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2.0에서 펀 글입니다...
박해일 너무 좋아요..ㅠ.ㅠ
예전에 인어공주 보다가 심장뛰어서 그날 밤 한숨도 못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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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셋? 그때부터는 한번 달려볼까 한다 박해일, 백설공주에서 인어공주까지
[필름 2.0 2004-07-29 22:00]
<인어공주>의 박해일은 한 복지회관에서 공연한 아동 뮤지컬 <백설공주>로 처음 연기란 걸 시작했다. 연극 <청춘예찬>에서의 열연으로 충무로 감독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스크린에 입성한 순수 청년 성공기. 그 이면에는 파란만장한 방랑의 궤적이 숨어 있다.
김세윤 기자 <인어공주> 흥행이 기대에 좀 못 미친다.
박해일 나한테는 많이 보러 온다던데?(웃음) 아무래도 할리우드 대작들이 많아서 영향을 받긴 할 거다.
주성철 기자 또 멜로영화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박해일 그냥. 감독님이 해달라, 하길래 하겠습니다, 했다. 시나리오 받기 보름 전에 우연히 우도를 여행하고 왔는데, 자맥질하던 해녀 분들 이미지가 기억에 남아 있을 때 읽어서 그런지 더 잘 와 닿았던 것 같다. 전도연 씨도 나를 추천했다고 하고.
주성철 기자 전도연 씨가 왜?
박해일 그냥. 내가 딱인 것 같다고 했다더라.
김세윤 기자 주로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로 어필해 왔으니 딱인 건 맞다.
박해일 사실 내가 연극에서 보여 준 이미지와 영화에서 보여 준 이미지는 많이 다르다. 연극에서는 여학생을 임신시켜 그 여학생이 화장실에서 애를 낳고 버리게 만드는 고등학생, 아버지가 어머니 얼굴에 염산을 뿌린 사건 이후 인생을 미리 알아버린 고등학생, 뭐 그런 걸 많이 했다. 그래서 연극을 본 세 감독(봉준호, 임순례, 박찬옥)은 안다. 내가 마냥 순수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그 세 분 외 감독님들은 내가 좀 착하게 생겼으니까 그런 순한 이미지를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
주성철 기자 바로 그런 이미지 때문에 FILM2.0의 많은 여자 기자들이 당신을 좋아한다.
박해일 그 환상을 깨드려야 되는데.(웃음) 데뷔작 <와이키키 브라더스> 끝내고 다음 작품으로 <국화꽃 향기>를 제의받았을 때 고민 많이 했다. 연극하는 선배들에게 “제가 멜로영화에 어울릴까요?” 물어봤더니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를 떠나서 연기자라면 한번 지극 정성으로 사랑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더라. <국화꽃 향기>는 정통 멜로라고 하지 않나. 신파적인 멜로라고도 하고. 내가 지금 이 영화를 안 하면 이런 아날로그적인 사랑을 언제 또 해볼 기회가 있을까 싶었다. 멜로영화에 출연한 내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고. 좋은 경험이었다. 많은 숙제를 남긴.
김세윤 기자 어떤 숙제?
박해일 솔직히 원작 소설을 읽다가 덮어버렸다. 주인공이 너무 완벽한 거다. 키가 180cm가 넘고 몸매 완벽하고 집안도 빵빵하고. 못할 것 같더라. 그래서 감독님한테 “그냥 평범한 남자로 설정하면 어떨까요” 해서 친근한 캐릭터로 보여 줬는데, 원작 소설의 캐릭터를 기대하고 온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나 보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주성철 기자 다음 영화 <열세살 연인>도 멜로영화다. 지금도 본인이 멜로 연기를 잘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드나?
