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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는 교육이다

청소 조회수 : 855
작성일 : 2007-06-18 15:54:57


ㅡ 어디선가 '청소는 교육인가?' 라는 의문을 듣고서.

아주 많은 경우, 집에서 청소를 어머니가 도맡아 한다. 그런 경우, 남편과 자녀들은 무언가를 썼으면 자기 손으로 치워야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다' 고 생각하지 않고, '하지 않아도 치워져 있다' 고 여기게 된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치워져 있는 게 아니라 아내 혹은 어머니가 치웠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할 이유가 없다. 청소를 하라고 말해도, 그들에게 있어 청소란 아내 혹은 어머니가 '잔소리하고 야단치니까 귀찮아도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자식들이 결혼전에 독립하게 되면 자신이 해야 한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누군가와 결혼하고 사회와 가족이 요구하는 대로 청소를 맡게 되며 다시 어머니의 역할을 반복하게 되지만, 남자들은 누군가와 결혼하면서 사회와 가족의 요구에 편승해 배우자에게 청소를 요구하고 자신은 가끔 '도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신이 쓰는 공간에서 생기는 더러움과 쓰레기를 자신의 힘으로 치우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사회가 진보해도 사람들의 인식이 나아져도, 청소가 귀찮고 싫은 것이며 청소부에게든 가정부에게든 어머니나 아내에게든 미룰 수만 있다면 미루는 게 좋고 자신의 손으로 하지 않는 쪽이 좋다고 여기는 한 그것은 오래도록 개선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내가 뭔가 먹으려면, 적어도 장봐와서 만드는 정도는 내가 해야 하고, 내가 뭔가 썼다면, 그 쓴 이후의 정리나 청소도 내가 해야 하고, 내가 살거나 머무는 곳이 더러워졌다면, 거기 살거나 머무르는 자신이 청소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자립하기 위한 기본요건 중 하나이다.

대학은 인성교육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문적인 학업을 위해서 성인이 된 이후에 선택적으로 들어가는 곳이다. 거기서는 성인을 상대로 자립적 청소에 대한 인식을 가르칠 의무도 권리도 없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강의실을 청소할 의무가 없고, 학교는 청소 용역을 둔다. 회사는 일을 하고 이익을 내는 곳으로서 그 효율을 위해 청소 등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청소 용역에게 맡김으로써 직원들이 일에 집중하도록 한다. 고로 회사에서도 사무실을 청소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마저 사용자가 직접 그 장소를 청소하고 정돈하는 건 미덕에 속한다. 목적을 위해 청소 용역에 이전하는 것이 인정되어 있지만 그래도 청소는 하나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가 만약, 입시공부를 잘 하게 만드는 목표에 아이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청소에 쓸 시간과 노력도 아깝다고 생각한다면, 청소를 용역을 주는 게 맞을 것이다. 그것이 대학이나 직장과 마찬가지의 논리이다. 하지만 초중고등학교의 목적이 입시공부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고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자립의 기본인 청소를 가르치지 않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

특히, 청소라는 것을, 목적을 위해서라면 '돈(용역)' 주고 남 시키면 되고 자기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는 내 아이가,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자신이 머물고 사용하는 공간의 청소와 정돈은 당연히 자신의 몫이라는 걸 배워 느끼며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여기기를 바란다. 그런 걸 외면하고 그 시간과 체력을 아껴서 하는 공부가 무슨 소용인가?

공부보다 덜 중요하고, 일보다 덜 중요하고, 각종 여러 다른 활동보다 덜 중요하고 최대한 남에게 미루고 싶고 돈 줘서 남 시키고 싶은 것. '청소' 를 그런 걸로 이해하게 만드니까 사람들은 청소부나 가정부를 천한 직업, 피하고 싶은 직업, 존경하지 않는 직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맨날 말해도, 청소를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자 하나의 자립 지표로 설정하지 않는 한, 청소는 가치없는 싫은 일에 지나지 않고 그걸 맡는 사람은 '하기 싫은 일을 가난해서 돈때문에 하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집에서도 남편이고 아들이고 딸이고 며느리고 사위고에 관계없이, 청소는 자신의 몫이라는 걸 알게 해야 한다. 아주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그 아이가 아직 서툴기 때문에 부모가 많이 도와주는 것이고, 자라나면서 점차 스스로 청소하고 정돈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성장' 으로 '칭찬'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주 많은 집에서 부모는 자식이 공부에만 전념하고 청소같은 건 안 해도 된다는 듯 떠받든다. 그리고 학교에 대고, 집에서도 청소를 안 시키는데 내 자식이 왜 학교를 청소해야 하느냐고 따진다. 학교가 그 항의에 수긍하여 용역으로 대체한다면, 그거야 말로 청소에 대한 가치절하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셈이다.

아이들에게 철저하게 청소하라며 닦달하는 것은 좋지 않기에, 그럼에도 교실환경은 깨끗해야 하기에, 아이들의 청소만으로 모자란 곳은 전문가에게 맡겨 깨끗이 유지하기 위해 용역을 쓰는 것은 찬성한다. 아이들을 학교 건물 청소 일꾼으로 여겨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역으로 모두 대체하고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키지 않는 학교라면, 그런 학교에는 내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다. 어른들이 돈받고 대신 청소해주고 자기들은 그 교실을 사용만 하면 되고 더럽히고 떨어뜨리고 낙서해도 그 청소를 직접 맡지 않는 생활, 그 속에서 청소는 누군가 당연히 떠받들어 해주는 것으로 배울 터이므로.

대학과 직장은 그 구성원들의 인격형성을 지도하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별도의 목표를 지닌 곳이다. 그런 곳에서 용역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청소를 스스로 하는 것은 미덕이다. 학교는 그 구성원들의 인격형성을 지도하는 것이 바로 최고의 목표이다. 학업이 그것에 우선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용역으로 대체하고 청소를 없애는 것은 그 자신의 목표에 반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나는 내가 사는 집을 스스로 청소하고 빨래하고 쓰레기를 비우고 음식을 하며 그 순환시스템을 부모님의 지시나 도움 없이 내 힘으로 유지시켰을 때, 바로 그 때 내가 자립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든 자립은 그런 것이다. 자기가 하기 싫은 걸 다른 사람에게 시키고 그 효과를 자기가 누리는 방식이 아닌, 자기가 하고픈 것을 하는 데 있어 가급적 자기 힘으로 감당해낼 수 있게 되는 것. 학교는 그런 것을 가르치는 공간이어야 하고, 청소는 그런 의미에서 학업보다 중요한 교육이다.



펌) http://heeyo.egloos.com/1468454



IP : 211.215.xxx.24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감 백배
    '07.6.18 6:33 PM (61.107.xxx.141)

    공감 백배입니다. 너무 좋은 글 퍼올려주셔서 감사해요.
    학교에서 학생이 교실을 청소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아이들을 청소 일꾼으로 여기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공간을 께끗이 가꾸는 일은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자기 자식 귀한 줄만 알고 오히려 인성 망치는 부모들도 공감하셔야할텐데....학창시절 대청소때 친구들과 함께 환경미화하고 청소하고 뿌듯해하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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