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경우없는 할머니 얘기가 있는데 전 여자분께는 상처받은 적이 전혀 없는데
오래전 제 아이 임신때 기차안에서 벌어진 어떤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문득 생각나네요.
친구가 지방에서 결혼식을 하는데 그냥 새마을호로 끊을걸 경비 아낀다고 입석이 공존하는
무궁화호를 예약한 제 불찰이 우선이었겠지요.
기차를 타고 자리를 찾아가니 할아버님 한분이 앉아 계시더군요.
전 그때 바바리 코트를 입고 있어 큰표는 나지 않았지만 임신 7개월인지라 몇시간동안 서서 갈 엄두를
못내던 시기였습니다.
10분정도 말도 못하고 서성이다 용기를 내서
그 할아버님께 최대한 공손하게 말씀을 드렸답니다. 여기가 제 좌석인데 제가 임신 7개월인지라 앉았으면 한다고....
그러자 너무나 흔쾌히 밝은 목소리로 암~ 앉아야지. 이리와서 얼른 앉으라면서
제 양어깨를 붙잡고 절 앉히시더군요. 여기까진 그저 평범한 풍경일 뿐인데........
그리고 몇초 지나지 않아 그 할아버님은 완전 180도로 돌변하셔서
잔뜩 흥분하신 상기된 얼굴을 하신 채 그 좁은 통로를 고래 고래 소릴 지르며 왔다 갔다 하시더군요.
그 고함의 내용인즉슨
"지가 애를 뱄데나 뭐래나....그래서 이 늙은이를 일어나라고 하더라구. 참나~~ 세상이 말세다."
저는 다른것보단 임신도 아닌 그 애뱄단 표현이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혀
암말도 못하고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앉아 있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그 할아버님의 황당한 행동은 5분정도 계속되고
옆에서 서 계시던 입석 손님중에 한분이 (목소리로 보아 40-50대의 남자분)
굉장히 화가 난 목소리로 그 할아버지 한테 막 뭐라고 하시더군요.
돈 더주고 좌석표 샀으니 앉는게 당연하고 더군다나 애를 뱄다는 상스런 말씀을 왜 하냐구???
저 그 때 그 아저씨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더 울었던 듯...ㅠ_ㅠ)
그 분 아니었다면 그당시 모멸감 견디기 힘들었을거 같습니다.
열차 객실끝에서 끝까지 왔다갔다 하며 어찌나 큰소리로 절 가리키며 애뱄단 표현을 하던지....에휴~
하튼 목적지인 서울역에 다다를즈음
내릴려고 통로쪽을 걸어가는데 승객이 많이 빠진 빈자리에 앉으신 할아버님은 여전히
노기를 얼굴에 잔뜩 낀채 앉아계시더군요. 누가 봐도 화가 나서 견딜수 없다는 표정으로
분을 삭히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근데 왜 그순간 전 그 할아버지가 안됐단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버스는 가끔 타고 지하철은 이용하지 않지만
대중 교통 이용시 임산부들에 대한 배려도 좀더 확대됐음 하는 갠적인 바램입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저도 기차안에서 만난 할아버님 한분과의 추억.
오래전 그날 조회수 : 703
작성일 : 2007-09-17 11:00:14
IP : 211.187.xxx.8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7.9.17 11:19 AM (61.100.xxx.252)결혼전에는 나이가 들면 이해심도 많아지고 너그러워질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오히려 나이드신 분들이 더 이해를 못해주고 날카로우신거 같아요.
제가 아파서 수술을 앞두고 병실이 없어서 할머님들과 하룻밤 병실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저희 아이(20개월)를 맡길데가 없어 같이 있게 되었는데 아이의 칭얼거림을 못참으셔서 제가 아픈 몸으로 아이 데리고 밖에서 밤을 새웠답니다. 그 덕에 마취도 하기전에 잠에 콜콜 빠져....... 의사분 왈 "긴장하셔서 어제 잠을 못주무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냥 웃었네요2. 나도
'07.9.17 12:01 PM (211.221.xxx.250)나중에 늙을텐데, 최소한 남한테 마음 상하게는 하지않는 노인은 되고싶네요....
조금만 더 남을 배려하면서 살아야겠어요.....3. 그건
'07.9.18 11:30 AM (220.86.xxx.158)추억이 아니라 악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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