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5살 아이 어머니의 글을 읽다보니 첫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참 많은 생각이 교차했던 제 생각이 나네요. 저희 큰 아이도 꼭같은 상황이 있었는데 저도 무척 속상해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넷이 되니까 깨달아지는 것이, 제가 속상해하는 것만큼 아이가 꼭같은 만큼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는 거에요. 엄마 마음에는 내 아이가 좀 야무지게 상대아이에게 대처를 하기를 바라게 되고 그 마음이 상처받을까봐 내가 대신 싸워라도 주고 싶은데 사실 당사자인 아이에게는 자라나는 과정이지 그다지 큰 상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는 상대 아이가 미워서(?) 우리 아이가 제발 좀 그 아이와 그만 놀면 좋겠는데, 속도 없는지 우리 아이는 늘 그 애랑 놀다가 다투고 상처받는 게 너무 싫었어요. 야단도 쳐보고 했지만 어쩔 수가 없더군요.
큰 아이가 올해 8학년 (한국의 중3)이 되었는데 얼마 전에 그러더군요. 자기가 그때 그 아이랑 놀며 싸우며 배운 게 있다고요. 그 중 가장 큰 것이 그 아이가 하는 말에 다 일일히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었다네요. 좋은 말은 받아들이고 마음에 상처되는 말은 과감히 한 귀로 흘려야 누구하구든지 관계를 잘 가질 수 있다는 걸 배웠대요. 속좁은 엄마는 곁에서 부글부글하는 동안에 우리 딸은 그 시간 동안에 인생공부를 하고 있었더군요.
교우관계에서의 따돌림으로 상처를 많이 받는 경우는 사실 그 문제가 교우관계에서 처음 생겨났다기보다는 가정 내에서 자신이 느끼기에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아이들의 경우, 교우관계에서 그 감정이 불거져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지요. 친구에게 다소 속상한 말을 듣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이 충분하다는 것을 잘 느끼게 해주면 아이들은 의외로 그때 그때 회복이 빠르답니다.
저의 경우에는 큰 아이의 일들을 교훈삼아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을 해줍니다. 언제 어느 곳에 있게 되든지 늘 내 마음에 꼭 맞고 나를 언제나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고요. 오히려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을 더 많이 만날 수도 있는 게 세상이라고요. 상처를 주는 사람을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같은 상황에서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누구나 알게 모르게 하는 쉬운 일이지만 받은 상처를 현명하게 처리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고난위도의 일이라고요. 그걸 잘 배우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백배 더 성공하는 사람이라고 했지요.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엄마 아빠가 늘 곁에서 보호해줄 수도 없고 결국은 아이가 그때 그때 상황에서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인 것같아요.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인 저희 세째가 같은 반 짖궂은 친구에게 시달림을 받다 못해 하소연을 하더군요. 선생님에게 말해달라고요. 자기가 아무리 일러도 안된다고요. 마음이 아팠지만 거절하고 그랬어요. 엄마는 네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너에게 이로운 것일지 배워가길 바란다고 했더니 샐쭉하더군요. 아이가 모르게 선생님을 찾아가서 사정을 얘기했더니 상대 아이가 이미 학교에서 이름난 개구장이였어요. 절차를 거쳐 불평을 보고하면 반을 바꿔줄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 저희 아이 편을 들어주시더군요.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니라고 했어요. 이런 일도 이 아이가 자라면서 자기와 마음 맞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울 기회가 될 것같다고 말씀을 드리고 그저 잘 지켜만 봐 주십사 부탁을 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에 자기에게 밉살스럽게 구는 동료를 잘 다룰 수 있다면 앞으로의 인생이 얼마나 수월해지리라고 믿는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같이 웃으시더군요.
한 달쯤 간 것같아요. 곁에서 태연한 척은 했지만 일주일에 두 어 번은 저의 안달병이 자꾸 튀어나와 저도 애를 먹었는데 그래도 아이에게 내색을 하지는 않았어요. 어느 날인가 세째가 한껏 기분좋은 얼굴로 집에 오기에 물었더니 자기는 이제 그 아이와 다투어도 속이 상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되었냐고 했더니 그 아이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는데 자기의 마음이 바뀌었대요. 네가 뭐라고 나를 약올려도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네가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 나를 괴롭히는 걸 보니 네 마음에 어딘가 병든 구석이 있나 보다, 그렇다면 친구를 괴롭히는 일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나에게 도와달라고 고백을 해라, 그러면 내가 네 친구로서 너를 돕고 싶다 라고 말을 했대요. 그랬더니 그 아이의 태도가 갑자기 변하더니 기운이 빠져서 저쪽으로 가더라는 군요. 저희 가족 모두 그 날 저녁 파티를 하고 세째를 칭찬해주었지요. 제 딴에도 제가 대견한지 '엄마, 그렇게 말하는데 조금 떨렸어요. 그런데 정말 그 애가 조금 불쌍해보이기도 했거든요. 실제로 그 애는 학교에 친구가 하나도 없어요.' 라며 그동안 그 아이가 못살게 굴었던 것을 용서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더군요.
그 후에 세째가 그 아이와 자진해서 짝이 되어 수학도 가르쳐주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그 애가 간식을 안 가져온 날에는 자기 간식을 그 애와 나눠먹기도 했어요. 학교에서 말썽부리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정에서 엄마 아빠의 무관심때문이라고 하네요. 사실은 사랑을 받고 싶은데 그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표현하는 것이 말썽부리는 것이래요.
예전에 어머니들이 아이싸움이 어른싸움이 된다고 하셨던 것이 생각나네요. 내 아이가 다른 아이때문에 속상해하면 정말로 마음이 아프고 화도 나지만 아이들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상만 보고 무조건 정죄하게 되는 어른들의 굳어진 마음과 달리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을 능가하는 사랑의 마음이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저 안 아프게 기분좋은 일만 만나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가장 원초적인 바램이지만 현실은 그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날마다 배웁니다. 학업이 얼마나 앞서갈 수 있는지만 가르쳐서는 앞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인생 공부, 사람 공부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한 세상에 아이들을 내보내기 위해서 오늘도 크게 심호흡을 하며 아이들보다 용감하고 마음 넓은 엄마가 되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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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싸움 어른싸움
동경미 조회수 : 765
작성일 : 2007-08-29 02:56:57
IP : 24.6.xxx.23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나우
'07.8.29 4:25 AM (220.86.xxx.233)일곱살 외동아들 내년에 학교가는데 걱정이 한짐이예요
이글 읽고나니 조금 마음에 여유가 생기네요
좋은말씀 고맙습니다.2. 엄마
'07.8.29 7:31 AM (59.146.xxx.109)아이 둘 낳고 키워보니, 엄마역할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 늘 배우게 됩니다.
예전에 쓰셨던 "꽃밭에서"를 읽고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3. 감사해요.
'07.8.29 9:38 AM (61.109.xxx.131)글 먼저 읽고나서 아이디를 보니 동경미님이시네요.^^
오랫만에 반갑습니다.
지금 제게 꼭 필요한 말씀. 감사합니다.4. 사탕별
'07.8.29 11:06 AM (219.254.xxx.167)현명하신 엄마네요,,저도 나중에 그리 됐으면 좋겠어요
5. 형제맘
'07.8.29 12:40 PM (122.128.xxx.6)많이 느끼고 배웁니다..
자주 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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