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 남편이 맥주 한 잔 하고 싶다고 해서..
얼린 스팸 자르다가..흑...칼에 확 베었네요.
왼손 둘째, 세째 손가락 사이를 다쳤어요.
피 뿜어 나오고..남편 달려와서 기겁을 하며 병원 가자는데..
처음엔 무슨 병원까지 가냐고 하다가..
가만 생각해보니..손가락 끝도 아니고 인대같은게 다쳤으면 큰일이다 싶어서..
응급실로 향했죠.
그런데 가는 동안 쇼크가 좀 왔어요.
피를 보고 놀란건지..(그렇게 연약하지 않은데..) 반바지를 입어서 그런지..
춥고 어지럽고..배아프고 구토나고 설사증세까지..^^;;
도착해 기다리는데..
기다릴 땐..아무도 안오고..
결국 화장실 가면 밖에서 찾는 소리나고..^^;;
피 뚝뚝 떨어지는 손보다 배가 아파서 죽겠는거에요.
겨우겨우 화장실에서 나오니..
다들 제 얼굴보고 놀라서
얼굴이 너무 하얗다고..간호사는 다시 혈압재러 뛰어오고..
이제 좀 주목을 해주더라구요..
(그런데 물론 창백해지기도 했겠지만 제가 원래 좀 많이 하얘요..^^;; )
침대에 시트 덮고 누워서..새끼의사는 제 손가락 지혈하고..
남편은 배 문질러주고..
간호사는 항생제, 파상풍 주사놓고..
(다른데가 아파서 그런지..주사는 들어오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아무튼 인대 등은 괜찮은 것 같다고 해서
꼬매고만 왔는데..불쌍한 의사샘..손가락 사이라 애를 먹으시더라구요.
굳은 살이 생길거라는데..흉이 많이 남지 않았으면 하네요.
저희집은 항상 제가 남편을 챙기는 편이라서요.
남편이 배탈도 잘 나는 편이라 그럴때마다 제가 손바닥 눌러주며 지압해주고..
꼭꼭 주물러주고 그래왔기 때문에 잘 알 줄 알았죠.
배가 너무 아파 손 좀 지압해달라고 부탁했더니..우왕좌왕...누르는듯 마는듯..하더라구요.
화장실에선..한 손에선 피가 뚝뚝..다른 한 손으론 그거 잡고 있어서..
남편한테 옆칸에서 휴지 좀 잘라달라고 했더니..
엄청난 크기의 휴지를 뭉쳐서 주더라구요..ㅠ.ㅠ
밖에서 제 이름을 부르니...저보고 빨리 나오라고 독촉만 하고..ㅠ.ㅠ
등등..별건 아닌데 제가 너무 아프니..옆에서 우왕좌왕하는게 오히려 더 짜증만 나더라구요.
그래도 남편 덕에 살았어요.
배가 너무 아파서 이렇게 배를 문질러 달라고 하면서 시범을 보였더니
잘 해주더라구요. 거의 10분가까이..꽤 힘들었을텐데..
'좀 힘들겠지만 그렇게 해주면 내가 훨씬 나아요. 계속 좀 문질러줘요' 했더니
정말 열심히 문질러줬고..그래서 배아픈거 낫고 쇼크 상태에서 빠져나왔답니다.
그 후론 지혈하고, 마취하고 꼬맬 때까지 웃고 농담까지 하며 나왔어요.
남편이 몰라서 못해주는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평소에 응급처치법을 좀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진정되고 병원문을 나서다보니..
아차 그제서야 속옷을 입지않았다는 걸 깨달았지 뭡니까.
자려고 하얀 면티에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
머리띠에 꽁지머리하고..있다가 변을 당해서...ㅠ.ㅠ
워낙 가슴이 큰 편은 아니니..사람들이 못알아챘기를 바랄뿐이어요..-.-
2주동안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힐까봐요.
괜히 나갔다가 땀흘리면 씻기 힘들어서..ㅎ
왼쪽 손을 붕대로 칭칭 감아놔서 독수리 타법인데
이 긴 글을 남기네요.
제가 꽤 대범한 줄 알았었는데..
어제 고생을 하긴 했나봐요.
식칼, 스팸만 봐도 기분이 나쁘고..
뿜어져나온 피 있던 곳은 가기가 싫으네요.
조금 전에 엄마한테 전화왔었는데..
오히려 더 밝은 목소리로 전화받으면서도..
속으론 엄마~~ 나 다쳤어~ 어리광부리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저희 엄마 무척 걱정하시고 마음 아파하실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2주 후 실밥 뽑을 때까지 어떻게든 피해다녀야해요..^^;;)
대신 여기에 어리광부려 봅니다..^^;
다들 조심해서 칼 다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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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다쳤어요..많이 놀랐네요..
Cello 조회수 : 437
작성일 : 2007-07-06 11:39:36
IP : 124.61.xxx.2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에공.
'07.7.6 12:33 PM (124.54.xxx.204)놀라셨겠어요.
흐미~2. ...
'07.7.6 12:43 PM (121.131.xxx.138)많이 놀라셨지요.
그런데 '춥고 어지럽고..배아프고 구토나고 설사증세까지..'
저도 쇼크 먹으면 그런 증상이 나던데요.
다른 분들도 그러신가봐요.3. 상구맘
'07.7.6 6:02 PM (219.254.xxx.22)에구~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쇼크라...cello님이 그리 연약하셨는지 몰랐네요. ㅋㅋ
남편분도 많이 놀라셔서 긴장을 많이 하셨나보네요.
지금 생각하시면 내가 침착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왜 그랬을까 하시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나요~
미워하지 마삼...
cello님, 독수리 타법으로 이 긴글을 치기 얼마나 힘드셨을까.
저도 멀어서 도와 드리지도 못하고
아무쪼록 2주일동안 조심하시고 흉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속옷...얼레리꼴레리~~~~~ㅋㅋ4. Cello
'07.7.6 10:16 PM (124.61.xxx.28)다들 감사합니다..^^
상구맘님, 어떻게 아셨어요..
정말..내가 왜 그랬을까..생각때문에 오전에 잠시 우울했더랍니다..
다행히..친구들이 샌드위치, 김밥 들고 와서 끼니도 해결해주고..
설겆이도 좀 도와주고..놀다가서 좀 기분이 나아졌어요.
이럴땐..결혼 안 한 백수(진짜 백수는 아니고 일종의..) 친구들이 최고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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