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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해지고 싶은 소심녀..

불의를 보면 조회수 : 799
작성일 : 2007-07-08 08:39:13
종종 82에서 일상의 불의한 일을 바로 잡는 용감한 분들을 보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늘 불의를 보면 잘 참는 소심녀지요.


이제 나이먹다 보니 제가 고지식해지는건지 간혹 젊은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보면
한마디 해주고 싶은데 가슴은 답답하고 입은  안떨어지지 않고 애꿎게 하소연만 합니다.  


어제는 모처럼 시간을 내서 덕수궁 미술관을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미술관을 나와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멀리 보이는 전각이 눈에 띄었습니다.
눈에 띈것은 다름이 아니고 전각의 마루(달리 부르는 지 모르지만 용어를 몰라서..통상) 에
허여멀건한 살덩이(정말 멀리서 보면 살덩이였습니다)가  보이는겁니다.
까만 기와와 진한 마루에 대비되어 보이는 길쭉한 흰 살색은 너무도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같이 간 친구도 놀라서 저게 뭐냐고 서로 얼굴만 쳐다봤습니다.


꽤 거리가 있었는데 누구랄것없이 가까이 쫓아가면서 그 순간에 온갖 추측을 했습니다.
분명 누군가 한명은 앉아있고 한명은 길게 누워 있는 저 누워있는 살덩이가  외국인일거다,외국인 여자인
듯 하다. 아니다. 둘 다 외국 남자다. 그러면서 아무리 다른 나라의 예의범절을 모른다고 고궁 마루에서
저렇게 자기들만 좋다고 살덩이인채로 누워있으면 어쩌라는거냐.. 그러면서 다가갔습니다. 가면서 친구
에게 영어로 저 친구들에게 설명좀 친절히 해줘라..이러는건 매너가 아니다 어쩌고 하면서..


가까이 가보니 실망스럽게도(?) 멀쩡한 우리 나라 젊은 남녀였습니다.
마루에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되어 있는데 남자는 앉아 있고 여자는 타월지로 된 빤쓰(로밖엔 안보였습니
다. 전)같은 반바지를 입고 남자 무릎을 베고 누워서 두 다리를 쭉 뻗고  누워 꼼지락대고 있었습니다.


보기 심히 민망스러웠습니다.
석어당은 조선시대 선조의 침전이었고 인목대비가 유폐되었고 하여튼 조선후기의 정치적 격랑을 함께 했
던 그런 장소더군요. 멀리서 눈에 띄었으니 다른 사람들 눈에도 그리 보였겠지요.
그런데 확인되기 전까지 외국인이라 생각하고 영어 단어만 뒤죽박죽였는데 말문이 막히더군요.
겨우 한다는 소리가

(흥분했던) 소심녀1 : 뭘 모르는 외국인인줄 알았더니 한국 사람이네
(더 흥분했었던) 소심녀2 : 그러게..


그런데도 둘은 전혀 개의치않고 애정행각을 벌이며 궁궐의 오후를 만끽하더군요.
속 답답한채 떠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우물쭈물 서있는데  두 명의 남자가 아까 방금의 우리처럼 빠르게 쫓아올라오고 있더군요. 우리보다는  누워있는 쪽 남녀하고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들이었습니다.

분명 하고 싶은 말은  저와 같아 보였는데  또래라선지 그런 말은 못하고...여기 들어가지 마시오 안보여요? 하고 따지더라구요. 뻔뻔한 마루위의 남자애가 들어가지 마시오는 마루 중앙에 있으니 거기까진 안들어갔잖냐고  니길니길 웃으면서 대답하는 겁니다. 아니 들어가지 마시오가 있으면 올라가지도 말아야지
왜 마루에 앉아서 그래요오~ 하면서 얼굴이 뻘개지더라구요. 참 뻔뻔한 남녀였습니다. 여자애는 그자세
그대로 누워서 빤히 쳐다보고 남자는 빙글빙글 웃으며 응수하더군요. 전 좀 대차게 따져주었으면
속으로만 바래다가 겨우 한다는 말이.... 친구에게 하는 말인것처럼  보는 눈은 똑같네..참 보기싫다..
그러고 그 자리를 떴습니다. 젊은 사람들 눈에도 참 보기 싫었구나.  왜 나는 조근조근 안그랬으면 좋겠다고 타이를 수 없었을까...하면서 말이죠.

나이를 먹어갈수록 다른 사람의 거슬리는 행동이 많아질까? 그럴 땐 어째야는걸까? 나이를 먹었으면
알아듣게 타이르는게 옳은걸까.. 그건 남의 사는 방식에 시비거는 불필요한 참견일까? 등등
생각하면서요.  꽁한탓인지 그림의 여운이나  짙푸르른 고궁의 나무들보다 그 일이 더 생각나 아침부터
82에 속풀이해봅니다.
IP : 221.163.xxx.5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면 됩니다
    '07.7.8 8:58 AM (211.245.xxx.111)

    박해미씨가 호스트바에 나가는 남자를 상대로
    인터뷰하는 거 유선에서 봤습니다.
    뭐, 각본이 있었겠지만 박해미씨 나름대로
    자기 생각 말하면서, 윽박지르는 것도 아니면서,
    여유있게, 연장자답게 잘 하더구만요.

    내 생각 말한다고 누가 잡아가나요.
    잘못 한 거 없는 사람도 괜히 주눅들게 했던 시대 탓일까요.
    아무래도 우리가 공식적인 말하기에 그리 익숙치는 않죠.
    하지만 굳이 남 타이르는 거 아니라고 해도,
    불의를 응징한다는 차원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는 경험은 해보면 참 좋습니다.

  • 2. 전 자주 말해요
    '07.7.8 12:48 PM (211.244.xxx.190)

    공공장소에서 버릇읖시구는 애덜이나 쓰레기 버리는애덜....길 막건너는애들......한마디씩하는데요..
    이웃 새댁은 나를 막 잡아 끌데요.......
    요즘 애들 무섭다고,,,,,,,그러나 그른일엔 한마디씩 합니다요~~~
    그리구 우리나라 교육......기본교육 안시키는게 너무나 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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