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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친정에 전화했다가 괜히 우울합니다.
일이 있어서 가는거긴 하지만 한달 후 추석때도 어차피 못 올라갈거고 하여간 자주 못가요.
어린 애가 둘이나 있으니 혼자 둘 데리고는 도저히 못가고요, 주말에 남편이 운전해주면 가는건데 일없이 가게는 안되잖아요.
그래서 기껏 잘가야 두어달에 한번 갑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친정엄마랑 전화했는데 영 목소리가 안좋아요.
요새 여름탄다도 너무 더워 그런지 입맛도 없으시고 밤에도 잘 못주무신다고 했었는데요,
더위가 좀 한풀 꺽여서 괜찮으신가 했더니 그렇지도 않으신가봐요.
말로는 아픈데는 없고 그냥 기운이 없다 하시는데 제 생각에는 그것만은 아닌거 같고요.
병원 좀 가시라고 말씀 드려도 원체 병원 가는거, 자기몸 돌보시는거 못하세요.
돈 많이든다고, 또 병원가는거 싫다고 치과 한번 가시는것도 억지로 끌고 가야 가시구요,
진짜 죽도록 아프지 않고서는 약국약 한번 안사드시는 분이예요.
나이 먹으니 부모님이 너무 그러시는것도 자식 위하는길이 아닌거 같네요.
차라리 당신 스스로 건강도 좀 챙기고, 알아서 좋은것도 좀 잡수시고 하면 좋을텐데 아예 그런건 안하는걸로 알고 좋은거 생기면 아버지 드리고 자식 주고 하나도 당신위해서는 안하세요. 그런게 너무 속상한거예요.
어쩔때 친정 모처럼 가보면 벌써 오래전에 드시라고 사다 놓은 영양제도 하나도 안 없어지고 그냥 그대로 있을때가 많고요,
속옷 새거 좋은거 입으시라고 사다 드리면 그냥 장롱속에 모셔두고 찢어지기 일보직전인 팬티 그냥 입고 계시고 그러세요.
엄마가 원래 늘 하시는 말씀이, 나는 큰병 걸려도 병원 안간다, 병원가서 돈 쳐들여서 자식 고생시키고 죽을라면 차라리 내집에서 그냥 있다가 가고 만다, 이러세요.
이 말씀은 예전에 수십년전에 할아버지 돌아가실때 그때 당시 위암걸려 돌아가셨는데 병원비 대느라 장남인 아버지가 집 팔아서 수술비 대고 그랬었거든요.
할머니는 그 이후에 십년정도 더 사시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때도 암 으로 돌아가셔서 우리 살던집 전세로 돌리고 그걸로 병원비 대고 그랬었던 전력이 있어요.
아마 그것때문에 더욱이 그렇게 병원 문제로는 고집이 있으신거 같아요.
엄마랑 전화 끊고 나서 걱정도 되고 마음이 안좋아서 언니한테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언니말이 언니딴에도 다른 큰병이 있는거 같아 너무 걱정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그럼 가까이 사는 언니랑 오빠가 얘기좀 해서 억지로라도 병원좀 모시고 가라고, 진짜 많이 안좋으신거 같은데 가까이 살면서 뭣들 하는거냐고 했지요.
그랬더니 언니나 오빠나 다들 일들이 있다는 겁니다.
지금 오빠네는 오빠가 다니는 회사가 매각이 되는 바람에 직장에 다니느랴 못다니느냐를 놓고 심각하다고 하구요,
오빠가 지금 건강도 별로 안좋아요. 봄에 a형 간염 걸려서 엄청 아팠었는데 그게 완치는 되어도 한동안 무리를 하면 안된다는데 회사일로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어서 좀 안좋은가봐요.
게다가 언니네는 또 형부가 회사에서 뭘 좀 잘못해서 말하자면 좌천이 되었어요.
그래서 지방에 어디 아주 나쁜데로 발령 나서 내려가게 생겼는데 뭔 정신이 있겠어요. 당장 살 집 알아보고 이사 준비 하고 난리도 아녜요.
전화 끊고 나니까 너무 답답합니다.
친정이 평안해야 저도 마음이 즐겁고 좋을텐데, 엄마는 아프다고 하지 집집마다 우환이지.. 하나도 안좋아요.
생각같아서는 친정 안갔으면 좋겠는데 일 있어서 가는거라 안갈수도 없네요.
그나마 우리가 사는건 표면상 조용하네요. 하지만 사실 저도 지금 작은애 이제 겨우 백일 지났는데 연년생이라 둘 키우고 사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솔직히 주변에 눈 안돌리고 나 하나만 생각한다고 해도 그냥 당장은 잠이나 밤새 자는게 소원인 지경입니다.
그래도 다른건 다 둘째치고 엄마 병원 모시고 가는거라도 저라도 나서서 해드리고 싶은데 도저히 자신이 없습니다.
