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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넋두리란 글을 읽고...나의 남편은 건어물 장수.
저의 경우는 월급쟁이 아버지 밑에서 학교만 다니다가, 저의 남편의 경우는 역시 부모님이 주시는 풍족한 용돈으로 세상살이 힘든 거 모르고 학교만 다니고 시험 공부만 하다가 저랑 결혼하면서 정신차리고(?) 시댁 가업을 물려 받았어요. 가업이라니 별 것도 아닌데...실제로 저희 남편처럼 건어물 물려받은 거래처 2세(흐흐흐...웃긴다)들이 다 그래요. 대학까지 멀쩡하니 건어물과 상관없이 다니다 졸업하고 물려받는 케이스.
저희는 일일 거래 금액이 좀 큰 건어물 도매업입니다만, 소매 손님들도 더러 있지요. 그 더러 있는 소매 손님들이 할머니들이십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매일 장보러 오시는 분들이죠. 그래도 손님인데 매정하게는 못 하지만 남편은 사실 별로 달가워 하지 않아요. 매일 묻고 또 묻고 당신은 단골이라 생각할런지 몰라도 아마 그 분이 평생 저희 시댁부터 거래하셨다던 금액 합쳐봐야 주거래 손님 하루치 매상만 못할 거에요. 조금을 팔아주어도 손님은 손님이지요. 그런데 일명 '진상'인 분들이 대부분 그 부류에 속하세요.
전에는 왜 일부 손님들 오시면 남편이 대꾸도 안 하구 직원들이 챙겨 드리나 했는데 몇 년 되니 저도 이해가 됩니다.
저는 명절에만 잠깐 나가서 계산 도와주거든요. 그런데 그 며칠간 저 성깔 아주 이상해집니다. 저 평소에 어른들께 예의바르다고 칭찬받는 사람인데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 함부로 하지 않는 편인데, 명절 때 한 일주일 있다보면 남편이 저더러 쌈닭이래요ㅠ.ㅠ
그냥 땅콩이나 진미 같은 거 시식 겸 맛 보시는 거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거저거 물으면서 국산잣 자루 끌러 한 웅큼 꺼내 드십니다. 혼자만 드시나요. 일행 분들 먹어 보라며 퍼 드립니다.
그리고 간혹 다리 아프시다며 사무실쪽에 들아와서 앉아 계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금고털이 할머니도 종종 있으세요--; 바쁠 때는 안 잠그기도 하거든요. 한 시간 정도 되면 새벽 시간에는 기백만원대가 모이는데 슬그머니 손 넣으시는 분들 있어요. 몇 만원은 없어져도 바쁘면 모릅니다. 현장에서 보지 않는 이상. 그래서 요즘은 남편이 철저히 단속하는 편입니다.
오징어 사가셔서 잘 말리신다구(?) 난방한 방바닥에 비닐 봉투채 보관하셨다가 물 생겼다고 바꾸러 오시는 분.
이 덥고 습한 장마철에 그냥 실온에 멸치 한 박스 두었다가 곰팡이 났다고 일주일 쯤 후에 오시는 분, 분명 박스가 우리는 거래 안 하는 집 물건인데 우리집에서 샀다고 환불해 달라고 우기시는 분.
식당 하시는 거 아는데 버리려고 모아 둔 벌레 생긴 북어머리 그냥 달라고 하시는 분.(참 드리면서 곤혹스럽습니다)
차는 수입차 타고 오시면서 작년 추석에 10만원 외상진 거 이번 추석에 갚으면서 이번 추석에 또 외상거래 하시는 아주머니. 추석에만 나타나면서 단골이래요. 웃음나요^^;백화점에서 더 싸게 판다구 우기시는 분들. 우리도 주말엔 백화점 가서 쇼핑합니다.
가끔 백화점 직원에게 홀대받았다 뭐 그런 글 뜨면 그래봤자 지들이 직원이지 그런 댓글도 달리잖아요. 작년인가 올해였던 가요? 연초에 장터 사건있을 때 어느 분이 지금은 지우셨는데 이런 저런에 저에게 대놓고 건어물 장수가 뭐 그리 자랑스러운 직업이냐고 나서냐 뭐 그런 글을 쓰신 적이 있어요.
남편에겐 말 안 했는데 저 혼자 기분이 나쁘긴 나뻤지만 그게 참 세상의 인식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은행에서 남편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저는 차 타고와 주차하고 남편은 자전거 타고 나타나서 자전거 대고 나란히 은행에 들어서니(우연히 같이 도착) 경비 직원이 저한테만 먼저 인사를 하더군요. VIP실로 들어서면 무슨 일이냐구 막는 직원도 있었대요. 이제는 다들 알지만...