박해일 물론. 하지만 멜로라고 해서 사랑이 다는 아니니까. <질투는 나의 힘>만 해도 사랑 타령만 하는 영화는 아니잖나. <인어공주>도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어머니 영화다. 사실 그 점이 마음에 들어서 출연한거다. 부모님한테도 두 분이 손잡고 꼭 보시라 그랬다. 보고 오시더니 표 넉 장만 더 달라더라. 작은 이모부도 (영화에서처럼) 최근에 보증을 잘못 서서 이모랑 만날 싸운다면서.(웃음) 작은 이모네랑 외삼촌네랑 같이 봤다는데 화해했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다.
김세윤 기자 부모님께서 아들이 나오는 영화 보면 좋아하시겠다.
박해일 늘 그런 건 아니다. <살인의 추억> 보실 때는 “그래서 니가 도대체 뭐냐? 범인이냐, 아니냐?” 따지셨다. “무섭다, 우리 아들” 하는 반응도 보이고. 한동안 날 보는 눈빛이 달랐다.(웃음)
김세윤 기자 어떻게 보면 의외로 차가운 인상이기도 하다.
박해일 살아가는데 있어서 사람에게 애정과 증오가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애증의 감정을 주는 사람이 좋은 것 같다. 나도 그렇게 보여졌으면 좋겠다. 한없이 착하기만 하고, 또 한없이 어떻기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나도 길거리에서 술 먹고 싸울 수 있는 것 아닌가.
김세윤 기자 겉보기와 달리 곱게만 자란 건 아니라고 들었다.
박해일 내가 스무 살 때부터 용돈을 못 받았다. 그땐 ‘둘이 재미보다 날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지’ 하는 원망도 솔직히 들었다.(웃음) 하지만 줄 형편이 안 되는 걸 뭐. 물론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면 학비를 댈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더라. 학교가 서울대학교라도 되면 모를까.(웃음) 그래서 그냥 1년만 다니고 그만뒀다.
주성철 기자 학교 그만두고 배우 한다고 그랬을 때 반대도 많이 했겠다.
박해일 배우 한다고 안 그랬기 때문에 그럴 일도 없었다.(웃음) 난 그냥 아르바이트 한다고 그랬다. 사실 아르바이트였고. 애초에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김세윤 기자 그럼 뭐가 되고 싶었나.
박해일 음악을 하고 싶었다. 어릴 때 교회를 다녔는데 거기에 밴드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 ‘문학의 밤’에서 공연을 하는데 어, 재밌어 보이는 거다. 그때 통기타 배우고 ‘오 주여…’ 하는 찬송가 배우던 기억 때문인지 학교 다닐 때도 음악 시간만큼은 좋아했다. 중학교 때는 듀스의 ‘나를 돌아봐’, 그 노래가 또 그렇게 좋드만. 춤도 많이 따라했다. 하여튼 예체능 과목을 좋아했다.
김세윤 기자 정말 소질이 있어서 예체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국영수가 안 되니까 예체능이라도 잘해 보려는 부류가 있다. 어느 쪽이었나.
박해일 둘 다다. 일단 수학 성적이 유난히 안 좋았다. 계산이 영 안 되는 체질이라. 도덕이 제일 쉬웠고. 답을 금방 알겠더라고.(웃음) 그러다가 간신히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고1 때 같은 반 중에 맨 뒤에 앉아서 늘 젓가락으로 드럼 치는 흉내 내는 친구가 있었다. 알고 보니 형이 록 그룹 멤버였다. 그 녀석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는 거다. 드럼 채 들고 담배 피우는 모습도 멋있고. 그래서 고2 때 담배 배우고.(웃음) 그렇게 친해져서 록 음악에 빠져들었다. 학교 끝나면 화곡고등학교에서 여의도까지 자전거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녀석한테 기타 배우고 그랬다. 그래서 고3 때 선생님한테 서울예전 실용음악과를 가겠다고 그랬다. 점수가 안 된다는거다. "실기를 잘하면 안 될까요?" 했더니 어느 정도 점수가 돼야 실기라도 보지 않겠냐는 거다. 결국 점수 되는 영문과엘 갔다. 대학갈 때 나름대로 곡절이 많았다.
주성철 기자 어떤 곡절?
