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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악녀 조회수 : 3,526
작성일 : 2007-06-20 19:56:14
전 무남 독녀였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말에 집에 아들 없는것을 안 동네 누군가가 아들 업을 보냈어요.
그 애 들어오던 겨울날 밤 전 잠도 자지 않고 있어서 누군가가 버리고간 정체 불명의  가방을 여는데
함께 동참 했었죠....

그렇게 그애는 저의 남동생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그렇게 살았다면 저는 아마도 그러려니 하며 살았을거예요.
귀여운 재롱의 동생은 어린 저의 눈에도 너무도 잘생긴 녀석이였거든요.

4학년이 되자마자 시골이 집인 저는 서울로 유학(?)을 갔습니다.
친척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시누, 시동생,에 딸린 애가 4거기에 가내 수공업을 하기에  5명의 일꾼들까지  정말  많은 인간으로 득시글 했었습니다.

4학년의 나이에 등이 시린다라는 표현이 뭔지 절감했어요.
머리에 이가 끓어도 씻으라는 사람 하나 없는 생활.

전 무남독녀 외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천방지축이였어요.
학교에 다녀 와도 낮이나 밤이나 반갑게 맞아줄 사람 없는 생활을 3년을 했습니다.

이친척에서 저 친척으로
정말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때였습니다.

내나이 40이 넘었지만 지금도 그때일은 저를 얼어붙게 하네요.

엄마는 내 동생을 정말 정성으로 키우셨어요.
아이가 100일이 넘어가기 무섭게  천식에 백일해,폐렴 온갖 위험한 병은 다 앓아서 그애 가 들어온 순간 부터 병원에서 살다시피하셨죠.  그런그애 지금은 아주 건강한 30대랍니다.

마음속에 엄마에 대한 미움이 있었어요.
아들이 그렇게 좋으냐. 내가 딸인데...나 친척집에 맡겨 놓고 내가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데
오지도 않나...
그때 엄마가 하시는 일이있어 오시지 못하는거 알면서도 해가 뉘엇뉘엇 넘어갈때면
혹시 우리엄마 안 오나하며 모가지 길게 빼고  골목길에 나갔다 오곤했었죠.

우리 아버지 한량이셨어요.
동네 사람중 아버지 술 안마신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심좋으신 분이셨죠.
젊어서 직업에서 손 놓고 엄마가 하시는일로 벌어들인 돈으로 지금껏 잘 살고 계십니다.

전 아버지의 너그러움을 참 좋아했습니다.
엄마의 안달 박달하는 모습,
친자식인 저에게 인색한 정.

남들은 결혼하면 엄마가 보고싶다는데 전 전혀 안그랬어요.
초등때 정 다 땠거든요.

자라면서 내동생 참 문제많았어요.
하라는 공부 죽어라 안하고 재수해서 전문대 가고  그조차도 졸업장도 못따고 끝냈죠.

남편이랑 오랜만에 친정 나드리를 해도 밤 늦도록 게임 하느라 아침에 밥 상에 같이 못 앉는것은 물론이고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때까지도 잠자느라 얼굴도 안비치는 그런녀석이 되었습니다.
그런 꼴이 보기 싫어 더 더 친정 멀리했구요.

급기야는 자기 맘에 맞지 않은 소리 했다고 욕까지 퍼붓는 일을 해서
정말 만정을 다 떼더군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동생의 출생을 누구에게도 아는척 안했어요.

동생이 저에게 막말 하던날 엄마에게 전화해서 퍼부어 댔네요.
엄마 좋으라고 들인 놈이니 엄마가 책임지라고요.
친자식보다 애지 중지 키웠는데 저렇게 망종이 된게 너무도 고소하다구요.

엄마는 제가 기억 못하고 있는줄 아셨데요.
초등 2학년때 일인데 어떻게 잊겠습니까?
너무 편리하게 생각하시고 있더군요.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울분을 토해 본일 없을정도로 엄마에게 퍼부어 댔습니다.

시간이 얼마만큼 흘러 애들아빠 출장 간사이에 친정에 갔습니다.

아버지가 저를 밖으로 불러내시더군요.
그러시면서  아무개는 내 아들이다....
내가 밖에서 낳아온 니 동생이야......
엄마는 모른다. 엄마 성질에 그애가 밖에서 낳아온 애일줄 알면 절대 안들이고 이혼했을거라서
애 생모와 짜고 업둥이처럼 들였다....

세상이 빙글 돈다는 말.
바로 그것이죠.
땅이 춤을 춘다는 말
그것도 느꼈어요.

33년을  속으면서 지성으로 첩의 자식 키운 우리엄마....