가까이 사는 시댁 눈치 봐야지, 애들 어리지, 운전도 못하지 하나부터 열까지 별 도움이 못될거 같습니다.
이번에 서울 가는것도 시댁 일로 가는거라 주말에나 잠깐 갔다가 바로 와야 합니다.
주변에 친구들 보면 친정엄마가 아이도 가끔 봐주고 밑반찬도 얻어 먹고 그러는데 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손으로 해야 하는입장이구요,
저는 작은애 낳고도 딱 삼칠일 동안만 도우미 아줌마 한테 도움 좀 받고 그 다음부터는 제 손으로 김치도 담가 먹고 그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렇다고 해서 특정 누구한테 불만이라고 하거나 섭섭하다고 하거나 스스로가 불쌍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해본적도 없습니다.
다 좋은데.. 그냥 부모님 안 아프시고 친정식구들 다들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우울하네요. ㅜ.ㅜ
1. 아...
'07.8.30 11:04 AM (68.82.xxx.85)건강하시길...
2. ...
'07.8.30 11:42 AM (221.143.xxx.72)저희엄마랑은 완전반대이시네요...
제가 말하기도전에 병원 여러군데 찾아다니시구...
친구딸은 돈잘벌어 영양제며 좋은거 많이사준다소리하구....
어휴...정말 자식노릇도 돈없음 힘들어요...3. 참...
'07.8.30 12:27 PM (125.176.xxx.249)님의 마음이 이해가가네요.
저도 자식이 저하나라서 늘 엄마가 걸려요. 이제와 엄마가 저를 도와주시는길은 단하나... 건강하신거.
젊어서 너무 고생하셔서 손가락도 관절염으로 거의 ㄱ 역자로 꺽였고, 밤마다 무릎팍이 아파 고생하세요. 그래도 요즘은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는 돈이 다 무슨소용이냐 안아픈게 낫지 하시면서 글루코사민, 비타민, 홍삼등 막 챙겨드세요. 제가 사다 날르죠. 사실 전업주부로 고만고만하게 살면서 비타민이며 사는것도 솔직히 보통일은 아니에요. 형편이 뻔하다보니 그래도 병원에 계신것보다는 나아서 열심히 사다 드려요.
아버지가 병원에 일년정도 계시다 돌아가셔서 엄마가 건강을 이제는 잘 챙기시고, 주말마다 친구분들 만나고 하시느라 용돈을 엄청 쓰시네요.
이래도 저래도 자식입장에서는 고민을 하죠?
그리고 가까이 있다해도 언니오빠도 사실 다들 자기 사정이 많다보니 내맘같지 않아요. 아마 내가 옆에 살아도 마찬가지 일거예요.4. 가족
'07.8.30 3:15 PM (61.83.xxx.94)부모님은 원래 그러세요.
좋은것 있어도 잘 안 쓰시고 그래서 전 돈으로 드리고 만날때마다 맛있는거 사드려요.
그리구 언니나 오빠가 옆에 있어서 잘 못 가는것 이해할것 같아요.(전 친정이랑 멀리 떨어져 있어요)
그렇다구 님이 언니에게 그렇게 얘기하면 언니 맘도 상할것 같아요.
언니맘 상하구 내 맘도 상하구..
님도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없잖아요.
형제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엄마에게 전화 자주하고 맛있는것 사드리세요.
난 언니가 있어서 고민 얘기할수 있어서 좋던데..5. 힘내세요
'07.8.30 5:27 PM (210.98.xxx.1)우울녀의 마음이 전해져서 로그인했습니다.
부모님의 목소리가 건강하면 다행스럽지요.그런데 그 반대이니 오죽 할까요.
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착한 막내딸이네요.뭔가 해드릴 수 없는 마음이
느껴져서 코끝이 매워지네요.
저도 나름으로 어려운 시절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이야기한다면,
인생이란 어쩌면 소소한 고민의 연속인지도 몰라요.그리고 각자 자신 몫의 고민은
남이 해결해 줄 수도 없지요.
마음아프시겠지만 열심히 내 집안일 하시면서,어머니에게 갈때는 환하게 밝은
얼굴로 가세요.맛있는 것을 사갖고 가서 함께 드시고 오시고~~.
할머니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내 아이들이 갖고있게 해주시면 어머니는 영원히
자손들에게서 살아계시는 것이기도하니까요.
그리고 되돌아보면 아프고,힘들고,때론 부담을 주는 내 부모님과 형제들,
그들이 살아있어서 이렇게 걱정끼치고 염려하고 사는 것,그것또한 모두 행복한
일인걸요.
조금만 더 나이를 드셔보시면 제말이 그냥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아시게 될 겁니다.건강하세요.어머니가 힘드시고,오빠 언니가 힘들어도
내 삶터를 행복하게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가족들에게도 궁극적으로는 긍정의
힘을 주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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