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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엄마

엄마생각 조회수 : 1,527
작성일 : 2007-08-29 14:13:13
지난 4월에 엄마가 돌아가셨지요....
그때부터 거의 매일을 눈물바람으로 지냈어요...
떠나 보내고 나니...가슴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네요....
맨날 툴툴거리는 딸이었슴에도
엄마를 잃는 다는건..........하늘의 반쯤이 무너져 버린것 같은....그런 막막함이 있네요...
살아계실때 나의 이기적인 생각때문에 엄마에게 상처 주었던 것, 외롭게 했던 것.........너무 많이 후회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물론 가슴이 아프겠지만
제가 이정도로 많이 아파하고 슬퍼할줄은 몰랐습니다......

반듯하게 누워계시는 돌아가신 엄마를 붙잡고 얼마나 울었던지....
625때 잠깐 피난온다는 것이 영영 돌아가시지 못하고 홀홀 단신 그 험한 세상을 살아오셔야만 했던 인생....
열아홉의 나이에 전쟁후의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요....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서....
한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들 둘을 낳아 어렵게 살아오셨고
술주정뱅이인 남편이 일찍 죽어 그 어린 두 아들들을 데리고 재가를 하셨지요..저의 아버지와...

그당시 우리 아버지는 시골에서 꽤나 잘사는 집이었는데
아버지도 첫 결혼에 실패하고 엄마를 만난것이죠....
그래서 저를 포함 3녀1남을 낳으셨습니다.......

그런데 저의 아버지는 부잣집 장손이라 일도 할줄 모르고 거의 한량이었는데
마작이라는 도박에 빠지시는 바람에 온 재산 다 말아드셨습니다.....
엄마는 뼈빠지게 고생만 하시고..아버지는 친구들과 모여 마작만 하시고.......
아버지도 참 심성은 좋으신 분이었는데 그 놈의 마작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시고......
신고가 들어가 제가 몇번 아버지를 찾으러 간 기억도 있네요...

그렇게 한가롭게 인생을 사시다가 제가 고2때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엄마의 고생은 이루 말할수도 없었어요.....
워낙 가난해 자식들 교육도 제대로 못 가르치시고
시골에 돈되는 것이 뭐 있나요.....자기 땅도 없으니 남의 농사 지으시고....
산에서 나무 베어다 아궁이 지피시고......

거기에다가 오빠라는 두 사람은 엄마 원망만 하면서 엄마에게 못된 짓 많이 했지요.
큰오빠라는 사람은 자기를 장남으로 호적에 안올려 줬다고
아버지 돌아가시면서부터 엄마를 얼마나 괴롭혔는지.....참 못된짓 많이 햇었지요..
지금은 아주 개과천선하긴 했어요..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살아오셨는데
자식들은 하나같이 다 살쌀맞았어요.....저부터....
워낙 성격들이 그러한데다가 중학교때부터 우리는 내리 형제들 교육비를 감당했으니까요...

최대의 피해자가 저랑 두살차이나는 언니입니다.
첫째딸이라 부모가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으니 초등학교 졸업하고 남의 집 살러 서울갔구요,
공장에 다니며 어떻게든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바로 밑에 제가 언니한테 들러붙었던 거지요....
고등학교 보내달라고.....언니가 그렇게 보태줘서 저 고등학교까지는 나왔고
제가 벌어서 전문대라도 나왔고 편입해서 이번에 4년제 졸업도 합니다....
언니는 결국 공부를 못하게 됐구요...
그 점이 제가 언니에게 가장 죄스럽고 미안한 부분이네요..

그리고 제가 바로 밑 여동생 고등학교 학비 대줬구요,
제 여동생이 제 남동생 학비대주고.....뭐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식들이 다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랄까....뭐 그런게 조금 덜했어요....다른집 딸들보다요..
엄마는 항상 그게 불만이셨어요... 늘 다른집 딸들과 비교하시고...뉘집 딸은 부모에게 어떻게 한다더라...

어느정도 원망도 있었겠죠....
어떻해서라도 자식들 교육은 시켜야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는 없으셨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엄마의 인생을 이해하려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저도 자식을 키워보니 알겠더군요. 부모의 마음을....
엄마도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는....자식을 못가르치는 그 심정을....

넋두리 하고 하소연 하고 그럴사람이 딸뿐이 더 있겠습니까만은
전 그런소리가 너무너무 듣기 싫었으니까요....
매일 퉁명스럽게 대했던것 같아요....

너무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땅을 치고 싶도록.........

제일 가슴이 아픈건 엄마는 원치 않으셨는데 화장을 했다는 거예요...
저도 물론 화장을 원치 않았는데....선산도 있구요...
그런데 큰오빠가 자기 아버지랑 화장해서 납골당에 모신다고 하더라구요...
절대로....절대로 그것만은 자기 뜻대로 할거라고....
그것 같고 끝까지 싸워봤자 결론이 날것 같지도 않고 해서 동의했습니다...

결국 돌아가신지 3일만에 엄마는 한줌의 재가 되어
너무도 허망하게 제 앞에서 작은 항아리속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밖에 안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큰오빠도 엄연한 엄마의 아들이니까요...

엄마는 자유로에 있는 청아공원으로 모셨어요...연예인들이 많이 간다는....
그래도 시설도 좋고 분위기가 아주 밝아서 조금 마음의 위안은 되더라구요....

살아계실때는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 한적 없는데
요즘은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면 꼭 끌어 안으며 사랑한다고 말을 한답니다.....

엄마생각에 주저리 주저리 썼네요....
읽어주신분들 감사해요..두서 없지만....
조금 마음이 안정이 되는거 같네요...