박해일 만날 자전거만 타는 게 지겨워서 고3 여름 방학 때 오토바이 면허를 땄다. 하필 보충 수업하고 면허 시험 날짜하고 겹쳤다. 조퇴는 해야 되겠고… 궁리 끝에 바늘로 복숭아뼈를 피가 나도록 다 찍어놓고는 그걸 붕대로 감았다. 피가 번지게.
김세윤 기자 도덕을 잘했다면서 그 무슨 부도덕한 짓인가.
박해일 이 참에 환상을 깨야 한다. 순수 청년은 무슨.(웃음) 하여튼 그렇게 면허를 따서 가끔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 시험 전날 친구의 새로 산 오토바이를 빌려 타다 담에 그냥 처박고 허벅지뼈가 두 동강이 났다. 무릎 다 으스러지고. 다행히 ‘화이바’ 덕분에 머리는 안 다쳐서 겨우 바보는 면했다.(웃음) 의사가 시험 포기하고 수술하라는 걸 겨우 우겨서 임시로 깁스를 했다. 그런데 그날 밤 10시쯤인가 한겨레신문 기자가 찾아왔다. 시험 볼 수 있겠어요? 아유, 봐야죠. 그럼 사진 한 방 찍읍시다, 하더니만 다음날 한겨레신문에 기사가 난 거다. ‘다리가 부러지고도 불굴의 투지로 응시한 수험생’이라는 헤드라인 달고.(웃음) 얼마 전에 어떤 팬이 그 기사를 찾아다가 인터넷에 올려놓았더라. 참 내. 결국 양호실에서 시험 봐서 붙었잖나.
김세윤 기자 대학 생활은 할 만했나?
박해일 영문과지만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헬로’만 하고 다니면서 1년을 보냈다. 그러다 집안 형편 때문에 바로 관두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파트 공사장에서 '노가다' 뛰고, 비디오방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 즈음에 재즈아카데미를 들어갔다. 내가 1기인데 당시 1년치 수업료가 140만 원인가 그랬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갚겠다고 매달려 누나한테 빌린 돈으로 냈다. 아침에 학원 갔다가 오후부터 자정까지는 비디오방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잠도 거기서 잤다.
김세윤 기자 재즈아카데미에선 뭘 배웠나.
박해일 전자 기타. 2개월쯤 배웠을까, 보컬과 애가 그룹을 하나 만들자더라. 데모 테이프도 다 만들어 놨고 녹음만 하면 된다는거다. 그래? 좋다고 녹음하러 갔더니 왜 이렇게 기타를 못 치냐네.(웃음) 결국 전문 세션 데려와서 녹음하고 그냥 내 이름으로 올렸다. 그걸 들고 레코드사 열몇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다 퇴짜 맞았다. 재즈아카데미 수업료 두 달치 빼고 나머지 환불받은 돈도 그렇게 다 날리고 결국 그 친구하고도 사이가 틀어졌다. 결정적인 순간에 ‘기타도 못 치는 게’ 하면서 구박하잖아.(웃음) 그렇게 쫑 내고 집에 들어갔더니 아버지가 ‘먼 길 왔다’ 하시더라.(웃음)
주성철 기자 그럼 그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가.
박해일 아니. 이번엔 다단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웃음) 오랜만에 학교에 놀러 갔더니 아는 선배가 내레이터 모델 매니저를 한다면서 같이 일해 보자는 거다. 냉큼 "네" 그랬다. 그 당시에 내레이터 모델은 인기 최고였거든. 서울 삼성동 어딘가로 갔더니 실제 내레이터 같은 여자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안녕하세요, 해일 씨’, 이러면서 교육장으로 날 안내했다. 강의실 문을 딱 여는데, 와, 그 열기는 뭐. 사업장이라는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무조건 되는 겁니다" 소리치면서 갑자기 업 라인, 다운 라인 막 그리더니 결국 그게 피라미드 모양이 되더라. 그제서야 '아, 속았구나' 했다. 그 교육을 3일 동안 받아야 한다는 거다. 집에도 가면 안 되고.