엄마의 혈압을 볼모로 끝까지 엄마에게 함구하길 명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배신이라는 두글자를 아주 잘 보았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몸이 부서지게 아파도 아버지 따뜻한 진지 한번도 거르지 않고 해드리고
돈 안버는 남편탓 단 한번도 하지 않고 밤 잠 못자가며 돈 벌어 들이댄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지금 엄마 이름으로 된 걸레 조가리 하나 없으세요.
모든것을 아버지 이름으로 해놓아서 엄마가 벌었어도 아버지 돌아가시면
재산이 조각나서 살고 계신 집하나 물려 받는게 다일거예요.

걱정스러워서 일정 부분을 엄마 이름으로 해놓으라고 여러번 종용했지만  코웃음이십니다.
너무도 아버지를 믿는것이죠....
헛 똑똑이 엄마....

김수현씨 드라마 보면서  홍가라는 사람 그래도 자신의 과오를 당대로 끝낼 줄은 아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배다른 형제가 있다는거 생각보다  많은 업이 되요.

남도 아닌 내 부모와 내 동생에게 칼을 겨누고 싶게 만드네요.
주위가 조용해져 오면 생각이 떠돌다 어떻게 하면 엄마를 대신해서  아프게 복수해줄까
이것만 연구하는 저를 보게 됩니다.

정말 슬프고 슬픕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IP : 59.16.xxx.69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휴
    '07.6.20 8:06 PM (211.187.xxx.247)

    좀 놀랍습니다. 드라마같네요. 글쎄요.... 너무 힘들겠어요. 님이 혼자 감당해야 하기엔 너무 큰거 같네요. 이사실을 어머님이 아신다면 충격이..... 먼저 어머님 생각먼저 해보고 판단하세요.

  • 2. 한국문학
    '07.6.20 8:11 PM (222.237.xxx.156)

    단편하나를 읽은 느낌입니다
    시대의아픔이고 여자의 슬픔입니다
    아! 어찌해야할지..

  • 3. 재산때문에라도
    '07.6.20 8:12 PM (125.181.xxx.221)

    친정엄마에게 진실을 알려드린다로 하겠습니다. 만약 저라면요..
    속아서 산 인생이 억울하잖아요.
    처음 도입부분에 읽으면서 제가 느꼈거든요. 그 업둥이가 이복동생일거같은~
    패악을 일삼는 동생이 어느날 개과천선해서
    엄마한테 잘한다는 보장도 없고요.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옛말이 하나 그른거 없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 4. 저도..
    '07.6.20 8:35 PM (222.117.xxx.65)

    엄마에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엄청난 충격을 받으시겠지만, 그래도 저라면... 한번은 엄마 인생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 5. ...
    '07.6.20 8:50 PM (71.108.xxx.130)

    전 솔직히 어머니께서 다 알고 키우셨을것 같아요. (아버지한테는 모른척 하셨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힘들게 사신분들 바보 아닙니다. 원글님 마음 다스리시는게 더 급선무인듯 해요. 저도 글 읽어보기만 해도 맘이 너무 저리네요...얼마나 힘드셨을까 어린맘에...근데, 어머니한테 지금 말씀한들 무슨 소용 있나요...가능하다면 그냥 재산만이라도 잘 정리하시게 도와드리세요.

  • 6. 읽고나니
    '07.6.20 9:26 PM (220.117.xxx.165)

    정말 삶이란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새삼 느끼게 합니다. 내 잘못이 아닌 일로 너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저도 어머님이 설마 모르셨을까,, 하다가도 만약에 아셨다면 재산을 그렇게 아버지명의로 해놓지 않으셨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산 정리 어머니쪽으로 하게 도와드리세요.....

  • 7. 엄마를
    '07.6.20 9:42 PM (211.53.xxx.253)

    지키면서 재산을 돌리는 방법으로 아버지께 재산 돌려놓으라고 하겠습니다.
    안그럼 어머니 청심환 드시게 하고 말씀드리겠다고...
    어머니 그 연세에 사실을 아시면 돌아가시는날까지 불행하실거에요...
    하지만 재산까지 그리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8. ..
    '07.6.20 10:03 PM (220.76.xxx.115)

    참.. 소설 속 일들이 실제로도 일어나는군요

    원글님..
    마음 속에 일고 있는 불이 원글님을 삼킬까봐 걱정되네요

    저도 윗분 말씀대로 어머니 아시고 있을 거 같아요
    부부사이 십 년 지나면 눈빛도 아닌 감으로도 다 통하거든요
    밖에서 낳은 자식.. 키우다보면 아버지 모습 나옵니다

    대단하신 어머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리 하셨는지..
    원글님
    어머니 편에서 안아주세요

    하늘이 노랗게 돌아갈 일이긴 하지만 ..

