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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과일 없니?

헤어쓰따일 조회수 : 4,104
작성일 : 2007-07-19 17:36:11


직장다니는 며느리 때문에 손주 봐주시러 아침일찍 아들집에 오신 어머니 (일주일에 한번 오심)
아들한테 차려준 아침식사(구운 모닝빵, 삶은 수제 소시지, 유기농 계란 프라이, 주스)에 과일 없는 거 보고 살짝 기분 상하신 표정

"너희 과일 없니?"

"있어요 어머니"
(있지만 출근준비가 넘 바빠서 아침에 못 깎았어요 어제 저녁에 자두도 먹고 수박도 먹었는데...라는 말씀은 못드리고 생략)

어머니께 아침식사로 신랑과 똑같이 차려 드림. (원래 아침에 씨리얼이나 빵 드시는 분임). 드시고 나서 냉장고 열어보시고

"난 그럼 참외나 하나 먹어야겠다" (깎아드리면 좋겠지만 제가 출근이 바쁩니다요ㅜㅜ 어머니 오신 덕에 아침 먹은 설겆이까지 하느라 이미 지각 상태)

깎아 드시면서 한 말씀
"너희 딴데서 아끼고 과일은 좀 풍성하게 갖춰놓고 먹으렴"

냉장고에 자두 서너개, 참외 예닐곱개, 수박 네모낳게 썰어서 넣어놓은 락앤락, 토마토 한두 개, 사과 두어개가 있었음.

"어머니 이정도면 저희 많이 넣어놓은 건데..." (나름 귀여운 말투)

"......"



점심시간에 전화드려 보니 여전히 완전히 편하신 말투 아님.

에휴. 가끔 부딪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살짝 까칠하게 구시는 어머니. 헤헤거리고 웃고 지나가야지요. 손주 봐주시려고 새벽부터 분당에서 여기까지 차 몰고 오셨는데...제가 너무 부실하게 준비해 놓고 있었던 거죠-_-. 저녁에 스파게티 해드리려고 준비는 다 해놨는데, 아침식사를 좀더 반듯하게(어머니가 잘 쓰시는 단어) 준비 못해놓은 게 살짜쿵 탈이었던 거죠-_-.

아니 과일이 얼마나 비싼데 그거보다 더 갖추고 살라는 거냐고요-_-; 애는 무슨 돈으로 키우고 집은 무슨 돈으로 장만하라고-_-.


IP : 220.76.xxx.108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gg
    '07.7.19 5:47 PM (220.120.xxx.242)

    시어머님이 무척 고상한 스타일인가봐요..ㅎㅎ
    아침식사를 시리얼 드신다는 소리에 살짜쿵...놀랬네염.

  • 2. 그래도
    '07.7.19 5:54 PM (59.29.xxx.59)

    좋으신 시어머님 같은데요..생판 모르는 베이비시터를 불러도 저것보다 더 심하게
    시집살이 시키는 분들도 많은데요, 뭘..(제 경험담임)
    뭣보다도 애봐주시는게 어딥니까..

  • 3. .
    '07.7.19 5:58 PM (211.171.xxx.11)

    엉뚱하게도 원글님이 차려놓으신 아침식탁풍경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입에 침이 고이네요.
    혹시 시어머님이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본인이 과일사실때 가장 좋고 싱싱한 것으로
    자식들몫까지 넉넉하게 사서 나눠주시는 스타일은 아니세요?
    저희 친정엄마가 그러시거든요... 새언니한테 식재료 너무 싼거 쓴다고 타박하실때도 있지만
    비싸서 못사먹는 고기나 과일종류는 저희엄마가 잘 사다주세요.

  • 4. 그런데
    '07.7.19 6:01 PM (210.123.xxx.169)

    소세지가 수제인지 아닌지 쥬스가 유기농인지 아닌지는 차린 사람밖에 모르는 거니까요. 다른 문제 있는 분 아니시면 그냥 웃고 넘기세요.

  • 5. 구여운
    '07.7.19 6:02 PM (59.23.xxx.207)

    며느리 글 풀어놓는 솜씨가 너무 귀여워요.
    결국 흉이지만 흉이 아닌것 같아요.

  • 6. 원글
    '07.7.19 6:04 PM (220.76.xxx.108)

    원글) 맞아요 좋으신 어머님이세요^^ 오늘도 강낭콩 사신 거 일일이 껍질 다 벗겨서 한봉투 가져오셨더라구요. 다만 당신 아들한테 저는 나름 최선을 다하는데 아침에 과일 안 냈다고 기분 상하신 거 같아서 저도 살짜쿵; 오늘 웃는 얼굴로 들어가서 맛있는 스파게뤼~ 해드릴 거에요

  • 7. 에구
    '07.7.19 6:07 PM (210.123.xxx.169)

    원글님도 착하세요. 행복하게 잘 사세요.

  • 8. 딴 얘기지만...
    '07.7.19 10:09 PM (211.213.xxx.55)

    원글님 글 읽고 외국서 사시는 줄 알았어요....ㅎㅎ
    어머님이 씨리얼 드신다는 말씀에...ㅎㅎ

  • 9. 과일
    '07.7.20 11:13 AM (211.178.xxx.153)

    이 글 보실지 모르겠지만
    어머님 말씀 고깝게 안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이쁘세요.
    유기농 방울 토마토 같은 거 항상 씻어서 접시에 담아 넣어뒀다가
    아침에 꺼내기만 하세요. 제가 아침에 애들 그렇게 잘 주거든요.
    깎는 것과는 달리 다 안먹더라도 다시 냉장고 쓱 넣어두면 되니까 편해요.
    그리고 식탁 색깔이 확 살아요.
    전날 키위나 참외 정도는 깍아서 접시에 담아둬도 색도 안변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고요.
    암튼 바쁠 때는 방울 토마토가 최곱니다.

  • 10. ㅋㅋ
    '07.7.20 12:29 PM (59.15.xxx.9)

    저희는 친정엄마가 그러시는데요? ㅎㅎ
    저희는 과일 많이 나는 철에는 식비보다 과일비가 더 들어가요..
    울신랑도 아침엔 밥이 부담스러워서 떡이나 빵도 잘 안먹어요.
    대신에 선식이나 두부,마죽같은거 타서 주고
    사과 하나 갈아서 주면 그렇게 두잔 마시고 가요..
    과일은 사과, 토마토 돌려가면서 갈아주고..아무래도 챙겨주지 않으면 안 먹으니까요..

  • 11. 진짜
    '07.7.20 4:10 PM (58.224.xxx.31)

    고상시어머니심... ^^ 며늘님도 귀여우시고... ㅋㅋ ^^

  • 12. ..
    '07.7.20 4:17 PM (58.143.xxx.2)

    시어머님이 개인적으로 과일을 좋아하시나보다하고 이해하세요. 고기 좋아하는 사람은 반찬해도
    고기없으면 먹을거 없다하잖아요. 그래도 시어머님이 현대적이시니 좋겠어요. 밥에 국 찾는분이면
    어쩌시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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