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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

... 조회수 : 715
작성일 : 2007-06-21 15:37:50
왜 그는 더러워진 셔츠를 세탁통에 집어넣지 못하는지
왜 그는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식사를 차리지 못하는 것인지
왜 그의 양치통에는 다쓴 치약이 반년넘게 쓰레기 통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지
왜 그는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인지
왜 그는 베게커버와 침대 시트를 세탁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는 것인지
왜 그는 커피쏟은 곳에 물걸레 질을 하지 않으면 끈끈해진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인지
왜 그는 뜨거운 김 펄펄 나는 욕실 문을 열어놓고 창문을 여는 대신 에어컨을 켜는 것인지
왜 그는 가구며 가전, 유리창을 누군가가 닦고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인지
왜 그는 시간맞춰 저녁을 먹기 위해선 퇴근 시간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인지
왜 그는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것인지

왜 나는 혼자살땐 수고롭지 않았던 일상의 잔치레들이 힘겨운 노동으로 느껴지는 것인지
왜 나는 장점이 훨씬 많은, 다시봐도 반할만한 그가 짜증스레 느껴지는지
왜 나는 다 큰 남자의 뒷치닥거리를 해야 하는지
왜 나는 이런 푸념들을 늘어놓아야 하는지

후아..
주절거리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풀리는걸요.

시댁 전화한통이라도 혹시 마누라 스트레스 받을까봐 벌벌벌.
맛있는 것을 먹게되면 포장해 오든지, 다시한번 저를 데리고 가고,
5년째 생선 가운데 토막은 살발라 제 수저위에 올려주고,
하고싶은 공부, 배우고 싶은 것 다 배우라며 힘이 돼 주고,
반찬투정, 밥달라 재촉한번 한적 없고,
본인은 마트표 신발이 편하다 하면서 와이프는 동네 미용실은 못가게 하고..
음악, 사진,미술, 철학,문학,역사,경제 글도 감탄스레 쓰고 배울게 많은 남자.
길가 풀 한포기, 지나가는 고양이 한마리까지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는 사람.

그래도 좋은 사람이군요.

남편도 제 단점들을 매일 감수하며 살고 있겠죠.
그래도 오늘 청소들은 너무 힘들었어요 ㅠㅠ
IP : 210.182.xxx.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동감
    '07.6.21 3:57 PM (221.143.xxx.150)

    아..전 제 남편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결혼전엔 식당에서도 가만히 앉아있으면 물떠다주고 고기 잘라주고 다 하던 남편이였는데 결혼하고 이렇게 집안일에 손하나 까딱 안할 줄이야 ㅜㅜ
    지금도 밖에 나가면 다 해주기는 하지만 집안에서는 소위 명품남편 이예요. 요리 빨래는 물론, 집안의 3D업종은 다 제차지 입니다. 욕실청소, 베란다청소, 음식물 쓰레기 처리, 쓸고 닦고 등등 모두 제차지이죠. 하다못해 화장실에 휴지 한번 채워넣질 않네요. 없으면 작은 화장실에 가더군요.
    평소엔 제 생각 끔찍히하고 자상한 남편이 이러니 더 열받기도 하는데 님처럼 좋은 점만 생각하고 살려구요. 사실 개조하는 게 더 피곤하더라구요. ㅜㅜ

  • 2. 에구..
    '07.6.21 3:57 PM (121.137.xxx.155)

    위의 '그는...' 부분은 죄다 제 얘기고
    아래 남편의 장점은 다 제 남자 얘기네요.
    여기까지만 얘기하면 뭐 저럼 여자가 있나 싶으실지도 모르지만
    저도 장점이 많아요^^;;
    어차피 완벽한 인생은 없는 법.
    서로 부족한 부분은 눈 감아주고 살아야죠, 뭐.
    오늘 날씨탓에 기분이 안좋아서 청소가 힘드셨나봐요.
    이제 좋은 음악 들으며 좀 쉬세요^^

  • 3. 그러게
    '07.6.21 4:15 PM (61.85.xxx.110)

    참! 비도 오는데.... 이럴 땐 파전에 동동주 한 잔 ~~~~ 카 마시고,,, 잊으세요.. 그리고 받아들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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