IP : 61.98.xxx.20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흑~
    '07.8.29 2:23 PM (61.108.xxx.2)

    엄마...그 이름 한 번 부르는 것 만으로도 눈물이 주륵 흐릅니다.
    아직 살아계시긴 하지만 모진 고생하시다 이제 편하실 시기에 병에 걸리셔서
    지금은 거동도 겨우 하시거든요.
    엄마에 대한 님의 그리움에 공감하다가 나도 울엄마 생각에 눈물이 나네요.
    아프시더라도 부디 오래만 살아 계셨으면 해요.

  • 2. ..........
    '07.8.29 2:32 PM (211.10.xxx.253)

    눈물 찡하게... 읽고갑니다.

  • 3. 음...
    '07.8.29 2:40 PM (68.82.xxx.85)

    제 어머니는 살아계시지만 자주 못 봅니다. 보면 또 3시간만에 야단맞고 해서 뭐 그렇지만 가끔식은 그리운데요.... 아플때, 희한하게도 어머니가 전화를 하세요. 잘있나? 그럼 네... 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찌리리.... 오늘도 희한하게 때르릉...

    저: 해로
    맘: 마미야.
    저: 별일없죠? (맨날 별일 있는지 없는지 밖에 못묻는 나.. 한심)
    맘: 그럼. 잘 있나?
    저: 네. (눈물 핑.... )
    맘: 너 목소리가 왜그러노?
    저: 아... 배가 좀 아파서...
    맘: (억장이 무너지는 한숨) 아고...내가 근처면 당장 달려 가게꾸만....(한숨...)
    저: 아공..별 일로도 다... 맘이나 건강관리 잘 하세요. (눈물이 핑....)
    맘: 밥은 뭇나?

    어머니, 너무 그리운 날 이에요!!!

  • 4. 마음
    '07.8.29 3:11 PM (211.204.xxx.132)

    잘 읽고 갑니다,,눈물이 납니다,,
    저도 엄마한테..못난딸이었나 봅니다,,
    지금부터라도 잘해드리고 싶네요,,,
    저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보니깐,,엄마를 더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가 보고싶은 하루입니다,,

  • 5. ..ㅠㅠ......
    '07.8.29 3:19 PM (121.147.xxx.142)

    전 어머니 돌아가신지 벌써 10년이 다돼가지만
    아직도 생각만 하면 가슴 메이고
    이제서야 제대로 잘해 드릴 것같은데 ㅠㅠ

  • 6. 가끔 ...
    '07.8.29 3:27 PM (61.73.xxx.195)

    이젠 가끔 엄마가 너무 보고싶답니다.

    애기 얼른 가지라고 성화를 해대던 엄마가...

    신랑한테 잘하라고 잔소리를 해대던 엄마가...

    나보다 오빠들한테 더 잘해줘서 질투가 났던 엄마가...

    내가 애기 낳고 잠을 못자고 출근하는게 안타까워서

    밤에 애기 우는 소리가 나기 무섭게 달려오던 엄마가....

    자기 아픈지도 모르고 이모 병간호하다가 ... 그 이모보다도

    훨씬 더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린 야속한 엄마가....

    철도 아닌 과일을 딸래미가 좋아하는거라고.. 비싸서.. 두개도

    못사고 하나사서 퇴근한 나를 방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몰래 먹게했던...

    그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웁니다.

    꿈에서 만나면 원글님처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난 왜

    꿈에서 조차 그 말을 못하는 걸까요...

  • 7. ㅠ.ㅠ
    '07.8.29 3:55 PM (220.93.xxx.18)

    저희 엄마도 온갖고생 다 하시다 이제 조금 숨돌릴만 하니 덜컥 암에 걸리셨죠..

    하늘이 무너지는게 이런거구나 싶었어요..

    홀시어머니의 시집살이가 너무 심해서?

    시동생들의 말도안되는 억지와 사람 돌아버리게하는 일들땜에?

    아빠가 엄마를 너무 고생시켜서?

    나와 동생들이 엄마 속을 너무 많이 썩여서?

    너무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어요.. 때는 너무 늦었지만..

    수술실로 들어가는 엄마를 봤어요.. 엄마의 눈을..

    두려우셨나봐요.. 그랬겠죠.. 당연히 두렵죠..

    엄마 눈을 본 순간 엄마를 그렇게 들여보내면 안될것같았어요..

    엄마... 엄마 힘내

    엄마 사랑해..

    처음으로 엄마에게 고백했어요.. 사랑한다고..

    엄마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고, 수술실로 향하는 엄마를 보고, 꺼이 꺼이 소리내어 울었어요..

    제 눈물도 엄마께 너무 죄송했던..

    지금은 치료중이신 엄마..

    이제 제가 엄마를 지켜야겠죠... 꼭 그럴거에요..


    원글님땜에 더더욱 엄마를 사랑하는 날이네요..

  • 8. 엄마
    '07.8.29 4:32 PM (124.50.xxx.15)

    라는 말만 해도 코끝이 찡해져요
    돌아가신지 벌써 15년째
    잘못한 것 만 자꾸 생각나고 보고싶고 만지고 싶고....
    조만간 엄마 산소 한번 다녀와야 겠네요

  • 9. 원글이
    '07.8.29 5:26 PM (61.98.xxx.204)

    저희 엄마도 신장암으로 돌아가셨어요.....엄마는 영원히 제 가슴에 아픔으로 남을것 같아요...ㅠㅠ 그래도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느낀게 많네요...부모님은 아파 누워계시더라도 살아계셔주는게 자식에겐 큰 힘이 되었던 거구나...자식이 나이를 먹어도 힘없는 부모님일지라도 부모님든든한 빽이라는걸......철들게 하시고 돌아가신것 같아요...

  • 10. 지금...
    '07.8.29 6:51 PM (203.175.xxx.101)

    엄마한테 전화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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