주성철 기자 언젠가 시사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난다.
박해일 형도 미안한지 계속 내 눈치를 보더라. 그런데 내 성격이 워낙 그래서 "형, 그냥 끝까지는 들을게요" 그랬는데 자석요 얘기가 나오고 어쩌다 보니 어느새 그래, 해보자 하게 된 거다.(웃음) 그때 내가 음악 연습실이 꼭 필요했는데 두 달이면 가능하다니 솔깃한 거지. 시작할 때 520만 원을 내라고 그랬다. 전자 기타 팔고 앰프 팔고 키보드 파니까 낙원상가에서 2백 얼마 나오더라. 합치면 원래 4백만 원짜린데. 눈물 났지만 연습실 생각에 그 돈을 싸들고 "돈 이거밖에 없는데요?"하며 내밀었더니. "이런 케이스는 댁이 처음인데 나머지는 저희가 메워 드릴게요" 하더라. 그리고는 결국 같은 과 다른 선배를 꼬시기에 이르렀다.
김세윤 기자 드디어 다운 라인이 그려지는군.
박해일 나를 안내했던 그 내레이터 모델을 데리고 학교 선배를 만났다. 근데 내가 워낙 거짓말을 잘 못하니까 바로 티가 난 거다. 형이 "이거 다단계지?" 하더니 내 따귀를 때리더라. 그리고는 "너도 당장 그만둬" 해서 1주일 만에 그만뒀다.
김세윤 기자 돈은?
박해일 한푼도 못 건지고 그대로 날렸지 뭐. 그리고는 집에 와서 어머니, 그동안 제가 불효했죠? 이 자석요 쓰세요.(웃음) 그러다 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게 방송국 촬영 보조였다. 촬영 버스 조수석에 앉아 있다가 연기자들 옷이나 신발 갖다 주고 무전기 들고 온갖 심부름하는 일인데 어느 날 함께 일하던 드라마 촬영 보조가 같이 댄스 그룹을 만들자더라. 자기네 친척 삼촌이 김원준 1집 안무를 했대.(웃음) 신사동에 한양무용타운이라고 연습실도 있는데 발레도 가르치고 재즈 댄스도 가르친다는 거다. 그래? 함 해보자. 일단 댄스 그룹은 옷을 ‘쌈빡’하게 입어야 한다길래 동대문 가서 옷 맞춰 입고 그 무용 타운을 갔더니 보자마자 턴 좀 해보라는 거다. 김원준 1집 안무한 그 삼촌이.(웃음) 그때부터 재즈 댄스를 3개월 배웠다. 음반사 매니저들한테 뭘 좀 사줘야 한다길래 촬영 보조 6개월 해서 번 2백만 원, 그거 또 갖다 박았다. 그 돈 또 다 날리고 '쫑'. 그리고 나서 아동극을 하게 된 거다.
주성철 기자 난데없이 아동극은 어쩌다?
박해일 PC통신 구인구직란만 뒤지는데 어느 날 ‘아동 뮤지컬 단원 모집’이 딱 떴다. 뮤지컬이라면 춤과 노래…. 그동안 이래저래 배운 걸 활용할 기회가 되겠다 싶더라. 면접을 보러 갔더니 대표가 노래해 보래. 성가대에다 밴드까지 했으니 노래는 좀 한다. 춤출 줄 알어? 예, 재즈 댄스 좀 배웠습니다. 바로 합격이지 뭐.
김세윤 기자 누가 들으면 배우가 되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해온 줄 알겠다.
