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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다녀와서 출근한 아침, 어머니는 오시고

아아아 조회수 : 1,459
작성일 : 2007-08-03 11:09:50


갑자기 출장이 잡혀서 2박3일 홍콩을 다녀왔네요.
목요일 저녁 7시에 인천 떨어져서, 집에 오니 밤9시...

와보니 친정엄마가 집 다 치워놓으시고, 애 재우시고, 사위 저녁까지 챙겨먹이신 후 가셨네요.
휴우.

기내식 맛없어서 거의 안먹어서 너무 배고픈데,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남편한테 사리곰탕 컵면 사다달래서 그나마 국물만 좀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죠.


신랑은 오늘 오후 비행기로 한달짜리 출장을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집에 있다가 바로 공항으로 나갑니다.

오늘 아침, 시어머니가 오십니다.
원래 한 주에 한번씩 오시기도 하거니와 아들이 장기 출장가니 보러 오시는 거죠.

저번주 오셨을 때와 달라진 밑반찬 하나도 없고...밥도 안해놔서 밥솥에 1-2인분이 남아 있나?
과일도 수박 반통에 방울토마토 몇개가 전부...아마 냉장고 여시고 한숨 열번은 쉬시겠네요.


근데 너무너무 피곤해서 오늘 출장가는 신랑 아침도 안 차려 주고 저도 굶고, 그러고 출근했습니다.
간신히 19개월짜리 애기한테 우유만 한컵 주고 나왔어요. 애기는 애기대로 엄마 없는 사이 모기에 얼마나 물렸는지 다리가 여기저기 벌겋고, 땀띠 자국에, 뭐에..

회사 와서 일하다가 너무 한심해서 자게 들어왔어요.
우울하게 쓰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전화하셨네요. 고깃국 끓였으니 집에 와서 점심 먹으라고요.
(집-회사 15분 거리거든요.)

어머니 힘드시죠 집에 너무 아무것도 없죠~
응!
하고 장난스럽게 대답해 주시니 그래도 천근같던 마음이 좀 가벼워지네요.



정말, 여자가 이런 걱정 좀 덜 하고
엄마한테, 어머니한테, 애한테, 남편한테, 이런저런 죄책감 안 느끼고
직장다니며 애 키우며 살 수 있는 그런 날은 언제 오는 걸까요?

사실 그 죄책감이란 게, 제 스스로 만들어 낸 거겠죠.
그러나 현실은...


칼같이 주5일 근무하고 출장이니 뭐니 이런 거 없는, 그런 직장 다니시는 분들 너무 부러워요.
처녀 때는 해외출장 잦은 게 재미있고 좋았는데, 이젠 나갈 일만 생기면 마음에 어둠이 가득이네요.
남편은 또 일 때문에 일년에 두어번은 꼭 장기 출장을 나가야 하는데 그것도 이젠 부담스러워요.


그냥 갑갑해서 주저리주저리 내용도 없는 글 써보았습니다...
IP : 220.86.xxx.21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8.3 11:17 AM (125.178.xxx.154)

    하는 일이 많으면 책임도 그만큼 따르고 맘의 부담도 그렇고..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는거 아닌가 싶어요.
    씩씩하니 열심히 잘하시고 계신데요.
    마음 한구석 이런저런 미안함 안가지고 사는 사람 많이 않을거같아요.
    직장을 안다니면 안다니는대로..
    그래도 시어머님이 좋으시네요.
    한숨 푹푹 쉬셨겠지만 고깃국 끓여서 한그릇 먹여야겠다는 생각하신거보면..
    맛나게 드세요~

  • 2. ㅎㅎ
    '07.8.3 12:05 PM (211.111.xxx.76)

    그냥 맘을 편하게 가지시면 어떨까요. 저도 결혼초에는 여러가지 스트레서 정말 많았거든요. 1년에 출장은 4번씩 꼬박꼬박가고요..
    저는 애 낳고 4개월만에 뉴욕으로 출장가는데..정말 너무 너무 마음이 무거웠어요. 저는 젖도 안끊고 다녀왔거든요. 정말..모유라는게 너무 신기한게..저만 그런지 몰라도..출장 나가서..애기만 보면 젖이 막 도는거예요. 그래서 애만 보이면 얼른 다른데 보고..딴 생각하고 그랬거든요. 어리면..좀 크면..출장갈때 맘이 편할까 싶고..이제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릴때 출장다니는게 더 편했어..이러면서 다녀요.

    그래도 어머님이 와주셔서 음식도 해주시고 참 좋으신것 같아요. 저도 저희 시어머님 참 좋아요. 지금은 다리가 많이 아프셔서..예전만큼 뭘 못해주셔서 항상 미안해하세요. 엊그제도..김치 없으면 가져다 먹어라..오이김치, 배추김치, 열무김치 해놓으셨다구요..그래서 네~ 갈께요 어머니~ 했어요. 뭐 해놨다는데..그런걸 뭘 하셨어요..그럼 섭섭해 하시는분이예요.. 요즘은 어머님 더 아프시기전에..어머님이 해주시는거 배우려고..이거저거 막 가르켜달라 그래요.

    우리..그냥 즐겁게..화이팅하면서..아기 키우며 회사도 잘 다니는 워킹맘이 되자구요~!!

  • 3. ^^
    '07.8.3 1:26 PM (121.132.xxx.20)

    원글님이 부러워 하는 직장인데요.^^
    대신 급여가 작아요. 그냥 생활비 보탬이 되는 정도.

    물좋고 정자좋은곳 없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양쪽 어머님이 그나마 도와주시니
    행복하다 생각하셔요. 하긴, 지금쯤 점심드시고 맘이 편해지셨겠어요. 행복하삼.

  • 4. 참..
    '07.8.3 2:17 PM (211.176.xxx.182)

    양가 엄마들이 좋으시네요.
    보면 어떤걸 얻는 분들 보면 부모님들의 힘이 참 커요..
    전 바라는것도 없고 나가서 뭔가를 이룩하고 싶은것도 없는데..
    자꾸 양가부모님께서 뭔가를 하라고 하시네요.
    그러면서 원래 아주 똑똑한 사람은 애키우기 살림 돈벌기가 다 잘된다고 이구동성으로 그러시네요.ㅎㅎ

  • 5. 원글님
    '07.8.3 3:25 PM (221.152.xxx.154)

    전 원글님이 부러워하는 직장이지만,
    전 원글님이 너무 부럽네요
    전 일 많이 해도 좋으니 월급 많이 받아서 울 아이들 과외한번 제대로
    시켜보는게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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