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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아들로 확~ 생각해버릴까요?

/// 조회수 : 1,766
작성일 : 2007-07-07 03:48:56
저희가 요즘 권태기인지.. 아님 남편만 권태기인지..
가뜩이나 움직이기 싫어하는 남편, 요즘 들어 말 한마디 붙이기 어렵습니다.

회사 특성상 스트레스 많이 받고 신경 곤두서야 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본인은 원래 움직이는 거 싫어하고 집안 일 하는 거 싫어한답니다.

그런 남편을 두었으니.
그냥 편하게 해줘야겠다.. 싶다가도
이번주처럼..
5일내내 늦게 들어오고(물론 그중에 이틀은 9시까지 밥도 못먹고 일하고 왔어요.)
들어오자마자 자고, 다음날 깨어서 바쁘니까 휙 나가고
어떤 날은 회사일이 잘 안되서인지 잔뜩 얼굴 찌푸리고 퇴근해가지고는 한마디도 안하고 자고서는 거의 한마디도 안하고 얼굴 굳히고 출근해버리고..오늘은 또 10시에 오자마자 자고. 그런 날은.

속상해요.

주말에 남편은 두 가지 방법으로 쉬어요.
1. 혼자 쉬기 : 컴퓨터로 놀기, 낮잠자기
2. 같이 쉬기 : 거실에 나와서 TV틀어놓고 같이 보기.

물론 가끔은 외출도 하기는 해요. 용산 박물관, 코엑스전시관, 과천대공원등등.
가면 재미있게 놀다 오기는 하거든요. 아직까지 우리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다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남편은 이런데 다녀오고 나면 자기는 이벤트 했으니 이젠 쉬어야겠다고 해요.

--------------------
만약 남편이 남편이 아니고 제 아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상상을 해봐요.
아들이 힘들게 일하고 왔으니 혼자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하든, 거실에 나와 누워 TV를 보든, 왠만하면 가만 놔두겠지요. 그리고 오히려 안쓰러울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주말에 엄마인 제가, 집안 일이나 아이 재우기 등 ...대충 마쳐놓고 같이 이야기를 하거나 컴퓨터라도 같이 보거나 영화라도 같이 보려고 했는데 (보통 그때는 시간이 10시가 넘죠.) 그때 아들은 피곤하다고 자러 간다 해도..
제 아들인데 뭐.. 어쩌겠습니까..?

(부모 자식간에 교류가 없어서 서운하긴 하겠네요.)

그리고 아들이 할 줄 아는 집안 일도 없고, 워낙 움직이는 거 싫어하니까 엄마인 저 혼자 방충망 뜯어서 씻고 끼워놓고, 에어콘 필터 청소하고, 구석의 선풍기 꺼내 분해,세척,조립을 다 한다 해도.. 덜 서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물론 진짜 아들이라면 일주일내내 일하고 왔으니 안쓰러워서 일 안시킬수도 있고,
혹은, 교육상 일부러 시킬 수도 있겠지요.)

-------------------

저희 시어머님은 이렇게 말씀하셔요.
남편이 집에 오면 편히 쉴 수 있게 해줘라.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줘라.
남편 위주로 생활이 돌아가게 해라. 그게 너랑 아이 잘되는 길이다.

저희 시어머님 말씀이 옳은거 정말 아는데요.
막상 그대로 하려니 왠지 100% 수긍하기 힘든 마음 한구석의 무언가.

저... 어머님의 그 말씀 맞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가 있고 또 둘째도 생길텐데.
남편을 그렇게 편하게 해 주려니 제가 너무 힘들고.
때론 화도 나고 그래요.

남편이 조금씩 바뀔 수 있도록. 여우처럼 잘 해볼 수 있는 노하우 좀 가르쳐 주세요.
여기 게시판 글 검색해보니 남편에게 한가지만 부탁한 뒤, 잘 해주면 마구 마구 업시켜주고,,
그렇게 1년에 한두개씩만 부탁(?)을 늘여가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꽤 많이 변해 있다고 한 글을 본 것 같아요.

볼멘 소리로 불만을 확 말해버리고 싶었는데 글로 쓰다 보니 좀 진정이 되네요.
남편 힘들고 애쓰는 것 알겠는데
그래도 이젠 총각도 아니고 누군가의 아들만은 아니잖아요.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빠인데 본인도 좀 노력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스스로 알아서 바뀌려고 하지 않는 남편을 억지로 바꿀 수는 없을 것 같구요.
잘못하다가는 괜히 서로 스트레스만 줄 것 같아요.