박해일 나까지 포함해서 단원이 총 7명, 대표까지 8명이 봉고차 한 대 타고 지방 공연 돌아다녔다. 첫 작품이 <백설공주>였는데 한겨울에 어느 복지회관에서 난생처음 무대에 섰다. 그나마 내가 얼굴이 좀 된다고 나보고 왕자를 하라더라. 쫙 붙는 타이즈 입고 보자기를 망토처럼 묶고 빵모자에 깃털 하나 꼽았다. 그런데 난쟁이 옷도 하나 주는 거다. 단원이 7명이니까 난쟁이가 하나 모자라지.(웃음) 왕자가 등장 안 하고, 백설공주하고 난쟁이만 있을 때는 네가 난쟁이를 해라. 근데 왕자가 난쟁이와 같이 나오면 한 명이 부족하잖아? 그럼 그 한 명은 그냥 출장간 걸로 하자.(웃음) 그렇게 해서 공연을 올렸다. 그 왕자 옷을 입고 무대 끝에서 달려 나와 백조의 호수처럼 점프하면서 등장한다. 딱 착지해서는 또 턴을 두 바퀴 해야 돼.(웃음) 그러다 난쟁이 때는 쪼그려 앉아서 그 큰 무대를 오리걸음으로 영치기 영차, 노래 부르면서 한 바퀴 돌아야 했다. 와, 관절이 쑤시기 시작하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김세윤 기자 그걸 보러 오는 사람은 있나.
박해일 백화점 같은 데서 공연하면 엄마들이 공연장에 아이 넣어놓고 자기 볼 일 보고 그러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집중력이 한 15분 된다. 그동안은 눈 똥그랗게 뜨고 정말 재밌게 본다. 그러다 15분쯤 지나면 어느 순간 애들이 옆에 와서 같이 서 있다.(웃음) 칼도 막 만져보고 "에이, 가짜 칼이네" 소리도 지르고. 하루는 단원들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앞에 앉아 있던 한 꼬마가 "엄마 저 아저씨 술 먹었어!" 소리치는 통에 망신당했다.(웃음) 소극장이다 보니 환풍도 안 되고 술 냄새가 났던 모양이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주성철 기자 정식 극단이 아니었나 보다.
박해일 지금이나 그때나 아동 극단이 무척 열악하다. 몇몇 극단을 빼고는. 단원들도 수시로 바뀌었다. 못해 먹겠다 이거지. 1년을 버틴 애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난 좋기만 하던데. 공주가 매달 바뀌니까 왕자 입장에서는 새 공주 만나는 재미도 있고.(웃음)
김세윤 기자 그런 공연이 뭐가 그렇게 좋을까?
박해일 아이들 앞에서 하는 공연이지만 되게 떨렸다. 땀도 비 오듯 하고. 되게 썰렁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의외로 좋아하는 거다. 야, 이거구나.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춤도 추고. 이게 바로 종합 예술이다, 싶었다. 공연 끝나면 대표가 설렁탕 한 그릇 사주면서 소주 한잔 주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1년 내내 차비 명목으로 한 달에 겨우 십만 원 받고도 마냥 좋았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주성철 기자 그러다 어떻게 대학로 연극판으로 진출한 건가.
박해일 어린이날 특별 공연을 위해서 대표가 큰 맘먹고 국립극장 소극장을 빌렸다. 그때도 <백설공주>였는데 또 인원이 부족했다. 그래서 성인 극단 배우들을 객원 단원으로 참여시켰다. 그런데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었던 게 난쟁이 역할을 하면서 오리걸음을 안 하고 그냥 떼굴떼굴 굴러가는 거다. 그 생각을 못해서 1년 내내 쪼그려 앉아서 그 큰 무대를 한 바퀴 돌려니 죽지.(웃음) 그러다 공연 끝나고 같이 공연한 배우들과 술을 한잔 하게 됐는데 그 자리에 연출가 박근형 선생님도 합석했다. 그날 마침 아이를 데리고 그 공연을 보러 오신 거다. 그 자리에서 형들이 아동극 1년 했으면 이제 성인극 한번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대학로로 가게 된 거다.
김세윤 기자 왕자 겸 난쟁이가 빠지면 그 극단은 어떡하나.
