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저의 오랜 벗이자 위안의 장소였던 82cook, 오랫만에 글을 남기네요.
작년 여름에 미국으로 돌아와서 한 해동안 새로 적응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지요.
가끔씩 들러 눈팅만 하면서 지냈네요.
미국에 돌아와 하던 일도 바뀌었어요. 요즘에는 가정폭력희생자들을 돕는 비영리재단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하이텍에서 있다가 큰 변화이고 수입은 비교가 안되지만 그래도 남을 돕는 일이니 보람이 있어 좋으네요.
우리 집 네딸들 늘 미국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더니 막상 돌아오니 적응하느라고 시간이 걸리더군요.
그래도 대견하게 잘 지나가고 다음 주에 개학을 하면 큰 아이가 8학년, 둘째가 6학년, 세째가 4학년, 막내가 2학년이 됩니다. 아이들 참 빨리 자라지요. 나이가 드니까 아이들 자라는게 어찌나 싫은지요. 내년이면 벌써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는게 실감이 안나요. 엄마만한 키이지만 아직도 제게는 큰 애기이지요.
일하는 엄마인지라 그래도 저희들끼리 집안일도 나눠가며 도와가며 해주니 저는 늘 아이들에게 미안한 엄마입니다. 저희들끼리 빨래도 다 돌려서 말려서 잘 개어 엄마 아빠 방으로 배달을 해주네요. 몇 주 전 제 생일에는 넷이서 프렌치 토스트를 아침으로 만들어주어서 눈물겹게 먹었지요.
작년에는 둘째의 친구들때문에 걱정이 많았거든요. 자유로운 나라이긴 하지만, 같은 반의 친하다는 친구가 알고보니 레즈비안 가정이더군요. 학교에서 그 아이의 부모(?)와 마주쳤는데 두 여자분이 너무나 거침없이 자기들이 그 아이의 부모라기에 다소 당황스럽더군요. 차이를 인정한다고는 하지만 저도 구세대인지라 그 아이와 가깝게 지내는 것이 몹시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하더군요. 그렇다고 부모를 문제삼아 아이를 차별할 수도 없고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한번 기회를 보아 저의 마음을 털어놓았더니 둘째가 굉장히 기분 상해했어요. 엄마가 남을 대할 때 편견을 가지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고 반항(?)을 했어요. 난감했지만, 그래, 엄마가 남의 일에는 객관적인데 내 자식의 일이니 그런가 보라고 우선 사과를 했지요. 그리고 그 아이의 집에 놀러가는 것은 엄마 아빠가 너무 불편하니까 차라리 그 내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서 놀으라고 했더니 그러자고 하더군요. 후에 알게 되니 그 애의 언니가 우리 큰 애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동급생이었어요. 큰 애를 통해 들으니 그애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레즈비언이 되면서 아빠와 이혼을 하고 지금은 엄마와 엄마의 파트너와 함께 산다고 하네요. 아이들 둘이 엄마가 레즈비언인 것때문에 부끄러워하고 너무나 속상해하고 있고요. 친구들에게 알려질까봐 늘 걱정을 하고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어린 아이들인데 벌써부터 마음의 짐이 너무 과하다 싶고요.
그 애에 대한 안쓰러움과 내 아이에 대한 보호본능으로 참 힘든 한 해였나 봅니다. 제가 참 편견이 많고 나도 별 수 없이 내 자식이 우선이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러는 사이에 두 아이가 함께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어요. 내 아이가 기특함과 동시에 남의 자식이지만 그 어려운 환경에서 이쁘게 공부 잘해준 그 애가 너무 대견해서 식장에서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얼마 전 저희 둘째가 그러네요. "엄마, 걱정마세요. 나는 꼭 남자랑 결혼할꺼에요." 우리 가족 모두 쓰러졌습니다.
세상이 달라지다보니 요즈음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가족 (Family) 의 개념과 정의가 바뀌었습니다. 가족이란 엄마, 아빠, 형제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엄마(아빠), 엄마(아빠)의 연인(남녀에 관계없이), 내 형제, 엄마(아빠)의 연인의 자녀로 구성될 수도 있다고요. 동성애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현할 수 없다보니 교과과정도 바뀌나 봅니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어도 언제나 아이를 키우는 일은 녹녹치 않을 것입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마찬가지일 거고요.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부모의 사랑이 아닐까 싶네요. 내 아이를 꾸준히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일이 직장에 나가 일하고 돈 버는 일보다 백배 천배 어렵거든요. 오늘도 새롭게 결심을 하며 우리 아이들을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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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믿어주기
동경미 조회수 : 917
작성일 : 2007-08-25 17:11:01
IP : 24.6.xxx.23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방가
'07.8.25 5:16 PM (58.143.xxx.252)너무너무 반갑습니다
궁금했답니다
다시 미국 가셨군요
계속 글 올려주실거죠?2. 다시
'07.8.25 7:01 PM (59.146.xxx.109)다시 동경미님의 글을 읽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3. 와락
'07.8.25 11:22 PM (210.222.xxx.171)넘 반갑습니다.
그동안 올려주셨던 글들..참 많이 유익했었는데..
바쁘시더라도 좋은글 계속~~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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