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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병에 효자없다더니... 긴병두 아닌데 나쁜아내....

나쁜아내 조회수 : 1,244
작성일 : 2007-08-29 01:16:33
21살에 만나 4년넘게 연애하구 지금 결혼12년차예요....
제가 남편보다 한살 많고 현재 친구들이 저희 부부한테 "엽기부부"라고 하네요...ㅋㅋ
울신랑 별명이 "마누라보이"....
결혼후에 쭉 맞벌이 였고, 파란만장한 장편소설급의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아~~~ 요즘처럼  짜증 지대로인적은 없었던거 같아요....

남편이 워낙 음주가무를 좋아라 하는데
결국 자기발등을 찍은격으로 한창 음주가무로 기분이 업된 상황에
울신랑의 신체구조의 결정적 결함인 하체부실이 거대한 상체를 이기지 못해
계단에서 헛디디는 바람에 넘어졌는데 너무아파119를 불러 병원에 실려갔다가 응급조치 받고 왔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하체부실로 인해 평소에도 무릎이 자주 아프다고 했고
얼마전에도 삐긋해서 한의원에 다녔기에
별일 아니라며 아픈다리를 쩔뚝거리며 여름휴가까지 다녀왔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별일이 아닌게 아닌거 같더라구요
일주일이 지나도 전혀 차도가 없어 거의 끌고 가다시피 병원에 갔는데...
무릎에서 피를 빼고 MRI를 찍으라는 겁니다
무릎 십자인대가 완전히 끈어지고 연골이 파열됐다네요...이런 미련이가 있나....
큰병원으로 가서 수술했는데....
더 어이없는게 연골은 이번에 파열된게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파열된상태여서
지금은 연골이 20%밖에 안남았고 이식을 해야한다네요....
이런 젠장....
완전히 하자덩어리랑 결혼했어요....
시어머니한테 A/S해달라고 했죠....ㅎㅎㅎ

지금 퇴원해서 한달정도 집에 있는데....
점점 신랑이 미워지고.... 얄밉고... 샘통이다 싶고.....
사실 저희 형편이 좋은편 아니거든요
맞벌이지만 둘다 일정한 수입이 일정한게 아니라
다행인건 그래도 신랑이 인정 받는편이라 회사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시긴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병원비(300만원 정도)와 일을 못하는 상태이니 월급이.....
앞으로 연골이식도 해야한다는데 사체(죽은사람...)에서 연골을 이식해야하고 비용이 장난이 아니라는..
이런저런 생각하면 머리속이 복잡해지는데
이상황에도 저는 모든 집안일과 아이들 돌보는걸 저혼자만 해야하는게 더 짜증이 나요....
직장 다녀와서 잠시도 엉덩잉 붙히고 앉아있을 수가 없네요
아마두 전에 남편이 생각보다 많이 도와줬었나봐요...ㅠㅠ
제가 생각해도 내자신이 참 한심하고 우습기도 한데
남편....보조기 착용하고 움직일수 있거든요...
일부러 안움직이는거 같고...
이것저것 시키는 것도 원하는것도 많고....
아프니까 그런지 짜증도 내고....
처음엔 원하는거 다 들어주고 심지어 시키지도 않는걸 오바하며 해주고 했는데....
지금은 못들은척도 하고 자는척도 하고....
하기싫다고 하기도 하고....
지금은 가까운데 운전도 하고 보조기 착용하고 걷는것도 잘해요
물론 그런날은 밤에 무지 아파하고 잠을 잘 못자긴 하죠....
그래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저도 좀 쉬고싶은데
집에 할일은 산너미처럼 쌓여있는데
양손에 리모콘들고(TV랑 에어컨) 누워있는 남편을 보면...
갑자기 가슴깊은곳에서 "우욱~~~"하고 뭔가가 올라옵니다....
아~~~오늘은 정말 울고싶었어요....
근데 눈물이 안나와~~~~
남편이 그러데요....
"병원에 있을때는 너무 잘해줘서 아마 사람들이 너가 굉장히 착한줄 알았을꺼야...."ㅋㅋㅋ
"칫... 병원에 있을때야 애들도 없고 당신만 있고, 딱히 할일도 없자너...."