박해일 동아예술단인데 인터넷 검색하면 여전히 구인구직란에 올라 있다. 초봉 얼마. 경력자 우대. 총무 구함.(웃음) 언제 대표님한테 인사 한번 드려야 되는데. 체계적인 연기를 배운 건 아니지만 어쨌든 오늘의 내가 있게 된 계기가 됐으니까. 대학로에 가서도 한동안은 포스터만 붙이고 다녔다. 연출가 선생님이 그냥 붙이지 말고 이건 니 작품이다, 생각하고 바람에 날려 떨어지지 않게 확실하게 붙이라고 그랬다. 그 말 진지하게 듣고 서울 시내 5개구를 돌면서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붙이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나한테도 기회가 온 거다. 그게 <청춘예찬>이다.
김세윤 기자 결국 그 연극을 세 명의 감독이 보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박해일 임순례 감독님이 만나자 해서 나갔는데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를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그 얘기 들으니까 한때 음악하던 기억이 확 떠오르더라. 그때만 해도 연극배우가 영화 하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남아 있어서 연출가 선생님한테 해도 되겠냐고 물어봤더니, 초심만 잃지 않으면 해도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했다. 영화 속 연주 장면를 위해서 밴드 연습하는데 아, 옛날 생각 나고 너무 좋은 거다.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한 70~80%였으니까 연기가 아니라 그냥 밴드 하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어느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냐, 하면 역시 <와이키키 브라더스>다. 부모님께 영화 보여 드렸더니 아버지가 "야 니가 고등학교 때 '꿍꿍딱딱' 하던 게 도움됐구나" 하시는데 참 기분이 좋았다. 아르바이트가 아니고 배우라고 말씀드린 게 그때가 처음이다.
주성철 기자 나도 <청춘예찬>을 봤는데 연극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역동적인 캐릭터였다. 영화에서도 그런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지 않나.
박해일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웠으면 모르는데 아직 어설퍼서. 작품마다 필요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배우면 되지 않을까.
주성철 기자 자기가 출연한 영화를 모니터 하는 편인가? 어떤 배우는 자기 영화 보는 걸 무척 싫어하던데.
박해일 영화마다 한 다섯 번은 보는 것 같다. 처음에 기술 시사회나 기자 시사회 때는 나밖에 안 보인다. '에이, 좀 잘할걸' 하다가 그 다음에 볼 때는 작품 전체를 보게 되고,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보인다. 그러다 네다섯 번째 보면 '아, 감독이 저런 의도로 했던 거구나. 난 하기 싫었는데' 하면서 작품 전체를 보게 된다.
김세윤 기자 원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가?
박해일 아니다. 영화를 많이 보게 되면 어느 순간 그 감정에 어울리는 배우를 떠올리게 된다. 내가 연기할 때도 아, 그렇게 해야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에이, 보지 말자. 대신 내가 연기하는 데 필요한 캐릭터라면 대학로에서 찾자. 연극하는 선배들만 해도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회사원은 절대 못할 캐릭터들. 그런 게 결국 공부 아닐까.
김세윤 기자 당신의 연극을 보지 못한 감독들이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이미지를 요구하면 어쩌나?
박해일 억지로 변신을 하기보다는 차츰 자연스럽게 ‘어? 박해일이 저런 걸 하고 있네’, 하는 느낌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출연 중인 <열세살 연인>의 다음 작품을 봉 감독님과 같이 하기로 했다. 송강호 선배가 좀 모자라게 굴면 내가 강호 형을 때리는 그런 캐릭터란다. 그 영화 하고 나면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거라는 기대는 하고 있다. 물론 확확 바뀔 수는 없겠지만.
주성철 기자 이쯤되면 혼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욕심낼 법도 한데.
박해일 <인어공주>를 하면서 내가 욕심이 있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그러다 잘 못하면 어떡하나 지레 걱정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주인공이 돼서 작품 하나를 끌고 가는 '원 톱' 개념의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역할의 비중을 떠나 해보지 않았던 것에 자꾸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야 하는 것 아닌가. 꼭 원 톱 주인공이 아니라도 그런 모습들이 책장에 꽂힌 먼지 쌓인 책들처럼 은근하게 기억될 수 있는 거고. 아직 나한테 시간은 많은 것 같다. 천천히 걷다가 내 나이로 서른셋? 그때쯤부터는 한번 달려보려고 한다.