어떻게 여우처럼.. 사랑스럽게... 남편에게 잘 하면서 남편도 편하고 기분좋고. 저도 좀 기분 좋게 그런 방법 없을까요?


IP : 211.237.xxx.19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옛날의저라면
    '07.7.7 4:05 AM (116.32.xxx.196)

    안살았을텐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수용해주시려는 노력이 참 대단하게 여겨지고 존경스럽네요.
    쓰신 글 중에서
    "저... 어머님의 그 말씀 맞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가 있고 또 둘째도 생길텐데.
    남편을 그렇게 편하게 해 주려니 제가 너무 힘들고.
    때론 화도 나고 그래요. "
    이런 식의 말을 대화방법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이젠 총각도 아니고 누군가의 아들만은 아니잖아요.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빠인데 본인도 좀 노력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식의 말은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훈계하고 비난, 설득의 의도가 있어 상대방의 기분에 따라 결과물없이 서로 스트레스만 줄 가능성도 있거든요.

    이미 님은 말하는 방법을 잘 알고 계셔서 현명하게 대처하시겠어요.... 나도 진작에 이런 수용하는 맘을 가졌더라면....... 공부하러 일어났다가 또 82cook 들어왔네요...

  • 2. 시어머님
    '07.7.7 6:15 AM (136.159.xxx.20)

    말씀..
    전혀 옳치 않습니다.
    지구가 자기 아들만을 위해 도나요???

    남자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
    자신이 피곤하고 하기 싫어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남편으로써, 아버지로써 당연히,
    아니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하는것들이 있습니다.
    성인이라면요.

    우리나라 엄마들이 아들을 그렇게 키우니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고요.
    시어머님께는 불평하거나 말대답하지 마시고
    님이 알아서 바꿔가세요.

    님 시어머님은 절대 님편은 안될테니까요.

  • 3. 잠오나공주
    '07.7.7 7:49 AM (125.180.xxx.130)

    남편이 집에 오면 편히 쉴 수 있게 해줘라.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줘라.
    남편 위주로 생활이 돌아가게 해라. 그게 너랑 아이 잘되는 길이다.

    헐.... 헐...

    그럼 부인과 아이는 뭔가요??
    누구나 집에와서 편히 쉬고 싶고..
    누구나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고..
    내 위주고 생활이 돌아가는거 누구나 좋죠..

    그건 고3 아이들에게 해주는 엄마의 배려 아닌가요?

  • 4. 아들로...
    '07.7.7 8:01 AM (211.243.xxx.198)

    생각하는 방법이라...좋을 것 같네요.

    정말로 내 아들이다 생각하고, 끔찍이 잘해주면...아마 남편도 알 거예요...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세상에서 자기만을 그렇게 끔찍이 위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어디서 만나겠어요?
    아직은 결혼 초반인 듯하니,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은 집이고, 가장 편하게 쉴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내 아내고, 가장 좋은 것 맛있는 것 누릴 수 있는 곳은 내 집 밖에 없다하고 생각하게끔 일단 길을 들여 놓으시구요...
    그다음에 차차로, 서서히 조금씩 님께서 원하시는 쪽으로 이끌고 가 보시면 어떨까요?
    미리부터 기선을 잡는다고 기싸움을 해 보았자, 상처만이 크게 남지...좋을 게 없는 것 같더라구요...
    일단 상처가 나면 아물더라도 흉터가 생겨요. 상처가 아예 없을 수 있다면 없는 게 좋거든요...
    정말로 여우같이,
    "내가 이담에 당신을 내 맘대로 하기 위해서 일단은 당신을 길을 들이는 거랍니다...'속으로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끔찍이 잘해 주세요. 그럼, 그 만큼의 보답이 꼭 돌아 온답니다. 스스로 우리 마누라가 최고야 하게 된답니다...이 때 님께서 혹시 속상한 일이 생기면 그때는, '아, 내 아들이니까...'하면서 마음을 다스리시구요...^^

  • 5. ...
    '07.7.7 8:09 AM (121.131.xxx.138)

    아예 하숙생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어떠세요?
    밥주고 재워주고 돈 받는....
    그 돈으로 님이랑 아이들 즐겁게 지내시고요.
    남편 없어도 아이 데리고 밖으로 나가세요.
    남편도 뭔가 느껴야하지 않겠습니까?
    나가실때 하숙생 식사는 꼭 챙겨놓으시고요.