전에도 다른 은행에 볼 일이 있어 자전거 타고 갔는데 역시 그 은행도 VIP라서 전용 주차장에 자전거를 댔는데, 경비 아저씨가 오시더니 "당신 뭔데 여기다 자전거 대는거야 빼!" 그러더래요. 주차 자리도 많았는데 마침 크라이슬러가 들어오고 있었는데 남편에게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태도로 대하더래는거죠. 남편이 나 여기 프라이빗 뱅킹 고객이다 해도 안 믿는 아저씨. 은행까지 따라 들어와서야 실례했다고 그러면서 가더래요. 그런 이야기 들으면 참 씁쓸해요.
남편은 새벽 4시에 출근해서 저녁 7시 넘어서야 집에 옵니다. 옷도 매일 빨아야 할만큼 땀에 절어 나타나구요.5살 딸아이가 우리 아빠는 사장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어도 이해를 못 해요. 몇 번 되묻습니다. 어린 아이 생각엔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 아빠들만 직장 다니는 거 같구 우리 아빤 '가게'한다고 생각이 드니까요.
다른 분 글 읽고 제가 괜히 오버하며 글 쓰네요. 좀 있음 남편 출근하려고 일어나겠네요.
1. 글쎄요
'07.8.10 9:08 AM (136.159.xxx.175)저는 님같은 실속있는 알부자들이 부럽습니다.
하는 직종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애로사항이 다 있지요.
저는 평소에 자영업 하시는 분들 너무 부러워해요.
자기가 주인되어 일한다는게 부러운거죠.
웬만한 직장인들..
글쎄..사장빼곤 윗사람 눈치 안보는 사람 있을까요?
요즘은 물론 아랫사람 눈치도 봐야하고..
월급은 쥐꼬리만한데도 어느정도 갖춰입어줘야 하고..
여자들 많은 데서 일하려면...
분위기따라 다르겠지만 어느정도는 구두며 가방도 갖추어주어야 합니다.
그 적은 월급에 실속없이 돈쓰고
모아지는 돈도 없어요.
조금먼 니아들면..
그나마 쫓겨날까 전전긍긍하고요.
저는 부럽기만 하고만요.2. ...
'07.8.10 10:38 AM (218.103.xxx.122)그 댓글 달았던 사람 진짜 꼴불견이네요.
앞뒤 상황은 모르지만 어째 그리 꼬였답니까?
맘 상처 받으셨겠어요.
윗님 말씀처럼 말그대로 알부자시네요.
ㅎㅎ 저도 부럽습니다.3. 제가
'07.8.10 10:59 AM (125.186.xxx.34)그 넋두리글에 '죄송합니다'란 말을 하시면
서로가 편하다고 댓글 달은 사람이예요
언젠가 동물의 세계던가?
아무튼 무슨 벌레들이 한줄로 서서 다른곳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나왔어요
그런데 또 다른 한 무리가 줄을서서 이동하는데
두 무리가 한 길에서 부딪쳤답니다
결국 나중에 나타난 무리가 먼저 온 무리의 중간을 새치기하여
자기 무리를 끌고 계속 가더군요...
그걸보면서 사람이나 미물이나 다 똑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도 있고
남돈 뜯어먹으며 기생식물처럼 사는 사람도 있고...
어디 그 뿐인가요?
내가 살아가면서 만나야 하는 사람들...
별별사람 다 있지요
내 몸도 마찬가지구요
멀쩡하게 건강하다가도 갑자기 몸살이 날때도 있지요
평생을 아픈일없이 건강하게 살수만은 없는것처럼
우리 인생도 감기가 걸릴때도 있고 홍역이 걸릴때도 있고...
그래도 감기가 낫지 자식이 홍역이라도 걸려봐요
얼마나 맘고생 몸고생을 합니까?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사소한 일들은
폐렴이 아니라 감기일뿐입니다
감기 걸렸을때 고치지 않으면 폐렴으로까지 갈수도 있어요
감기가 걸리게 되면 약을 먹고 휴식을 취하여
다시 건강을 찾을수 있잖아요
만일 감기걸리는 과정이 없이 그냥 폐렴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끔찍한가...
사람들 대하면서 사소한 일들이 생기는게 낫지
가족이 아프거나 속썩이면 맘고생 돈고생 몸고생 모두모두 심하게 해야 합니다
어찌 속썩이는 일 하나도 없이 인생을 살아갈수 있습니까?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모두가
죽는 순간까지는 병들때도 있고
남에게 당할때도 있다고 멀찍이 떨어져서 생각하보면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질거예요
생떼쓰는 사람들에게 그저 '죄송합니다'란 말을 반복하면
나중엔 떼쓰는게 조금은 바뀌게 됩니다
그러나 그중 사람같지 않은 사람이 열에 하나정도는 있지요
이런 사람들은 그냥 넘기거나 아니면 아주 강하게 하여
정신을 차리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때 야단치는 사람이 좀 기가 세야 먹히게 되지
잘못하면 안하느니만 못하게 되구요4. 다들 ,,
'07.8.10 11:21 AM (211.224.xxx.44)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네요
그런데 미안하다는말조차도 하기어려운 분들이 있어요
정말 미안해서미안한게 아니라 말이 안통하고 시간은 흐르고 다른 일은 봐야하니
잘못한것 하나 없어도 미안하다고 끝내는게 편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미안하다그러니 그럼 돈받지말래요
말로만 미안하다 그러면 무슨 소용이냐고 ...잘못했으니 책임을 지래요
미안하다그러면 갑자기목소리 두배로 커지면서 요구가 많아지고
너도 잘못한거 알면서 무슨 잡말이 많냐는식,, 거기에 나이얘기 꼭나오죠
젊은 사람이 어쩌구저쩌구,,,ㅠㅠ
정말 사람 대하는 직업 너무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좋은 분들도 많죠
정말 실수했을때도 너그럽게 넘어가주시고 사과하면 금방 마음푸시는분들은 정말 고마워요
그래봐야 사소한 실수긴해도요5. 원글입니다.