김세윤 기자 지금까지는 목적 의식적으로 배우가 되기 위해 애썼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배우로 흘러든 스타일이다. 앞으론 어떤가.
박해일 글쎄. 모르겠다. 시작이 불분명했기 때문에. 말론 브랜도 사망을 모두가 아쉬워 하듯이 그런 존재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될지, 그건 나 자신도 모르는 일이다. 그냥 묵묵히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이거 말고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음악은 취미로라도 평생 하고 싶지만 연기는 글쎄…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에게 장사는 안 맞는다는 거다.(웃음)
김세윤 기자 왜? 수학을 못해서?
박해일 엄마도 나한테 넌 장사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 집도 장사하다 망했다. 분식집을 했는데 떡볶이을 왜 이렇게 많이 줘?(웃음) 그런 조절이 안 된다 우리 집안이.
김세윤 기자 이제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나?
박해일 아버지가 얼마 전에 회사 택시 운전 시작했다. 아버지가 사업할 때는 거리감이 있었다. 얼굴도 잘 못 보고. 그런데 사업 부도 나고 나니 오히려 좋더라. 사업할 때보다 어머니한테도 잘하시고. 아버지가 밥을 다 하신다. 평생 그런 일이 없었는데.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싶다.(웃음) 좋아보인다.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잔병치레를 많이 해서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 했단다. 이제는 내가 두 분 다 오래도록 건강하시면 좋겠다, 한다. <인어공주>가 말하고자 하는 게 바로 그런 거 아닌가. 관객들이 어머니 손잡고 많이들 보러 왔으면 좋겠다.
사진 김선태 기자
프로필 1977년 생 | 남서울대학교 영어과 중퇴 | 연극 <오델로> <패밀리> <청춘예찬> 등 출연 |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국화꽃 향기> <살인의 추억> <질투는 나의 힘> <인어공주> 출연. 현재 <열세살 연인> 촬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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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완소남 박해일군^^ 필름2.0 인터뷰를 보니 또 다르네요..
simple 조회수 : 3,555
작성일 : 2007-07-25 17:18:41
IP : 220.76.xxx.18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멋지네요.
'07.7.25 5:27 PM (61.82.xxx.96)몇달전인가, 메가박스에 야구모자 푹 눌러쓰고 혼자 영화보러 가는지 가던데요.
키도 크고, 호리호리하고 얼굴도 작긴 하지만 보기 좋고. 하여간 멋진 총각(?)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2. 박해일
'07.7.25 5:36 PM (211.108.xxx.67)총각 아녀요. 결혼했어요.
3. zz
'07.7.25 5:37 PM (211.61.xxx.213)방송작가 서유선씨와 작년 3월에 결혼하셨는데...
총각이라는거 농담하신거죵? ^^4. ㅎㅎㅎ
'07.7.25 5:43 PM (210.109.xxx.30)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네요. 다단계까지ㅎㅎㅎ
5. 얼마전
'07.7.25 6:17 PM (220.75.xxx.143)딸 보약좀 먹이려고 한의원에 들렀더니 거기에 박해일이 왔다고....
순간 울 딸 넘어갑니다. 박해일 어딨냐고 좀 전까지 창백해있던 아이가 갑자기 생기가 나서는
어찌할줄 모르더군요. 이 무식한 엄마가 박해일이 누구야했더니 울 딸 갑자기 날 보고 하얗게 눈을
흘기더군요.. 박해일은 못보고 복도에 있던 박해일 매니저만 봤다는............
박해일이 맛사지 받으로왔다나 뭐라나,,,그래도 울딸 마치 본것처럼 흥분하더군요. 도대체 연예인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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