    아버지는 이미 망나니 아들로 벌 받았네요

    에구 참..

  • 9. 원글님...
    '07.6.20 11:09 PM (121.144.xxx.235)

    아마 어머님이 다 ~~ 알고 계실듯합니다.
    남이 모르는 부부만의 " 감" 이란 게 있지요.

    한량인 분과 살 붙이고 사는 사람이 왜 모르겠어요.
    본인이 인정하기가 두려워서 일듯...분명 아실겁니다.

    맘 아프네요.

  • 10. 눈물이
    '07.6.20 11:09 PM (220.85.xxx.148)

    나네요...
    그렇지 않아도 울적했는데...

    아버지..어머니...업동이 남동생...
    다 두고...
    초등학생이었을 어린 여자 아이인,,님이 해가 뉘엇뉘엇 넘어갈 무렵...혹시나 엄마가 오시려나
    골목길에 나갔었다는
    대목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얼마나 엄마가..그리웠을까요.
    초등생 딸을 키우는 엄마인 저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가슴아픈 얘기네요.

    마음이 풀릴때까지..
    여기에라도 글을 쓰세요..
    100번이고..만번이더라두요...

    님..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시고 후회해봐야 소용없어요.
    아무리 부모가 밉고 원망 스러워도...
    피가 섞인 부모는 어떤 것으로도 가를수 없답니다.

    어머니의 속은 그동안 또 어떠셨겠어요...
    딸을 떼어놓고....그 고단한 하루하루를 견뎌냈을 엄마의 속은...어떠했겠냐구요.

    님.
    미워하는 마음은 본인에게도 절대 플러스가 되지 않는답니다.

    상담이라도 받으시면서...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푸세요.
    님...
    울고 싶을때....마음껏 우시고.
    욕하고 싶을때....욕하세요...
    님의 마음이 가장 걱정되는군요...

  • 11. ...
    '07.6.20 11:36 PM (121.131.xxx.138)

    엄마가 아셨을 것이라는 것과 아신다는 것과의 차이는 있습니다.
    어머니의 노후를 위해서도 아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12. 휴...
    '07.6.20 11:50 PM (220.127.xxx.9)

    마우스를 아래로 아래로 내리면서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
    어떻게...
    남의 글 읽는 데도 이렇게 가슴이 무너지는거 같은데,
    어린나이에 상처 받은 것과, 그 상처를 보듬어주지는 못할망정
    거기다 소금 까지 뿌려댄 아버지...
    뭐라고 위로를 해드릴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마땅한 글이 안떠오르네요.
    그냥, 내가족 사랑하면서 살으라는 말밖에...
    내가 선택한 삶도, 의지와도 전혀 무관했잖아요..
    아무튼, 저런 아버지한테는 악녀로 밖에 될수 없을 듯 하군요..

  • 13. 휴2....
    '07.6.21 9:02 AM (59.9.xxx.56)

    씨도둑은 못한다고 했어요. 아마 엄마도 아셨을거예요. 그러면서도 친자식처럼 키우신 어머니 훌륭하신겁니다. 정말 드라마 소재예요. 엄마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엄마를 한여자로 놓고 봤을때 그런 불쌍한
    인생이 어디있습니까. 자식키워보니 자식인생만 있는게 아니라 내 인생도 있는건데
    정말 한숨이 다 나네요.

  • 14. 기도
    '07.6.21 9:56 AM (59.22.xxx.36)

    님과 님의 어머님 앞날에 행복만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 15. 채송화
    '07.6.21 10:42 AM (61.102.xxx.28)

    만약 어머님이 아신다면 (모르고계셨다는 전제에서)
    남은 여생은 분노와 절망.배신.원망 그어떻게 할수없는 치욕감으로 생을 마칠것같습니다
    과연 그게 잘하는건지 현명한 판단하시길 빕니다

  • 16. 지금이라도
    '07.6.21 11:45 AM (210.205.xxx.195)

    말씀드려야할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결정내리셔야죠..

    누구좋으라고 한평생 속고 삽니까..

  • 17. 유전자
    '07.6.21 12:46 PM (122.153.xxx.2)

    저라면 일단 유전자 조사부터 해야 될 것 같아요. 지금 남동생이 정말로 배다른 동생인지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도 속고 살았는지 알 수 없지요

  • 18. 3년전의 저라면..
    '07.6.21 6:43 PM (122.35.xxx.77)

    3년전의 저라면.... 어머님이 아셔야한다고 이야기 했을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공식처럼 똑부러지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내가 무너질 수 있다는걸 안 지금은.... 좀 틀리네요.
    서로 알면서도... 눈 똑바로 마주치면서도... 들춰내지 않는게 때로는 현명하다는걸 깨달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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