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나쁜 아내. 못난 아내.

조회수 : 1,687
작성일 : 2007-06-21 16:12:29
어제 저녁 남편은 또 술을 마시고 새벽 1시 40분이 지나서야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술을 자주 마시는 건 아니지만 술이 약하기 때문에
술 마시고 나면 다음날 너무 힘들어 해요.
그걸 알기에 술을 마시더라도 적당히. 딱 좋을 만큼만 마시라고
늘 권유하곤 하였지요.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잖아요.^^;
제가 술을 좋아하고 주량이 좀 쎄서 알지요.


평일에 서울로 출퇴근을 하느라 왕복 3시간 정도를 늘 운전하고 다니는 남편.
서비스업종이면서 하루종일 운전을 하고 또 고객들과 마주치는 직업이라
이런저런 스트레스   또 힘든 일이 참 많답니다.
아침에 6시에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6시 반쯤엔 남편을 깨우고
같이 아침을 먹고 남편은 출근 준비를 해서 출근을 하지요.
저는 남편보다 여유시간이 있어서 뒷정리하고 천천히 출근 하구요.

퇴근은 아무리 빨라야 9시가 훨씬 넘어서 거의 10시가 다 되어갈 무렵에 합니다.
하지만 업무가 더 많거나 혹은 퇴근하고 있다가도 콜이 들어오면 다시 가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평일에 술 마시는 걸 극도로 자제하게 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고 하루를 보내도 많이 피곤해 하고 원래 잠도 많은 성격이라
잠도 모자라는 것 같은데  그런데다 술을 늦게까지 마시면 그 다음날은 밥도 못먹고
하루종일 머리아프고 졸립고 힘들어 해서  난리도 아니거든요.
술을 잘 마시고 주량이 쎈 사람도 아니고...

그런데 희안하게 이번달은 일주일에 한번씩 남편은 술을 계속 마셨습니다.
다행이도 보통 주말이어서 그 다음날은 좀 오래 잘 수 있었지만..
어젠.  평일인데 저와 약속했던 12시를 훨씬 넘겨서 1시 40분에서야 들어 오더라구요.
그것도 집 근처에서 술을 마셨는데...


들어오는 남편을 보니 너무나 화가 나데요..  술을 마셔서 라기 보단.  약속시간보다
늦게 와서라기 보단.  평일에 그렇게 술을 마시면 다음날 힘들어서 고생할 남편을
생각하니 그게 미련스럽다 못해 화가 막 나더라구요.
술 취한 사람한테 뭐라고 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참 뭐라고 쏘아 붙여 주고는  그렇게 쏘아대는 아내를 둔 남편이 안쓰러워
어서 빨리 자라고 하고는 옆에 누웠는데 잠이 안오더라구요.

제가 잠을 중간에 깨거나 늦게까지 못자면 또 쉽게 잠이 안드는 체질이라서..ㅠ.ㅠ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을 보고 있는데  너무 너무 미안해 집니다.
속상해도 그냥 쓰다듬어 주면서 빨리 잘 수 있게 해줄 걸.   뭐하러 싫은소리 했을까..하구요.


둘 다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회사가 어려워 자금이 바닥이어서 기관에서든 거래처든
매일 독촉전화 받고 혼자 일을 해야 하는 저도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많아서 힘들지만
남편은 하루종일 운전에 사람과의 스트레스도 많을텐데.  나라도 옆에서 좋은 얘기 해주고
더 격려해주고 그랬어야 하는데 미련스럽게 왜 술 좀 마시고 늦게 온 걸 가지고 뭐라고
한미디를 꼭 했어야 했을까 하면서 자책을 했어요.  

곯아 떨어진 남편의 모습을 보니  더욱 안쓰러워서요.
아무것도 못느낄텐데  여러번 머리도 쓸어주고 잘자라고 얘기 해주고
미안하다 소리 하면서 저도 잠들었지요.


아침에 너무 힘들게 일어난 남편은 아침보단 잠을 좀 더 선택하고 그러다 출근을했는데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오니 남편 걱정이 더 되네요.
여름 장마때 남편이 담당하는 일 쪽이 더 힘들고 고생이 많다던데..
술때문에 몸도 힘들텐데...
남편 생각이 많이 나서 문자를 보냈지요.
어젯밤 못돼게 굴어서 미안하다고  . 비오니까 운전 조심하고 힘내라고. 사랑한다고...



참 착한 남편인데.  가끔 못돼게 구는 아내의 투정 잘 받아주는게 더욱 안쓰럽게
생각되는 날이에요.
비가와서 그런지 그냥 긴 글 적어봅니다..
IP : 211.221.xxx.7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6.21 4:21 PM (210.104.xxx.5)

    어째서 나쁜아내, 못난아내 인가요..
    사랑 넘치고 배려할 줄 아는 좋은 아내이신 걸요.
    오늘 저녁 뜨끈한 음식 준비해서 드시고 일찍 주무시도록 해주세요.
    내일만 고생하면 또 주말이네요. 잘 쉬시구요.

  • 2. 원글
    '07.6.21 4:42 PM (211.221.xxx.73)

    피곤한 사람 붙들고 괜한 소리 (뭐 별건 없었지만요..^^;) 해댄거 같아 그게
    마음에 걸려서요. 어차피 술 취해서 잘 들리지도 않았을텐데..
    잠이라도 푹 자게 할 걸...싶었답니다.
    오늘 고생 많이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집에가서 맛있는 저녁 해놓고 또 기다려야지요.
    오늘도 빨라야 9시 넘어서 도착할텐데...^^;

  • 3. ......
    '07.6.21 5:27 PM (218.155.xxx.161)

    남자들 때론 불쌍해보일때가 있지요~~항상 지나고 나면 후회되는일, 걱정되서 하신거니까
    너무 담아두지마세요... 퇴근후엔 속풀이 해장국이라도 맛있게 끓여드려보세요
    기분좋은 저녘,따뜻한 보금자리에서 행복을 만끽하세요

  • 4. 착한
    '07.6.22 9:13 AM (220.75.xxx.15)

    아내이시구만....

  • 5. 유유
    '07.6.22 11:39 AM (211.105.xxx.9)

    눈물났어요;
    저도 맨날 싫은소리하고 재우는데..
    자는 모습 보면 그렇게 안쓰러울수가 없더라구요.

    아무것도 못느낄텐데 여러번 머리도 쓸어주고 잘자라고 얘기 해주고
    미안하다 소리 하면서 저도 잠들었지요.

    너무 공감하고 갑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7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60
682636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29
682635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12
682634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64
682633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58
682632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66
682631 꼬꼬면 1 /// 2011/08/21 27,399
682630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593
682629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774
682628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39
682627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84
682626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00
682625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179
682624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388
682623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297
682622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15
682621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049
682620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47
682619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14
682618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50
682617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77
682616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35
682615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26
682614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26
682613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46
682612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05
682611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799
682610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24
682609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052
682608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2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