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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

푸르름 조회수 : 1,001
작성일 : 2007-07-03 10:25:48



다정 다감한 남편...

가정적이고 따뜻한 성격...늘 배려해주는 마음...

결혼 3년째...단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시댁 스트레스...

(시부모님 모두 안계시고 형제분들은 외국 나가 계십니다)

엉뚱한데 한눈 팔거나 하지 않고 주말이면 늘 무엇이든 나와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집안일 먼저 팔 걷어 부치고 잔소리 하지 않아도 구석 구석 열심히 청소하는 바지런한 성격.

내 손톱, 발톱까지 하나 하나 정성스레 깎아주는 자상함.

술 한방울 입에 대지 않고, 인생에 있어 가족이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

나와는 너무나 큰 학벌 차이에도 불구하고 선뜻 나 하나 보고 선택해준 고마운 마음.

반찬 투정 단 한번도 들어 보지 못했고, 내가 무언가 먹고 싶다고 하면 늦은 새벽이라도

벌떡 일어나 밤거리를 헤매 사들고 들어 오는 사람.




......나무랄데 없는 남편이라 생각하는데....요즘 이런 남편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결혼하기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사업에 손을 대었다가 큰 실패를 겪은 후 지금까지

다시 일어서질 못하고 있네요.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긴 하는데 그것도 한 두달하다 또 흐지 부지...

저 또한 비정규직으로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불안한 직장 생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노후 대책은 엄두도 못내고 당장 하루 하루 먹고 사는 걱정으로 가득한 일상...

아이 가지는 것은 이미 마음속으로 포기한 지 오래전...

너무 좋은 사람과 살고 있는데....조금씩 지쳐 갑니다.

제발 일년만이라도 좋으니 저도 전업주부란걸 해보고 싶어요.

성인이 된 이후로 지금껏 15년을 해 온 직장 생활...

전업주부를 우습게 여겨 하는 생각이 절대 아니고...

더이상 저희 가정에서 경제적 주체가 제가 아닌 남편이였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할 때....남편 배웅 받는 것...이젠 반대이고 싶어요.

막중한 직장 스트레스....당장 사표 내던지고 뛰쳐 나오고 싶을 때 마다 집에 우두커니

있는 남편을 생각하면 무릎이 꺾입니다.

이젠 저도 참 힘이 드네요.

남편 또한 노력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는걸 잘 알면서도...

지금껏 잘 참아 왔는데 조금만 더 참고 살면 좋은 날 있을꺼란 막연한 기대감으로

저 자신을 채찍질 해 보아도....

마음이 한번 우르르 무너져 내리고 나니 다시 추스리기가 힘겹네요.

이런 마음을 가진다는 것도...남편에게 미안합니다.

.....제가 참 욕심이 많고 나쁜 여자인가 봅니다.

아침부터 업무 때문에 잔뜩 스트레스를 받아서....어디에 터놓을 곳도 없고...

잠시 82에 답답한 마음 내려 놓아 봅니다.










IP : 220.120.xxx.12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7.3 10:28 AM (116.33.xxx.102)

    힘내세요.... 너무 착하셔서 마음이 더 아프신가봐요 기운내세요

  • 2. 기운내세요
    '07.7.3 10:47 AM (218.152.xxx.161)

    속상하실때마다 들와서 편하게 이야기하고가세요~~
    날씨 꿀꿀하니 따끈한 차 한잔 하시고..

  • 3. ,,,
    '07.7.3 10:55 AM (58.140.xxx.225)

    정말 속상하시겠어여....
    남편이 그래도 자상하고 조은분이니 남편출근에 배웅하는날 꼭 올거예여....

  • 4. ``
    '07.7.3 11:00 AM (116.34.xxx.156)

    옆에 계시면 힘내시라고 등이라도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은데...
    많이 힘드시죠?
    우리 조금만 화이팅해요..빠른 음악이라도 듣고 기분전환하세요

  • 5. ..
    '07.7.3 11:43 AM (222.101.xxx.250)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저도 결혼하고 지금껏 가게.직장 15년입니다
    마음이 한번에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 알지요
    남편에 대한 기대는마음 바라는 마음 버리고 나니 조금 편해 지더군요

  • 6. 공감
    '07.7.3 12:04 PM (211.46.xxx.160)

    그렇죠...지칠 때가 있죠...일은 너무 힘들고.
    그래도 남편이 자상하시니...괜히 꼬장부리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습니까!!!

    걍 기분전환하세요. 저도 같은 처지..
    힘들땐 혼자 맘에 드는 옷이라도 사 입으면서 풀어요.

    그래도 "서로 도와야" 부부임을 기억하면서.

  • 7. 님,
    '07.7.3 2:37 PM (221.148.xxx.13)

    힘내세요.
    결혼 12년되었습니다.
    9년을 지옥같은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지금 바닥을 치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냥 열심히 사세요.
    세상에 공짜 없더군요,
    지나고 나니 힘든 시간이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남편분에게 가끔 힘들다 속 얘기 하세요.이해해 주실 분 같으니 서로 마음으로 손 꼭 잡고 사세요.
    건강하시고요.

  • 8. 원글이
    '07.7.3 3:33 PM (220.120.xxx.80)

    고맙습니다.
    힘 주시는 댓글 읽고 마음 다독입니다.
    삼년동안 저를 위해 로션 하나 사지 않고 살았어요.
    언제쯤 끝나려나...막막하지만 그래도 또 살아가야겠죠.
    용기 주신 분들 정말 감사해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많은 분들께 위로 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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