'07.8.10 11:52 AM (58.238.xxx.184)이른 새벽에 저 혼자 흥분해서 써 놓고 다시 들어와 보니 마음과 달리 돈자랑(?)같은 이야기로 흘렀네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글이라는게 그렇네요. 그래도 다들 점잖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한 마음까지 들어요.
아마도...님의 글 읽고 또 나름대로 반성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게 앞뒤 없이 이야기 하다보니...남편이 인사도 안 하는 고객의 상당수는 생떼를 쓰시거나 아님 저희 시어머니께 함부로 하던 사람들입니다. 시어머니께서 아주 점잖으신 분이세요. 저 결혼할 때 시댁이 장사한다니 저희 친정에서 걱정이 많으셨는데(장사하는 집안에 대한 편견 같은 거...) 시어머니 만나 보시고는 친정 어머니께서 안심 하셨어요. 명절 때 가끔 나가보면 젊은 저에게야 반말 하시는 거 노엽지 않은데 도와주러 나오신 시어머니께 생떼 쓰고 반말하는 아줌마들은 좀체 이해불가예요. 그런 분들은 또 옵니다. 어쨌든 싸니깐. 남편도 겪어보고는 그런 손님은 아예 직원들 차지가 되었지요. 저도 한 번은 너무 화가 나서 손님에게 뭐라고 한 적이 있지요. 저는 아예 가끔 나가니 누군지 몰라 상대하다가...일부 손님은 그런 분들이세요. 적게 사간다고 뭐라고 안 해요. 저희. 집에서 애기보시는 할머니 애들 데리고 주욱 나오셔서 도매라 싸니까 나오는데 조금 사니 미안하다 하시면 다시마 하나 쿡 찔러드리고 그렇게 장사합니다.
손님 상대하는 일이 정말 어렵네요. 저녁에 남편 오면 너무 지쳐해서 요즘 같은 시대에 저 가사도움같은 거 요구하지 않습니다. 일 년에 겨우 며칠 겪어보는 저도 정말 집에 오면 너무너무 지쳐버려서 남편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아요. 결혼 만5년차인데 신혼 때는 많이 서운해 했어요. 다른 남편들하고 너무 달라서--;
그리고 남편이 너무너무 힘들어하면 그래도 우리는 고생하는데 따른 결과가 있지 않냐고 위로해 줍니다. 요즘들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참 감사하게 느껴진답니다.6. 또 원글이...
'07.8.10 11:54 AM (58.238.xxx.184)제 글에 제가 댓글 달고 나니 아마도님의 글이 사라졌어요. 저 괜찮았는데....
7. 혹시
'07.8.10 1:34 PM (211.205.xxx.16)전에 뱅어포 많이 사놓고 마음고생 하고 있는데 비타민에서 뱅어포 방송해서
다행이도 다 팔렸다고 하셨던 분이세요??
전 이상하게 건어물하면 뱅어포 글이 아직도 머리에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그글 읽으면서 제가 장사했던것마냥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그리고 뱅어포 시중에서 사 먹으려고 했는데 비싸서 매일 들었다 놨다를 반복
하는 사람이라서요 ㅠㅠ
암튼 님 그래요 젤 싫은게 사람이더군요....8. ,원글이.
'07.8.10 1:53 PM (58.238.xxx.184)아...혹시님 그걸 어찌 기억하세요. 저 맞아요. 그 글 올린 사람^^
"그글 읽으면서 제가 장사했던것마냥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
너무 가슴 따뜻해지는 말씀이세요. 그런데 정말 그 이후로 계속 뱅어포 가격이 올라 있네요.
제가 누군지만 밝힐 수 있다면 혹시님과 뱅어포 나눠먹고 싶어요*^^*9. 원글님
'07.8.10 3:30 PM (125.179.xxx.197)마음 씀씀이가 예쁘신 분이라는 거 글을 읽으면서도, 답글을 읽으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거 같아요. 상처 받지 마세요.
성실하게 땀흘려 일하시는 낭군님과 백년만년 행복하게 사시길 바랄께요 ^-^
그리고, 자녀분께서도 훌륭한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 날이 곧 오니까 기대하고 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