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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이런행복 조회수 : 2,164
작성일 : 2007-09-08 14:53:20
남들 다 자는 시간에 여러차례 이곳에 글을 올렸던 며느리입니다.

악질 시어머니는 아니지만 심술 시어머니라 정말 많이 힘들었었어요.
그보다 더 힘든건 남편이 제 방패가 아닌 시댁 식구들의 방패라는 것...

혼자란 생각...내가 참지 못하면 내가 버려질거란 생각에
가슴 터지고 멍들어도 시댁식구들과 남편에겐 사랑하는척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내 자신의 비굴함에 울었던 나...

딱 1년반 참고 그때부터 남편과 시작된 전쟁...

그전에도 싸움이야 많았지만 일방적인 싸움이었어요.
그때 남편은 숨이 턱턱 막히는 말과 행동으로 저만 나쁜년 만들었었고
저는 왜 변명과 맘에 없는 말들만 했었는지...

어머님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래서 힘들었던거 아니다...
아가씨 때문에 상처받았지만 그래서 힘들었던거 아니다...
그러니까 화만내지 말고 이해해달라...내가 잘하겠다...

요렇게 1년반을 살고 나머지 1년은 제가 달라졌었죠.

나 도저히 이렇게는 못살겠다...
남편 그때는 그럼 그만 살자 했었죠.
그래서 법원을 몇차례나 갔었는데...
하지만 번번히 이혼서류 작성과 제출로 끝났을뿐 이혼 역시 쉽지 않았어요.

몇차례 이혼을 결심하고 방도 알아보고 취직자리도 알아보고...
친구네 집에서 보름정도 지낸적도 있었죠.

요렇게 1년을 이혼숙려기간처럼 보냈고

얼마전부터 남편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억지쓴다고 어깃장 놓는다고 될일이 아니란걸 알았나 봅니다.

남편도 알긴 알았나 봅니다.
내가 부당하게 당하면서도 참았던 날들을 알긴 했지만
덮어줄수도 해결해 줄수도 없기에 모른척 했던것 같았어요.
자기네 식구들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들을 인정하기 싫었던것 같기도 하구요.

그 단단했던 자기네 식구들에 대한 방어본능이 수없이 흘린 제 눈물에 무너진걸까요?

며칠전 바쁜 남편을 대신해 저 혼자 아버님 병원에 함께 갔었죠.어머님도 같이...
다른때 같으면 단꿈에 젖어있을 아침 6시부터 준비하고 갔어요.

아버님 검사하시는 동안 어머님은 4일에 한번은 시댁에 가서 밥해먹고 오던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죠.

"생전 니들이 언제 집에 오냐..."

언뜻 들으면 아무말 아닌것 같지만
제겐 가슴 터질 얘깁니다.


시댁에 한두명이라도 손님이 오면 저희 가야합니다.밥하고 설거지하러...

아버님 아프시면 저희 가야 합니다.다른 자식들은 안가도...(자주 아프시지요.)

아버님 병원 가시는 날은 저희 가야 합니다.남편 사무실 문닫고...

아주버님네가 요근래 자주 오셨었지요...애들 물에서 논다고...그럼 저희 가야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4일에 한번은 갔는데...

그런데 생전 집에 오지도 않는다고요?


제 입장에선 이렇습니다.
저희 간다고 언제 어머님이 밥 한번 해주시나요?
저한테 맘편하게 해주시나요?

항상 트집잡을거 찾으시는 것처럼 가지가지 불만만 가득한 어머님...
집안 대소사 물심양면으로 해대기만 하는 저희한테 어쩜 그리 당당하신지...

둘이 집에서 맨날 뭐하냡니다...(시댁에 와있으란 얘기지요.)
둘이 뭐가 재밌냡니다.(어머님이랑 있으면 재밌나요?)


그런 저한테 1-2주에 한번오면 자주오는 형님네 좀 보랍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큰아들이라고 있어봤자 장남노릇 하나 안한다고 불만이셨죠.

제 남편...이제 화났습니다.
저보고 어머님이 앞으로 한번만 더 그런 얘기하면 그냥 나와버리래요.
진짜 연을 끊고 살아야 정신차린다고요...
복에 겨워 그렇다고요...

