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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친정엄마를 위해..

조회수 : 981
작성일 : 2007-08-03 15:23:19
날씨도 더운데.. 좀 우울한 이야기네요.

돈이 너무너무 없고
남편이 없는
종교도 없는
60세 할머니가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연세가 60 이신 친정엄마신데
친정아빠는 이런저런 일로 속 썩이시다 작년에 돌아가셨고
교사월급에 4 아이 키우느라 고생도 많고 한도 많으셨을거고.
한 때는 방배동 120평 주택에서 근사하게 살기도 했으나
부동산 꼭지를 잡으면서 목돈을 투자하면서 다 날리고
자식들이 그 뒤치닥거리(이자, 소송비(사기당한 것도 있어요.) 하나 건진 분양권 유지하느라 들었던 목돈) ... 등등 하느라 자식들도 많이 힘들어요.
지금은 옥탑방에 살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식들이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드리려고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거에요.
딸 셋이 큰 부자는 아니지만 그냥저냥 먹고 살만 하기에 엄마께 아주 약간의 생활비랑 이자 기타 뒤치닥거리를 큰 불만 없이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에게 일 좀 해보시는 거 어떠냐고 말 꺼낸 것이 화근이 되어.
( 자식들이 각자 엄마 뒤치닥거리 하느라 낸 돈이 2,000씩.
이자 내느라 드는 돈이 십-이십만원
생활비, 국민연금...
자식들이 좀 힘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도와드리는 건 계속 도와드리는데
그것만 가지고 사시려면 말 그대로 숨만 쉬면서 살아야하니까...
엄마 취미생활이라도 자유롭게 하시고, 손자, 사위한테 가끔 큰소리도 치실려면
돈이 좀 필요하시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였어요.
돌이켜보니 안했으면 좋을 말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60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 뻔하잖아요...
남의집 애보기, 파출부, 우유배달, 택시기사.... 글쎄... 다른건 별로 없더라구요.)

딸들이랑 거의 의절하고 사실 생각이신가 봅니다.
그리고 억지로 찾아가 말시켜 보면 하염없이 우십니다.

젊어서 실컷 고생하고 자식 키워 놨더니
파출부, 택시기사 하란다...
남편 복 없는 년은 자식 복도 없다...

엄마 마음이 이해도 가고 ...
하지만..

자식들이 정말 여유있게 사는 건 아니거든요.
다들 남편 눈치 봐가면서... 남편에게 미안해해가면서..
1,000 이든 2,000 이든 목돈 마련해서 드렸고
그 이자도 내드리고 있고
국민연금도 내 드리고 있고
가끔 소송비다 뭐다 해서 몇백 들때도 좋은 낯으로 드렸고..

구구한 사정을 다 이야기할 순 없지만 자식들 입장에선 정말 최선을 다해 해드린거에요.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서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우울해하시고
자주 우셔서 우울증아니실까 생각도 해보는데요.
분명 상담이나 그런건 안받으실게 100 % 확실하고
잘못하면 정신병자 취급한다고 화내실거에요.
그연세 어른들은 왠만하면 그렇게 생각하실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존심도 강하셔서
종교도 안가지실 것이 분명합니다.
어떤 계기가 생기면 몰라도 "내가 형편어렵다고 간사하게 종교는 안갖는다." 하시거든요.

돈이 좀 여유가 있으면 목돈으로 쥐어드리고 편히 생활하시라고 하겠는데
그렇게 하기엔 정말 어려운 형편입니다.

돈이 너무너무 없고
남편이 없는
종교도 없는
60세 할머니가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분이 가까이 살고 계시고
돈 여유 있을 때 맺었던 사진반 친구들이 있어서
어울릴 분들은 계시지만
사진반 친구들은 다들 살만큼 사는 사람들이라서
나가면 있는체 하고 돈도 좀 써야 하는 자리라서
아주 편하진 않으실거에요.

자식들은 엄마를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기쁘게해드리고 싶은데
일단 자식한테 극도로 서운함을 느끼신 후라서
걸음을 끊으시고 전화도 안받으셔요.

IP : 211.41.xxx.15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휴..
    '07.8.3 4:22 PM (211.192.xxx.187)

    따님입장에서 참 힘드시겠어요... 보통은 연세가 드시면 종교를 찾으시는데 그것도 싫다 하시고
    어머니가 자존심이 너무 강하셔서 더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친정엄만데 어쩌겠어요..
    자주 찾아가보고 일부러라도 더 살갑게 대해드리는수 밖에 없죠.
    쩝..돈이라는게 뭔지 나이가 들수록 돈이 더 필요하다는말 저도 요즘 실감해요.
    연세 드셔서 돈까지 없으니 더 사람이 위축되고 소심해 지시네요. (저희 부모님이 그래요)
    부모님한테 받을땐 몰랐는데 내가 해 드릴려니 참..힘든거구나..하고 요즘 깨달아요.
    원글님도 마음아프시겠지만 힘 내시고 자주 찾아가세요. 화이팅!

