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남편은 또 술을 마시고 새벽 1시 40분이 지나서야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술을 자주 마시는 건 아니지만 술이 약하기 때문에
술 마시고 나면 다음날 너무 힘들어 해요.
그걸 알기에 술을 마시더라도 적당히. 딱 좋을 만큼만 마시라고
늘 권유하곤 하였지요.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잖아요.^^;
제가 술을 좋아하고 주량이 좀 쎄서 알지요.
평일에 서울로 출퇴근을 하느라 왕복 3시간 정도를 늘 운전하고 다니는 남편.
서비스업종이면서 하루종일 운전을 하고 또 고객들과 마주치는 직업이라
이런저런 스트레스 또 힘든 일이 참 많답니다.
아침에 6시에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6시 반쯤엔 남편을 깨우고
같이 아침을 먹고 남편은 출근 준비를 해서 출근을 하지요.
저는 남편보다 여유시간이 있어서 뒷정리하고 천천히 출근 하구요.
퇴근은 아무리 빨라야 9시가 훨씬 넘어서 거의 10시가 다 되어갈 무렵에 합니다.
하지만 업무가 더 많거나 혹은 퇴근하고 있다가도 콜이 들어오면 다시 가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평일에 술 마시는 걸 극도로 자제하게 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고 하루를 보내도 많이 피곤해 하고 원래 잠도 많은 성격이라
잠도 모자라는 것 같은데 그런데다 술을 늦게까지 마시면 그 다음날은 밥도 못먹고
하루종일 머리아프고 졸립고 힘들어 해서 난리도 아니거든요.
술을 잘 마시고 주량이 쎈 사람도 아니고...
그런데 희안하게 이번달은 일주일에 한번씩 남편은 술을 계속 마셨습니다.
다행이도 보통 주말이어서 그 다음날은 좀 오래 잘 수 있었지만..
어젠. 평일인데 저와 약속했던 12시를 훨씬 넘겨서 1시 40분에서야 들어 오더라구요.
그것도 집 근처에서 술을 마셨는데...
들어오는 남편을 보니 너무나 화가 나데요.. 술을 마셔서 라기 보단. 약속시간보다
늦게 와서라기 보단. 평일에 그렇게 술을 마시면 다음날 힘들어서 고생할 남편을
생각하니 그게 미련스럽다 못해 화가 막 나더라구요.
술 취한 사람한테 뭐라고 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참 뭐라고 쏘아 붙여 주고는 그렇게 쏘아대는 아내를 둔 남편이 안쓰러워
어서 빨리 자라고 하고는 옆에 누웠는데 잠이 안오더라구요.
제가 잠을 중간에 깨거나 늦게까지 못자면 또 쉽게 잠이 안드는 체질이라서..ㅠ.ㅠ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을 보고 있는데 너무 너무 미안해 집니다.
속상해도 그냥 쓰다듬어 주면서 빨리 잘 수 있게 해줄 걸. 뭐하러 싫은소리 했을까..하구요.
둘 다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회사가 어려워 자금이 바닥이어서 기관에서든 거래처든
매일 독촉전화 받고 혼자 일을 해야 하는 저도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많아서 힘들지만
남편은 하루종일 운전에 사람과의 스트레스도 많을텐데. 나라도 옆에서 좋은 얘기 해주고
더 격려해주고 그랬어야 하는데 미련스럽게 왜 술 좀 마시고 늦게 온 걸 가지고 뭐라고
한미디를 꼭 했어야 했을까 하면서 자책을 했어요.
곯아 떨어진 남편의 모습을 보니 더욱 안쓰러워서요.
아무것도 못느낄텐데 여러번 머리도 쓸어주고 잘자라고 얘기 해주고
미안하다 소리 하면서 저도 잠들었지요.
아침에 너무 힘들게 일어난 남편은 아침보단 잠을 좀 더 선택하고 그러다 출근을했는데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오니 남편 걱정이 더 되네요.
여름 장마때 남편이 담당하는 일 쪽이 더 힘들고 고생이 많다던데..
술때문에 몸도 힘들텐데...
남편 생각이 많이 나서 문자를 보냈지요.
어젯밤 못돼게 굴어서 미안하다고 . 비오니까 운전 조심하고 힘내라고. 사랑한다고...
참 착한 남편인데. 가끔 못돼게 구는 아내의 투정 잘 받아주는게 더욱 안쓰럽게
생각되는 날이에요.
비가와서 그런지 그냥 긴 글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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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내. 못난 아내.
참 조회수 : 1,687
작성일 : 2007-06-21 16:12:29
IP : 211.221.xxx.7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7.6.21 4:21 PM (210.104.xxx.5)어째서 나쁜아내, 못난아내 인가요..
사랑 넘치고 배려할 줄 아는 좋은 아내이신 걸요.
오늘 저녁 뜨끈한 음식 준비해서 드시고 일찍 주무시도록 해주세요.
내일만 고생하면 또 주말이네요. 잘 쉬시구요.2. 원글
'07.6.21 4:42 PM (211.221.xxx.73)피곤한 사람 붙들고 괜한 소리 (뭐 별건 없었지만요..^^;) 해댄거 같아 그게
마음에 걸려서요. 어차피 술 취해서 잘 들리지도 않았을텐데..
잠이라도 푹 자게 할 걸...싶었답니다.
오늘 고생 많이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집에가서 맛있는 저녁 해놓고 또 기다려야지요.
오늘도 빨라야 9시 넘어서 도착할텐데...^^;3. ......
'07.6.21 5:27 PM (218.155.xxx.161)남자들 때론 불쌍해보일때가 있지요~~항상 지나고 나면 후회되는일, 걱정되서 하신거니까
너무 담아두지마세요... 퇴근후엔 속풀이 해장국이라도 맛있게 끓여드려보세요
기분좋은 저녘,따뜻한 보금자리에서 행복을 만끽하세요4. 착한
'07.6.22 9:13 AM (220.75.xxx.15)아내이시구만....
5. 유유
'07.6.22 11:39 AM (211.105.xxx.9)눈물났어요;
저도 맨날 싫은소리하고 재우는데..
자는 모습 보면 그렇게 안쓰러울수가 없더라구요.
아무것도 못느낄텐데 여러번 머리도 쓸어주고 잘자라고 얘기 해주고
미안하다 소리 하면서 저도 잠들었지요.
너무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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