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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나에게 이런일도..

... 조회수 : 3,174
작성일 : 2007-07-18 14:38:31
대학 들어가 불타는 사랑을 했더랬죠.
처음 사귄 사람이었고 결혼도 당연히 이 사람과 한다고 생각했었던.
그러나..5년동안의 열애에 무색하게 저희 집안의 몰락(?.. 경제적 풍파)와 부모님의 반대로
너무나도 쉽게 헤어져버렸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네요. 마지막 나를 버스 태워주며 창가에서 서 있던 그 모습.
옆 사람 챙피한 줄 모르고 꺼이꺼이 통곡하며 오는 시간 내내 울었던 내 모습

그래도 헤어진 건 아니라 생각하며 살았었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결국 일년동안 연락이 없다 전화를 해봤더니 그새 결혼했다는 동생말을 듣고는 마음을 접었었어요... 배신감도 많이 느껴서 너무 힘들게 몇년을 보냈습니다.

몇년동안 싱글로 지내다 지금의 신랑을 만나 내 상처를 어루만져 주겠다는 착하고 배려깊은 마음씀씀이에 결혼해 아이들도 낳고 잘 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신랑 직장관계로 지방으로 이사온지 일년이 좀 안된 지금.

정육점에 고기 사러 갔다 단지내로 돌아오는데 멀리 보이는 사람 모습에 갑자기 가슴이 쿵쾅쿵쾅 뛰더군요. 무서움을 느낄때 머리가 쭉 서는 느낌이랄까요. 얼굴이 달아오르고 표정이 실룩실룩해지고..

역시나.. 그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거의 10년만에 보는..

어떤 아저씨와 같이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 사람도 날 봤는지 잠깐 멈칫하더군요. 손에는 재활용박스 몇개를 든채로..

그 사람이 멈칫하고 저를 보며 서는 걸 느끼는 순간 저 아무 생각도 안나고 .. 정말 아무 생각이 안나서 엉뚱한 옆에 있는 주차장으로 뛰어들어가버렸습니다. 뒤에서 무슨 말소리가 웅웅 들렸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마 그 아저씨가 그 사람에게 말하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다행히(??) 외출하고 집에 왔다 다시 깜빡 잊은 고기 사러 나오는 길이었기에 화장도 약간하고 나름 구두도 신은 모습이긴 했네요. 지금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그것도 우습네요..  살도 찌고 얼굴도 쳐지고..

문제는 같은 아파트단지내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에요. 무척 편안한 차림(슬리퍼에 반바지)이었고 재활용 박스까지 들고 있었으니.

2천세대로 규모가 큰 단지이긴 하지만 아이들 데리고 매일 나가던 놀이터마져 나가기가 꺼려져요.
물론 낮에 그 사람이 있을리는 없겠지만..

자꾸 둘러보게 되고 긴장하게 되고.. 하여튼.. 그 전처럼 자유롭게 다니지를 못하겠습니다..
지금 마음이야 아직도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남편이 너무 고맙고 남편에 대한 믿음, 신뢰, 사랑 변한 것 없지요. 아이들도 너무 이쁘구요.

일년도 안되었는데 또 신랑 직장때문에도 불안하다고 이사를 새로 갈수도 없고..
신랑에게 말하는 건 더더구나 안되겠고.. 나가자니 왜 이리 불안할까요...  저녁때 파전에 소주 먹고 싶다는 남편에게 마침 장 볼 것도 있다며 혼자 내보냈네요. 매일 같이 다녔는데 안가려하니 어디 아프냐 하더라구요.

평생 다시는 얼굴 볼일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살다보니 이렇게 만나는 일도 있네요.
아..............답답해서 글 써봅니다...

IP : 122.40.xxx.49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말
    '07.7.18 2:51 PM (211.201.xxx.84)

    소설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는군요..
    제가 그 입장이었어도 그랬을 것 같아요.
    같은 단지안에 살고 있다면 좀 신경쓰이시겠네요.

  • 2. 정말.정말.
    '07.7.18 3:58 PM (221.163.xxx.101)

    소설같아여.
    사실 저도 이전에 사귀었던 아주 사랑했었던 그 사람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한번씩 합니다. 저렇게 이쁜 아가도..잘 해주는 신랑도 있는데 말이죠.
    갑자기 님이 부럽다는 생각도 드네여.
    우연이라도 마주쳤으면 좋겠어여.
    쯥. 쓸데없는 야그였습니다. 별도움안되서 지송합니다.

  • 3. 결혼전에
    '07.7.18 5:03 PM (75.80.xxx.35)

    사귀던 남자 만난게 잘못 인가요?(그것도 길에서..)
    뭐가 불안 하다는건지 모르겠네요.
    전 애인 이 남편한테 내여자 내 놔라 할것도 아닌데...
    그냥 원글님 께서 갑자기 당한(?) 일 이라 혼란 스러워 그럴 꺼예요
    그쪽 분 도 많 이 당황 하고 길에서 또 만나게 될까봐 걱정 할지도 몰라요.(세월 이
    그분 을 예전 감정 으로 안 만들 어 주죠. 드라마 라면 모을까...)
    원글님 도 애들 키우면 서 정신 없으시면 하루하루 가 무뎌 질꺼예요,
    세상 에 가족 만큼 중요 한게 어디 있나요.......

  • 4. ...
    '07.7.18 5:05 PM (210.104.xxx.5)

    엄청난 우연이군요. 없었으면 좋았을 우연..
    하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에요.
    그 사람을 다시 마주친다고 뭐 어떻게 되는 게 있나요?
    그쪽도 원글님도 각자의 가정에 충실하게 살면 되는 거죠.
    이미 옛날 감정은 지나간 거잖아요.
    혹시 모르니 남편께 미리 얘기하시고, 마주치더라도 모른척 지나치세요.
    그렇게 완벽한 타인이 되면 되는 겁니다.

  • 5. 와...
    '07.7.18 6:04 PM (165.243.xxx.87)

    저라면 되게 설레일거 같아요...

  • 6. 전 가끔
    '07.7.18 9:38 PM (58.145.xxx.214)

    헬쓰장에서 그런일을 상상하곤하는데...
    그럼 더 열심히 몸매관리하지 않을까 싶어서..
    암튼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가요.

  • 7. 인연..
    '07.7.19 2:13 PM (211.172.xxx.174)

    제 생각에는 원글님이 올리신 글이 사랑했던 옛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생기는 감정을 말씀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옛사람에게 변해버린 나의 모습을 그 분에게 보이기 모하다는 거 아닌가요?

    10년이면 처녀적에 암만 이쁜 몸매라도 아이낳고 세월이 흘렀으니 군살도 붙었을테고 뽀송뽀송 피부도 변했을거고.... 저가 원글님 처지라도 그 옛분 마주치는거 싫겠어요.. '인연'이라는 책에서도 아사코를 3번째는 아니만나는게 좋았을거라는 말도 있자나요.

  • 8. 참..
    '07.7.23 5:26 PM (210.205.xxx.195)

    저도 가끔씩 그런 상상하면서 오히려 그럴수록 더 당당해야겠다 그런생각해요.. 어차피 인연이 안되서 헤어진거고.. 다 자기 팔자다.. 이렇게 생각하니까요.. 지금 신랑이 내 천생베필이니까 신랑한테 미안한 맘 안들게 당당하게 마주치려고 생각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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