어찌보면 복에 겨운소리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솔직히 제가 정말 너무나도 긍적적인 사람인지라
이 외에도 많은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지만, 얘기가 너무 길어질거 같아서
걍 여기까지만 하소연 하렵니다....

실은 아까 잠깐 이런생각도 했어요...
전에 사는게 힘들어 애들을 잘사는 집으로 입양을 보내거나...
엄마들이 집나가 도망가는....
잠시 잠깐.... 이해 할 수 있을거 같더라니깐요.....
쉿~~~~
이 얘긴 아무한테도 하지 마세요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이지 못말리는 여자라니까.....
IP : 211.117.xxx.12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긴병에
    '07.8.29 2:06 AM (123.214.xxx.8)

    긴병에 효자없다라는 소리도있자나요...
    사람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을순 없지요..
    님 마음... 충분히 이해가가요~~
    ㅋㅋ 지나고 나면 농담처럼할날이 있지요~~
    그냥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네요... 힘내세요~~~~

  • 2. 이해돼
    '07.8.29 10:58 AM (211.201.xxx.238)

    100% 이해됩니다. 요즘같이 날도 더운데 큰일 하십니다.
    그래도 평소 남편 많이 사랑하시나봐요.
    한달을 꼬박 날 더운데 붙어지낸다? 그것도 노예로?
    저같으면 벌써 가출했어요. 장하십니다.

  • 3. ...
    '07.8.29 11:59 AM (222.232.xxx.233)

    저도 몇년전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연골이식수술을 받았는데요 의사샘도 교통사고로 젤 많이 하는 수술인데 사고없이 수술하긴 첨이라 하시더군요 암튼 전 제 연골을 체취해서 한달동안 배양해 이식했는데요 연골자리잡는 석달동안 꼼짝도 못하고 집에서 누워 물리치료기로 치료하는 동안 답답해 죽는줄 알았습니다 그때 남편이 밥하고 다하긴 했지만 꼼짝 못하고 안방에 하루종일 누워있는 제게 화장실 데려가달라거나 꼭 부를때만 오곤 내내 컴퓨터게임만 해댄게 두고두고 서운하더군요 빈말이라도 답답하지 않아?? 하고 한번이라도 물어봐줬다면 그리 서운하진 않았을텐데말이죠 ^^ 아프면 이래 저래 서운해 지더라구요 그래도 역시 남편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답니다 지금 잠깐 잘해주면 평~~생이 편안해집니다 두고두고 우려먹을수 있으니까요^^

  • 4. ㅋㅋ
    '07.8.29 1:19 PM (121.143.xxx.154)

    제가 인대수술한 사람인데요
    남편분 원글분 둘다 이해해요
    다리다친사람 간병하는게 제일 힘들다죠
    입은 살아서 멀쩡한데 움직이지 못하니 시키는게 제일 많으니깐요
    근데요 그 수술 엄청 아프고 엄청 힘들었어요 절대 엄살아님
    지금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완전한 정상은 아니라죠
    남편분은 연골까지 문제가 있다니 관리 잘.. 아주 잘 하지 않으시면 인공관절을 비교적 빨리 하실수 있어요
    허벅지 강화운동 열씸히 하라고 채찍질 하세요

  • 5. 죄송한데요
    '07.8.29 2:47 PM (221.165.xxx.198)

    나쁜아내님, 사실 심각한 글인데...
    ~심각한 신체결함인 하체부실과 거대한 상체~ 에 저 쓰러졌습니다.
    너무 재미있는 표현이시라...아마도 말씀하신데로 님이 긍정적인 분에다
    유머감각이 많으신 분이시라 생각됩니다.
    잘 이겨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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