  • 2. ..
    '07.8.3 4:29 PM (211.170.xxx.98)

    우울증은 병원 가서 상담받고 처방약 복용되면 많이 완화가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우울증은 자살로도 몰고가는 무서운 병이에요.
    몸에 병이 나는 것처럼 정신에도 병이 나는 법인데.. 정신병은 무조건 나쁘다 미쳤다 이렇게 보는지 안타깝네요.. 산후 우울증 걸린 사람한테 미쳤다고 하진 않잖아요.
    어머니가 살아오신 인생을 보니... 한도 많으시고.. 우울증일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계속 우시고 가족과 왕래도 없이 지내신다면 혼자서 병이 더 심해질 수도 있지않을까요?
    자주 찾아뵙고 살갑게 대해 주시고...
    병원에도 되도록이면 한번 모셔가세요.. 상담은 애기를 거의 들어주는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본인이 답답한 맘을 누군가에게 풀어놓듯이 애기하면 아마 답답한 맘도 풀리시질 않을까요? 약도 처방 받으시구요..

  • 3. 나이가
    '07.8.3 6:43 PM (222.109.xxx.35)

    들면 자신감도 없어지고 마음도 외로워 지는데
    빈손이니 더 우울 하시지요.
    어머니 자신이 냉정하게 상황 판단을 하셔야 하는데
    딸들만 서운 하게 생각 하시니 님이 힘드시겠어요.
    공원이나 가까운 산으로 산책 하시고 바깥 공기 쐬시면
    좀 나아 지실수 있어요.
    건강 하시면 자원 봉사라도 하시라고 하세요.
    어머니가 경제적으로 힘 드시면 살림 다 정리 하시고
    자식들 집에 합가 하세요.
    저희도 빚은 없지만 비슷한 경우라 생활비 용돈 병원비등
    나이 드시니까 비용이 많이 들어서 생활비라도 줄이니까
    딸들 부담이 적어 졌어요.
    5단 서랍장 행거 하나 방에 붙박이 장이 있어서 다른 살림 살이는
    다 정리하고 합가 했어요.
    한집에서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 보니 마음은 편해요.

  • 4. ...
    '07.8.3 8:23 PM (222.237.xxx.60)

    울 친정엄마는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으시고 아버지도 현직에 있을 당시에도

    엄마 솜씨가 너무 아깝다며 평양만두집이라도 하나 이모들하고 함께 내면 대박일텐데..
    유명한 데 가 봐도 엄마 것보다 맛 없다...

    하는 장가간 맏아들말이 엄청 서운하셔서 동생 가고 난 후 엄청 우셨어요.
    "얘..남편이 돈 벌어다주고 내가 오히려 자식들 도와주고 있는 데도 그런 말 들으니 앞으로 노후 생각할려면 돈 벌어라.. 하며 늙은 에미 길로 내쫒는 느낌인데 만약 생활비라도 받으면서 그런 말 들었음 혀 깨물고 죽어야겠더라.." 하면서요.

    물론 동생이야 전혀 그 뜻이 아니고 엄마 솜씨가 너무 아깝다.. 이모들도 다 심심해 하시는데 삼자매가 뭐 하나 차리면 대박일거다.. 란 뜻이었지만 결국 나이드신 어머님들은 그런 말은 전혀 가상치가 않으신가봅니다.

    엄마..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이젠 편히 쉬세요..빈말이라도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요.

  • 5. 원글쓴사람
    '07.8.4 3:40 AM (211.41.xxx.156)

    여러분의 조언과 위로를 받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정리가 되네요.
    어디다 말할곳도 없고 나도 힘들고 친정엄마도 힘들고 하니.... 답답했는데 감사합니다.

    저도 합가 하고 싶은데, 사위들은 장모님이 옥탑방에 계신거 몰라요. 작년에 그쪽으로 이사하시면서 다른 핑계 만들어서 명절 때는 밖에서 만나요. 엄마도 자존심 상해서 아직까진 그정도로 힘든 처지 아닌 것으로 사위들한테 처신하시고요.

    결국은.. 윗님들 말씀대로 일부러라도 더 살갑게 대해드리고
    잘해드리는 수밖에 없겠어요.

    몇달전까지만 해도 저희집에 자주 오시고, 식사도 같이 자주하시고 그럴 때가 정말 좋았는데..

    한번 상처받은 마음, 그리고 한번 상한 자존심이 회복되기는 정말 힘드실 것 같아요.
    본인 처지가 안좋으시니 누가 조금 뭐라 해도 더 크게 힘드시겠죠.
    열심히 사셨는데 인생 말년의 결과가 이렇게 되니
    그런 본인의 인생에 대해서도 대상없는 불만과 회의가 많이 생기시나봐요.
    어떤 년은 평생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 가지고 살면서도 남편과 자식들한테 대우받으면서 살고
    어떤 년은 평생 돈벌고 아껴쓰느라 고생하다가 늙어서도 돈벌으라고 내몰리고.
    내 인생은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셔요.

    사실 그렇죠..
    저도 교회다니고 때론 성경에 비추어서 이해해보려고 노력도 하고
    불쌍한 엄마에 대해 하나님의 긍휼히여기심이 임하기를 기도하기도 하지만
    때론
    정말 묻고 싶어져요.

    이 세상에
    왜 이리도..
    태어나면서부터 극복할 수 없는 불공평과 아픔이 많은지..
    꼭 저희 엄마의 경우가 아니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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