  • 6. 내게
    '07.7.7 9:47 AM (220.75.xxx.143)

    남편은 둘째아들,
    혹은 남보다 못한 남의 편,
    혹은 어쩔수없이 같이 살아야하는 동거인...결혼 20년차입니다.

  • 7. 바위솔
    '07.7.7 9:57 AM (59.15.xxx.179)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서로가 문제점을 알아야 해결이 쉬울것 같습니다

  • 8.
    '07.7.7 10:00 AM (220.120.xxx.52)

    아들만 둘든 직장맘. 흔히 남편은 막내라고들 하더군요. 그래서 운전대 잡았습니다. 주말내지는 시간있을때 애들이랑 다닙니다. 트렁크에 캠핑도구 항상 싣고 다니면서 가깝게는 동네 개울(시골입니다)에서 라면도 끓여먹고 합니다 아이들 좋아하죠 그래도 나오기전에 꼭 물어봅니다 마음으로는 그냥 집에있느다고해하고 생각하면서 같이 나갈래라고

  • 9. 저2
    '07.7.7 11:10 AM (59.26.xxx.62)

    우와,, 저랑 같은 분 계시네요.
    저도 애들이랑 셋이서만 놀러다녀요.. 그래도 넌지시 물어보죠.. 같이 갈래???
    그것도 딱 한번만.. 절대 두세번 안물어봐요.......ㅋ
    예전에 애들 어릴때는 어디좀 가자해도 그리 안가더니 이제 애들 커서 나혼자 감당할 만도 하니.. 자꾸 따라나설려고 하네요..

    그런데. 원글님 글읽으면서.. 시어머니의 마음이 이해되네요.
    자식이 힘들까봐. 푹 쉬게 내비뒀으면... 하면 엄마의 마음이요..
    우리어머니 예전부터 "얘. 주말에 푹쉬게 내비둬라!!!" 이말씀이 너무 짜증났는데....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이제야 원글님글 읽으면서 했어요..

    "네. 어머니, 이제 집에서 푹 쉬게하고 우리끼리만 놀러다녀요."
    언젠가 비슷하게 말했더니 또 서운해하시데.........

  • 10. ..
    '07.7.7 11:30 AM (125.177.xxx.2)

    우린 출퇴근이 정확치 않고 밤새워 일하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그런지 집에오면 웬만하면 그냥 두는 편이에요

    워낙 서로 간섭 받는거 싫어하고. 그래서 되도록 저는 아이랑 따로 다니고 남편은 혼자 다니고 그래요

    1-2년에 한번 정도 해외 여행 갈때 아님 어디 같이 다니지도 않고요 이상하게 여행가면 배려도 많이 하고 잘해요

    근데 집에선 어디 같이 가야 투덜대니 짜증나고 이젠 외식도 같이 안하려고요 며칠전에 먹기로 했던거 안먹고 레스토랑 갔다고 얼마나 투덜대는지 ..제 인상은 구겨지고 애는 불안해서 엄마 아빠 먹여주고 애교 떠느라 바쁘고

    그러더니 먹어보더니 맛있네 하더군요 어쩌다 하는 외식 애가 먹고 싶다는거 먹음 큰일 나나요

    오리고기 랑 와인 전문 이었는데

    사람 바꾸는거 너무 힘들고 차라리 아들이라 생각하고 내버려두고 각자 알아서 사는게 편하더라고요

  • 11. ....
    '07.7.7 12:03 PM (211.218.xxx.145)

    왜 똑같이 힘들게 일하고 퇴근했는데 남자만 배려를 받아야 할까요?
    저는 정말 남편이 돈만 제대로 벌어온다면 집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안 시킬겁니다.
    가사 육아 분담 문제로 매일 전쟁 치르는 제 입장에선 솔직히 외벌이가정 주부분들 부러울 따름입니다.

  • 12. 아이고
    '07.7.7 6:38 PM (211.205.xxx.15)

    저는 외벌이 가정주분데요 아기를 누군가 봐준다면 일하고 싶습니다
    남편도 항상 그래요 좋겠다가 내가 벌어준 돈으로 편안히 먹고 살아서 좋아보인다고
    힘들어 죽겠는데 그런 소리 할때마다 나도 일하고 싶다란 소리도 못합니다
    아기가 저만 좋아해서요..
    원글님은 놀러도 가시네요 전 친정과 시댁 한달에 두번정도 방문합니다 ㅠㅠ
    그외엔 어디 안 가요 남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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