랑 다른 고모님댁 사위를 모시고 돌아왔습니다.
신랑까지 세명이 장레이야기를 한참 하는데 그집안의 장손며느리이자 다른 성씨인 저.. 혹여 일찍 죽을것에 대비해 미리 유언장도 만들고 내 장례는 이렇게 치뤄주라고 두루두루 동생들에게 이야기해놔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돈없으신 시댁입장에서 아이들도 어린데 산소호흡기하고 계신 고인이 있던 병원에서 화장이야기를 숙부님 붙잡고 하셨답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사돈어른이 자식들에게 연락해 매장하신다고 장지를 잡아놓으셨구요.
그후로 장례식의 주도권을 사돈어른이 다 하셨죠.
그 상황이 이해가 안가서 장례식장에서 왜 사돈어른이 저러시나했는데 차타고 오면서 이야길 들으니 팔이 바깓으로 굽는 저는 이해가 가더군요.

저희신랑은 제가 평소에 내가 혹여 일찍 죽으면 나는 화장해달라 그랬는데 신랑은 죽은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니 산사람이 어떻게 결정하든 말을 못하는거라고 자식도 있는데 매장한다 그랬었어요.
그러던 사람이 숙부님이 돈도 없고 그렇다고 시댁쪽에 선산도 없으니 숙모님은 화장하는게 당연한거라고 어른들 편을 들더군요.
그 숙모님이 집안에서 좀 내놓은 분이셨고 어른들끼리는 이혼시킬려고 하셨었어요.
아이들 생각해서도 아니고 순전히 당신들의 동생만 생각해서요
장례치루는동안도 그저 저쪽에서 매장지 사느라 얼마 들었는데 그런건 생각안하고 숙부님이 얼마나 돈을 쓸까, 부조금도 사돈어른이 다 가져갈까 그생각만 하고계셨죠.

저희 시고모님들이 여러분이십니다.
새삼 시누이 많은집이 왜 싫어들 하시는지 장례식 치루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렇게들 당신들 동생 생각하시면 당신들이 당신 자식들 다그쳐서라도 돈 마련해서 선산을 마련하던지, 매장지를 마련하시던지 할일이지 그 몇백 마련못하셔서 사돈에게 할말 못하신다고 생각하시는 그 발상들이 참...

어른들 내려드리고 돌아오면서 왜 그렇게 사람이 이율배반적이냐고 그랬습니다.
나죽으면 아이 생각해서 매장한다고 하던 사람이 왜 그 사촌들 입장은 생각못하고 어른들 입장에서 화장하는게 맞다고 편드냐구요.
사람이 뇌사상태에 빠져서 의학적으로는 사망한거라해도 일주일이 지난것도 아니고 불과 하루만에 산소호흡기 꽂고 있는데 곧장 달려오셔서 화장시키자고 이야기하고 싶냐고.
시신을 기증하시겠다고 뜻을 갖고계신 내 친정아버지래도 옆에서 그런 소리 들으면 억장이 무너지지않겠냐고 이야기했는데 그럴땐 남편...퍽이나 이성적이데요.
이미 사람이 의학적으로 죽었는데 그럼 언제 이야기하느냐하데요.

어쨌든 저도 시댁에서 보기엔 장손며느리답지 못한게 많은데 이렇게 골골하다 일찍 죽으면 어른들 뜻대로 화장당하느니 나는 확실히 내뜻으로 화장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우리집도 돈 없거든요.
어른들말씀에 휘둘리는 장손이니 스스로는 매장하고싶다고 생각해도 화장하겠죠.
비자금으로 납골당자리 미리 하나 장만하고 아이에게 따로 20살 넘어서 찾을수있는 신탁같은것도 알아보고...

아...하나 더있네요.
시큰고모님이 고인이 장지로 향하기전 집에 들러 제사지내잖아요.
그 준비하러 집에 가셔서는 옷장정리를 하셨데요
시댁이 있는 000의 풍습으로는 매장할때 고인의 옷이나 신발등을 태우는거라나요.
이제 중학생인 딸이 체격이 숙모랑 비슷해서 어떤게 숙모님 옷인지 몰라서 네가 골라봐라했더니 대성통곡을 해서 그냥 당신이 골라서 쌌노라며 000에서 풍습은 그런것이라고 하시는데 나 죽은후에 시누가 와서 내 짐정리를 하며 이런저런 뒷얘기 할거 생각하니 아찔하더라구요.
남편은 농담삼아 '그래..망사팬티 입었네' 그러겠다고 그러는데 어쨌든 다른 살림살이는 몰라도 내 속옷들이며 옷가지들, 내 물품들을 시누나 시어머니,시고모님들이 와서 만지는것은.......끔찍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좀 후즐근해진 속옷들은 미리미리 버리고 예쁜 속옷들로 6개월에 한번쯤은 개비해야할까싶습니다.

IP : 211.201.xxx.15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글을 읽으니..
    '07.9.18 10:02 AM (203.229.xxx.215)

    이글을 읽으니 말이죠.....아주 간단한 이야기이면서도
    며느리 /부인/ 여자로서 .....우리의 모습을 아주 분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거같습니다..
    며느리로서 부인으로서 엄마로서 규명 지어지기 이전에 소중한 나를 먼저 깨닫고...
    그리고 좋은 부인 좋은 엄마 좋은 여자 좋은 며느리로 이해되어지는게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2. ..
    '07.9.18 11:04 AM (165.141.xxx.248)

    많은 생각을 스치게 하네요..
    그러게요..당장 내일일도 모르는 인생사..가끔 정리하는 맘 가져봐야겠네요..
    비 참 많이 오네요..

  • 3. ...
    '07.9.18 11:22 AM (121.144.xxx.235)

    어떤 위치의 사람이였던 간에 한사람이 가고 난 후~~
    참 맘 아프네..요.

    원글님의 멘 마지막 글...
    후줄근해진 옷... 저도 그 생각이 듭니다.

  • 4. ....
    '07.9.18 2:05 PM (121.139.xxx.12)

    결혼한 여자란...
    남편의 집식구가 되려고 바둥거렸고
    그런 줄 알고 살다가
    어느날 문득
    나는 남인걸 발견합니다.
    비가 좀 멈추었네요.
    원글님~ 커피한잔하시고 기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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