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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나서...서러워 졌어요..
초등생 두 딸 키우고 있는데 갑자기 세째 임신이 되었습니다.
너무 당황 스러운데, 지나간 옛일까지 기억나서 기분이 아주 이상해요.
큰 애와 둘째 사이에 임신 12주 만에 계류유산된 아기가 있었어요.
큰 애 낳고 시댁에 들어와 시부모님 모시고 살 때였지요.
그 아기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심한 감기에 걸려 친정에서 일주일 가량
쉬다가 왔어요.
그 무렵 막내 시누가 첫 아이 출산하여, 저희 집 (시누한테는 친정이죠..)
으로 산후조리 하러 왔어요. 남편은 제 몸도 안 좋고, 산후 조리원 들어가라고
했지만 시어머님과 큰 시누 말도 안 된다.. 하시더라구요.
산후조리 열심히 도왔습니다. 없는 돈에 한우 사다가 미역국 끓여주고, 먹고 싶다하는
반찬들 열심히 해 줬어요. 감자 샐러드 먹고 싶다해서 감자 삶아서 으깨다가 손목 아파
내가 이게 뭐 하는 것인가.. 그랬지만, 저도 친정에서 산후조리 잘 했던 기억 때문에
있는 동안 잘 해 줘야지.. 했어요.
아기 목욕 시키고 옷 입히는 동안 욕실에 욕조 내다 놓으면 제가 아기옷 손빨래 해주고,
시누 피묻은 팬티까지 빨아주고..
시누 산후 조리 잘 하고 가면서 저 수고했다고 10만원 던져주는데.. 약간 모멸감을 느꼈어요.
산후조리 하고 간 이후 정기 검진에서 아기가 계류 유산 되었다고..
계류 유산이 임신부가 과로 하거나 해서 발생하는 일이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에
누구 탓도 안 하고, 아기를 잘 지켜주지 못한 제 탓만 했지요.
그랬는데, 남편이 제 유산 사실을 약간 짜증 섞인 말투로 알리면서 어머님 노발대발 하셨어요.
왜.. 뭐가 제 발 저린다는 그 표현이 딱 맞게..
그래도 함께 사는 며느리고, 손주가 유산 되었는데 먼저 제 건강을 챙기셔야 하는거 아닐까요?
친정에서 몸조리 하고 돌아와 다른 경로로 들은 말이 지금까지 너무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지가 뭘 했다고 애가 유산되냐..'
-신생아 모유 수유도 안 되어서 젖병 하루에도 수십개씩 나오면 나오는 대로 씻어 소독해
말렸다 안방에 가져다 주고.
-산모 3끼 식사 외에 수시로 미역국 상, 간식 상 준비 하고..
-시누 남편까지 오면 반찬 신경 더 써 지고.
-아기옷 손빨래에..
이게 아무 한 것이 없는 건가요??
그 이후로도 분가도 못하고 계속 어머님 모시고 사는데, 정말이지 가끔씩 이 생각 나면
어머님 사람으로 안 보여요.
딸 둘 키우는데, 둘째 백일도 안 되었을 무렵엔..
아기 얼른 또 가져라. -제가 또 딸이면 어쩌려구요.. 그러니까..
요즘엔 성별 확인 해 준다더라.. 기막혔죠..
둘째 낳을땐, 12월 한 겨울 눈 오는 날이었어요.
오전부터 배 아픈거 참으며 저녁 식사 준비 까지 하고 방에 누워 있다가 병원 갔는데..
남편과 함께 입원실 구경 다녀온 시어머님 왈..
저 아기 낳을 때 까지 아들은 입원실에서 쉬고 있으면 안 되겠냐고... (방이 따끈따끈 온돌이었거든요..)
하루 종일 출근했다 퇴근 한 아들은 안스럽고, 이제 무지막지한 산고를 겪을 며느린.. 그저..
아무 생각이 없으셨나 봅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시어머니께서 엄청 나빠 보이지요?
평소엔 저 한테 잘 해 주세요..
동네에서도 함께 살기 서로 괜찮아 보인다고 하구요..
하지만, 전 이런 일들이 전혀 잊혀 지지 않고 오히려 선명해 지네요.
함께 살기 정말 정말 싫구요..
그래도 이렇게 쓰고 보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한 것 같아요.
1. 참
'07.6.19 6:05 PM (218.209.xxx.248)서러우실만 하네요
평소엔 잘해준다하지만 결정적일때 남스러운거
정말 서럽죠...
그래도 셋째가지셨다니 미운마음 접으셔야지요
즐거운 태교하시구요
셋째는 복덩이라잖아요2. 에휴
'07.6.19 6:17 PM (218.39.xxx.35)마음 아프네요 원글님 말씀처럼 엄청 찔리셨나 봐요
그래서 그런 모진 소리를 하셨겠지요
저도 남 보기에 무난한 고부사이이나
문득문득 치밀어 오르는 아픔이 있어요
이제는 그 조차도 떨치려 합니다
저를 위해서요 누군가를 미워하면 저 자신이
더 힘드니까요
여기서 당나귀 귀~하시고 행복한 태교하세요
임신 축하 드립니다~~~3. 차라리
'07.6.19 6:19 PM (121.131.xxx.138)항상 못하면 욕이라도 맘 놓고 하지요.
잘하다가 저리 못된 짓하면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해요.
친구 하나가 그러는데, 미치겠어요.4. .....
'07.6.19 10:21 PM (220.117.xxx.165)대부분 시어머니의 마음이 그런거같아요.
평소엔 잘 해 주시지만, 결정적일때 인간취급 안하셔서 황당하게 만들고
나중엔 서럽고 분노까지..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며느리는 그런 감정들 느끼고 살거에요..
토닥토닥..5. 후우...
'07.6.19 11:47 PM (58.76.xxx.125)제가 아는 사람도..시어머니때문에 엄청 맘고생을 많이했습니다. 진짜.. 시어머니를 좋아하시고..잘해주셨어요.. 자긴 시어머니가 참 좋다고..시어머니도 자기를 딸같이 생각한다고.. 정말..왜 앞에서만 살살거리는게 아니라..정말정말 진심으로 잘해주고...안쓰러워하고 그랬거든요...근데... 그렇게 살뜰하게 돌봤던 시어머니한테 뒷통수 무진장 쎄게 맞고는 치를 떨더군요...돈문제..그리고 시누이의 얘기에 홀랑 이성을 잃고 그렇게 잘하는 며느리한테 말도안되는 생떼와 해서는 안되는 막말을 해서 제가 아는사람..정말 정신적 스트레스가 굉장했었어요. 인간에 대한 배신감.... 서울역에서 노숙자를 그정성으로 돌봤으면 신문에 났을꺼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그 반의 반의 정성을 쏟았음 정말 자긴 칭송이 자자할껀데... 자기는 진심이었는데..돌아오는건 배신이라고.. 너무 어이없어 했어요... 흠.. 참... 그것보고 씁쓸헸는데..원글님 글을 읽다보니.. 착잡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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