예전같으면 어림없는 얘기지요...
아마 한술 더떠서 집에 가면 얼마나 갔다고 그러냐고
가봤자 몇시간 있다가 오냐고...고딴 말로 쓰러질것 같은 저를 아주 밟았겠지요.

제 남편이 달라진 과정을 생각해보니 이렇네요...

일단 제가 무척 참는다는 걸 알았다는 것...
그렇지만 잘하려고 했었다는 것...
가끔은 나 이렇게 못살겠다고 엄포도 주었고...(당시에 무지 싸웠지만.)
술도 못먹는 제가 몇날며칠을 밤잠 못자고 괴로워 술을 마셨었죠.
남편 출근할때 나란히 늘어가는 술병들을 보며 늘어가는 제 괴로움도 혹시 본건 아닐까...

평생 변하지 않을것 같던 사람이 변해갑니다.
다시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남편이 돌아간다해도 저 소원 풀었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내맘 진심으로 달래주던 남편 모습 기억할수 있으니까요...

이제 어머님이 더 커다란 폭탄을 제게 던지신대도 저 온전할 수 있을것 같아요.
그 당시엔 손끝이 부르르 떨리겠지만 말한마디 남편 위로에 저 괜찮을것 같아요.

82에서 그 동안 제게 주신 조언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힙니다.

IP : 211.211.xxx.5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9.8 3:05 PM (121.172.xxx.117)

    우선 남편분의 변화된 모습에 축하(?)드려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을 얻으셨으니 이제 마음의 짐을 좀 푸시길 바랍니다.
    또한 남편분의 모습이 계속 지속되셔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시길 바래요.

  • 2. 나도
    '07.9.8 3:22 PM (124.53.xxx.152)

    며늘아이 있는데 내아들이 조은만큼 조아해야지 하는맘뿐인데,왜 어린 며늘아일 그러케 대하는지 정말 이해 안가네요,내딸을 보면 며늘아이 일 못하는것,시집에 잘 안오는것,다 이해하고 넘어가겠는데...남편과 대화하면서 슬기롭게 가꿔가세요.술 ,,여자에겐 특히 더 해롭다네요.그만 마시고...

  • 3. 변해야되는데
    '07.9.8 5:20 PM (203.130.xxx.67)

    남편이 아직은 안달라졌지만 그 단초를 결국 시어머니께서 만들더군요.
    시어머님 이 세상 마음에 드는 사람 하나도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저 몰래 대출내서 아들이 주식으로 날린 돈 일부 갚아주시고는 생때 같은 내돈 며느리가 멍청해서 제대로 살림 관리 못해서 다 들어먹었다고 분이 날 때마다 전화하십니다.
    그리고 보드라운 목소리로 OO퇴근했니 묻고 아직 안왔다고 하면 그 때 부터 너 그런데 말이야 로 시작해서 톤이 점점 높아지고 고래고래 20~40분간 소리지르다가 지치면 전화 내동댕이 치십니다.
    시간은 그날 그날 시어머니 컨디션 따라 지칠 때 까지 길어졌다 짧아졌다 합니다.
    참고참고 다 듣다가 병이 나게 되니 하시고 싶은 이야기는 남편한테 하시라고 했죠.
    이제는 전화 안받아주는 걸로 분이 나셔서 퇴근버스 타고 있는 아들한테 고래고래 소리지르신 모양입니다.
    10년 넘게 우리 어머니 그런 분 아니라고 하던 남편이 아주 그로기상태가 되서 멍해져 들어왔었죠.
    그 뒤로 남편이 제 깊은 시름과 눈물을 이해하려고 들기는 합니다.
    아직 변하지는 않고요.

  • 4. ..
    '07.9.8 7:18 PM (211.110.xxx.247)

    에휴,,,,,,원글님 글 읽고, 면해야되는데님 글 읽고..
    참으면 복이 오나니...를 알겠네요....

    저 힘든 건 새 발의 피도 안되네요.............정말로 대단들 하셔요....
    정말 행복하시기를 바랩니다. ^^

  • 5. **
    '07.9.9 11:25 AM (121.175.xxx.226)

    원글님, 변해야되는데 님 , 정말 정말 행복하시기를 빌께요. - 82 응원부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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